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정상을 보며 등산을 하다보면 으례 이름모를 꽃이며, 바람이며.. 눈길 하나 못주고 지나치지.
그러다 문득 산등성이에서 지나온 길을 내려다 볼 때, 갑자기 그리움으로 펼쳐지는 산아래의 정경.. 고향에 대한 추억 또한 마찬가지
금강의 곱고 부드러운 모래(이것은 신탄진이나 한강모래를 밟아본 뒤에 깨닫게 된 사실-)에서 새끼 자라들을 쫓던 시절, 창벽까지 가서 끄리를 잡아 읍내까지 밤길을 걸어 올 때의 기쁨,
논산까지 무작정 자전거로(이희권과 함께였지) 일주를 하고 거의 핸들에 매달리다시피 탈진하며 시시덕거리며(지금 애들은 이렇게 기어변속도 안되는 방자?하기만 한 짤짤이를 외면하겠지-) 돌아오던 기억 들이 아스라히 떠오르는 곳.
바쁘기만 한 생활속에서 난 판에 박은 '부고인'이란 얘기를 퍽도 많이 들어왔다.(요즘 사귀고?? 있는 아줌마로부터도 역시 '사대부고'였군요..라는 얘기를 듣고 부고인의 긍지를..!)
천애의 고아마냥 객지생활(농수산통계사무소 시절)을 시작했을 때 불쑥 하숙집에 찾아와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며 걱정해주던 고마운 백군, 예산읍내에서 출장중이던 나를 '네가?..'하며 부둥키고 어깨를 두드려주셨던 아, 윤선생님(당시 당진으로 승진발령차 가시던 길)
논산입대후 조치원통합병원에서 만나 밤새 술잔을 기울였던 신군, 대전공군교육사 인사처에서 황망하기만 했던 내 영혼에 격려와 도움을 주던 두분 선배님들(15회), 전매청과 대동1동(대전)사무소 시절 만났던 선배.. 난, 이런 정신적 자양분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한걸음씩 나아갈수 있었지.
학부시절 4학년 무렵 안기부사무관 특채제안이 들어왔을 때, 다시 공직생활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기업을 택했는데, 이것이 바로 나로 하여금 평생의 일꾸러기가 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될줄이야..
기아자동차는 결코 불을 내리지 않는 곳이었다. 당시 기획조정실은 일요일도 없었고, 밤 1시 퇴근, 또는 철야 둘중의 하나.(동아차와의 합병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기아는 끝끝내 박통시절의 새마을운동분위기 일색으로 달렸다)
저녁 11시에 직장바둑대회가 열리는 것은 예사.. 잠을 도시 모르는 사람들의 번들거리는 얼굴(속칭 개기름이랄까?)에 가정과 바꾼듯한, 심야의 웃는 이빨(막켄나의 황금이빨?)만이 클로즈업되고.
이상복, 이용길 정말 미안해. 근처에 있으면서도 한번 못 만나고.. 백배 사죄를.. 근데, 이 때는 정말 예비군훈련도 못가게 하던 시절이라서(양계장의 폐계닭 신세)
이용길, 날잡아서 꼭 낚시 한번 같이 가자(10월초에 안인에 가면 학-꽁치를 쿨러에 가득 담아올 수 있다구, 낚시꾼의 말은 95%가 거짓말이라지만, 여긴 화력발전소의 따뜻한 물 땜에 수면에서 광분하는 학공치를 보면 초심자도 온 몸에 본능적인 전율이.. 이 정도 운을 떼 놓으면..후후)
3년간의 갈등속에서 그럭저럭 기아맨이 되고 말았지.
이모 의원 선거 때 이군, 정군, 남군, 박상진 경무관(부고1회), MBC맨들과 밤낮을 잊고 전략을 짜던 그 때 부고인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지. 날 불러준거 정말 고맙고, 두고두고 좋은 경험이 됐지.
.. 에라, 다 잊고 출세나 하자, 열심히, 열심히, 음, 기왕이면 입사동기(200명)들보다는 빨리, 다행히 요직을 두루 거치고(정보통신과장, 판매회계과장, 감사실영업조사과장),
.. 과로맨이 되어 전국을 누비는데, 김선홍 회장이 감사실에 내려오는 빈도는 점점 높아지고, 전산실의 부고맨들과 회계부 원가팀들은 기아항공모함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 농구단 라차장님(부고 7회)과 같이 국사?를 논의하던중, 충남지역본부 관리차장으로 발령(..아, 구조조정의 시작인가?..)
김영렬본부장(부고9회)과 충남지역 지점장들께 한달간의 봉사후 기아를 떠날것을 천명하고,
결국 정든 기아를 석별. 당시 김본부장께서는 감사실에 있던 후배의 상황논리를 백번 이해하고 염려해 주신분.
그러나, 꿈많은? 퇴직(이런 한가한 퇴직도?)후 6개월뒤 기아사태가 발생하고 퇴직금으로 받았던 주식은 그야말로 휴지로 변해 있었지. 더구나, 기아라고 하는 항공모함에서는 탈출할 수 있었으나, IMF라고 하는 더 큰 파고가 기다리고 있을줄은 꿈에도 정녕..(결국 무슨 고양이가 밤눈을 못본다더니만..)
동서와의 동업도 출렁거리고(원래 동업은 할게 못됨), 그간 틈틈이 준비한 원고도 계약금만 받고는 난파, 표류(내 원고를 맡은 출판사도 회장과 주간간의 동업이 깨져 한순간에 오늘의 아군이 적군으로 등을 돌리는 바람에 내 준비물만 지금껏 공중에 떠있으니..내 원고 돌리도!)
원인은 욕심.. 잘나가던 개인회사가 어느날 법인으로 바뀔 때 쯤이면 으례 이런 사태가 발생(지분율 다툼)
결국 사업이나 프리랜서는 운수소관상 할 짓이 아닌것으로 판단하고 지금 몸담고 있는 관리단(2000.1.1일 창단)으로 발길을 돌리고, ..또 다시 팔자와는 거리가 좀 있다고 생각하는 공직생활을 시작.
음, 회원?들을 위해 관리단을 잠시 소개하면, 과거 지방청 소속의 전국 면허시험장을 본청의 관리단으로 통합관리하고, 선진 기업경영을 도입하야, 수익을 극대화하고 최상의 고객만족을 지향하고, 어쩌구.. 좌우간 창단은 피곤한 작업...
작년에는 사업계획 짜느라고 면벽 5일(앉은 자리에서 5일 밤낮을 강행 - 피골이 상접하고.. 이것은 영자버전보다 좀 나은 다이어트 성공사례), 우여곡절 끝에 지난 6.9일 행자부 주관의 책임운영기관 워크샵에서 관리단이 최우수기관으로 대통령상을 타는 영예를!..
음, 순식간에 일필휘지하려니, 숨이 차네, 동기들한테 가끔씩이라도 소식 전하기로 약속하고, 여기서 마무리를.. (당분간 등산가자는 얘기는 못들은걸로 함 - 탈진) 음, 난 언제나 뒷말이 많아 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