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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뽕
우아영이 오진숙을 황급히 밀쳐냈다.
“안 돼! 내꺼야!”
오진숙이 머쓱하게 우아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영언냐? 이 판국에 니꺼내꺼가 어딧냐?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재?”
오진숙에게 떠밀려 엉덩방아를 찧고 두 손으로 지게발한 체 비스듬히 뒤로 앉아 있던 이감독이 중재했다.
“아야. 맞아. 오야 말이 맞다. 인간은 정으로 사는 게 평화다. 아니지 인화다. 미스우는 오 야한테 맡기고 좀 쉬어야!”
우아영이 씁쓰레하게 대답했다.
“이게 물건이에요? 돕고 말고 하게?”
“뭐가?”
“도치오빠 말에요!”
이감독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아야. 미스우야! 물건이야 고장 나면 고쳐 쓸 수 있어도 사람이 고장 나면 자개도 몬쓰는 법이여. 한번 가버리면 무슨 용을 다 써도 끝이여. 물건중고야 보상비나 있재? 인간은 보상비도 없는 거여. 재활용도 안 되여. 근데도 오야가 바통 받아 준다는데 오 야를 푸대접함?”
“그래도 전 싫어요. 버려도 내가 버릴꺼구요. 고쳐도 내가 고칠거에요.”
“하! 고집한번 생엿이여!”
이 순간 사기사로 들어 누워 있던 도치씨는 심장폭발직전의 분노가 끓어 당장 사기사를 끝내고 벌떡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감독 저 새낀 나한테 진숙씨 못 붙여 지랄이야?”
불과 15분 전까지 오진숙의 가슴을 주무르며 환각상태에 빠졌던 도치씨는 오진숙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는 말부터 불알이 오그라들도록 겁먹었다.
한번 싫어지면 두 번째부턴 흉물로 보이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아니 남자의 마음이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다지만 도치씨 하는 꼴 보면 남자마음은 손바닥 뒤집기다.
“썅노무새끼.”
도치씨는 미꾸라지를 주무르다 말고 어금니를 뿌드득 깨물었다.
이어서 소금기에 맥을 못 추고 늘어진 미꾸라지를 한 마리 집어 스테인그릇 안에 패대기치며 쫑알거렸다.
“아휴! 개새끼! 그때 진숙씨 나한테 붙었으면 넌 즉사했어! 아영이 땜시 살은 거야! 어 휴! 어휴!”
도치씨는 던진 미꾸라지가 단번에 일자로 빳빳하게 뻗자 이감독을 연상했다. 만약 이감독 말대로 오진숙이 바통 받았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하이킥으로 이감독을 미꾸라지 꼴 만들고도 남았다고 회상했다.
아내의 마지막죽음만찬을 준비하며 문득 떠오른 그 당시의 다급했던 상황에 새삼 치를 떨었다. 오진숙이 바통을 받았을 경우에 몸서리쳤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도치씨는 두 여자의 싸움을 말리던 그때.
한 아름에 착 감기는 55사이즈답지 않게 풍성한 오진숙의 가슴에서 물컹물컹 찌릿찌릿 전율을 느끼고 온 몸이 오그라들었다. 허지만 일시에 도치씨는 심한 공허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왕 뽕!”
해감 하느라 빡빡 주무르던 미꾸라지를 움켜 쥔 체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이 새어나왔다. 속아도 그렇게 속을 수 있냐?
두 여자의 싸움이 휴전으로 반전되는 순간 도치씨는 지금까지 주무르고 있었던 오진숙의 가슴은 오리지널이 아니고 왕뽕브래지어였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가녀린 몸에서 느껴지는 풍성함은 가느다란 가지에 달린 풋과일처럼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식욕을 돋운다. 그러니까 인간은 소와 대의 결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룰 때 가장 큰 포만감이나 만족감을 느낀다는 이론과 일치한다는 말이다.
뚱뚱한 여자의 늘어진 가슴을 보고 설레는 놈 없고, 바람에 날려갈 듯한 몸매에 턱밑이 절벽이라면 외면 안할 놈 없다. 뼈다귀만 만져서 뭐해? 내가 좀비야?
도치씨는 혼자 중얼거리며 사래를 쳤다.
진품인줄 알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샀는데 그게 가품이라는 판정이 나왔을 때 기겁 안할 인간 있을까? 도치씨가 그랬다.
오진숙의 토실토실 말랑한 가슴이 진짜라고 믿고 마구 주물러댔지만, 그게 그게 가짜였다니? 도치씨는 억울한 심정이 되살아나 또 심통이 꼬였다. 울부짖고 싶었다.
