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목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야구는 승패에 아무리 변수가 많아도 풀시즌을 치뤄보면 결국 승률이 팀전력을 따라 갑니다. 오늘 경기보다는 이번 3연전, 3연전보다는 이번주, 1주일 보다는 한달, 한달보다는 반기...이런 식으로 경기가 쌓일수록 팀 승률이 점점 '평균'을 향해 가지요.
야구의 일반적인 승률은 4할에서 6할 사이입니다. 6할이면 강팀, 4할이면 약팀이고 거기서 승률이 조금 더 높거나 낮으면 전력이 독보적인 팀 혹은 최약체가 되지요. 승패 차이가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도 결국 저 2할 내외가 팀 전력을 가늠하는 MAX에 가깝습니다. 그 지점에서 승률 5할은 또 하나의 가늠자가 됩니다. 그 숫자가 무조건 가을야구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팀보다 상대적으로 길게 야구하고 싶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지니까요.
5할은 위닝과 루징을 적당히 오가며 일주일에 3경기만 이기면 만들 수 있는 승률입니다. 쉬워 보이는데 사실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죠. 6경기 중 3경기를 이기려면 최소한 튼튼한 선발투수 2명이 필요하고, 찬스 5번 중에 2번은 살려야 하며 위기 4번 중에 최소한 3번은 막아내는 뒷심이 있어야 되거든요.
생각해보면, 한화도 5할이 그렇게 쉬웠던 적은 없습니다. 굳이 2009년 이후 암흑기를 떠올리지 않아도, 05~07 가을잔치 이전부터 우리는 이미 하위권이 익숙한 팀이었으니까요. 99년 우승이 사실은 '기적'에 가까웠고 그 시즌 전후로 2004년 즈음까지 한화는 승률 4할 내외의 7위팀이었죠. [원래 강팀이었는데 요즘 잠깐 부진하다] <--이런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착각입니다. 이글스가 강했던 것은 23년 전 얘기고, 10년 전에 바짝 힘을 한번 짜낸 적이 있을 뿐, 팀이 강했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여전히 초반이지만, 그래도 15경기 넘게 치뤄낸 지점에서 승률 '반타작'에 다시 한번 도달했습니다. 기쁘고 좋은 일입니다. 그것을 가능케한 선수들과 덕아웃 멤버들은 칭찬을 받아야 됩니다. 가능하면 거기서 더 버티고, 이왕이면 조금 더 이길 수 있게 힘을 모아주는 것도 좋겠죠.
저는 어제의 5할에서 좀 다른 욕심을 내봅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어제의 기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마침내 이뤄낸 5할에 어떤 '의미'가 담겨야 된다는 것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났으니 놀랍고 신기하고 박수쳐 줄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용이 나올 수 있게 개천을 관리하고 규모를 넓히는 것이겠지요.
한화는 달라졌습니다. '변수'의 영역이 아닌 '어이없는' 실수 몇 개로 갑자기 팀 전체가 무너진다거나, 점수 싸움을 미처 벌여보기도 전에 이미 상대에게 대량실점을 허용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모처럼 점수를 냈는데도 그걸 지켜낼 힘이 없어서 허무하게 승리를 내주는 경기가 없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투타의 불균형]이나 [움직이는 화약고 같은 수비]가 약팀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그런 모습을 많이 걷어냈다는 것이 가장 칭찬해 줄 일이죠.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그런 지점에서 지금 한화는 야구를 굉장히 잘 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또 다른 숙제가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나쁜 것'을 계속 지워가면서, 거기에 '좋은 것' 을 계속 더해야 합니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선수들의 땀과 열정, 감독의 지도력, 코칭스태프의 역량까지 모든 것이 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분명하게 더해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구단이 돈을 더 쓰고 시스템도 더 많이 갖춰야됩니다. '거 봐 열심히 하니까 되잖아' 하면서 슬슬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지갑을 더 열어야 됩니다. 'FA 5명 쐈고 서산을 지었으니 이제 이기시오'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돈을 써야 됩니다.
