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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사실이었다.
난 그저, 내 책상 위에 놓여있던 성의 초대장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성에 들어서자마자 깨달았다.
모든 전설은 사실이며 이곳은 인간인 내가 들어서서는 안 될 곳이라는 것을.
초대장은 누군가의 장난으로 인한 덫이며 이곳의 주인은 나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
그 순간, 절망에 빠진 내 발아래 무언가 떨어진다.
그것은 또 다른 낯선 이의 편지.
나를 구하려는... 누군가의 절실함......
뱀파이어의 성에 들어온 인간, 당신을 환영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아래 적힌 규칙을 반드시 따를 것.
1. 소개
이곳은 뱀파이어, 수천 년 살아온 그 수장의 성으로써 그는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 정확히는 인간의 공존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모든 일에 무관심하다. 이 무관심은 비단 인간만의 경우가 아니라 자신이 통솔하고 이끌어야 했을 모든 뱀파이어에게도 마찬가지이므로, 결국 그는 다른 뱀파이어가 인간을 해치는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성의 주인은 당신을 돕지 않는다. 절대로.
1-1. 제 책임을 완전히 저버린 채, 차라리 뱀파이어 사냥꾼에게 끝을 맞고자 하는 이러한 깊은 어둠은 성에 다른 더러운 것들을 끌어들였다.
본래라면, 신의 허락하에 무엇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군림한 이 뱀파이어들 영역을 감히, 멋대로 침범할 존재는 없었겠으나... 말했듯 이러한 성주의 방관 아래... 성에는 그저 피에 굶주린 더럽고 추악한 것들이 가득한 상태다. 안 된 일이지만 그 모두가 노리는 것은... 인간인 당신.
2. 더군다나 오늘은 축제의 밤
아, 최악의 최악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이러한 깊은 어둠의 성은, 하필이면 당신이 받은 초대장에 적힌 대로 파티가 열린다. 붉은 만월의 밤. 1년에 딱 한번 모든 뱀파이어가 그 수장의 성에 모이는 그들만의 축제의 날. 때문에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뱀파이어들이 모두 이날 밤, 이 성안에 모인다.
결국 당신은 이 성안에서 온갖 잡다한 악귀들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을 가진 수많은 뱀파이어의 눈을 모두 피해야만 살아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3. '그들'만이 당신을 돕는다
그러나 이 최악의 상황은 어쩌면 당신에겐 기회가 될지. 모든 뱀파이어는 모든 인간들처럼 각기 다른 존재다. 인간을 사냥하고 적대시하는 뱀파이어가 있다면 그 반대도 있으니... 당신은 그 '반대의 뱀파이어'를 찾아내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뱀파이어들의 수장처럼 인간에게 무심한 뱀파이어를 찾는 것이 아니다. 확실히 당신을 도울 뱀파이어를 찾아내야 한다.
3-1. 그러한 뱀파이어를 찾아내는 것은 순전히 당신의 '운'이겠으나... 이 편지를 무사히 읽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운이며, 당신이 여전히 신의 가호를 받는다는 것이 되겠다. 당신을 도울 뱀파이어는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눈이 붉지 않은 자.
-만월의 연회 속 그들만의 '주스'에 취한 뱀파이어들의 눈은 붉다. 이러한 것을 거부한 자가 당신을 도울 자.
*강력한 힘, 인간도 느낄 수 있는 것.
-그들이 인간을 도우면서도 동족의 질타를 받지 않는 건, 바로 그들이 그 동족 중 가장 강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뱀파이어는 인간도 마음만 먹는다면 느낄 수 있는 강한 그 힘을 뿜으며, 그것은 정말 모든 동족들과도 단번에 구분될 만큼 특별하다. 이러한 것으로 '강한 뱀파이어'를 구분해 낼 수 있다.
(물론 인간에게 우호적인 모든 뱀파이어가 강한 것은 아니다... 나처럼... 아무런 힘도 없는 일부 동족은 이런 방식으로나마 위기에 빠진 인간을 도우려 한다. 그러나 당신이 찾아야 할 것은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당신을 뜻대로 구할 수 있는 강한 존재여야 하므로, 반드시 '힘'을 가진 자를 찾아내야 한다)
기억하라.
눈이 붉지 않고, 강력한 힘을 느끼게 하는 자.
4. 하지만...
이러한 붉은 눈의 강한자가 그들만으로 유일했다면 좋았겠으나... 불행이도 '무심한 자'들의 일부도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설명했듯 자신들의 수장의 것과 비슷하게 인간에게 관심이 없을 뿐이므로, 인간을 해하진 않겠으나 인간을 돕지도 않는다. 잘못해서 무심한 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경우, 그들은 그저 당신에게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내 다른 뱀파이어들의 눈에 띄어 사납게 물어뜯기거나, 어딘가로 끌려가는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 것이다.
4-1. 이러한 자들을 당신을 도울 자와 구분해 내는 방법은 불행히도 없다. 이 부분으로 나조차도 숱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조금 위험할 수 있는 방법을 아래 하나 제시한다.
5. 그들의 방을 찾아라
그들이 모두 연회장으로 모이기 전, 먼저 당신을 도울 자를 그가 묵는 '방'으로 구분하여 찾아내는 것으로 어느 정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성에 있는 천개의 방과 마흔아홉개의 비밀스러운 입구와 백 가지의 장소는 각기 뱀파이어들, 그 개인의 성향, 서열과 지위, 다양한 여러 요소에 맞게 주어지고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었으므로, 바로 이러한 것을 고려하여 '강한 힘의 서열 높은 뱀파이어'의 방을 찾아낼 수 있다.
*가장 크고 좋은 방.
*푸른색 또는 붉은색으로 되어 있으며 금과 은의 테두리로 이루어진 커다란 방문. 검붉은 빛의 보석, 보호의 힘이 서려 찬란한 다색 빛깔의 보석 장식. (녹색과 푸른 보석 장식은 흔하다)
*달빛이 가득 들어오는 복도, 만월의 전경뿐 아니라 밝은 날의 빛이 환히 쏟아지는 큰 테라스, 혹은 창이 있는 방.
이와 같으며, 무심한 자의 방 또한 구분할 수 있다.
*대체로 이들은 다른 뱀파이어들의 간섭이 없을 가장 높은 곳, 혹은 지하의 방을 선호한다.
*뱀파이어의 시종들이 얼씬하지 않는 장소. 정말로 그 누구도 얼씬하지 않는 길고 넓은 복도 안에 홀로 자리 잡은 큰 방문을 보았다면, 이곳은 정말이지 강력한 뱀파이어, 그러면서 그 누구의 간섭도 싫은 어떤 *별종의 방이다. 이 방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동족 중에서도 그 권력과 힘을 느끼게 하는 가장 품위 있으며 가장 화려하고 큰 방문의 소유자. 그러면서 '햇살'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
이러한 방들의 위치를 표시한 성의 지도를 동봉하므로 참고하라.
6. 말했지? 모두 각기 다른 존재라고...
여기까지 무사히 방을 찾아냈다면 반은 안심해도 좋다. 하지만 그 나머지 반은... 여전히 당신의 운에 달렸다. 앞부분의 설명을 기억할까. 모든 인간처럼 모든 뱀파이어 역시 각자 다른 존재라는 것. 때문에 아무리 인간에게 우호적인 뱀파이어라 할지라도 어떠한 변수로, 어떠한 변덕이나 고집과 이유로 당신을 돕는 일을 외면할 수도 있다.
비록 그들은 다른 뱀파이어처럼 당신의 위협이 되진 않겠으나... 때에 따라선...
최소 수백 년씩 살아온 이 뱀파이어들은 그게 누가 됐건, 정말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프라이드가 높고 오만하며 인간을 우습게 여긴다. 때문에 '우호적인 뱀파이어'를 찾아냈다 해도 그들이 모두 같은 반응을 보일 리 만무하며 당신의 한결같은 설득에 똑같이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아래는 당신이 만나게 될지 모를 몇몇 강하며 우호적인 뱀파이어들의 각자 특성을 설명한 것으로, 이러한 자들을 만날 때를 대비하여 참고하는 것이 좋다.
(아래의 뱀파이어는 동시에 당신이 찾아내면 '좋을' 자들이다. 이 외에도 우호적이며 강한 편인 뱀파이어들은 많겠으나... 어차피 그들은 내가 아래 나열한 진짜 강한 자들만큼이나 저 수많은 동족을 뚫고 당신의 안전을 100퍼센트 보장하진 못할 것이므로... 정말로 만나야 할 이들에 대해서만 적는다)
* 술을 마시고 있는 자.
-방 안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는 중년의 남성 모습을 한 자를 만났다면 그에게는 최대한 동정을 사는 말들로 설득할 수 있다. 두고 온 가족이라던가,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들로 반드시 돌아가야 할 이유를 설명하라. 동족들 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동정심이 많고 인간에 대한 많은 선행을 하고 있는 그는 당신의 눈물을 본다면, 반드시 당신을 돕는다.
