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성수점 검품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김정현이라고 합니다.
우수사원이니 에이스니 그런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그래도 여러 동료들과 어울려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맞벌이하는 아내와 다섯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고, 대다수의 여러분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밴드5 사원입니다.
그리고 저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의 조합원이고, 성수지회 지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처음 공개할 당시 밴드직 조합원은 점포에서 제가 최초이자 유일했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궁금하고, 약간 무서운 것도 있어서 상당히 긴장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동행하던 지회 간부에게 ‘이거 내일부터 어떻게 되는 거야? 나 막 따돌림 당하고 그렇게 되나?’라고 반 농담 식으로 물어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거-그는 실제 그런 경험을 해봤던 사람이었습니다- 라는 답변이 있었지만요.
그 뒤 설왕설래가 있었는지 소문은 금방 퍼진 편이었고, 그리고는? 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뭐 물론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자세히 다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가 마음 불편하게 회사생활을 할 일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그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일을 하고, 거기에 조합 활동이 덧붙여진 느낌 정도입니다.
그 뒤로 바뀐 게 있다면 연차 쓰는 것도 편해졌고, 모처럼 일찍 끝나는 날 눈치보다 늦게 가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 전보다 안 좋아진 부분은 없는 거 같아요. 물론 이게 온전히 제 노조활동이 결과물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습니다만, 최소한 마이너스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뒤 사석에서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대체적으로 같은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노동조합을) 왜 하냐고. 구구절절 얘기하자면 길지만, 그때마다 제가 했던 얘기는 ‘회사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라도 노동조합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였습니다.
비록 길지는 않지만 10년 가까이 몇 군데 점포에서 이마트를 다니며 회사에 아무런 불만도 없는 사람을 저는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나름 주 35시간제를 시행하는 회사인데, 칼같이 지키면서 워라밸을 누리고 계십니까? 뭔 행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데 ‘이게 맞나?’싶은 적이 한 순간도 없으셨나요? 일하는 사람은 점점 주는데, 일은 그만큼 줄었나요? 회사 매출은 늘었다는데 우리한테는 무엇이 돌아왔습니까? 1000억이 넘게 들어 만들었다는 시스템은 왜 이 모양일까요? 고과시즌 마다 만족하고 계십니까? 진급 못하고 적체된 밴드5는 점포별로 십수명씪 있는데, 잡포는 권역에서 가뭄에 콩나듯 하는 상황은 맞는 건가요?
밴드5를 위한 노동조합은 없다? 지금 있는 노조를 ‘써먹어야’ 한다!
가끔 공통직 동료들이나 선배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우리 회사에는 밴드들을 위한 노조가 없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다른 노조의 이야기는 차치하고라도, 저희 노조는 ‘전문직 노조’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듯 합니다.
밴드5를 위한 노동조합을 만드는 길은 딱 하나 뿐입니다. 더 많은 공통직들, 특히 밴드5 사원들이 노동조합에 합류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와 적당히 타협하는 노조가 아니라 제대로 싸우고 굽히지 않는 노동조합에 함께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노조가 있는데, 굳이 길을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요? 있는 노조를 써먹지도 못하면서 무슨 ‘밴드직을 위한 새로운 노조’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바람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특출난 능력도 없고, 딱히 내세울 장점도 없습니다. 회사생활에서 바라는 것도 대단한 게 없습니다. 인력 없어서 허덕대지 않게 해주고, 최소한 체감하는 월급이 줄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제가 아니더라도 일 잘하고 능력 있는 동료들은 좀 그만큼 대접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본질적인 방안들 –인력충원이나 임금인상같은-은 제쳐놓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편법으로 자화자찬 하는 꼴은 좀 안 봤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우리 사원들이 뉴스기사에 나오는 야구단 소식에 기분 나빠지는 일이 반복되어야 할까요?
언제든 저보다 훌륭한 밴드5 사원들중 누군가가 우리 조합에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처럼 평범한 밴드직 사원들이 우리 조합에 더 많이 함께하면 그 또한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조합은 밴드5 들을 위한 더 다양하고 풍부한 제안이나 싸움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렇게 되면 회사의 그 누구도 밴드직 전문직 갈라치기를 못하고, 우리는 더 큰 힘으로 더 많은 것을 받아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평범한 바람이 언젠가 평범한 일상이 되는 날이 오기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으며, 제 현장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조합 활동도 하면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누군가 결심을 한다면,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미흡하지만 저도 있고, 저보다 훌륭한 노동조합의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더 많이 있으니까요.
첫댓글 김정현지회장님~~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