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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이는 강민의 대답이 궁금했다. 그는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혜정을 향해 말했다.
"제 동생이니까요...남들한테 그런 꼴 당하는 거 볼 수 없었습니다.."
뜻밖에 그의 말에 그녀는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 준이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말에 정말로 의외였다. 동생이라는 말이 분명 그의 입을 통해서 내 귀로 들렸다. 보여 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는 정말 동생을 걱정하는 말투였다. 아니 어쩌면 세상에 준이 존재가 들어났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부정 해봤자 민이만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점엔 하은이에게 고마워해야 하는지 몰라 괜한 웃음만 나오는 그녀였다.
"동생이라....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
"네....당신 일만 엮기지 않아서도 어쩜 우리는 다른 형제들처럼 잘 지냈을지도 모르죠.."
"결국....원인은 나란 말이지..."
"어른들의 일 때문이죠...나도 준이도 피해자였으니까..."
"그래...그럴 수도 있구나..."
하긴 그 당시 민이도 어린아이였지...철부지인 어린아이...그래도 넌 사랑을 많이 받았잖아 그러니 너는 억울하진 않아...우리 준이만큼...아파하고 힘들어하진 않았겠지...죄인처럼 지내온 그 시절을 그 누구도 준이한테 보상해주진 못하겠지...
*
돌아오는 준이는 몸속에서 뭔가 쏙 빠진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거짓말에 놀아난 내가 어이가 없고 자다가 물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감촉같이 속인 그녀가 밉고 화가 났지만 이제와 그마나 진실을 얘기해준 그녀가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어찌됐건 지금은 수지에게 달려가는 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미안해하지 않아도 마음 아파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만 곁에 있어준다면 지금 이 역경도 빠져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달려가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었다.
*
혼자 남겨진 하은이는 식어있는 커피를 보니 마치 자기의 모습인 것 같아 잔을 들어 식어있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하나둘씩 떨어지는 낙엽에 남아있는 감정을 같이 묻어두기로 했다. 처음부터 내 사람이 아니었으니 괜찮아...잘 한 거야...그 두 사람 끔찍하게 서로 사랑하니까...내가 들어갈 자리가 처음부터 없었던 거야...하은아..괜찮아...잘 한 거야...애써 그녀는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당당하게 걸어가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캡틴!!! 오늘 우리 빡세게 일해 볼까?"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예전의 하은의 모습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장 당당하고 도도했던 하은의 모습이었던 그 미소였다.
*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준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있었다. 모녀처럼 재잘거리며 음식을 준비하는 수지와 어머님이었다. 이제 마음이 편해졌다. 더 이상 악몽을 꾸다가 깨어나지 않아도 될 만큼 이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증오한다며 원망했던 어머님도 사실은 그 만큼 그리웠던 것이다. 그 감정을 숨기려고 어린아이처럼 때를 쓰고 어리광을 부린 것이다. 그런 어리광을 그녀가 받아줘서 이제는 나는 외롭지 않다. 내 어두운 방에 빛이 되어준 그녀와 지금의 내가 상상했던 어머님과 함께 이대로 행복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나는 행복함으로 충만했다.
"아들...이리 와서 간 좀 봐줘....난 싱거운데 수지는 짜다고 난리네..."
"진짜로 짜요...소금 너무 많이 넣으신 거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싱거워..."
"아니...짜요!!!"
"두 여자 때문에 내가 못 살아요...자자...진정하고 내가 간을 보도록 하죠..."
두 사람은 서로 자기편이 되어 달라는 듯 어떤 영화에서 나왔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맛이 왜이래...둘 다 솜씨가 없어...퉤..퉤..."
"어~~이상하다 나는 맛있는데...."
"그러게....나도 괜찮은데...준아 네가 입맛이 이상한 거 아니니...?"
"아니야...정말 이상해...다시 해.."
"아닌데....괜찮은데..."
*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면서 봄이 찾아왔다. 하은이에게서 미안하다는 전화가 왔고 그 날 아무 일도 없었다며 내게 용서를 빌었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그녀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기가 막히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 나를 찾아와 용서를 빌었고 값비싼 옷들을 챙겨와 나를 유혹했다고 해서 절대 그녀를 용서해준 게 아니었다. 그녀의 진심을 봤기에 다시 친구로 용서해주었다. 물론 옷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 동안 이슈였던 준이씨 일은 잠잠해졌다. 지금은 물론 잘나가는 모델로 데뷔해서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렇게 모델하기 싫다고 도망치더니 캡틴의 끝없는 설득에 결국 준이씨가 두 손을 들고 말았던 것이었다. 딱 한번만 찍는다는 말은 결코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이미 그는 세상에 알려진 터라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재벌 2세라는 코드가 맞물려 여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간 것이었다. 우수의찬 눈,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그의 눈빛에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기에는 이미 충분했으니까...말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카메라 앞에 서면 그는 돌변하고 만다. 내가 알고 있는 준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또 다시 반하고 만다. 어쩜 저렇게 섹시하지...여러분 저 남자 제 남자에요...
"너 아직 이지...?"
"어..? 하은아..."
"그럼 그렇지...."
"뭐가?"
"너 아직 준이씨랑 잠자리 안 가졌지...?"