우리가 초보 감독 버르장머리 없다고 분노했던 롯데가 최근 2군 훈련장 상동에 7억원을 추가로 투자했습니다. 외야 안전펜스와 부대시설을 1군과 똑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투자입니다. KIA와 두산은 올해 2군연습장을 새로 지었습니다. 우리처럼 서산을 지은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2군 연습장을 업그레이드 한 것입니다. 남들도 전부 투자합니다. 우리가 요 몇년 조금 더 돈을 들였지만 남들은 그전부터 써왔던 돈이죠. 이 차이를 계속 좁혀가야 합니다. 최근 몇년간 한화도 투자를 잘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단이 열심히 하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구단도 자꾸 그렇게 움직여줘야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그러면 몇 년 바짝 힘내고 또 다시 약해지는 팀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을 꾸준히 갖추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어제 기록한 [6년만의 5할]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겠죠.
어제 야구장에서 찍은 사진 한 컷을 첨부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인데, 저는 이 선수가 현역으로 뛸 때 내 응원팀이 한번 더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혹시 저 선수의 은퇴 이전에 우승팀이 되지 못해도 나중에 그런 경험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발걸음이 좀 더디더라도 방향성을 확실하게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기다릴 용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내 응원팀이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소망이 이루어지길....
와.. 마지막 사진에서 소름이...
요새 경기후 리뷰가 없으셔서
글 기다렸습니다
잘 봤습니다
맞는말 입니다. 잘 봤습니다
사진 정말 죽이게 나왔네요.
그우승 함께 해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
요즘 경기잡담 글이 없어서 기다렸네여 ㅎㅎ 저도 김태균을 가장 좋아합니다 마지막 사진과 마지막 글에서 소름이 돋네요 반드시 우리의 바람대로 모든것이 이루어 지리라 믿습니다
저도 52번 25번이 주전으로 뛰면서 우승하는 날이 오길 기다립니다.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투자가 계속되길 바랍니다.
정말 꼭 김태균선수와 함께 우승을 맛보고 싶습니다~~^^
맞아요.. 김태균선수있을때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안영명 선발 10승도 기대하구요 ㅋ
@92정민철 저두 같은 마음입니다~~~^^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꼭 그렇게 될 겁니다...
김태균 은퇴전에 우승!! 꼭 이뤄냈으면 좋겠네요
박한이 선수 생각하면 우승 한번 없는 우리 김태균 선수가 안타깝지만 꼭 은퇴전에 우승할거라 믿습니다!
맞는말씀입니다.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우리는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해야 됩니다 ~~~
3년내 우승확실합니다 감독님 틀림없이 빽업 키우고 부족함은 트레이드 해서라도 우승시킵니다 제가 경험햇습니다
허구연 위원이 기승전돔구장이라면, 1번선발님은 기승전시스템 입니다.^^여러글에서 강조하셨고, 충분히 공감하며, 몰랐던 부분을 잘 긁어 주시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오늘기사보니 구단미니버스를 한대 새로 장만했더라구요 선수단 이동하는데도 그렇코여러가지로 쓰임새가 일을거같고 그동안 2군육성에는 소홀했던거 같지만 그것은 꼭 구단의 잘못도있지만 전임 감독.코치진도 일부 책임이있다 생각함니다. 뭐이젠 지나간얘기는 그렇코 이제부터라도 지금처럼만이라도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괜찮아질거같슴니다.
김태균 선수 우승 트로피 든 모습 보고 싶어요...
좋은 글 잘읽었고, 저도 김태균선수 좋아하는데 사진 혹시 메일로 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요?ㅠ
확실히 작년, 그이전 보다는 올해 달라진 모습을 느낌니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한번 우승을 할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생깁니다~~ 말씀하신대로 지속적인 투자는 계속되야한다는 전제하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