그러나 절대 돌아가야 할 이유를 자신의 세속적 욕망(개인적 꿈이나 목적)으로 설명하면 안 된다. 동정심이 많은 그도 '붉은 만월의 밤'이 되면 인간에 대한 유혹에 시달린다. 때문에 연회에서 즐기는 '주스'를 마시지 않기 위해 미리 연회 전에 방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때에 인간인 당신을 보게 된다면 그는 이미 그 자체로 참기 힘든 상태가 될지 모른다.
그러한 그에게 어떠한 여지도 주지 말라. 인간에 대한 동정을 그들의 타인을 위한 선한 본성에서 찾고 있던 자로서, 그렇지 못한 경우를 이런 때에 보게 된다면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밤만큼은 당신을 해칠지 모른다.
*노래하는 자.
-다양한 색으로 물들인 짧은 머리로 노래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한 자는 당신에게 누구보다도 우호적일 것이다. 인간 세상에 늘 관심이 많으며, 특히나 또래의 젊은 인간 여성과의 대화를 늘 즐기는 이 특이한 뱀파이어는 어두움과 악한 것을 싫어한다. 때문에 성의 그 누구보다도 악귀가 가득해진 이곳을 정화하고 싶어 하며, 인간을 해하려는 다른 동족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위험에 빠진 당신을 반드시 도울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그 앞에서 다른 뱀파이어들에 대한 어떠한 부정적 언급도 하지 말 것이며, 이곳에 대한 두려움도 내비쳐선 안 된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선의가 많은 만큼 동시에 제 동족에 대한 애정도 매우 큰 이 뱀파이어는, 누구보다 제 동족과 집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에 예민하다. 인간의 공포를 읽을 수 있는 뱀파이어들 앞에서 얼마나 그 두려움을 숨기며, 내색하지 않고 태연하게 구느냐가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신경질적인 자.
당신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거나, 들어서는 당신을 신경질적으로 쳐다봤다거나 하는 반응을 보인다면, 여기에 여기저기 삐져나온 빗지 않은 머리 상태라면, 분명 지금 설명하는 자일 것이다. 오랜 세월 살아온 뱀파이어들은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몸에 밴 품위와 기품이 있는 자들로서, 또 무엇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놀라지 않는 상태로써, 보통은 과격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설명하는 자는 이 뱀파이어 계에서도 드물 정도로 다혈질적인 본래 본성을 버리지 못하였는데, 게다가 늘 무언가에 화가 나 있는 상태로 과격한 반응을 쉽게 보인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부분과 인간에 대한 태도는 별개의 것으로, 비록 험악한 분위기로 당신을 위축하게 만들지라도 그는 대충 조용히 말만 잘 들으면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미리 너무 겁을 먹어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그의 태도에 반감을 품고 대꾸를 하지만 않는다면, 의외로 쉽게 인간 하나쯤은, 안전하게 놓아준다.
*그
...아니다. 취소한다. 본래에는 당신에게 위와 같이 추천하는 자로서 설명을 넣으려 하였으나... 어차피 그는 만날 일 자체가 없을 것이므로 편지에서 지운다. 가장 강하며, 어쩌면 이 뱀파이어 중에서도 햇살, 빛의 영역에서도 언제나 자유로울 특별한 자이지만... 인간에게 대체로 우호적일 것이겠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이 성에 오지 않는다.
아무리 수장의 명령이더라도, 모든 동족이 모이는 자리더라도, 그는 애초에 '붉은 만월의 밤'을 기념하는 일을 끔찍이 싫어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이 파티에서 빠질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말했듯 그는 가장 강하기 때문에 감히 그 누구도 그를 질타할 수 없을 것이므로.
*이 밖의 나를 포함한 다양한 녀석들이 있을 것이나-
강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생략한다. 강하다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인간을 적대시하는 자 중의 가장 강한 자, 그러한 자를 이길 수 있느냐다. 보다시피... 다행이도 적대적인 자들 중 가장 강한 자보다 더 강한 우호적 뱀파이어가 넷이나 존재한다. 물론 하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겠으나... 당신은 아무튼 저 셋 중 하나를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적대적인 자들의 리더를 이길 또 다른 강한 자들도 '무심한 쪽'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설명했듯... 당신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7. 그 밖의 위험
애초 뱀파이어들이 모인 축제의 밤이 아니더라도, 당신에게 이 성은 매우 위험하다. 책임을 져 버린 성의 주인으로 인해 성은 가득 오염된 상태며, 때문에 사악하고 더러운 것들이 이 성안 곳곳에 숨어있다.
물론 우리들의 영향으로 그 악귀들은 감히 오늘 밤만큼은 설치지 못하겠으나, 그것들은 이미, 당신이 이 성에 들어선 순간부터, 아니, 저 멀리 입구에서부터 당신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말했듯 무엇보다 사악하고 끔찍하며 비열한 악의 존재들로, 인간에게 잔혹하다. 단지 재미로 인간의 불행을 바라고 인간에게 고통을 주며, 그렇게 당신을 해하려 할 것이다.
7-1. 누군가 뒤에서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더라도 돌아보지 말고, 응답하지 말아야 한다. 이 성안에서 당신에게 그러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걸 뱀파이어는 없으며, 뱀파이어와 인간 외의 존재는 모두 '정화'되어야 할 것들이다.
7-2. 안내한 방문 외의 공간에 머물지도 말고 들어서지도 말라. 특히 어두운 복도 끝에 있는 방, 그곳에 마치 당신을 부르는 듯한 이상한 어둠의 기운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다가갔다면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좋다. 그것들은 당신이 이 성에 있는 동안 뱀파이어들의 눈을 피해 최대한 자신들의 영역으로 당신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7-3. 빛이 없는 곳을 조심하라. 뱀파이어들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어두운 곳으로만 다닌다면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도 뱀파이어의 시종들은 당신에게 무심하므로, 대체로 연회 전까지 대부분의 뱀파이어들은 제 방에 머물 것이므로 차라리 불을 밝힌 복도로 지나다니는 것이 좋다. 이 성에서의 어둠이란... 아니, 당신이 겁을 먹을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
7-4. 약간의 빛이 있는 구역, 그런 곳에서 그럼에도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이 성안의 악귀들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미친 것으로, 그것은 비록 뱀파이어가 두렵더라도, 그보다 더한 욕망, 인간인 당신을 고문하고 해하는 그 더럽고 추한 욕망에 사로잡혀 당신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것에게만큼은 절대로 붙잡히면 안 된다. 기척이 느껴질 시에는 뛰지 말고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모른 척 걸어야 한다.
다행히 뱀파이어의 방까지 가기 전에 그들의 방이 있는 복도로만 들어서도 그것들은 쫓아오지 못한다. 감히 뱀파이어의 힘이 강력히 느껴지는 영역 안에서는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 그것들의 추악한 존재가 발각될 것이므로, 이것이 대부분의 뱀파이어를 매우 거슬리게 만들 것이므로, 이것들은 대체로 현재 숨어있는 성의 어두운 영역, 그 안에서만 당신을 쫓을 것이다.
편지를 마친다.
당신은 살아 돌아갈 수 있다.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안내한 대로 따르며, 이 약간의 운이 당신을 떠나지 않는다면.
추가.
오랜 세월 다른 동족들이 뭐라하건 나만의 신념을 지켜온 내 자존심상, 그리고 양심상, 하나를 더 덧붙인다.
나에게는 매우 싫을 존재이지만... 어쩌면 당신은 내가 위에 말한 뱀파이어들 외의 당신을 도울 또 다른 존재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믿기지 않는 내용의 편지. 그러나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본능.
편지와 함께 동봉된 지도를 본다. 이 어두운 성안에, 정말 길을 잃을 것만 같은 이 두려운 장소에 더 발을 들이는 것이 매우 꺼려졌지만...
무언가 나를 보고 있고, 무언가 다가오는 듯한 이 소름 끼침 또한 내게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뜬 뒤,
굳게 다짐하고, 편지의 작성자가 보내준 희망에 용기를 내며
그렇게 성으로, 그 안으로... 걸어간다...
부디, 이 편지를 받을 수 있던 내 운이 날 떠나지 않기를......
......
번외
혹은 이 후의 이야기
'부디, 이 편지를 받을 수 있던 내 운이 날 떠나지 않기를......'
편지의 안내자는 내게 약간의 운만 있어도 살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때문에 나는 그것을 바랐다. 약간의 운. 부디 아무 실수 없이 편지의 안내대로 이루기를.
그러나 나는... 약간의 운... 그 차원을 넘어선...
정말이지, 나조차도 몰랐던
희대의 럭키걸.
아니, 그 이상이었달... 까......
성에서 만난 자1
가장 강한 뱀파이어
나를 도울 가능성이 있는 우호적 뱀파이어, 그 '셋' 중 하나를 찾아내는 것만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찾아낸 것은, 내가 들어선 방 안에 있던 것은...
편지의 안내자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자.
