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밍에서 파괴용 공격과 킬러 위성까지....우리도 능력 갖춰야
지구 상공의 우주 궤도에는 수많은 우주자산, 즉 인공위성이 자리하고 있다. 정찰, 통신, 관측, 항법 등 수많은 용도로 사용되면서 민간은 물론이고 군대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의존을 노리고 상대국의 인공위성 이용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파괴하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북한에 의해 우리나라도 이미 겪고 있는 우주자산 이용 방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위성을 위협하는 대표적 위협인 ASAT 미사일. 1985년 9월 13일 미국이 시험한 ASM-135A. 출처 미 공군
우주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강대국만 보유했던 위성을 보유하는 국가와 민간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위성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미국은 3,415개, 중국 535개, 영국 486개, 러시아 170개, 일본 88개, 인도 59개, 캐나다 56개가 있고,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운용하는 위성도 180개에 이른다.
현재도 계속 늘어가고 있는 위성들은 기상관측, 통신 중계, 지구 관측 등 민간 임무와 정찰과 감시 같은 군사적 목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위성 사용이 늘어가면서, 군사용 위성은 물론이고 민간용 위성까지도 이용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위성 이용을 방해하는 재밍과 관측 방해
위성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런 방해 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은 지상, 공중 또는 해상에서 위성 이용을 방해하거나 위성의 관측을 방해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행위의 대표적 수단으로 재밍과 스푸핑이 있다. 재밍은 전파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이며, 스푸핑은 전파 신호를 기만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들 모두 전자전으로 규정된다.
1) GPS 방해
▲GPS는 군은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어 방해 받으면 큰 피해가 발생한다.
▲2024년 3월 1일 기준 유럽 지역의 GPS 방해 수준 측정도
재밍과 스푸핑을 이용한 방해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많은 국가가 군사는 물론이고 민간용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위성항법시스템(GNSS) 이용 방해다. 특히, 전 세계에 걸쳐 미국이 서비스하는 GPS의 경우 통신, 항법 등 민간에서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방해의 영향이 크다. 최근 일어난 GPS 방해는 주로 북한과 러시아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북한은 2010년부터 우리 지역에 대한 GPS 재밍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2016년 3월 31일부터 해주, 연안, 평강, 금강산, 개성 인근 등에서 전파 교란과 중지를 반복하면서 군은 물론이고 민간에게도 피해를 주었다. 최근에도 재밍을 시도했는데, 한미 연합훈련 시기인 2024년 3월 5~7일까지 서해 5도 지역에 GPS 재밍을 시도했고 일부 선박 운항에 지장을 받았다. 우리나라 외에도 GPS 이용을 방해받고 있는 지역은 유럽이 대표적이다. 2018년 11월 14일 (현지 시각) 노르웨이 국방부는 러시아가 나토 합동훈련 '트라이던트 정처 2018'이 진행되는 동안 GPS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국방부는 러시아가 10월 16일부터 11월 7일까지 교란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훈련에 참가한 핀란드도 총리가 러시아의 소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의 유럽 지역에 대한 GPS 재밍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계속 이어졌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도 미군 드론의 운용을 방해하기 위해 GPS 재밍을 했었다. 북한과 러시아 외에 이스라엘도 GPS 재밍을 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을 받은 후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GPS를 재밍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 SAR 및 광학 위성 방해
▲2021년 7월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에서 전자공격을 받은 센티널-1 위성의 SAR 자료
▲2023년 11월, 세바스토폴 지역에서 관측된 GPS 재밍과 레이더 교란
▲01-02-03-러시아의 크로나 우주 정찰 복합체에 있는 칼리나 광학위성 방해 시스템
지상을 감시할 수 있는 위성은 다양하지만, 레이더 전파를 사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이하 SAR)와 광학 위성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위성에 대한 방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방해 행위가 잘 알려진 것으로 SAR 위성에 대한 방해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1년 6~7월 사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을 지나던 유럽우주기구(ESA)의 C 밴드 대역을 사용하는 센티널(Sentinel)-1 SAR 위성이 러시아의 전자전 공격을 받았다. '오픈 소스 인텔리전스'은 당시 기록된 간섭은 지금까지 탐지된 것 중 가장 강력하고 독특한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이전에 탐지된 자산과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크름반도의 세바스토폴 지역에서 전자전을 벌여 서방의 위성 정찰과 GPS 운용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러시아의 이런 행동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한 방어 대책으로 보인다. 광학 위성에 대한 방해는 지상에서 위성의 카메라를 겨냥한 레이저를 발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북부 코카서스 지방에 칼리나(Kalina)라는 레이저를 이용한 광학 위성 방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칼리나 시스템은 젤렌추크스카야(Zelenchukskaya)에 있는 러시아 국방부의 크로나(Krona) 우주 정찰 복합체의 일부로 운용되고 있다. 러시아는 트럭에 탑재된 이동식 위성 방해 레이저인 페레스베트(Peresvet)도 운용하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한 광학 위성 방해는 중국도 하고 있다.
