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전후 목포 풍경 2
2020. 4. 금계
4월 15일 오전 7시, 우리 부부는 집에서 가까운 목포대 목포캠퍼스에 마련된 투표소에 가서 일찍 투표를 마친다. 사람이 많지 않아 체온 재고 소독약으로 손 씻고 수월하게 투표를 마칠 수 있어 좋았다. 무슨 투표용지가 그리도 긴지.......
목포에서 살아온 40년 동안 내가 찍은 사람은 한 번도 국외의원이나 시장이 되지 못했다. 목포 시민들의 민도가 낮은 건지, 내가 늘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건지 도무지 수수께끼다.
이번에도 내가 찍은 사람은 떨어질 공산이 크다. 거 참, 그 사람이 들어가야 똑 부러지게 일을 잘 할 것 같은디.......
투표를 마치고 아침을 먹고 어제에 이어 또 바람둥이를 끌고 거리로 나선다. 어제는 뒷개 공원, 노을 공원으로 해서 리라유치원, 해양대학교, 신안 비치호텔, 대반동 인어 동상, 목포항, 삼학도 공원을 돌았지만, 오늘은 하당 쪽이다.
이로초등학교. 나는 고향이 나주이지만 마나님은 이로초등학교 출신이다. 게다가 아들 셋이 엎드리면 코 닿는 곳에 교육대 부설초등학교를 놔두고 모두 이로초등학교를 다녔다. 추첨에서 번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웰빙공원에 걸린 현수막. 이용을 자제하랬지만 평소에 산책하던 사람들은 현수막이 붙든지 말든지 계속 웰빙공원을 걸어 다닌다. 그래도 목포는 운이 좋은 편이다. 확진 환자가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웰빙공원은 예전에 기차가 다니던 철로였다. 기차가 다니려니까 깔크막(가풀막)이 심하지 않아 걷기에 편하다. 오늘은 통행인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오늘 이쪽도 영산홍의 전성시대. 노란 나무 이파리가 꽃보다 더 화려하다.
공용버스정류장이 궁금하여 대합실에 들어가 보았다. 코로나의 영향 때문인지 휴일인데도 평소보다 이용객이 조금 적은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시내버스도 전보다 승객이 표 나게 줄었다.
공용버스정류장 언저리 육교 교각에 그려진 벽화. 그린 지 얼아 안 되었는지 색깔이 산뜻해서 보기 좋다.
노란 열매는 비파다. 비파는 목포시의 市(시)木(목)이다.
서울사람들은 비파를 잘 모른다. 남쪽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여러 가지로 건강에 좋은가 보다. 요즘 비파 열매는 기적의 열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비파 열매에는 비타민, 펩신, 능감산 등이 고루 들어 있어서 만병통치약이라고, 집에 비파나무 한 그루가 있으면 아픈 사람이 없어서 ‘무환자 나무’로 알려져 있단다.
목포 국회의원 민생당 3번 박지원 후보. 목포에서 18, 19, 20대 국회의원 역임.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 신인 더민주당 김원이 후보와 맞붙어 위태롭다. 정치9단이 쉽게 패배하지는 않겠지만 이번에는 더민주당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정의당 6번 윤소하 후보는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어 텔레비전에도 자주 나오고 맹활약을 했다. 그러나 이번 21대 국회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서는 정치거물 박지원 후보, 더민주당을 등에 업은 김원이 후보와 맞붙어 고전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후보들의 사람 됨됨이를 따져보기 이전에 어느 당 소속인가부터 따지기 십상이다.
삼향천. 여기도 봄이 만발했다. 앞쪽에 유채꽃, 냇가에는 갈대, 개울 너머 저쪽에는 만개한 벚꽃.
제주도에서는 관광객들 못 오게 하려고 유채꽃을 모두 갈아 엎어버렸단다.
신안군 임자도에서는 해마다 튤립 축제를 여는데, 올해에는 관광객들 못 오게 하려고 백만 송이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꽃만 꺾었단다. 줄기와 뿌리는 내년을 위하여 남겨두었단다.
코로나는 수많은 아이러니를 낳았다.
삼향천은 수원이 충분치 못한데다가 생활하수가 많이 유입되어 그리 맑지 못한 것이 흠이다. 사정만 허락한다면 서울 청계천처럼 상류에 수돗물을 폭포수처럼 쏟아 부으면 맑아질지 모른다. 그래도 잉어가 파닥거리고, 오리가 살고, 양쪽 냇가로는 훌륭한 산책로가 나 있어 시민들을 기쁘게 해준다.
군데군데에는 징검다리까지 놓여 있어 냇물을 직접 건너면서 잉어도 구경할 수 있다.
가끔은 물을 맑게 하려고 분수도 설치해 놓았다. 갈대와 어울려 제법 운치가 있다.
잔잔한 수면 위에 건물 그림자가 거꾸로 누워 있다.
냇둑에다 키 작은 나무로 글씨를 써놓았다. 한글로 썼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
삼향천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봄바람이 휘감아 도는 저 출렁다리를 건너면 가슴이 설렐 것만 같다.
배가 구쁘다. 짜장면을 주문한다. ‘착한 가격 모범 업소’ 짜장면 양은 살짝 적은 듯한데 맛은 아주 좋다. 잘 먹었노라고 인사를 하고 나온다.
평화광장 2km 가까운 산책로. 투표 때문에 휴일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사회적 거리’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여기도 삼학도 공원처럼 예쁜 튤립이 많이 피어 있다.
폰타나 호텔. 나는 저 호텔의 사각형을 무너뜨린 겉 테두리를 몸살 나게 좋아한다.
목포8경으로 꼽히는 牙(아)山(산)春雨(춘우)(아산에 봄비 내릴 때)
평화광장 바다 건너 평평한 능선이 아산이다.
목포8경으로 꼽히는 笠巖(입암)落照(낙조)(갓바위에 비치는 저녁노을)
정면에서 바라본 갓바위.
갓바위 주위를 맴도는 갈매기.
혹시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라도 기다리는 것일까.
갓바위 출입구 꽃 장식. 돔으로 치면 딱돔을 많이 닮은 것 같다.
딱돔의 별명은 ‘샛서방 고기’ 맛이 좋다는 뜻이다.
평화광장에서 바라본 영산강 하구둑 수문.
갓바위 관광특구, 해양유물전시관.
연둣빛으로 물든 갓바위산(입암산).
15일 밤 11시까지 개표 방송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16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직도 개표 방송을 하고 있는데 잠들기 전보다 더민주당이 훨씬 당선자가 늘어났다. 지역구 163명, 비례대표 17명, 도합 180명. 300석 가운데 5분의 3을 차지했다.
목포에서도 서울 부시장을 지낸 더민주 김원이 씨가 당선했다.
이번 선거는 더민주당이 잘해서 이겼다기보다는 통합당이 잘못이 많아서 이겼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코로나의 위기를 대통령이 정성껏 잘 수습해서 표가 더민주당으로 쏠렸다고도 한다.
어찌 됐건 더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고의 정점을 찍었다. 산에는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내려오기는 더 힘들다.
더민주당은 이제 내려올 일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려올 때 잘 내려와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