이러한 동족의 파티엔 관심이 없었으며, 그것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가장 강하다는 '그'
어떠한 미동도 없이, 정말이지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 우아한 품위 유지하며 그저 날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너무나 당혹스러워 잠시 동안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곧 내가 찾아내야 할 그들의 외형과 일치하는 점이 없다는 부분에서 내가 절망을 느끼는 때, 그렇게 온몸을 떨며 잔뜩 겁먹은 내게 다가오는 그.
바로 그 순간, 그의 손에 들려 내게 건네진 건... 이 성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차였다.
어쩐 일일까. 이토록 두려운 장소에서 낯선 시선에 묶여 있었음에도 빠르게 진정되었던 건. 이상할 정도로 깊이 안심이 되었던 건... 정말이지...
비록 진정되었으나 그 뚫어지는 시선에, 이번엔 또 다른 의미로 굳어버렸던 난... 첫마디초자 제대로 건네지 못했으며, 편지가 주의 준 '그들에 대한 예의' 그 어떠한 것도 지키지 못했다.
분명 그랬던 나였는데도... 그저 묵묵히 날 바라보고만 있던 그는 내게서 어떠한 설명도 듣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을 알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인간이라는 것과 제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 모두를.
무언가 제대로 된 부탁의 말을 꺼내지 못했음에도 결과적으로 그의 도움으로 성을 빠져나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간신히 차를 다 마신 내게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는 말 한마디를, 그 낮게 울려 각인되는 독특한 저음으로 속삭이더니 그대로 나를 안아 들었던 그. 그러면서 놀랄 정도로 빠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성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그리고... 대체 어떻게 안 것일지, 또 왜 이런 친절을 내게 베푸는지 그 순간에도 의문이 들었던 그의 다음 행동.
단지 성 밖에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나를 안아 들고는 집까지... 정말이지 안전하게 바로 내 방안까지 데려다주었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쏟아지는 피곤함 속에 깊이 잠든 밤을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의 정체는 그러니까, 편지의 안내자가 만날 가능성이 없을 거라 말했던 '가장 강한 뱀파이어'였다는 것을.
최악의 밤이라 여겼던 전날, 동시에 내게 엄청난 행운이 깃들었었다는 것을.
난 그렇게 가장 강하며 우호적인 뱀파이어인 그를 만나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인간에게 우호적인 뱀파이어.
엄청난 행운으로 그를 만난 나.
단지 그것이... 전부였을 것이었는데......
(씨익)
?
(또 씨익)
???
그 뒤로 툭하면 내 앞에 나타나는 그.
내가 어딜가든, 어디에 있든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면 언제나 날 보고 있는 그가 있었다.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올라가는 입꼬리와 더욱 강렬해지는 눈빛, 저 눈빛.
그러고 보니 이것은 처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저 두려워서 그의 시선에 온몸이 떨렸던 거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그 시선을 마주하는 현재, 애초에 내가 그 시선에 당황했던 것은 어떤 본능적 예감 때문이었다. 날 향한 그에 대한 예감.
단순히 인간인 날 읽느라 주시했던 시선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 시선은, 본래의 그로서도 이해 못할 것이었다는 그저 빼앗김. 제 시선과 사고와 판단과 감각을 모두 내게로 빼앗겼던 불가항력. 그는 첫 만남의 그것을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그는 겪어본 적 없는 특별하고도 유일한 것으로써 나를 바라보았고, 이것으로 인해 자신이 정확히 무얼 해야 할지 인지하지 못했기에 나를 계속 가까이하고 싶었으나, 그럼에도 일단 안전히 나를 두고 사라졌다.
그리고 이것이 그 기나긴 삶, 그 처음으로 찾아온 것임을, 동시에 영원히 변하지 않을 제 전부가 됨을-
그는 이렇게 나를 찾아와 나를 바라보는 시간 속에 깨달았다고 했다.
본래라면 절대 참석하지 않았을 그 지독한 연회에 그가 아무 이유 없이 참석하게 되었던 것처럼, 갑작스럽게 내가 그 방문을 열었던 것처럼, 그 후의 나를 그가 뜬금없이 매번 찾아왔던 것처럼...
그의 이러한 고백 역시, 그렇게 그 시선을 받던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주어졌다.
!
단지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과 -물론 그런 차원을 넘은 존재지만- 특수한 상황 속의 만남이 부담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맹목적일 정도로 나를 따라다니는 것이, 나만을 향한 그 눈빛이, 정말 그 자체로 나를 그라는 존재와 완전히 떨어질 수 없을 만큼 묶어놓는 것 같아서... 어떠한 생각도 할 틈이 없어서... 그래서 단지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던 마음이었다. 그저 생각과 정리를 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시간을 좀 달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러나 내 입에서 나온 것은 당초 내 계획과는 좀 다른 거였나. 내 의도와 마음과 별개로 차갑게 들렸을까.
나는 인간이기에 평범히 살고 싶었다거나... 이런 얘기들은 모두 완전한 거절이 아니라 잠시 생각할 틈! 좀! 달라는 부탁을 위한 서두였을 뿐이었는데.
처음으로 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다가온 나에게 그는 여느 때보다 더욱, 뜨겁고, 어딘가 들뜬 기색마저 보였다.
그러나 이윽고 시작된 내 얘기에 흔들리는 눈동자는, 내 말을 오해한 그 심란한 마음 상태를 여과 없이 내게 드러내었다.
본래의 뱀파이어는... 쉽게 동요하지도 않으며 제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 들었는데... 그토록 과묵함에도 내게는 날 향한 자신, 내 말과 행동에 반응하는 자신을 언제나 모두 알 수 있게 만든 그는,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제 모든 것을 내게 느끼게 했다.
비록 의도한 것과 좀 다른 것이긴 했다. 어쩐지 그 따뜻함 서린 눈망울이 슬퍼지는 것은 좀 마음 아팠지만... 나는 이왕 말을 꺼낸 거 확실히 하고자 나머지의 이야기들도 계획대로 전했다.
결국 내가 그에게 한 말은
쫓아다니지 말 것, 불쑥 나타나지 말 것, 지켜보지 말 것.
그리고 뭐, 조만간 구해준 거 보답도 할 겸 밥이라도 사겠다는... 어색한 마무리의 말.
그는 그렇게 나를 잠시 바라보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정말로, 의외로 순수히 물러났다.
그렇게 며칠 동안 그가 다시 사라진 본래의 삶을 살아가던 나.
그랬는데...
!
길막하며 비켜주지 않는 그남과 기 싸움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놈이 나를 일부러 세게 치고 지나갔을 때, 안 그래도 비가 와서 미끄럽던 길가에서 나는 크게 넘어질 뻔했다.
온갖 추잡스러운 꼴로 바닥에 고꾸라질 뻔한 그 순간, 나를 잡아챈 그 손길에 놀라 올려다보니 눈앞에 있는 것은... 그.
이내 당황한 내가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데... 뭐지... 나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그는 황급히 뒤를 돌아 사라지려 한다.
그런 그를 재빨리 불러 붙잡는 나.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사라질 수 있었음에도 내 부름에 슬며시 멈춰 서며 날 돌아본 그는...
어라? 자세히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얼굴이 상처투성이.
그래. 내 말대로 사라진 척해놓고는 날 보호한다는 핑계로 그 뒤로도 계속 내 주변을 맴돌았던 것은 그렇다 치자. -덕분에 추잡스럽게 넘어지지 망신당하지 않았으니-
애초 순수히 사라진 것이 이상하던 참이었다. 뭐... 한동안 계속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것이 허전했다는 것은 아니고...
그러니까 다시 나타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놀라운 것으로 치자면 저 뱀파이어 어쩌고 존재 자체가, 그런 놈이 날 따라다니는 것 자체에 있달까. 무엇을 보더라도 이제 놀라지 않을 나였다.
내가 이상한 것은... 그의 몰골.
가장 강한 뱀파이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저렇게 심하게 다치게 된 걸까? 또 저런 꼴을 하고서도 그저 날 마주한 것이, 처음으로 같이 '카페'에 가자고 한 내 말이 그토록 기쁜 건지 쉴 새 없이 웃고 있는데... 하. 애잔하다는 것이 이런 걸까. 상상한 뱀파이어와 너무 다른,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편지가 설명한 그 가장 강한 흡혈귀의 이미지와 너무나 딴판인 그.
이날 나는 그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했다. 구해줘서 고마웠던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또 지난번 시간을 달라는 말에 대해 좀 더 솔직했던 심정을 유하게 전한 것까지...
이쯤에서 이미 난, 저렇게까지 나를 따라다니는데... 무시할 수 없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더 정확히는... 맘만 먹으면(?) 날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무려 최강 뱀파이어라는 놈한테 뭘 어쩌겠나 싶었달까.
지금은 순둥이 같아도 사람 속 모르듯이 뱀파이어 놈들 속도 우리가 어찌 알겠나 싶어서, 너무 깝치진 말자(!) 적당히 말터고 지내면서 심기는 거스르지 말자 하는 심산이었다.