"애는 누가 들을라..."
"왜...사랑하는 사람끼리 당연한 거 아니야...이 순진한 아기씨야...그러다 준이씨 바람난다.."
"바람?"
"그래...돌부처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겠냐?"
"야....우리 준이씨는 아니야..."
"너는 남자를 몰라...이리 따라와...내가 교육 시켜 줄 테니까..."
"교육? 넌 경험이 많나봐..."
"애가 뭐래니...그건 기본이지..."
홍당무처럼 붉어진 그녀의 얼굴에 문득 그녀도 말로는 프로라고 하지만 어쩌면 하은이도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예전부터 지고는 못살았으니까..
"어이~~~방해꾼 두 아가씨..."
"준이씨..."
"무슨 비밀 얘기라도 하는 거야...?"
"아니 하은이가 교육을 시켜 준다고 해서..."
"교육?"
"준이씨가 얼마나 힘들겠어....몸에서 사리는 안 나오나?"
"강수지!!! 내가 하은이랑 놀지 말라고 했지...너도 물들어!!!"
"이러면 안 돼지 같이 밤을 보낸 사이끼리...."
"뭐야.....에잇 저리가~~워~~워~~"
서로 웃어넘길 만큼 그들은 친구가 되어있었다. 처음 셋이 모여 술 한 잔 기울 때가 기억이 난다. 어색해하던 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있었다. 그 이유는 준이씨가 하은이가 만든 옷이 아니면 화보 촬영을 하지 않았으니까...그래서 그녀는 한국에 더욱 촉망받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며칠 후면 유학을 떠난다. 촉망받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진짜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돌아오기 위해서 디자이너들의 꿈인 밀라노로 떠난다. 그녀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 택한 일이라 나와 준이씨는 그녀를 응원해주었다. 물론 캡틴은 안 된다며 뜯어 말렸지만 그녀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몇 년 후 그녀는 더욱 멋진 여성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내가 부러워 할 만큼...
"잘 다녀와...."
"응....고마워 배웅 나와 줘서..."
"당연하지 우린 친구잖아..."
눈가에 촉촉해진 하은이가 수지를 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고마워...친구야...그리고...."
화들짝 놀란 수지는 하은을 밀쳐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준이가 궁금한 듯 쳐다보았다. 재미있는 듯 웃고 있는 하은이는 여유 있어 보였고 수지는 부끄러운 듯 열을 열심히 식히고 있었다.
"잘 다녀와...이 아가씨야..."
"그래...공부하고 돌아와도 내 옷 입어 줘야해..."
"어...당연하지..."
"그리고 고마워...."
"me too"
"그럼 가 볼게....안녕.."
"전화 자주하고 알았지..."
"알았어...이년아..수지 웨딩드레스는 내가 만들어 줄게...."
"어....잘 가..."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들 서로 웃으며 안녕을 고했다. 준이도 그녀를 웃으면서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내 옆에 수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하은...넌 매력적인 여자야...비록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지만 나 보다 멋진 남자 만나서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 거야...너의 모습을 꼭 알아 볼 수 있는 남자가 나타 날 거야...
"근데 아까 무슨 말 한 거야?"
"아...아무 것도 아니에요..."
"뭔데? 뭐야?"
"나쁜 계집애...."
하은이가 이런 말을 했다.
"수지야...내가 유럽에서 화끈한 야동 보내 줄게...필요하면 말해라..."
끝까지 그녀는 수지를 놀리고 간 것이었다. 아마 그들은 친구라서 가능 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비록 잘못된 시작을 했어도 서로가 용서만 할 수 있다면 원수 같던 사이도 이들처럼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빨리 가요....형이 기다리겠어요..."
"뭐...? 또?"
"그럼요....당연하죠...."
"엄마 집에는 안 가냐?"
"아마 집에 와 있을 걸요..."
"뭐?!"
내가 꿈꿔왔던 모습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렇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런 모습을 난 간절히 바래왔다. 좀처럼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난 행복하다. 준아 행복하니? 응...아주 많이...그래..잘됐네...응...그럼 안녕..
그 동안 애인이 되어드립니다...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부족한 글인데도 응원해주시고 애정 보내주셔서 무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 글로 돌아 올때까지 저 잊지 않고 기다려 주실 거죠...ㅋㅋㅋ
빨리 돌아 올게요...
그 동안 너무 감사드려요...
아!!날씨가 무지하게 추숩니다...
건장 아시죠...ㅋㅋㅋ
곧 돌아 올게요...재미있는 글로 오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정말감동적이예요ㅠㅜ 여우비야님그동안글정말잘읽었어요^^ 다음글도 기대하고있을께요 빨리 돌아오세용ㅎㅎㅎ 그리고추운날씨감기도조심하세요^^
완결 축하드려욤~ 그동안 읽지 못해서 일편부터 읽었는데 재밌게 잘봤어욤, 둘이 잘되서 다행이라는 새소설도 기다리고 있을께요~ 아, 저 짱구액션가면-니힐리즘-에서 하지메a로 바꿨어여~
넘 잼있게 잘읽구갑니다... 추운날씨에 감기조심하시구여..생업에도 충실하셔야겠지만 담 작품도 기다릴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