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효정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총재 대표
"친정집 없는 고령동포 여성들에게도 관심을…"
“한인회가 지금은 많이 자리 잡혀가고 있지만, 초창기 한인회는 동포 여성 1세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여성들이 한복을 입고, 집에서 먹거리를 준비해 오고, 희생과 봉사가 있었기에 오늘날 한인회가 생겨나게 된 바탕이 된 것이죠.”
1993년부터 독일 뮌헨에 살면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뮌헨 한인회 회장을 역임하고, 독일인 남편이 사업차 2004년 한국에 오게 되어 지금은 국내 체류동포 신분으로 동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효정(59)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총재대표는 말한다.
지난 9월 30일 제51차 재외동포럼에서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재외동포 지원 활동에 대한 소개 강연이 끝난 후, 이효정 대표는 “더 늦기 전에 재외동포 중에서도 고령동포 여성들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동포1세대들이라 할 수 있는 고령 동포 여성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었다.
독일 뮌헨한인회 회장을 맡으면서
이효정 대표가 뮌헨한인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 한 병원에서 연락을 받았다. 치매노인이 있는데, 한국말만 해서 도무지 뭐라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면서 연고자를 찾아달라고 한인회에 연락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이효정 회장은 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서 치매노인의 연고자를 찾아보려 애썼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이 대표는 “그때 저는 치매노인을 보면서, 친정집이 없어졌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독일로 한인이 이주해 간 것은 1960년대초이다. 1960∼70년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떠났던 광부·간호사들이고, 또 이들이 고국에 송금한 외화는 오늘날의 눈부신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초자금이 되어주었다. 이 당시 독일로 간 한인들은 이제 나이가 70대 노인이 되어, 독일 현지에 그대로 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해외로 나간 한국인 여성들은 50여년전 가난한 나라에서 이주해 갔지요. 친정집이 딸 자식을 거둘 능력이 없었고, 지금은 친정집이 없어 모국에 가보고 싶어도 못가는 이주여성들이 있어요. 그래도 한국의 발전상을 보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갑니다.”
여성에게 친정집이란? 마지막으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현실이 힘들어도 찾고 견딜 수 있다.
이효정 대표의 경우도 한국에 친정집이 없다. 대신 부산에 친언니가 살고 있어, 지난 추석명절 기간에는 남편과 함께 부산 언니집에 가서 보냈다고 한다.
한국이민의 역사에서 여성의 힘은 컸다. 낯선 타국에 가서도 악착같이 살아가고, 또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지키는 데에도 이민 여성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강한 모성애와 높은 교육열은 훌륭한 동포 2세대들을 배출했다.
그런 가운데 나이가 들어 마지막 소원처럼 한국에 가보고 싶어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고국땅을 그리워하며 쓸쓸히 살아가는 고령 동포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을 위한 한국방문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정부가 관심을 갖고 펼칠 필요가 있다고 이효정 대표는 말한다.
이 대표는 한국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 깊다. 본인이 독일인과 결혼해 독일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과 같이 한국인과 결혼에 한국에 와서 생활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라는 이해심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며느리에게 따듯한 한국이 되길 …
이 대표는 2010년 4월 국제로타리 3640지구 다문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4개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 22쌍을 시작으로 두 차례 합동결혼식을 열어주는 행사를 가졌다.
이 대표는 “결혼식 조차 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열악한 다문화가정에게 새출발의 행복을 주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외국인며느리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하고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것부터 고쳐나가야 된다고 말한다. 그래야 진정한 문화강국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민족 여성의 힘을 결집해 모국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를 조직한 것은 올해 6월이다. 세계한인회장대회 참가 차 한국에 온 한인회 여성회장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 6월 1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창립총회와 창립식을 열었다.
각 대륙에서 온 20여명의 한인회 여성 회장들이 공동총재를 맡고, 노윤호 아르헨티나 한인회 회장이 수석총재를 맡았다. 이효정 대표가 총재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 당시 이효정 대표는 “글로벌 시대 동포 여성의 참여를 늘리고 한인 여성단체 간의 단합과 친목을 도모하며 한민족 여성의 힘을 결집해 모국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협의회 발족 취지를 소개하고 “앞으로 세계한인여성회관 건립과 세계한인여성회장단대회 등을 추진하고 차세대를 위한 교육과 취업 지원, 회원 간의 문화 체육 학술행사 등 다채로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국내외 이주여성 단체와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며 활동하는 이효정 대표의 활동이 주목된다.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02호 2013년 10월 10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02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