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뱀
얼굴
타인을 들고 문을 나갔다
나의 열세 번째 시뮬레이션에서
장미장미
가서 열어 보세요
구포강가
마트의 산란
방금 도착한 편지에 딸기는 무더기로 익네
도마뱀과 대화하는 법
달콤한 사회
퇴근길
질문 그리고
흐르던 유전자는 새 집을 지을 거야
G코스로
2부
로드맵
거리
1부
뱀
얼굴
타인을 들고 문을 나갔다
나의 열세 번째 시뮬레이션에서
장미장미
가서 열어 보세요
구포강가
마트의 산란
방금 도착한 편지에 딸기는 무더기로 익네
도마뱀과 대화하는 법
달콤한 사회
퇴근길
질문 그리고
흐르던 유전자는 새 집을 지을 거야
G코스로
2부
로드맵
거리
부화장 2
다리와 다리의 종아리를 불러 집으로 들까
연날리기
근대 사진전
명랑한 소풍
막차
가구 매장
제비꽃
해골들이 돈을 번다
기장시장
매일 밤 하나씩 떨어진 유성이
할인할인
퍼포먼스
3부
좋은 생각
나는 마루입니다
모자이크 처리
오렌지시장
무희
사육사
쪽잠
분수가 불쑥 기차 속으로 들어온다
윤의 기도
갈비뼈 안쪽
멍
벽걸이용 바다
밥
부추
조깅하는 호스
4부
비를 고친다
누드 화분
회문
막
전화기는 수리 중
가죽배낭
가장 기본적인 또는 가장 규칙적인
초콜릿 버릇
헛기침의 서
한 손은 올라가자
동동 네일아트
표본실
내 살에 박힌 너
조르바의 시간
지니처럼
해설 낯선 ‘사이’의 존재론 ; 수사와 거부, ‘사이’에서 길 찾기 · 백인덕
전통 수사법과 다른 방식의 수사의 시집 펴낸 이효림 시인의 첫 시집 『명랑한 소풍』 2007년 『시와 반시』 신인상에 「벽걸이용 바다」 외 4편의 시로 등단한 이효림 시인이 등단 8년 만에 첫 시집 『명랑한 소풍』을 출간했다. 이효림 시인의 시를 읽는 독자들은 우선 낯설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시의 전통 수사법을 거부했기 때문이지만 사실 수사법에는 전통이 없다. 그렇기에 전통적 수사와는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무엇을 ‘가장 기본적인 혹은 규칙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과 같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표제작인 「명랑한 소풍」을 세밀하게 읽어보자.잠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머리카락 끝에 누워 있는 잠구두는 깜박 졸고 열려 있는 귀를 민다별이 내릴 동안 하늘은 계단 아래 허리를 구부리고죽어서 어여쁜 과거, 지문 없이 잘 썩은 꽃향기 들판에 지천으로 핀 엄마, 엄마는 젊고 동생은 언제나 작고 나비 날고 나는 어여쁘고 앞집에는 네가 살고 있다 잠을 열면 레일을 벗어난 철학이 더 달콤하여 장미는 흑백이며 서민적이며 새들은 목구멍에서 내일 내일 뿌리를 내린다 비들은 계속 알을 까고 쥐들이 햇살을 갉아대는 첫 번째 주말은 유토피아를 사러간다 개가 큰소리로 짖으며 산들은 몇 개 더 골목을 만들고 양지를 골라 코미디를 심는다 딸랑거리며 깡통 찬 고래가 밀림을 걸어간다-「명랑한 소풍」 전문표제시 「명랑한 소풍」은 현대 태동기의 일상의 비참을 애써 여유로 포장한, 아니 지금도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저녁의 강변 캠핑 같은 씁쓸한 여운을 풍긴다. 이 작품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간성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드러난다는 점일 것이다. “잠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라는 시적 열림은 사실 ‘개폐開閉’를 동시에 함축한다. ‘머리카락, 구두, 별’ 등 시적 사물들이 아직 잠에 취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잠을 열고’ 나간 화자가 들어서게 되는 지점, 즉 “죽어서 어여쁜 과거”가 문제가 된다. 거기서는 여전히 “엄마는 젊고 동생은 언제나 작고 나비 날고 나는 어여쁘고 앞집에는 네가 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과거 회귀가 아니라 과거가 현재로 소환되어 ‘유토피아’를 형성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잠’ 밖의 화자는 곧바로 “장미는 흑백이며 서민적이며 새들은 목구멍에서 내일 내일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뒤를 이은 부분, “깡통 찬 고래가 밀림을 걸어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현재형으로 쓰인 것 같지만, 불가능한 표상이므로 미래가 현재로 소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시인은 ‘흑백 장미’의 현실을 에워싸는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소급하지만, 현재의 잿빛(쥐) 상태에 대한 구체적 묘사나 진술을 극도로 거부한다...
