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206
아우 잘 가시게
동봉
"사형, 동봉 사형! 나, 나이 좀 들면
절에서 말년을 지낼까 싶은데
어때, 방 하나 주실 거지?"
느닷없는 요구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글쎄, 아우님 하는 것 좀 본 뒤에"
성담 거사 경민이 싱긋 웃는다.
겨우 스물한 달 차이인데
나를 사형師兄으로 부르곤 했다.
이 친구를 만난 게 1987년 초였으며
그로부터 8년 뒤 태화산 시어골에
우리절 개산 소식을 전해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사람이다.
그가 편액을 보고 소리쳤다.
"아따! 사형, 여기가 우리절이네!"
백야 김좌진 장군의 손자면서
김두한 의원 아들이기도 했지만
천진하기로는 선재동자를 뺨친다.
할아버지, 아버지 DNA를 이어설까
뉘보다 우리나라를 사랑하였고
광복회에 몸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몸져누운 지 여섯 달 만에
이승의 옷을 벗어던지고
저승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게 10월 25일 9시 20분이다
아우 성담 거사, 김경민 선생
오늘 오후 우리절로 오긴 오는데
이승의 옷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어찌 그리 서둘러 가시는가?
사형 노릇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서둘러 이별을 고하시는가?
사랑하는 성담 경민 아우!
자넨 외유外柔 내강內強이라
겉은 비단결인데 속은 무쇠였다네
짬만 나면 화두 들기를 좋아하였고
늘 즐겨 읽던 경전이 있었지
그래 <반야바라밀다심경>이었어
자네 가는 길에 이 경을 읽어 주려네
합천 해인사 고려대장경 반야부
반야바라밀다심경/반야심경
당 삼장법사 쉬엔짱 한역
동봉 사언절 옮김
般若波羅密多心經 羽
唐三藏法師玄奘 譯
[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 보살행자 깊은반야 실천하여
저언덕에 도달하는 바라밀다 하올때에
오온모두 공한것을 분명하게 비춰보고
이세상의 일체고액 모두벗어 나느니라
사리자여 색이공과 별다르지 아니하고
그와같이 공이색과 별다르지 아니하여
색그대로 공이듯이 공그대로 색이니라
수상행식 나머지도 또한다시 이와같네
사리자여 이와같이 모든법은 공한모습
생하지도 아니하고 멸하지도 아니하며
더럽지도 아니하고 깨끗하지 아니하며
늘어나지 아니하고 줄어들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공가운데 물질세계 색이없고
정신세계 구성하는 수상행식 마저없고
육근으로 눈귀코혀 몸과뜻이 일체없고
빛깔소리 냄새맛과 촉과법의 육진없고
눈의세계 없거니와 의식계도 마저없고
무명또한 없거니와 무명다함 마저없고
노사또한 없거니와 노사다함 마저없고
고집멸도 사성제도 공속에는 하나없네
지혜또한 없거니와 얻을것도 바이없어
얻을것이 없으므로 상구하화 보살행자
반야지혜 의지하여 바라밀다 하는고로
수행하는 그마음에 거리낄게 전혀없고
거리낌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또한없어
전도몽상 멀리떠나 구경에는 열반하며
삼세제불 부처님도 반야지혜 의지하여
바라밀다 하는고로 아뇩보리 얻으리니
고로알라 반야로써 바라밀다 하는말씀
아주아주 크나크게 신비로운 주문이며
크게밝은 주문이며 위가없는 주문이며
견줄수가 없으면서 평등하온 주문이라
이세상의 온갖고를 남김없이 제거하고
참스럽고 실다워서 허망하지 아니하니
그러므로 반야로써 바라밀다 하는주문
내가이제 설하리니 그주문은 이러니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제사바하
般若波羅密多心經
戊戌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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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경민 선생 참그림자
동판 : 우리절 소장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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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2023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