내가 그렇게 겉으로는 쿨한 척, 그러나 사실은 지난번 성에 갔을 때의 공포감을 잊지 못한 잔뜩 쫄린 심정으로, 그와 '친구'로서의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뭐여... 이놈의 뱀파이어, 어쩐 일인지 웃기만 할 뿐 말은 한마디도 안 한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를 들은 것은 첫 만남 때의 그 강렬했던 저음의 속삭임이 전부였다.
나는 물었다.
근데... 왜 말을 안 하느냐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지난번과 같은, 그 낮게 울리는 저음의, 그러나 어딘가 들뜬 듯한, 두 번째로 듣는 그의 목소리.
...아직... 마스터하지 못해서...
순간 그의 목소리에 하려던 질문도 잊고 잠시 놀란 듯 그를 바라본 나.
이내 다시금 수줍은 특유의 미소를 그가 짓자 빠르게 정신을 차린다.
그러고 보니... 마스터하지 못했다는 건 무슨 말이지?
곧이어 바로 이어진 내 질문에
'한국어'
라고 짧게 대답하는 그.
...?
...한국어? 한국... 어???
허. 그러니까 그가 그동안 말을 안 했던 건 아직 한국어를 완벽히 몰라서, 내 앞에서 어색하게 말하기 싫어서였... 다고...
많은 언어를 마스터했으나, 한국은 오게 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뒤늦게 배우게 되었다는데...
그저 과묵한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서, 내 앞에서 완벽하게 말하고 싶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거였다는 말.
뭐... 지...
이건 이거대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말했듯, 황당하기로 치면 그의 존재 자체, 그가 날 좋아한다는 모든 것에 있지 않았던가. 어쩐 일인지 이런 그를 만난 뒤로 되려 차분해지고 그나마 덜(?) 동요하게 된 난, 결국 이날의 그의 대답도 금방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찌 됐건 드디어 나와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하게 된 그에게 난... 한가지를 다시 묻게 되었다.
그러니까... 날 왜 좋아하게 되었느냐고... 내내 궁금했던 질문.
뭔가 순서가 안 맞다 할지 모르겠지만 날 정말로 좋아하냐 따위의 질문은 필요 없는 것이었다. 그 눈빛, 그동안의 날 향한 모든 것, 지금도 이렇게 마주하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그 마음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이렇게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애초 나부터가 아무것도 믿지 못했을 거였다.
때문에 질문했다. 왜 이런 나 같은 평범한 인간을 그 정도로... 큼, 어쩌고(?) 하게 된 거냐고...
그런 내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어떤 대답을 들어도 속 시원하지 않을 것이었지만 하필이면 이유를 모른다니? 그러나 그것은 그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낸 얼마 뒤의 내가 금방 깨달았듯, 곧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유를 모르겠고, 아무 이유 없을 것이나 아무튼 나를 사랑하게 된 그는, 그렇게 내 앞에서 그저 기쁘고 좋은 순수한 웃음을 짓는다.
더 물을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웃음으로 더 이상 묻고 확인받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더 필요치 않다는 것 역시 나는 알았다.
......
그렇게 그날 처음으로 그와 카페에 앉아 차분히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 나.
그러니까 우리가 만나, 그가 나를 쫓아다닌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지, 아마?
이날 그에게서 제법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왜 혼자서만 그 파티를 즐기지 않았는지, 그러나 왜 그날은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뱀파이어인 동생이 있다는 것과... 또... 앞으로는 한국에서 살 것(!)이며 진작에 집도 이미 사놓았다는(!!) 사실까지... ㄷㄷ
(집 앞에서 상시 대기 중)
아무튼 저 날의 대화 이후 이제는 당당히 내 앞에 나타나 내 일상에 완전히 녹아든 그...
여전히 내 주변에 머물고, 내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고, 내가 사는 집 주변에서 날 기다린다.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이제는 그런 그를 마주치면 당당히, 반갑게 인사하는 나랄까. 내가 아는 체하면 좋아 웃는 그를 향해 나도 반갑게 웃어 보인다.
집 주변에서 나를 지키듯, 하루의 마지막, 그 끝자락의 나조차 보고 싶어 하는 그를 이제는 가끔 집으로 데려가 그가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따뜻한 차도 대접하고, 뭐, 나름 챙겨주기도 한다.
그런 내게 그는 여전히 쑥스러운 듯한 반응을 보이는데... 참, 나를 무작정 말없이 쫓아다닌 저돌적(!)인 모습과는 너무 다른 듯한 그의 이중적(?) 태도가 나 역시 여전히 아리송하고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뭐, 애초 우리 사이, 이 관계와 만남, 모든 것이 특별하고 특이하지 않나.
거기다 이제 시작이다. 시작이랄 것도 없는, 시작을 위한 시작이랄까?
그러니까 앞으로 알아갈 많은 것들, 그에 대한 모든 것들이 내 앞에 남아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름 내가 잠든 밤에는 일하느라 바쁜 한 컷)
내가 좋아 쫓아다닌 그. 나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는 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리고 날 보며 웃었을 때... 사실 본능적으로 깨달을 만큼이었으므로, 나는 처음부터 어쩌면 그에 대해 궁금했던 건지도 모른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어찌 될지 모를 뱀파이어인 그이지만, 나는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저버릴 수 없었다.
뭣보다... 늘 혼자였던 길, 혼자였던 삶, 그 외로운 밤조차 이제는 그가 있는 게 당연해진 이 일상을 이제는 나도 잃고 싶지 않달까.
앞으로 우리 앞에, 이 만남 속에 어떤 사건들이 일어날지 난 모르지만... 분명한 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가 나를 위할 거라는 거다.
그러한 믿음이, 뒤돌아 그를 위한 차를 타는 내게 느껴지는 시선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그의 나를 향한 모든 것으로 확고해진다.
그래, 앞으로 그와 함께 할 날들이 걱정 따위와 상관없이 더 특별하고 행복할 것 같은 확신. 그로 인해 두근거릴 정도로 처음 느껴보는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
뭐... 지금은 일단 이렇다.
+
뱀파이어 관찰일지
1
이후 알게 된 것.
대화를 나누던 날, 그가 다쳐있던 것은 나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인간인 나를 이유로 본래 담당하던 '중심' 구역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것도 우리 동네!- 그의 독단적 행동 때문. 이것은 아무리 그가 두렵고 어려웠던 동족들조차도 쉽게 용납되지 않는 것이었단다.
결국 동족들의 마지못한 동의와 수장의 허락을 받아내기 위한 싸움을 벌였던 그는, 다쳐온 것에 비해 사실은 생각보다 손쉽게 그것을 이루어 냈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을 내게 편지로 전한 이의 말에 따르면 제법 성과 있는 행동이었다고?
이때 일부로 피를 좀 봤기 때문에(!) 이후로 그와 나 사이를 방해하는 것들의 싹수를 아예 자를 수 있었다나?
나로서는 뭐,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가 내 앞에서 보이는 순한 모습과는 딴판인 면모가 있긴 있겠구나- 싶어 새삼 좀 놀랍기는 했다.
2
생각보다 집요하고, 아니 생각 이상으로, 보통의 상식으로는 엄두 안 날 정도로 집요하며 철저하다. 이것이 뱀파이어?!
나조차도 잊고 있던... 전에 나에게 길빵했던 그남... 그 그남을 그는 잊지 않고 있었으며 후에 놈을 찾아내 나에 대한 복수를 했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쩐지 요즘 들어 시비털거나 막말하는 놈이 적어졌다 싶었는데... 내 일상 모조리 관찰하고 있는 그의 공작(?)이었달까.
순한 놈인 줄 알았는데, 역시 듣던 대로다. 나에게 보인 것과 너무나 다른 잔혹한(?) 그의 이면...
이것이 뱀파이어들의 특성일지, 아니면 정말 그만이 그러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는데.
분명한 것은, 그가 본래 어땠건 간에 바로 나 때문에 더욱 집요하며 더욱 바빠졌다는 것이다.
3
처음부터 들었다시피 애초 인간에게 우호적이었다니까, 그래서 본래 인간과 사귀고 싶었던 것이냐고, 나도 그래서 좋아하게 된 거냐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그러한 내 말에 순식간에 굳어져 나를 빤히 보는 무표정한 얼굴. 언제나 나를 보며 짓던 그 설렘 스치는 미소 대신 서슬 퍼런(!) 눈빛에 나는 깜짝 놀랐다.
뭐여. 마치 내가 못할 말을 했다는 얼굴. 상처받기 바로 직전인 그 낯빛에 나는 재빨리 말을 정정했다. 그러니까 아니, 그냥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별 뜻 없었다고...
그런 내 말에 아주 약간은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는 말했다.
내가... 뱀파이어였어도 자신은 같았을 거라고.
해석하자면 어떤 조건 때문이 아니라는 거였고 그가 언젠가 말했듯 아무 이유 없을 정도로 오직 나이기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이러한 제 마음을 내게 전하는 것이, 그것을 내가 알아주는 것이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인 듯했고, 바로 이러한 이유로 그는 약간의 마상을 결국 입은 날이었다.
내 입장에선 집에 들여놓고 차를 타 주는 동안 나를 너무 빤히 보는 것이(!) 좀 긴장도 되고 괜히 어색해져서... 그냥 아무 말이나 분위기 바꾸려고 했던 건데...
