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머리 깎은지도 한달쯤 되었고 집에 있는 면도기도 탈이 나서
수염도 제법 길어 이발이나 할까 하고 집을 나섰다.
이발은 목욕탕에 있는 이발소에서 하면 머리감기도 편해서 이발은 항상 목욕탕에서
하는 편이다. 아파트 인근에 있는 욕탕보다 한참 걸어가더라도 민락동까지 가면 요금이 조금 싸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걸어가면 운동도 되고 요금이 싸니까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날씨가 조금 쌀쌀하니까 두꺼운 파커를 껴입고 길게 뻗은 민락교를 건너 옥천탕으로 갔더니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밖에 걸린 이발소 표시등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고 빙글빙글 돌지도 않았다.
'앗뿔싸!' 그제서야 목욕탕 휴무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목요일이 쉬는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방콕대학생이다 보니 맨날 놀고 쉬고 하니 요일조차 바뀌는 줄을 잊을 때도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란 속담이 있다. 사전에는 '어떤 일을 할고 하는데 뜻하지 않은 일을 공교롭게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돼 있다. 여기서 장날은 맨날 서는 장이 아니다. 보통 시골에선 5일마다 서는
5일장을 지칭한다. 인터넷으로 속담의 유래를 찾아보니 본래는 장사치들이나 수요자들이 모이는 장이
아니고 초상이 난 장례일이었다는 설도 있다. 사람을 만나려고 먼 길을 갔더니 하필이면 그 집에 초상이 나서
망자든 상주든 만나지 못할 상황이 됐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여하간 발길을 돌리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갔던 길을 되돌아 오기보다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약간 비탈진 길에 절이 보여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절 안으로 들어가 범종각, 대웅전,삼성각도
구경하였다. 절이름이 백산 옥련선원으로 돼 있고 그 윗쪽에는 넓은 터를 닦아 석불을 세워 놓았다.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산 정상으로 올라가니 광안대교가 발 아래로 보이고 뒷쪽으로는 센텀시티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정상 넓은 터에는 각종 운동시설을 설치해 놓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백산 꼭대기에 서 있는 점이대 비석은 네이버 '팬저의삐딱고라스 정리'에 의하면 위치가 잘못되었다고 하네요.
1921년판 지도와 본래 있었던 추정 위치를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