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나이트
김보나
단밤아
아직 금줄에 뭘 달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네가 헤엄쳐 온다고 들었어
유행하는 이름은 싫어
내가 좋아하는 말은
팔레트
삼월, 사월, 시월
버선코
플라이, 배냇니, 한지
디어 노아,
검은 눈동자가 싫어지거나
하루쯤 주일예배를 빼먹고 싶은 날엔
이름을 준 한국 이모를 탓하도록
땅콩 알러지가 있는 카밀라가 되어
친구의 피넛버터샌드위치를 뺏어먹고
갈비뼈가 간지럽도록 웃어 보기도 하고
얼그레이
오리하르콘
도련님 도시락
대니얼
화상 연고를 바를 일 없길
언젠가 연인을 찾으러 간 모험을 떠나
내가 사춘기 때 뿌렸던 페로몬 향수를 빌려줄게
너희 엄마와 나는 사실
한 사람을 동시에 사랑했어
콘서트장 옆자리에서 만난 사이거든
네가 춤출 땐 크게 박수 쳐 줄게
그게 누군가를 응원하는 이들의 작은 기쁨
킴, 왜 낳았냐는 질문은
가끔씩만 하기
이다음에 한국에 오면
손잡고 씨앗 도서관에 가서
과꽃을 빌려오자
어질 인이나 기쁠 희를 갖지 않아도
도깨비처럼 유독 밤에 활발해져도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누가 소리 질러도
화분 하나만 있으면
새순도 꽃봉오리를 올리는 건 금방이라고
대꾸할 수 있도록
“넌 시인이니까 아기 이름 좀 지어 줘”
빈손으로 오는 단밤아
너희 엄마 목소리 어쩜 이렇게 큰지
바다 건너 여기까지 향유고래 떼가 헤엄쳐 오네
—계간 《백조白潮》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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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나 / 1991년 서울 출생. 성신여대 교육학과 졸업. 2022년 〈문화일보〉신춘문예 당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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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나이트 / 김보나
장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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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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