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28일 치열한 저항정신과 새로운 형식으로 자유와 삶을 노래한 1960년대 대표시인 김수영(金洙暎.1921∼1968) 선생을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했다.
김수영은 1950년대와 60년대를 통해 현대시 영역에서 시의 현대성을 가장 적극적이고 날카롭게 탐구한 시인으로 꼽힌다.
그의 초기 시는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아 전통을 전면 부정하는 난해한 성향을 띠었으나, 4.19를 경험하면서 자유의 이념과 그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 그리고 소시민의 비애를 실험적 형식으로 성찰하는 시를 발표했다.
문화부는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연제백일장(9월23일. 부산 연제문화원), 김수영 문학평론 발간(9월중, 민음사) 등의 기념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임형두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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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1961>
死靈
.... 活字는 반짝거리는 하늘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靈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도 저 돌벽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靈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1959>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1960. 6. 15>
어느날 古宮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십사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원 때문에 십원 때문에 일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 11. 4>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968. 5. 29>
폭포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김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1957>
序詩
나는 너무나 많은 첨단의 노래만을 불러왓다
나는 정지의 미에 너무나 등한하였다
나무여 영혼이여
가벼운 참새같이 나는 잠시 너의
흉하지 않은 가지 위에 피곤한 몸을 앉힌다
성장은 소크라테스 이후의 모든 현인들이 하여온 일정리는
전란에 시달린 이십세기 시인들이 하여놓은 일
그래도 나무는 자라고 있다 영혼은
그리고 교훈은 명령은
나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용서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이 시대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요구하는 밤이다
나는 그러한 밤에는 부엉이의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지지한 노래를
더러운 노래를 생기없는 노래를
아아 하나의 명령을
<1957>
밤
不正한 마음아
밤이 밤의 窓을 때리는구나
너는 이런 밤을 無數한 拒否 속에 헛되이 보냈구나
또 지금 헛되이 보내고 있구나
하늘아래 비치는 별이 아깝구나
사랑이여
무된 밤에는 무된 사람을 祝福하자
<1958>
生活
시장거리의 먼지나는 길옆의
좌판 위에 쌓인 호콩 마마콩 멍석의
호콩 마마콩이 어쩌면 저렇게 많은지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모든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의
애정처럼
솟아오른 놈
(유년의 기적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나)
여편네와 아들놈을 데리고
낙오자처럼 걸어가면서
나는 자꾸 허허..... 웃는다
무위와 생활의 극점을 돌아서
나는 또하나의 생활의 좁은 골목 속으로
들어서면서
이 골목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친다
생활은 고절이며
비애이었다
그처럼 나는 조용히 미쳐간다
조용히 조용히
<1959. 4. 30>
파밭 가에서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앉은 석경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1959>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
기념탑을 세우자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이제야말로 아무 두려움 없이
그놈의 사진을 태워도 좋다
협잡과 아부와 무수한 악독의 상징인
지긋지긋한 그놈의 미소하는 사진을 -----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 안 붙은 곳이 없는
그놈의 점잖은 얼굴의 사진을
동회란 동회에서 시청이란 시청에서
사회란 사회에서
xx단체에서 00협회에서
하물며는 술집에서 음식점에서 양화점에서
무역상에서 개솔린 스탠드에서
책방에서 학교에서 전국의 국민학교란 국민학교에서 유치원에서
선량한 백성들이 하늘같이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우러러보던 그 사진은
사실은 억압과 폭정의 방패이었느니
썩은놈의 사진이었느니
아아 살인자의 사진이었느니
너도 나도 누나도 언니도 어머니도
철수도 용식이도 미스터 강도 유중사도
강중령도 그놈의 속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무서워서 편리해서 살기 위해서
빨갱이라고 할까보아 무서워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편리해서
가련한 목숨을 이어가지 위해서
신주처럼 모셔놓던 의젓한 얼굴의
그놈의 속을 창자밑까지도 다 알고는 있었으나
타성같이 습관같이
그저그저 쉬쉬하면서
할말도 다 못하고
기진맥진해서
그저그저 걸어만 두었던
흉악한 그놈의 사진을
오늘은 서슴지않고 떼어놓아야 할 날이다
밑씻개로 하자
이번에는 우리가 의젓하게 그놈의 사진을 밑씻개로 하자허허 웃으면서 밑씻개로 하자
껄껄 웃으면서 구공탄을 피우는 불쏘시개라도 하자강아지장에 깐 짚이 젖었거든
그놈의 사진을 깔아주기로 하자 .......
민주주의는 인제 상식으로 되었다
자유는 이제 상식으로 되었다
아무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아무도 붙들어갈 사람은 없다
군대란 군대에서 장학사의 집에서
관공리의 집에서 경찰의 집에서
민주주의를 찾은 나라의 군대의
위병실에서 사단장실에서
정훈감실에서
민주주의를 찾은 나라의 교육가들의 사무실에서
사 일구후의 경찰서에서 파출소에서
민중의 벗인 파출소에서
협잡을 하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
관공리의 집에서
역이란 역에서
아아 그놈의 사진을 떼어 없애야 한다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차례로
다소곳이
조용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영숙아 기환아 천석아 준이야 만용아
프레지덴트 김 미스 리
장순이 박군 정식이
그놈의 사진일랑 소리없이 떼어 치우고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차례로
다솟곳이
조용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극악무도한 소름이 더덕더덕 끼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