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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264> 괴산 군자산 |
첩첩산중 희귀 동·식물 … 소금강 품은 '속리산의 막내' |
쌍곡계곡 소금강이다.
금강산의 빼어난 풍광과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쌍곡계곡이 그 아래를 휘감아 돈다.
여름철이면 '물 좋은 곳'을 찾는 산꾼들이 부쩍 는다. '흔히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데가 어디 있냐'라고 반문하지만, 정말 물이 좋고 산세가 아름다운 곳이 있다. 속리산의 막내 괴산 군자산(君子山·948m)이 그곳이다. 군자산을 끼고 흐르는 쌍곡계곡은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맑기로 으뜸이다.
계곡 입구에 있는 소금강은 예부터 '쌍곡구경'의 하나로 금강산과 그 산세가 빼닮았다고 해서 소금강이라 부른다. 군자산은 솔나리와 은판나비 등 희귀 야생 동식물의 보고로 산행 도중 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쌍곡계곡을 사이에 두고 있는 칠보산은 군자산과 암·수 한 쌍을 이루는 산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산행은 군자산 도마재에서 흘려내려 쌍곡계곡에 합류하는 도마골 입구~도마재~660봉~전망대~군자산(948m)~솟대바위~계단~소금강 이정표~솔밭주차장으로 이어지는 6.7㎞를 쉬엄쉬엄 걸어도 5시간이면 마칠 수 있다.
여름철 산행은 '인내'라는 글자를 가슴에 품게 한다. 높은 습도 때문에 도무지 발산되지 않아 온 몸을 적시는 땀과 목젖까지 턱턱 막히는 숨길로 헉헉거리다가 문득 '이 고생을 왜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집에서 선풍기에 몸을 맡기고 수박이나 한 쪽 먹으며 가장 편한 자세로 휴일을 보낼 수 있는 '호사'를 팽개치고 막상 산행에 나섰건만 높은 습도에 바람 한 점 없이 무더운 날씨라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불만과 후회가 터져 나오는 걸 어찌 막으랴.
하지만, 한 줄기 미풍이라도 귓전을 스치면 '그래 바로 이 맛이야'라는 자기 위안의 환호가 터져 나온다. 산꾼들의 여름 산행은 어쩌면 거듭되는 후회와 인내 뒤에 환희와 감동이 순환하는 수레바퀴다.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은 멸종 위기의 솔나리와 날개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은판나비. 산정까지 올라와 고공비행을 즐기는 잠자리의 군무이다. 숲 속 친구들로 산행은 보람차다.
도마골에서 바로 도마재로 오르는 등로가 있었으나 국립공원 측에서 등산로를 새로 정비하면서 자연스레 사라져 버렸다. 도마골에서 60m 정도 제수리치 방향으로 도로를 걸어 올라가면 도마재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숲 그늘이 땡볕을 가려준다. 한여름에도 산을 찾을 수 있는 이유이다. 길은 어찌된 영문인지 큰 돌들로 이루어져 있다. 너덜지대가 아닌 데도 너덜겅에서나 볼 수 있는 바윗돌이 등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도마재까지는 지속적인 오르막이지만 산의 허리를 휘감아 오르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
두어 번 쉬고도 도마재까지 50분이 걸렸다. 도마재에 오르면 오른편은 군자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편은 작은 군자산으로 가는 길이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된 줄기가 백악산을 지나 작은 군자산을 거쳐 여기까지 이어진다. 은판나비가 제 자태를 뽐내 듯 발 앞에서 한참을 있다가 날아간다.
군자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바람이 터지기 시작했다. 골짜기를 오를 때 땀으로 범벅됐던 온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뽀송뽀송해졌다. 바위와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능선에 솔나리가 자주 보인다.
잎이 솔잎처럼 생겨 솔나리라고 부른다. 환경부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돼 있다. 가야산 국립공원에서는 솔나리 자생지를 보호하기 위해 동성봉 등산로를 폐쇄했다. 희귀한 식물인 만큼 그냥 보고만 지나는 것이 솔나리도 보호하고 군자산 등산로도 지켜내는 지혜일 것이다.
15분쯤 올랐을까. 사방이 탁 트인다. 칠보산과 쌍곡계곡이 펼쳐진다. 조망이 좋은 최초의 전망바위에 선 것이다. 바위틈에는 돌양지꽃이 자라고 있다. 장마로 물기가 충분히 공급됐던지 각종 버섯도 고개를 내밀었다.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있겠지만 불러주지 못해 미안하다.
군자산이 속리산 국립공원의 북단에 있는 막내 산이지만, 앞 첩첩 뒤 첩첩 첩첩산중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문명의 흔적은 겨우 쌍곡계곡에 자리 잡은 몇 개의 펜션과 마을뿐이다. 넘실거리는 산파도를 한없이 바라본다. 대야산의 날카로운 정상은 여기서도 선명하다. 백두대간이 조령산을 지나 늠름하게 북행 중이다.
제수리치로 가는 지방도는 속리산 산군의 위세에 눌려 겨우 실 하나 풀어놓은 것 같다. 군자산 산행의 묘미는 이렇게 빼어난 산하를 눈으로 짚어가며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 바로 아래 조망이 가장 좋은 곳에 다다랐다. 전주에서 온 산행팀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빨간 방울토마토 한 알을 직접 입에 넣어 주셨다. "이렇게 묵어야 더 맛있제이~." 사투리가 정겹다.
처음 만나는 전망바위에서 정상까지 1시간 40분이 걸렸다. 도시락을 먹고 충분히 쉬어 가며 걸었기 때문이다. 정상에는 수백 마리의 잠자리가 군무를 즐긴다. 쌍곡계곡 맑은 물에서 자란 유충이 마침내 탈피를 하여 날개를 폈다. 물속에서 곧장 승천한 것이다.
이제 하산로는 정상에서 우측으로 급회전 한다. 원추리가 노란 꽃을 피웠다. 봄철 나물꾼의 손길을 견뎌 내고 마침내 개화한 것이다. 4분을 내려서니 솟대처럼 높이 솟은 암봉이 나온다. 뾰족하게 피어올라 정상의 수호석을 자처하고 있다.
하산길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능선 암봉을 요리조리 지나고, 급경사 비탈을 위태롭게 내려서야 한다. 오름길로 택한다면 만만찮겠다.
솟대바위를 지나 36분을 더 내려가니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이 선명하다. 이 길로 내려서면 엉뚱한 계곡으로 빠질 것 같다. 솔밭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속 능선을 고집해야 한다. 안내 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6분을 더 내려가자 주황색으로 난간을 새 단장을 한 목재 계단이 나온다. 계단 입구 데크에 서니 쌍곡 골바람이 옹골차다. 조망도 뛰어나다. 배낭을 풀어놓고 쉬어가기에 딱 좋다. 계단은 한참을 이어진다. 이 인공구조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밧줄께나 잡아야 했을 곳이다.
소금강 1.4㎞라는 이정표를 지났다. 능선 왼편에 소금강이 암벽이 언뜻언뜻 보인다. 30분을 내려왔다. 왼쪽에 추락주의라고 팻말이 붙어 있다. 솔밭주차장에 가까워질수록 인공구조물이 많다. 등산로를 계단으로 치장해 놓았다. 추락주의 팻말에서 솔밭주차장까지 22분 만에 도착했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괴산 군자산 가는길 먹을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