전통 수사법과 다른 방식의 수사의 시집 펴낸 이효림 시인의 첫 시집 『명랑한 소풍』 2007년 『시와 반시』 신인상에 「벽걸이용 바다」 외 4편의 시로 등단한 이효림 시인이 등단 8년 만에 첫 시집 『명랑한 소풍』을 출간했다. 이효림 시인의 시를 읽는 독자들은 우선 낯설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시의 전통 수사법을 거부했기 때문이지만 사실 수사법에는 전통이 없다. 그렇기에 전통적 수사와는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무엇을 ‘가장 기본적인 혹은 규칙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과 같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표제작인 「명랑한 소풍」을 세밀하게 읽어보자.잠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머리카락 끝에 누워 있는 잠구두는 깜박 졸고 열려 있는 귀를 민다별이 내릴 동안 하늘은 계단 아래 허리를 구부리고죽어서 어여쁜 과거, 지문 없이 잘 썩은 꽃향기 들판에 지천으로 핀 엄마, 엄마는 젊고 동생은 언제나 작고 나비 날고 나는 어여쁘고 앞집에는 네가 살고 있다 잠을 열면 레일을 벗어난 철학이 더 달콤하여 장미는 흑백이며 서민적이며 새들은 목구멍에서 내일 내일 뿌리를 내린다 비들은 계속 알을 까고 쥐들이 햇살을 갉아대는 첫 번째 주말은 유토피아를 사러간다 개가 큰소리로 짖으며 산들은 몇 개 더 골목을 만들고 양지를 골라 코미디를 심는다 딸랑거리며 깡통 찬 고래가 밀림을 걸어간다-「명랑한 소풍」 전문표제시 「명랑한 소풍」은 현대 태동기의 일상의 비참을 애써 여유로 포장한, 아니 지금도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저녁의 강변 캠핑 같은 씁쓸한 여운을 풍긴다. 이 작품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간성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드러난다는 점일 것이다. “잠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라는 시적 열림은 사실 ‘개폐開閉’를 동시에 함축한다. ‘머리카락, 구두, 별’ 등 시적 사물들이 아직 잠에 취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잠을 열고’ 나간 화자가 들어서게 되는 지점, 즉 “죽어서 어여쁜 과거”가 문제가 된다. 거기서는 여전히 “엄마는 젊고 동생은 언제나 작고 나비 날고 나는 어여쁘고 앞집에는 네가 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과거 회귀가 아니라 과거가 현재로 소환되어 ‘유토피아’를 형성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잠’ 밖의 화자는 곧바로 “장미는 흑백이며 서민적이며 새들은 목구멍에서 내일 내일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뒤를 이은 부분, “깡통 찬 고래가 밀림을 걸어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현재형으로 쓰인 것 같지만, 불가능한 표상이므로 미래가 현재로 소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시인은 ‘흑백 장미’의 현실을 에워싸는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소급하지만, 현재의 잿빛(쥐) 상태에 대한 구체적 묘사나 진술을 극도로 거부한다. 비약하자면, 이효림 시인의 이런 시적 스탠스stance는 이번 시집이 개인적 감정의 토로나 섣부른 지식과 사고의 전시가 아니라는 것을 역으로 증명한다. 세계와 맞서려는 의지와 열정과 분투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해체와 결별을 통해 시의 지평 확대와 전혀 색다른 경지를 꿈꾼다 이효림 시인이 『명랑한 소풍』을 통해 보여준 여러 특징들 중에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시어를 하나의 하이데거식으로 말하면, ‘단어’의 차원에서 ‘낱말’의 차원으로 변형하고자 했던 시도와 결실이라 말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단어를 의미를 실어 나르는 용기로 인식하는 현상을 비판하면서 의미와 형태가 분리될 수 없는, 결국 형식과 의미가 불가분리인 상태의 언어를 낱말로 재정의 했다. 결국 구조의 부분이 아니라 외화, 확장되어 구조가 되는 언어의 힘, 또는 생기生氣를 강조한 것이다. 또 서정의 의미를 확대 해석한다면, 아니 서정의 의미 그대로만 이해할 수 있다면 이효림 시인의 이번 시집은 우리 시의 지평을 확대하면서, 시적 의미 이전에, 시인의 감정 이전에, 시의 사회적 반향 이전에 시를 구성하고, 아니 나아가 존재를 형성하는 언어 자체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작업이 될 것이다.비좁은 골목길깡통 속에 제비꽃 숨어들었네버려진 목숨이 목숨을 키우고 있네가슴에 퍼 담은 햇살 오후 가득 담장을 부풀어 올랐네 낮꿈이 일어나 걸었네 스타카토로 멍. 든. 여. 자.걷어차인 자욱이 선명한 깡통 밖으로 팔이 자꾸 자랐네헐벗은 등줄기를 세우고 향기를 밀었네굽은 줄기가 디스크를 앓았네골목의 비린내 취기로 오르고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울었네 낡은 표정이 자라는 골목 깡통 밖으로 꿈 밀어 올렸네-「제비꽃」 전문위 시에서 보여주는 “버려진 목숨이 목숨을 키우고 있네/ 가슴에 퍼 담은 햇살/ 오후 가득 담장을 부풀어 올랐네”라는 표현보다 제비꽃의 생생한 개화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서정적이지 않은 시는 없다. 문제는 자연을 재현할 수 없음에도 자연에서 언어를 추출한 듯이 선전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언어는 언어에서 제 적敵을 만나고 적과 사랑을 나누고 뿌리를 뻗고, 입을 열어 꽃을 피우고 그 꽃을 발등으로 뭉개버릴 것이다. 무한반복하며 그럴 것이다.시인들은 대부분 첫 시집에 자신이 걸어갈 시의 행로를 숨겨놓는다. 이효림 시인의 경우 그것은 아스팔트에 씨앗 심기, 가로수 난간에 고양이 심기, 깎아낸 언덕에 떨어진 유성을 묻기, 유리구두에 붉은 꽃 피우기, 심장에 얼음조각 심기 등으로 예견된다. 상반된 두 자아, 차갑게 등 돌린 사물을 끌어안아 활달한 관계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열망이다. 그것들의 관계는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물들이 제각각 낯선 타자로 자유를 얻는 데 있고 그래서 그의 시에 포착된 존재와 현상들은 관계 맺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운동한다. “내가 빠져나가자 네가 가득 들어왔네”처럼 해체와 결별을 통해 전혀 다른 경지에 가닿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