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시장에 갔다오더니 울상을 짓습니다. 감자 두개에 4,500원이라고 합니다. 그다지 크지도 않습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상당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감자 두개에 이정도 한다니 고물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지난해 감자 농사가 흉작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올랐을까요. 다른 채소값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필품 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아내는 장보러 가기가 너무 겁난다고 합니다. 왜 안그러겠습니까.
전세계 국가들의 생산자 물가지수는 하락세 또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점차 끝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중국의 경우는 이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가 침체 하면서 물가가 하락한다는 바로 그 디플레이션 말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끝나더라도 고물가는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도 나옵니다. 비용 요인으로 이미 오른 물가는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은 떨어진 채 그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물가가 오르게 되면 시민들은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개인의 지갑이 얇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임금이 가시적으로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 임금을 올려주겠습니까.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며칠전 은행을 찾았는데 대기시간이 거의 한시간 정도가 됐습니다. 6개월전 10분도 안 걸리던 대기시간이었습니다. 기다리던 손님들은 기다리다 지친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창구는 여러개였지만 직원이 있는 창구는 2~3에 불과했습니다. 직원들을 많이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인해 내수가 점차 위축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출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반기의 내수가 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체감경기도 상반기에는 나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은행도 소비 회복세의 더딤을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2023년) 11월 예상한 올해 (2024년) 민간 소비 증가율은 1.9%였지만 낮춰 잡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중요 요인으로 가계 빚 부담도 들 수 있습니다. 재작년 (2022년) 가계 대출 이자 비용은 연평균 250만원에 가깝습니다. 지난 2021년보다 18% 넘게 급증한 것입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가계에 빚 부담이 급증하니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벌어온 돈에서 상당액을 이자로 내면 실제로 가정에서 사용할 돈은 얼마 없게 됩니다.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에게도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지갑을 닫는다는 말입니다. 소비자들은 소비보다는 힘들어도 저축을 하는 경향이 짙어집니다. 소비를 하려는 심리가 많이 위축된 것이죠. 소비되지 않고 은행권으로 몰리는 초과 저축 규모가 100조원을 초과하는 것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기저기서 부동산 회복론이 대두됐지만 액면 그래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였습니다. 다시 영끌족들이 재등장했지만 그들의 바람이 이뤄진 것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토막이 났다는 소리도 많이 들려 옵니다. 집값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말입니다. 부동산 시장도 당연히 관망세가 두드러집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베팅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PF부실 등으로 문을 닫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최상위권에 속한 건설사들까지 위기감이 급증하는 양상입니다. 관련 업체와 연관된 은행권들도 마찬가지로 초비상이 걸린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어떻게 하든간에 부동산 분위기만은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게 생각처럼 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래 저래 올해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우려됩니다.
2024년 1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