하여튼 이놈의 뱀파이어, 알면 알수록 예민하고 섬세하기까지 해서 참나... 의외로 까다롭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4
내가 소중하단다.
나를 사랑한단다.
원치 않았던 기나긴 모든 생, 나를 만나기 위해 버텨왔다고 확신할 만큼 내가 자신의 전부란다.
나 때문에 살아간단다...
정말이지 이놈의 뱀파이어, 그렇게 과묵했던 주제에 의외로 또 애정 표현에는 막힘없다. 이미 넘칠 듯 알고 있는 것, 제 마음을 내게 쉬지 않고 표현한다.
나는 그저 그런 때의 그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괜히 말을 돌리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대꾸하기도 하지만...
나 때문에 행복하다고 웃는 그 얼굴에는 정말이지 견딜 수 없달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결국 나도 같이 웃어 버리게 되는 이 모든 일상이, 여전히 나는 조금 믿기지 않는다.
'그'라는 뱀파이어는 정말... 내 의지와 별개로, 내 뜻과도 별개로 자꾸 나를 좀... 행복하게 만든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어쩌겠나? 그저 익숙해지는 수밖에... 라고나 할까.
정말 어쩌겠나? 인간인 내가 저런 놈을 강제로 떼어낼 수도 없고... 뭐, 그냥 좀 귀찮아도, 큼, 체념하며 사는 요즘이다...
정말 그냥 어쩔 수 없이... 나는...
뭐... 됐다. 어쨌든 풀어두면 위험할(?) 뱀파이어놈을 나름의 선에서 관리하는 수밖에.
짧은 관찰일지 끝.
*행운아인 당신을 축하하며. 더불어 아무도 막을 수 없으므로, 고로 평생 저당 잡힌 당신 인생 역시 축하하며.
*모든 뱀파이어가 그렇듯 그는 부자다. 그리고 모든 뱀파이어보다 능력 있으며 힘이 있다. 당신을 위해 뭐든 할 텐데 축하할 일이 아니라니.
*그날, 그 성에 있던 또 다른 녀석을 떠올려 볼 땐 차라리... 그에게 걸린 것이 행운이었다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성에서 만난 자2
뱀파이어 사냥꾼
성에 들어온 인간은 나만이 아니었다.
나와 달리 자발적으로 이 성에 들어온 자. 비록 인간이나 많은 뱀파이어가 두려워할 정도로 강한 자.
편지를 보낸 이가 말했었지. 자신에겐 비록 싫을 존재이나 나에겐 희망이라는 자.
그는 뱀파이어 사냥꾼이었다.
...너도 인간이냐?
어느샌가 나를 따라붙는 기척에 놀란 마음 간신히 추스르는 때, 결국 편지의 경고도 잊고 등에 붙는 차가운 쇠붙이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런 내 앞에 나타난 커다란 덩치의 남자. 그것은 악령 따위가 아니었다. 말을 하고 숨을 쉬며 나를 유심히 보는... 나와 같은 인간이었다.
그가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내가 알았듯이, 그도 바로 알았던 것 같다.
물론... 나와는 전혀 다른 이유였겠지만.
-나는 타고난 영민함과 예민함의 촉으로 알아냈다면(?) 그는 단순히 내가 지른 비명과 떠는 모습으로 대충~ 짐승 같은 육감으로 때려 맞춘 것! 쯧쯔-
진짜 뱀파이어라면 이렇게 찌질하게 벌벌 떨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알았을 거였으므로, 베테랑, 아니 이 업계(!) 탑 오브 탑이라는 사냥꾼인 그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즉시 내게 겨누었던 총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도 한동안 나를 무언가 예의주시함 가득한 심각한 표정으로 빤히 내려다보던 그.
이 거지 같은 상황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아, 그러셔? 그럼 혼자서 나갈 수 있겠네?
그에 대한 긴장감이 풀린 건 한순간이었다.
뱀파이어나 다른 악귀가 아니었더라도, 분명 낯선 남자였을 텐데. 그럼에도 나를 향한 농담 섞인 시비조의 말들에 발끈했던 건... 그가 처음부터 사실은 겁먹은 나를 안심시키려던 노력을 했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지나고 나니 깨닫는 부분이었지만 당시에는 전혀 몰랐던.
그 배려와 노력을 몰랐기 때문에 나는 이때, 내게 여러 번이나 이런 곳에 뭣 하러 왔냐, 바보냐 따위의 말들을 지껄이던 그에게 화가 나서 있는 대로 대꾸해 버렸다.
난 그렇게 어느새 성에 대한 공포는 완전히 사라진 채, 그저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그의 무례함에만 열중했는데, 정작 그는 화를 내는 나와 달리 더욱 여유롭고 능글맞기까지 한 태도로 나를 약 올릴 뿐이었다.
결국 그가 아니면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했음에도 자존심상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때, 내 등뒤로 갑작스럽게 들려온 어떤 기척.
그것은 그에게서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매우 소름 끼치며 절대로 사람일 수 없는 것의 악의 가득한 사악함. 순간 온몸을 굳게 만든 그 공포심에 내가 떠들던 입도 다문 채 얼어 있을 때-
재빨리 나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 그는 그대로 나를 제 품에 파묻은 채로, 쭉 들고 있던 은색 총을 어딘가로 향해 쏘았다.
그 짧고도 긴 소란 이후... 고개를 들려는 나를 다시 제 가슴에 그대로 누른 채, 그는 낮게 속삭였다.
'돌아보지 마'
돌아보지 말라는 말은 내 등 뒤로 정말 나를 놀라게 할 어떤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며, 이거 자체로 소름 돋을 일이었으나, 그러나...
내게 속삭인 그 음성. 순식간에 묵직하고도 낮게 울려 퍼진 그것은 다급했던 말투와는 달리 차분히 짓누르려던, 나를 진정시키고 안심시키려는 그 노력이었다.
그저 나는 모른 채로 제 품속에, 어차피 자신이 다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는 자신만만함이, 그렇게 정말로 나를 지켜줄 거라는 강함이 내게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정말로 오히려 그 품에 몸을 맡기고서야... 성에 들어서고부터 가지고 있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낯설고, 또 날 바보 취급한 미움이 남아있었음에도 내가 어떤 완벽한 보호 아래 있다 느끼게 한 그.
그리고 그러한 내 느낌은 사실이었다.
그의 강함, 날 지키려는 의지가 진짜였다는 것은-
이후 그로 인해 무사히 성을 빠져나감으로써, 나를 안전하게 집까지 그가 데려다줌으로써 증명되었다.
무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비록 우연으로 인한 스치는 인연이었고 그대로 사라진 그로 인해 연락할 방법도 없었지만, 아무튼 결코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기회만 된다면 어떻게든 보답할 거였다.
첫 만남의 강렬했던 그 모든 순간은... 지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말했듯 스치듯 지나간 짧은 인연. 그에게 나는 단지 우연히 제 일을 하던 중 마주한 민간인(?) 하나.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였다. 때문에 나는 마음에 남은 생각들을 애써 지웠다. 그렇게 다시 성으로 가기 전의 본래 내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다.
다시 예전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나날만이 내게 주어졌을 거였다.
그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찾아온 처음 보는 사람들. 내게 정부 소속 뱀파이어 전담팀 어쩌고의 수상쩍은 신분증 같은 것을 보여주더니 그대로 날 끌고 어디론가 간다. 끌려가는 중 들은 얘기는 이러했다.
나는 뱀파이어의 성에 들어갔던 인간으로 그들에게서 '안전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마디로 어떤 감염에 대한 검사를 위해 날 데려간다는 거였다. 이것은 바로 모두를 위해, 그리고 내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했다... 뱀파이어를 접한 모든 인간에게 행해진 말 그대로 절차일 뿐이라고...
그렇게... 어떤 큰 건물, 그 깊은 내부 어디쯤에 도착해 함께 들어간 방 안에 있던 것은...
내 '전담'이라는 그.
또 한번... 당황스러운 모든 일이 한순간에 일어난 그 순간, 놀라는 나와 달리 그는 태연하게 앉아 나를 보며 눈짓해 보인다.
이러한 때의 냉철하고 매사 철두철미(?)한 나의 머릿속은 이러했다.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고.
어쨌든... 넌 안전할 거니까-
이후 그의 입으로 듣게 된 자세한 설명.
뱀파이어와 접촉한 모든 인간은 '담당 기관'의 관리 대상이며, 감염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더라도 이후 뱀파이어 사냥꾼인 '요원'들의 감시를 받는다. 아니 감시가 아니라 관리. 아니 보호? 그래 보호를 받는단다.
이유는... 무언가 좀 어둡고 여러 자잘한 사연이 깊은 듯한 이야기라서... 좀 생략하고 듣게 된 것이긴 했는데, 대충 요약하자면 뱀파이어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뱀파이어의 영역에 멋대로 발을 들인 평범한 인간들의 끝은... 대부분 같았다고 한다.
