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길 / 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 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 를 발음해 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모세의 이름은 물에서 '태어났다'라는 뜻입니다.
그는 40년을 궁중에서 자랐으며, 교육도 받았습니다.
싸우는 동족에 끼어들게 되어 한명을 살해하고 미디안 광야로 도망가
미디안족과 40년을 살았습니다.
유대민족을 이끌고 역사적인 출애굽을 하여
다시 미디안 광야로 와서 40년을 살아 갑니다.
가나안땅과 이집트의 거리는 약 640Km으로 자동차로 8시간 도보로는
보름길(15-20일)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이 보름길을 약 40년만에 가나안땅에 들어 갑니다.
선택된 민족으로 성장하게 된 뒤에 가나안에 들어 간 모세입니다.
철이 들은 것이 40세. 그리고 곤난을 받으면서 단련했던 것이 40년.
민족을 이끌어 가나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던 것 광야의 40년.
모세는 거기까지 였습니다.
가나안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참 먼길을 걸어 왔는데......
120년을 동안 걸어온 길을 자기 민족은 좀더 빨리 가까운 거리로
가게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50년대에 미국의 유명한 대학으로 유학을 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알아 주는 부자였습니다.
부인도 서울에서 명문대학 나온 사람입니다.
어려웠던 그 시절 경제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경제개발에 선두에 섰습니다.
권력과 부를 거머쥔 그는 자기 자식들이 자기보다 더 편안하게,
더 빠른 길로 가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자녀들은 그 보다 더 먼길을 갔습니다.
먼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것 같은데 왠일인지 그들은
더 어렵고, 더 먼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년은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자기를 떠난 부인.
힘들게 사는 자녀들.
죽었을 때 남겨진 것은 얼마되지 않은 재산이었습니다.
어렵게 공부한 사람이 있습니다.
장애인의 아버지.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
야간학습으로 검정고시 합격한 후 고등학교 갔습니다.
별별 아르바이트를 다 했습니다.
겨우 들어간 대학은 7년만에 졸업하였습니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습니다.
졸업 후 특채로 고급공무원이 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참 어려운 길을 걸어 왔습니다.
그런 그는 자기 자식만은 자기와 같이 힘들고 어려운
먼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카나다로 아들을 유학을 보냈지만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돌아왔습니다.
딸 역시 강남으로 이사까지 하였지만 실패하였습니다.
지금 그의 자녀들 역시 어려운 먼길을 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자기보다 더 나은 길을 걷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뜻대로 되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달을 가는데는 직선으로는 가지 못합니다.
곡선으로 가야 합니다.
먼 길로 돌아 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조급하여 곧장 가려고 합니까?
나팔꽃이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갑니다.
그것이 그의 최단거리입니다.
삶은 때때로 먼길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삶이란 자신이 살아가는 것이지 그 누구도 못하나 봅니다.
좀 더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먼길로 가는 것 같은 제 두아들.
아직 40세가 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