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받으면 끝인가… '성경 제대로 읽기' 확산
종교 단체 연루된 세월호 참사 계기 종말론 근거로 삼는 요한계시록 등 성경 誤讀 시대맞게 바로잡기 나서
지식인들 인문학적 성경 읽기도 붐
"'666'은 악마를 뜻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기독교를 핍박했던 로마의 네로(Nero) 황제를 뜻하는 상징입니다."
신학자이며 서울 경동교회 담임인 박종화 목사는 지난달 24일부터 '요한계시록 강해'를 시작했다.
30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직후로 이 참사에 한 종교 단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연일 보도되던 시점이었다.
내년 은퇴를 앞둔 박 목사는 "사도 요한이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징적 숫자들과 환상적 에피소드로 기록한 요한계시록은 종말론을 주장하는 집단들에 의해 멋대로 오독(誤讀)돼 왔다"며 "이제라도 개신교가 요한계시록이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강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경 제대로 읽기' 움직임이 교회 안팎에서 활발하다.
세월호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과 계열사들에 특정 종교 집단 신도들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교리에 관심이 집중되면서다.
박종화 목사는 요한계시록 강해 둘째 날인 지난 1일 "구원을 신비스러운 체험으로 받아들여 한 번 구원을 받으면 이후에는 회개하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주장은 성서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서울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는 자유, 고난, 십자가, 부활 등 성서 속 12개의 화두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성경 강좌를 최근 '왜 예수인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이단적 종교 집단이 독버섯처럼 자라는 것은 기성 교회들이 상징과 예화로 가득한 성경을 교조적이고도 안일하게 받아들인 탓이 크다"고 지적한 조 목사는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성경이 주는 메시지는 그 시대의 상황과 언어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보 김기창이 성경의 주요 사건을 그린 연작‘예수의 생애’중 한 작품.‘ 성경 제대로 읽기’운동은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의 진정한 의미를 한국 교회가 되짚어 봐야 한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서울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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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시 읽기' 운동은 일선 목회자들 사이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도하고 있는 '전국 목회자 인문학 독서 모임'은 서울·인천·대전·제주 등지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예수인문학' '동양 고전 스케치' '헬라철학의 전통' 등 올봄 기독인문학연구원이 주최한 '기독인문학 아카데미'도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 성암교회 조주희 목사는 "인문학적 성경 읽기가 내 목회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교회 중심적 성경 해석을 강요해왔는지 깨닫게 되었죠.
교회 밖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해보니 왜 그들이 교회를 기피하는지 알게 됐고, 성경을 읽는 눈도 달라졌습니다."
NCCK는 국내 5개 신학대학과 협의해 인문학 관련 강좌를 개설, 신학생 인문학 운동도 펼쳐가고 있다.
지식인들의 성경 읽기도 한창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필두로
'공병호의 성경 공부' '공병호가 만난 하나님'이 출간돼 화제가 됐다.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은 "말씀이 아닌 간증 위주의 설교에 아쉬움을 느껴 책을 쓰게 됐다"면서 "영혼 비즈니스맨들, 하나님 자리에 특정 개인을 앉혀놓고 숭배하는 집단들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성경 공부를 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 이나미씨는
'성경에서 사람을 만나다'에 이어 최근 '슬픔이 멈추는 시간'을 펴냈다.
"성경에는 탄생부터 죽음, 부활의 희망까지 모든 인간사를 관통하는 주제가 담겨 있어 심리 분석의 중요한 텍스트가 된다"고 했다.
박종화 목사는 "성경은 구약부터 신약까지 전체 맥락에서 읽어 나가야지 어느 한 복음서만 파고들어서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종말의 성경적 의미는 '몇날 몇시'라는 현실의 시간 개념이 아닙니다.
부활한 예수가 이 땅에 다시 올 때까지의 기간을 뜻하는 '종말적 역사'라는 개념인데 사교 집단이 내일 당장 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말씀과 은혜와 기쁨이 충만한
사랑으로 섬기는
"열방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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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너를 위하여 외14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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