3) 위성 서비스 해킹
위성 이용을 어렵게 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해킹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우크라이나가 이용하는 미국에 본사가 있는 위성통신업체 비아셋(Viasat)을 해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비아샛 해킹의 배후에 러시아군 정보조직인 총정찰국(GRU)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의 군용 통신위성 운용 업체도 해킹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2023년 6월 30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의하면 러시아 군과 연방정부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온 다조르 텔레포르트가 해킹을 당해 일부 서비스가 마비되었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곳은 해킹으로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핵티비스트(hacktivist) 그룹과 러시아의 바그너 그룹이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의 경우 러시아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한 거짓 주장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 위성을 파괴하는 대위성무기
재밍과 스푸핑 그리고 위성통신망 해킹이 위성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인 것에 비해, 위성 자체를 파괴하는 능동적 수단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위성 파괴 수단은 대위성(ASAT) 무기와 킬러위성이 있다. 대위성 무기는 크게 지상이나 공중에서 발사되어 탄도미사일처럼 궤도로 상승하는 직접 상승형(Direct Ascent)과 인공위성처럼 궤도에 머물다가 직접 또는 분리된 딸 위성(daughter satellite)을 사용하여 목표 근처에서 자폭하거나 충돌시키는 공통 궤도(Co-orbital) 방식으로 나뉜다.
1) 직접 상승형 ASAT
▲사일로에 설치되고 있는 러시아의 PL-19 누돌 ASAT 미사일
▲인도도 최근 DA-ASAT 미사일 시험에 성공하면서 궤도에 많은 파편을 만들었다.
직접 상승형 ASAT은 오래전부터 개발된 방식으로, 발사에서 명중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다. 미국 1958년, 구소련 1964년, 중국 2007년, 그리고 인도가 2019년에 각각 첫 시험에 성공했다. 미국은 2008년 2월 21일, 고장나 지구상으로 추락하던 정찰위성 USA-193을 태평양에서 SM-3 미사일로 파괴한 후, 자체적으로 직접 상승형 ASAT 무기 시험을 중단했다. 그러다가 직접 상승형 ASAT 시험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2022년 4월부터는 유엔을 통해 국제적인 금지 규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 인도는 미국의 DA-ASAT 시험 금지 시도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A-235 PL-19 누돌(Nudol) ASAT 미사일을 개발하여 2015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약 12회 정도를 시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2007년 1월 고장난 기상위성을 SC-19 ASAT 미사일로 처음 파괴한 후 공식적인 시험을 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으로부터 위성 발사 등을 가장하여 관련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 공통 궤도형 ASAT
▲공통 궤도 ASAT 시험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의 재활용 무인왕복선 CSSHQ
공통 궤도형 ASAT은 공격을 수행할 위성이 목표 위성과 거의 같은 궤도를 돌면서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적이 매우 어렵다. 공통 궤도 ASAT 능력은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까지도 비밀리에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이던 196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여러 차례 위성 파괴 시험을 했다. 소련 해체 후 들어선 러시아는 201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재개하여 여러 차례 실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시험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1월 30일 발사된 코스모스 2565 위성이 12월 2일 딸 위성 코스모스 2566을 방출하고, 12월 24일에도 다른 딸 위성을 방출했다. 유사한 활동은 2023년 11월 23일 코스모스 2570에서도 있었다. 중국의 공통 궤도 ASAT 능력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추측되고 있다. 중국의 첫 공통 궤도 ASAT 능력 시험은 2021년 12월 스지안(SJ)-21 위성이 오작동 중인 베이더우 위성인 컴파스 G2와 도킹에 성공한 후 로봇 팔을 이용하여 이 위성을 지구동기궤도(GEO) 위의 무덤 궤도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시험용 무인우주선 CSSHQ를 이용하여 공통 궤도 기동을 수행하는 물체를 여러 차례 방출하는 것을 관측하는 등 중국의 공통 궤도 ASAT 능력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3) 우주쓰레기 처리 기술로 위장할 수 있는 킬러위성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기술이 킬러 위성으로 악용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주에 많은 위성이 발사되었지만, 수명이 지난 많은 위성이 회수되지 못하고 궤도를 떠돌고 있고, ASAT 같은 우주 무기 시험을 발생한 파편, 우주인들이 작업 중 놓친 공구 등 다양한 물체들도 다른 위성을 위협하고 있다. 우주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미국·러시아·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그리고 중국도 작살·그물을 이용하는 쓰레기 처리 위성이나 로봇 팔로 지구 중력권으로 떠미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 처리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다른 나라의 위성을 방해하거나 파괴하기 위한 킬러위성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2016년 6월 중국은 하이난섬에서 창정 7호 로켓에 우주 쓰레기 처리용 위성을 탑재하여 발사했다. 중국 항공우주 과학기술공사 담당자는 로봇팔로 수명이 다한 위성을 모아 지구로 돌려보내 바다로 안전하게 추락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천문 관측소 연구원은 로봇으로 우주 쓰레기를 모두 치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이 청소 로봇이 군을 위한 잠재적인 대위성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통 궤도 ASAT 능력에서 소개한 2021년 12월 중국의 스지안-21 위성으로 컴파스 G2 위성을 무덤 궤도로 보낸 것도 이런 능력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런 능력을 악용할 경우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위성을 무력화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이상으로 위성으로 대표되는 우주자산을 위협하는 여러 위협을 살펴보았다. 이들 위협 중 일부는 우리나라도 이미 겪고 있는 것이지만, 반대로 우리도 갖춰야 할 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즉각적인 저궤도 위성 파괴가 가능한 직접 상승형 ASAT의 경우 미국 등 서방권이 금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등 국내외적 여건을 고려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