그러한 인간들을 보호하고자 이 뱀파이어 전담팀에는 나 같은 인간을 보호할 임무도 함께 주어진다고.
그리고 이런 나의 담당으로 그가 배치된 것은... 그저 '우연' 일뿐이라고.
이 모든 것을 조금 전의 태연하고도 귀찮은 듯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제법 상세히, 그리고 열심히... 당황하는 내 표정 하나하나 읽어가며 나름 차분히 설명해 주는 그.
그 모든 태도는 결국 나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고
마지막에 읊조리듯 덧붙인 '너는 아무튼 안전할 거니까-' 라는 말은, 저로 인해 내가 안전할 거라는 뜻이었다.
그건 정말... 그 첫 만남 때처럼 나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제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걸까? 내게 시비 걸고 날 태연하게 바라봤던 것과는 별개로, 사실은 약자를 지키는 다정한 성품이었던 걸지.
아무튼 그러한 그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이 새로웠던 그 설명을 들으면서도, 나중에는 차분히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하여...
결국 그가 당분간 나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그가 있는 삶이 내게 시작되었다.
정말 모든 것이 우연 같았어도, 그것이 연속된다면 분명 특별한 것이 아닐지.
그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 나도 모르게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한 때, 나는 이미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 그가 날 구해준 것도, 이후 나를 담당하게 된 것도 모두 특별하다고.
처음엔 이 모든 것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아무리 그와 있는 순간들이 즐거워도, 그가 내게 장난치던 모습과는 별개로 사실은 내게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도... 그에게는 '일'일 뿐일지 모르니까. 그러나 얼마 안 가 이러한 생각 조차도 사라졌다.
절대로 책임감 때문일 수 없는 날 향한 눈빛. 내 모든 것에 집중하고 나와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그의 모든 행동. 그냥... 그냥 저절로 알 수밖에 없게 된 나에 대한 모든 것.
그를 마주한 모든 순간이 뜨겁고도 따뜻했으며, 겪어본 적 없는 포근함으로 때론 눈물 날 정도로 외롭던 지난 날의 수많았던 아픔을 녹여주었다.
어떠한 말도, 행동도 아닌, 그저 나를 보면 저도 모르게 짓는 미소로써 이미 그의 동료 모두가 아는 공식적인 사실은 '그가 나를 사랑한다'였고 보다 내가 상세히 느끼는 그에 대한 진실은 '내게 미쳐있다'였다.
물론 나만 안다 착각한 이 진실은 머지않아 나로 인해 그가 날뛴(?) 여러 사건으로 결국 모두의 공식적 평이 된다. 애초에 그냥 날 보는 것만으로 모두에게 사랑... 어쩌고 평 들은 것 자체부터가 내게 미쳐있는 것을 드러내는 거였지만.
하여튼 다 나열하기엔 이미 일상 그 자체라 너무도 많고, 또 잡다할 정도로 사소한 모든 것이 포함된... 그래서 약간 민망한... 그의 나를 향한 팔불출 적 행동들은 정말이지...
이러한 상황이었기에 나중에서야 그의 동료에게 듣게 된 '나를 담당하게 된 진실' 역시 그닥 놀랍지 않은 나였달까.
그는 우연이라고 했지만 실은 그날 밤 본부로 돌아오자마자 나에 대한 보고와 동시에 담당을 강력하게 자처했단다.
제법 순수한 다정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계략공적인 면모가 있는 그... 쯧쯔.
추가로 더 알게 된 것, 이러한 그의 선택은 결코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
물론 그는, 내가 금방 알아봤던 대로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다정다감한 훌륭한 본래 기질을 가졌던 것은 맞았다. 내가 아니었어도 제 일에 대한 사명과 책임감, 약자를 돕는 선의로 누구든 구해냈을 그였다.
그러나 그는 이 요원들 중에서도, 지금까지의 모든 뱀파이어 사냥꾼 중에서도 손꼽히게 강한 '특별한' 자였다.
뱀파이어들만의 능력이 있다면 이 뱀파이어 사냥꾼들 역시, 그들만이 소유한 신이 주신 능력이 있다는데... 그는 이러한 능력을 가장 강력하게 발휘한다고...
하여튼 이러한 그는 본래 주어진 중요한 임무가 많았다고 했다. 그 중요한 임무만큼이나 제 휴식 시간 역시 제대로 보장받길 원했던 그는, 하급 요원들로도 충분한 '민간인 보호'의 임무에서는 모두 빠져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당연한 거였다. 사실상 개인의 가드나 다름없는 일을 그토록 중요한 요원이라는 그에게 시킬 리 만무했을 터였다.
그러한 그가 나의 보호에 직접 나선 것,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임무에서 빠져 내 주변에만 맴돌고 내 모든 일상에 녹아들어 나와 함께 한다는 것은... 그의 본래 성품뿐만 아니라 제 신념과도 같던 일에 대한 모든 방식, 본래의 모든 것에 있어서 정말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그 동료는 내게 말했다.
그토록 사명감 가지고 임하던 중요한 임무들도 뒷전이 될 만큼이라고 했다.
......
누구에게 듣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나를 보호하는 것에만 열중한 현재의 그는 나를 만나기 전의 삶은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나로만 살고 있었다.
...어... 뭐... 별거 아닌데...?
늘 대충 때우던 식사. 언제나 가성비만을 따져 돌아다니던 내 단골집들이 전부 고급 식당으로 바뀌게 된 것은 다 그의 덕이었다.
언제나 최상으로 주어진 내 의식주에 대한 것은 차라리 사소한 거였다. 그러니까 그런 것을 내게 챙기는 그 마음, 그의 날 향한 진심 자체에 비하면 물질적인 모든 것은 단지 그러한 자신을 최소한으로 내게 드러내는 거였달까. 나는 이러한 것을 매 순간 느꼈다. 바로 그와 함께하는 매 순간 속에서.
그가 내게 해주고 있는 이러한 '보호'는 결코 어떤 임무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말 그대로의 완벽한 보호. 그것은... 날 향한 그 마음을 누르고 눌러 표현한 것임에도 넘칠 듯 흘러 내게 모든 것을 주었다.
모든 것. 그에게 받을 때마다 정말 모든 것을 받았다는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면, 그는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이 되곤 했는데...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이유 역시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그로서는 나에 대한 절대 바래지 않을, 재 모든 것을 넘어선 그 마음이라는 것을 내게 아직 제대로 표현한 적은 거의 없다는 거였다. 아직 아무 관계도 아니므로 -그도 자각하고 있었다!- 그저 천천히 다가가며, 일단 친해지며(?) 그렇게 내게는 부담일지 모를 제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는데... ????
그러한 제 마음 누르고 눌러가며 그저 적당히, 내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약간 챙겨준 것뿐이었단다. 그것은 비록 나를 향한 저를 완전히 숨길 수 없어 결국 그 마음이 조금 새어 나오는 것까진 막지 못했고, 본인이 생각한 '적당히'의 수준을 넘어섰더라도, 아무튼 그것은 본래의 진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고작 그런 것에... 내가 고맙다고 할 때마다 이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진짜 나를 향한 표현들을 하고 싶어서, 나에 대한 제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는 딱 그런 순간마다 누르던 감정들이 요동치고 인내력이 바닥나는 위기를 느끼며, 그렇게 기뻐하는 내 모습에 오히려 복잡한 심정이었다고...
...그는 알지?
그가 자제하고 자제했다는 그 표현은,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마음이든 간에 내가 받아 본 적 없는 것이라는 걸.
세상에 이런 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믿지 못할 만큼의 그 자체로 이미 놀라운 사랑이었다는 것을.
이미 충분한데도 이보다 더하다는 그 마음이... 바로 이러한 말을 그가 했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의 무게, 진심. 진정으로 무겁고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함을 느꼈다.
+아, 그리고 뭣보다... 자제를... 했다고? 자제한 자의 눈빛이 왜 그따구인가. 이미 주변에 소문 다 날만큼(!) 날 쳐다보는 시선부터가 뜨거워서 데일 지경인데. 그 스스로는 자각을 못 하나 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물었다.
이제는 본래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괜찮단다. 너무나 쿨하고 아무 신경도 쓸 것 없다는 태도.
그런 그에게 한번 더 말했다.
나는...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래. 그렇겠지.
진심은 아니었다. 본래 혼자인 것이 익숙했지만, 이제는 그가 없는 삶은 과거와 같은 단지 '혼자일 뿐'인 삶이 아니었다. 그가 없는 삶이었다.
무수히 많은 따뜻함으로, 오직 진심만으로 나를 대하는 그. 나를 절대적으로 지켜줄 변치않을 존재인 그는 이미 내게도...
헤어지자거나 그 마음을 거부하는 뜻은 아니었다. 단지 그가 벌써 한참이나 나하고만 지내는 것에 사소한 걱정이 들었던 거였다. 본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인 특별한 능력자였고, 아마 이러한 상황으로 곤란한 일도 많을 것 같았다.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이기에, 이제는 '보호'라는 명목이 없어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절대적 이유를 그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꺼낼 수 있던 말이었다.