도치씨는 손질하던 미꾸라지들에게 화를 풀었다. 마구 문질렀다. 이미 생을 마감한 미꾸라지들은 도치씨의 손아귀에서 또 한 번 처절한 고통에 시달렸다. 껍질이 벗겨져 너덜대는 놈도 있었다.
도치씨가 그날 오진숙이 착용한 브래지어가 소위 왕뽕이라는 사기브라라는 것을 깨닫고 받은 상처는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아내의 마지막 죽음만찬을 준비하면서도 치를 떨었다.
끈질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뽀옥 뽀옥 입을 벌렸다.
문득 인공호흡하려고 공기를 흡입하던 우아영의 그때 입과 흡사하다고 느꼈다.
도치씨는 어둠이 허용하는 범위의 게슴츠레한 실눈을 뜨고 우아영을 지켜봤다. 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아영의 자태가 너무 너무 황홀해서, 까무러치고 자지러지고도 모자랄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했다.
허지만 다음 순간 도치씨는 아연 긴장했다.
밤사이 매머드 급 태풍으로 세력이 확장되어 접근했다는 예보에 긴장한 바닷가 마을처럼 혼비백산했다.
바통교체 포기한 오진숙과 오진숙의 기분 맞추려던 이감독이 지게발 팔을 거두고 몸을 일으키며 우아영에게 훈수를 다시 시작했다.
“미스우야. 그러면 말이다. 체력을 안배해야혀. 그렁께 내 지시대로 혀. 알았졍?
우아영이 대답대신 간절한 표정으로 이감독을 쳐다봤다.
“아영언냐. 혼자 할 수 있겠어? 걱정된다야. 아영언냐까지 뇌진탕으키면 감독님하고 나 너무 힘들잖아? 긍께 하다가 이상하면 꼭 신호해! 알았지?”
우아영은 역시 대답대신 고개를 꺼덕여 오진숙에게 애틋한 눈길을 보냈다.
이감독이 손을 쳐들고 말했다.
“자 준비됐어?”
우아영이 이감독의 지시를 따를 준비자세를 취했다.
“깊이 들이마시고.”
우아영이 가슴 깊이 숨을 들여 마셨다.
“더 더 더!”
이감독의 호들갑에 마술 걸린 듯 우아영은 가슴이 산산날만큼 숨을 들여 마셨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엄청난 공기가 우아영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도치씨는 우아영의 입안으로 빨려들어 가는 공기가 섬 전체의 공기와 맞먹는다고 생각했다. 도치씨는 경악했다.
“아고! 아영아 안 돼! 그 바람 들어오면 난 죽은 목숨이야! 저 이감독 개 새끼 멧돼지 씨부랄 놈 말 듣지 마! 제발 제 발 부탁이야! 나 좀 봐 주라. 난 그냥 인공호흡이 좋아. 아고고. 제발 좀 봐주라.”
도치씨는 뇌성으로 울부짖다 사정하다 별 요시레를 다 떨었다.
이감독이 명령을 내렸다.
“레 디 액션!”
첫댓글 도치가 아무리 아영이의 인공호흡이 좋다고
죽은채로 너무 긴시간을 버티는것 같네요..
잘읽었슴니다.
ㅎ
좋으니까요...ㅋㅋㅋ
고운밤 편한 시간되세요
오진숙을 밀처버리고 내꺼라고 하는 우아영.
가느다란 실눈을 뜬채 그모습을 본 도치
너무 행복감에 빠젔겠슴니다.
오늘이 도치기분 최고조에 달하는 날이었겠어요..
ㅋ
그런것 같습니다
사랑은 아무나 못하는 건가봐요
오늘도 주말을 하루 남겨둔 마지막 9월의 밤이네요
편한 시간 멋진 시간되십시오
거짓죽음으로 일관 하는 도치 앞에서
아영의 태도를 보며 웃지 안을수가 없슴니다.
ㅎ
자도요
10월 첫날 고운 새벽요
거참 상황이 묘하게 돌아갑니다 사기사 도치가 오히려 이 즐거워했던 인공호흡를 거부하고 이감독에게
화살를 돌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네요 우아영의 거친 인공호흡이 성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킨다니 우아영도
대단한 여자긴 여잡니다
ㅎ
사는 게 다 그렇고 사랑도 다 그렇죠 뭐....ㅋㅋㅋㅋ
편한 10월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