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일정이 많아지는 가을 시즌, 슈베르트는 들어온 작곡 의뢰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정신없이 일하다가 지쳐버린 그는 홧김에 중얼거리며 마법 지팡이를 휘둘렀다.
슈베르트:(속마음)- 아 일하기 싫어, 누가 내 일 좀 대신해줬으면 좋겠어! 평생 돈 많은 백수로 놀고 먹고 싶어....
펑! 소리와 함께, 갑자기 나타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듀플리카토. 분신은 웃으면서 슈베르트에게 인사를 건넸다.
분신: 안녕? 나의 주인님. 난 마티 페터 슈베르트! 너의 분신이지, 난 너의 소망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너가 원하는 일은 뭐든지 해 줄수 있어! 집안일? 작곡? 다 맡겨도 돼! 난 너의 일부지만 너의 능력보다 탁월한 존재니까!
자신의 스타일 대로 옷을 입고,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분신. 하지만 어딘지 천박해 보이는 미소와 말투는 낯설다. 슈베르트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슈베르트: 그래? 그럼 나 배고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 수 있겠니?
분신: 물론! 나에게 맡겨, 내가 최고로 맛 좋은 요리를 만들어줄께~ 너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포크 커틀렛 맞지? 너 전생에 채소는 안 먹고 맨날 그것만 먹다가 뚱뚱해졌잖아? 하하하하!
어딘지 매우 입이 가볍고 천박한 분신. 본체의 성격과는 완전 반대의 성격을 가진다고 한다.
분신= X발! 그런데 내가 이거 왜 만들고 있지? 나 안해 짜증나!! 본체? 그냥 굶어 죽으라고 해!!
슈베르트= 집안 청소를 해 주지 않을래? 집안이 너무 더러워!
분신= 청소? 그런 거 왜 해? 봐! 물웅덩이에서 발 구르는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폭주하는 분신.
분신= 어? 루트비히! 어때요, 제가 이번에 궁국의 마법을 공부했어요! 제 마법으로 만든 분신이에요. 정말 멋지죠?
슈베르트는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감지했다. 왠지 말리지 못하면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베토벤은 순간 이번 생은 내 귀가 아니라 눈이 맛이 간 건가....라는 진지한 고민에 휩싸였다. 서로 다투며 내가 진짜라고 우기는 후배들(?) 누가 도대체 진짜지??
다 똑같이 생겼잖아! 얼굴이며 태도, 몸짓 하나까지 다른데가 없다. 동시에 질문을 해도 동시에 같은 답을 말한다. 혼란스러움에 머리가 어지러운 베토벤....
슈베르트: 이봐 너!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난 너가 무서워! 이제 그만 사라져줄래? 넌 내가 아니야, 괴물일 뿐이지.
분신= 내가 왜? 싫어! 난 분신으로 구속되어 사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사는게 더 좋아~ 그리고 너, 전생에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음악을 만들었지만 외면받고 재미없다고 무시당했잖아? 먹고 살려고 음악을 만들면 뭐해? 돈도 못 벌고 매번 굶기나 하고 말이야, 결국 너에게 남은건 질병과 비참한 죽음뿐 이었잖아? 어렵게 얻은 이번 생은 좀 편하게 살아봐야지, 자 나의 그림자가 되어서 영원히 편하게 사는거야!!!
분신은 말을 마치자 마자 어디론가 잽싸게 달려갔다. 슈베르트는 그런 분신의 뒤를 쫒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슈베르트는 자신의 몸이 약간 검게 변했음을 깨달았다.
분신:(속마음)- 슈베르트, 난 이제 너의 몸과 영혼을 차지할거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너와 내가 바뀌는 날이.... 자 그 전에 먼저 선배란 것을 만나러 가볼까? 마지막으로 소중한 것을 눈 앞에서 빼앗아가는 기분을 느껴보게 하는 것도 좋겠지....
분신: 루트비히,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오늘 저와 함께 밤을 보내실래요? 당신이 좋아하는 과자도 준비해 놨어요~
이제 끝났어, 슈베르트! 이제 이 멍청한 회색 머리 심은 내 노예야, 영원히.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슈베르트는 저 장면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무리 소리를 쳐도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슈베르트: 그 동안 행복했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셔서 고마워요, 선배....
베토벤: 너 가짜지? 허상의 그림자는 영원히 지옥으로 가거라!
어라?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을 짓는 분신. 무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분신은 까맣게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몸이 다시 돌아온 슈베르트는 베토벤에게 물었다. 가짜와 진짜를 무슨 방법으로 구별하신거죠??
베토벤: 첫번째, 생각해보니 너는 전생이나 지금이나 나를 이름이나 성으로 부른 적이 한번도 없다. 심지어 밤에 나랑 사랑을 나눌때도 항상 나를 선배라고 불렀지! 두번째, 장미 향! 너는 매일 정원에서 장미를 키운다. 그런 너에게 늘 나는 들장미 향기가 분신에게서는 전혀 나지를 않더구나! 어때, 이만하면 애인에게 충실한 남자가 아닌가?
슈베르트: 사랑해요 선배! 저를 알아봐주어서 고마워요!!
베토벤: 200년이 지났는데 이번 생은 나를 이름으로 불러 줄 수는 없는거냐??
매우 행복한 커플의 웃음 소리가 가을 밤 보름달 아래에서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한번만 더 이딴 역겨운 분신 같은 거 만들면 너의 지팡이를 부러뜨리겠다! 라는 선배의 매서운 눈빛과 반 협박. 하지만 진짜 슈베르트는 이상하게 행복했다. 그리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루트비히....
첫댓글 오오 멋져요! 분신이라 해서 그냥 심심하니까 볼까 하고 들어왔는데..
근데 글에서 제가 작년에 제 게임에서 분신 만들었었을때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리셔서 깜짝 놀랐어요 ㅋㅋㅋㅋ
그리고 이상하게 본 마법심보다 마법 파워가 좀 살짝 떨어지더군요..
분신은 분신일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잼있게 잘봤어요 ㅎㅎ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눈썰미는 피해갈 수가 없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