그런 내 뜻과 마음을 그도 분명 알았을 거였다. 우리 사이, 이제는 사소한 오해, 첫 만남의 말다툼도 필요 없을 만큼 그는 내 전부를 알았으니까. 제 뜻과 다르다 해도 내가 원한다면 따르고 져주는 것은 물론, 어쩌면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내 모든 것을, 그는 자신의 모든 것으로 감싸 무조건 적인 내 편이 되었으니까.
내 뜻을 알았으면서도... 그러면서도 그 순간의 그 마지못한 대답 속 그 표정은...
내 웃음 섞인 말에 그도 아무렇지 않게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지만, 한순간 보였던 슬픔을 나는 느꼈다.
고작 저런 말 한마디에, 그 의미를 알면서도, 그럼에도 내 입으로 나온 제 마음에 대한 어떤 거부가 될지 모를 말 한마디에 그는 슬퍼했다.
최고의 뱀파이어 사냥꾼, 누구보다 체력도, 정신도, 모든 능력적인 면에서 강하디강한 남자라면서.
내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그가 그 순간 나도 슬퍼져서 내가 뱉은 말을 후회했다.
그를 위한 말일지라도 오직 나뿐인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이제... 자주 못 보겠군. 그치?
그 마음이 어땠건, 그러나 그는 내 뜻을 이해했고, 내 말이라면 모조리 들어주고 따랐던 것처럼 이번 역시 그러했다.
나에 대한 보호가 종료된 시점은 이미 한참 전이었단 걸 사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삼키며 그가 본부로 돌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다시 '정상 생활'로 돌아가기 하루 전, 그는 날 바래다준 집 앞에서 말했다. 내일부터는 자주 못 보겠군-
언제나처럼 그 유쾌한 여유 섞인 웃음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으나... 그러나... 그 짧은 한마디에서도 아쉬움 가득 묻어남은 어쩔 수 없는 거였다. 내게 뭔가 묻는 듯도 했고, 혹은 내 어떠한 반응을 기대하는 듯도 했던 그의 마음.
물론 그 자주 못본다는 것은 그의 기준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매일 매 순간! 일분일초도 떨어지지 않고(!) 보호 명목으로 내가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고 붙어있던 그 기준.
분명 그가 임무가 끝나는 때라던가, 혹은 임무 중에도 시간이 난다던가. 정말 바쁜 중에도 온갖 핑계와 이유로 반드시 날 만나러 올 것이었다. 저놈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때문에 난 거의 매일 그를 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내가 어딘가 숨어있어도(!) 반드시 찾아내어 저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짓는 얼굴로 날 만나러 오겠지.
어차피 그럴 거였지만... 오히려 임무라는 명목이 사라진 진짜의 관계 속에서 그는 더 자유로울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나와 떨어져야 하는 모든 순간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그가 나는 안타까웠다.
때문에 한참 뒤로 미루어 두었었던 말을, 이 순간 충동적으로 뱉는다.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고. 앞으로... 더... 자주 만나자고.
그렇게 관계의 진전. 그것을 처음으로 내 입으로 약속한 용기의 결과는...
내 말에 기뻐 날뛰는 그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말없이 빤히 보는 반응은 그럼에도 너무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왜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지, 그 여느 때보다 더욱 뜨겁게 쏟아지는 눈빛으로 너무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날, 이때. 그가 말이 없던 것은 단지 평소보다 더욱 '인내'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 때문에 차오르는 감정, 끓어오르는 어떤 욕망(!)을 그는 그럼에도 나 때문에, 참아야 했기 때문에... 그는 저 순간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맛봤다고.
아무튼 그렇게... 결국 제정신 차리고(?) 그런 내게 평소와 같은 선샤인 내리쬐는 미소 지으며 잘 자라 말하고 돌아갔던 그...
......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로서는 마냥 좋고 그런 것은 큼, 절대 아니다.
당최 평범한 놈이어야 말이지?! 인간계 탑 오브 탑 능력자인 그를, 거기다가 저렇게 이미 나로 살아서, 영원히 변치 않을 거라서, 나 없는 삶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는 내 팔불출-이미 그렇게 소문 다 났다- 나한테 미친자인 그를 감당하기란... 내게도 정말 벅찬 것일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나는, 죽을 뻔한 장소에서 다행히 저런 놈 득템해서 마냥 좋은, 그런 상태인 게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정말 모든 게 평범한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에 대한 나름의 고충이 많달까...
그래도 뭐, 말했듯 인간계 탑 능력자, 이미 나한테 미쳐서 가장 중요했다는 지 꿈, 지 신념, 임무도 다 팽개치는 녀석을 내가 무슨 수로 막겠는가?
그냥 운명이라 생가각하고... 받아드리는... 대충 그런 거다...
물론, 약간 행복한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가 기대도 되는... 큼...
사실은... 뭐, 이렇다...
+
뱀파이어헌터 동행일지
1
나와 처음 만났던 날, 사실은 잠 못 이루었단다.
이게 뭐지? 대체 뭔데 자꾸 생각나지? 새삼스럽게 그러한 의문 뒤 이어진 것은 이름을 묻지 못했다는 거였다나.
어차피 나에 대한 신상은 금방(!) 알게 될 거였다.
초조해할 필요 없었고 본진에서 금방 다시 만날 것이었으므로 그때, 하여튼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면 될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미 이때 내가 보고 싶었던 그)
'그 녀석, 보통 성격 아닌 데다 나대기 때문에(!) 다른 평범한 요원들은 감당할 수 없을 거다'라는 생각을 이 밤에 이미 이루었다는 그는,
그렇게 다음 날이 되자마자 본래 다른 이로 예정될 나에 대한 담당을 자처해 버렸다고 했다.
내가 보통이 아니라서, 저렇게 나대다 금방 다시 뱀파이어의 표적이 될 거라서- 그러한 이유일 거라고 스스로 새기면서 그렇게 나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는... 그저 즐겁고 기뻤단다. 태연한 척하였으나, 여전히 이유는 몰랐으나 그저 나를 다시 보게 된 것이, 앞으로 나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고. 이 기쁨이라는 것은 그로서는 처음 겪어본 설렘과 행복과 나를 본 뒤부터 느꼈던 무언가 채워진 완전한 감각 등등... 하여튼 그도 다 말로 설명 못할 거였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이유. 이러한 자신에 대한, 나에 대한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깨닫고 인정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 이유의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한다.
이 모든 이야길 나를 바래다준 어느 날 밤, 잔잔히 바라보는 그 눈빛으로, 이유 없다는 그 마음을 내게 고백해 온 그.
2
...안돼. 앞으론 혼자 갈 거니까.
그는 어쩌면 정말 나에 대한 모든 것에 '예민한' 신이 주신 어떤 능력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주변인 말따라 나를 위한 능력이자 나없으면 못살 그를 위한 능력이랄까? 나 한정 발휘되는.
정확히는 나에 대한 위험감지. 내가 나댄다는 것을 그가 첫눈에 알아보았듯(!) 그는 이러한 나에 대해 민감했고 예민했다.
나에 대한 다른 모든 것을 허용하고 져주는 놈이, 정말 이 부분에서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없달까.
내게 '안돼' 라고 단호히, 마치 내 결정권은 애초에 없다는 듯한 내 심기를 건드리는 표현을 과감히 쓰는 경우는 모두 이러했다. 내 안전과 직결된 문제.
그리고 이러한 그의 반대는 단순히 내 팔불출이기 때문에 괜한 우려로 나타는 것은 아닌 듯했다.
대부분의... 그가 반대한 일들은 정말 다양한 위험이 반드시 나타남으로, 그 말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내가 우겨서, 내가 멋대로 굴어 그 몰래 자처한 여러 일들과 사건사고가 많았으니... 그가 애초 나를 나댄다고 표현했던 것은 정말... 나를 꿰뚫어 본(?) 수준이랄까.
여기에 누가 알았을까. 그와 별개로 다시 만나게 된 정부의 요원들. 무려 두 번째로 나를 찾아온 목적은 내 숨겨진 '능력' 때문이었으며, 나를 뱀파이어 사냥꾼으로서 스카웃 하려는 거였을 때.
비로 이때, 위험하니 관두라던 그의 동의를 결국 받았을 때도,
아직 무리니 절대 따라가지 말라는 다른 팀의 어떤 임무 역시 또 마지못한 그 동의를 받고 따라갔던 상황에서도,
나는 다쳐 돌아왔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내가 우겨서, 몰래 진행했던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원해서' 내 부탁으로, 정말 내가 원한다는 이유로 마지못한 그의 동의를 받았을 때였다.
이후로 그가 더 단호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내가 아니라 그였다.
제 가장 싫은 일조차, 내가 원하면 허용해 버린 자신. 그것이 심지어 내 안전과 직결된 문제였음에도 마음 약해진 자신.
그 스스로가 막을 수 있는 일임에도 내게 마음이 약해져서 허용하였고, 때문에 내가 약간이지만 다쳐왔다는 것이 그를 무엇보다 자책하게 했달까. 내가 조금만 다쳐도 마음 무너진다는 그를 너무 염두에 두지 않았던 잘못 역시... 이때 나도 완전히 깨달았다.
이 점이 미안해서... 나는 한동안은 얌전히 있기로 했다. 그냥 훈련받는 거나 열심히 받아야지 싶은 마음.
물론... 내가 다친 것은 정말 조금, 남들 앞에서 민망할 정도로... 반창고 하나(!) 붙이면 될 수준이었다는 것은... 역시나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 보여주는 거라... 나는 복잡한 심정이긴 했다.
깨지고 다친 제 오랜 동료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면서(!) 내 무릎 조금 까졌다고 세상 시름 다 안은 모습으로,
어둠의 암흑의 다크의 블랙의 오라 뿜는 그를 향해 혀를 끌끌 차는 동료들...
-아무튼 그는 이 때,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이뤄주고 들어주고 져줄 자신으로서도 철저히 외면할 가장 싫을 '두 가지'를 더욱 단호히 새겼다나. 내 안전과 조금이라도 저와 내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것...-
+
나는 분명 그리 마음먹었는데, 나보다 더 나대는 신입 그남이 문제였다.
나대며 위험을 자초한 신입을 구하려고 내가 또 나대서(!) 같이 위험에 빠진 순간, 날 구한 그.
그동안 많은 뱀파이어들과 싸웠어도 조금 까지는 정도 외엔 다친 적은 없다고 했다.
혼자였으면 절대로 입지 않았을 상처를 입은 그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제 아픔, 제 다친 것보다 무사한 나를 보며 안도했다.
그 상처에 내가 울며 괜찮냐고 소리친 때조차, 놀랄 나만을 염두해서... 제 피 아무렇지 않게 쓱- 닦아 내고는, 그런 나를 달래는 것이 우선이었던 그.
정말... 나는 이제 혼자 살아온 전과 다르다는 책임을 막중히 느낀 사건이었다.
참고로 나를 구할 때. 그 다급한 와중에도 머리부터 제 손으로 감싸며 제 품에 나를 완전히 보호하듯 안았던 그였는데, 나대던 신입 그남은 그가 대충 발로 차내 듯(!) 구해준 거라 저 멀리 어딘가로 나자빠졌었다... 이에 대한 원망이 한동안 남았었다는 신입그남... 쯧 은혜도 모르고
3
남이 보면 왜 길바닥에서 혼자 저리 웃고 있나- 싶을 그의 행복한 한때.
나도 몰랐었는데, 그는 날 집으로 바래다 준 뒤에도 언제나 항상 내 집주변 떠나지 않고(!) 늘 머물다 갔었다고.
이유는... 그냥 떠나기 아쉽고, 금방 또 보고 싶고... 계속 같이 있고 싶고... 사실은 대체 왜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는(!) 뭐 그런 마음 때문이라는데.
하여튼 저 날, 늘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다음 날까지 볼 수 없던 내가, 정말 늘! 그래왔던 내가! 웬일인지 다시 돌아서서는 '문자' 보라고 소리치고 뛰어갔댔나.
그렇게 한번 더 자신을 부르며 또 한번 얼굴을 보여준 것도 그에겐 저도 모를 웃음 가득 넘치게 한 행복이었다는데...
내 말대로 바로 확인한 휴대폰 속 문자로-
내가 그... 처음으로, 하여튼(?) 내 마음 표현한 어떤 문장을 보냈기 때문에 -창피함으로 여기선 생략한다-
그는 이날... 진짜 말 그대로 미칠 듯이 행복했다고.
어느 정도였냐면 길거리 사람들이 쳐다봐도 모를 정도로 계속 그 자리에서 웃었댔나.
또 어느 정도였냐면... 그대로 내 방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을 만큼(!) 이었댔나??
하여튼 이래서 이놈한테는 작은 것 하나 표현하기도 참... 그렇다...
4
오직 나뿐이란다.
나 없인 숨을 쉴 수 없단다.
원치 않게 제게 주어진 운명, 그 피와 어둠 가득했던 길에 이제는 일부러 습관처럼 웃지 않아도 모든 순간이 행복하단다.
나 때문에 살아간단다...
이 모든 고백조차 그 내게만 보이는 진심 어린 미소 가득인 채였다.
내게 표현한 그 마음은, 그날 향한 눈빛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 절대로 바랠 수 없는 것, 영원한 약속이었기 때문에 더욱 무거웠다.
같은 인간에게서, 인간들에게서도 이러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에는 믿지 못했으나,
그러나 그를 통해 나는 알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날 향한 모든 것의 깊이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이제는 평생 날 행복하게 해준 뒤, 나와 같은 날 함께 죽는 것이 꿈이며, 죽어서도 함께하려는 그의 마음을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이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고민과 각오는 앞으로의 내가 수없이 해야 할 거였다.
물론 이러한 내 모든 고민 속에서도 나를 지켜주고, 나를 행복하게 해줄 그의 바람은 반드시 내게 이루어지겠지.
나는 일단은... 고민과 걱정보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마음인 것이 좋을 거다.
그래, 이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기쁨으로 그에게 보답하는 쪽이 우선인 거라고...
여전히... 제법 이성적인 척, 침착하게 생각하는 척하였지만...
사실은 진작에 날 보며 웃는 그 얼굴에, 그저 내가 어딜 가든 반드시 나타나 숨길 수 없는 다정다감+팔불출+집착력+불타는 눈빛으로 아는 척하는 그가 의식돼서, 전보다 더 심장이 마구 뛰는 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마음을 모두 들키기엔 좀 쑥스럽달까?
뭐, 바로 이점이 요즘의 내 고민이라면 고민...
인정하자면... 큼, 행복한 고민...
...민망
......
짧은 동행일지 끝.
*사냥꾼 놈들과 친해지다니... 손절합니다. 잘 먹고 잘사쇼.
*그래도... 싫은 놈이지만... 당신에겐 역시 운이 따른 걸까? 당신이 거적때기를 입어도 좋아 죽을 놈이니까... ㅉㅉ 뭐가 됐든, 하여간, 그자에게 걸리지 않은 것은... 차라리 다행인 걸지.
성에서 만난 자3
......
그들은 제 수장처럼 인간에게 무심하다고 했다.
'무심한 뱀파이어'는 분명, 인간을 해하진 않을 것이나 그 누구보다 억지로 주어진 기나긴 삶을, 허무하고 비참할 정도로 탄식한 뒤,
...그렇게 죽은 채 살았다고 했다.
그 무엇에도 흥미 가질 수 없다. 유일한 관심은 오로지 모든 것을 끝내는 것뿐인 삶. 이마저도 이미 수백 년을 지속해 온 반복.
자신들의 모든 영광에 대한 프라이드 높던 뱀파이어들에게서, 이들은 이미 별종으로 분리되는 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그러한 뱀파이어 중에서도...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정도로 텅 빈 어둠 속에, 무엇도 원치 않는 무감각함 속에서, 동시에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별종 중의 별종으로 분리된 자.
그 유일한 혈육, 선망받는 그 형만큼이나 강하지만 그 힘의 영광이나 책임 따위에 어떠한 관심도 없는 자.
무엇도 상관 않기에 동족에게조차 잊혀진 존재이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언제나 존재하는 두려움인
'그'
무심한 뱀파이어.
무심... 했다는 뱀파이어.
편지를 보낸 이가 경고했던 자.
제 눈앞에서 부서지던 세상 속에서도 한결같던 무심함이 이유였으나, 어쩐지 내게만은 그것을 넘어선 무언가 불길한 예감으로, 반드시 피하라 했던 자.
그에 대해 경고했던 편지는 틀렸던 걸까. 틀렸기 때문에 결국 그 경고는 필요했던 걸까?
내가 그 방을 찾지 않는 이상, 절대로 만날 리 없을 거라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그 수백 년 삶 처음의 이유 모를 발걸음으로 나는 결국 그를 만났다.
내 존재를 느끼고 나를 찾은 그가 내게 다가왔을 때, 굳어 움직일 수 없는 나를 한껏 가까이서 가만히 내려다보았을 때, 떨리는 눈동자를 제 텅 빈 눈동자로 맞추었을 때...
바로 그 순간, 나는 그의 검게 잠식된 시야가 나로 물드는 것을 보았다.
바로 알았다.
그가 가까이 다가온 그 짧았으나 멈춰 있던 시간 속에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내게 각인되었다.
이때, 그 무엇도 의심할 수 없는 것으로써 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날 말없이 들여다본 그가 이후 나를 무사히 '구해주었을 때' 다른 의문은 들지 않았다.
나를 표적 삼을만한 자들을 향한 단순한 장난, 혹은 어떤 변심 때문일까, 어떤 음모일까 하는 걱정과 호기심은 내게 필요 없었다.
집까지 나를 안전히 데려다준 것에 대한 그의 확실한 이유.
그것을... 그와의 첫 만남에서 그가 내게 일부러 드러내었듯, 전부 알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무엇보다 강렬한 불안을 안게 된다.
그가... 내게 관심을 가진 것.
무엇에도 무심했던 그가, 그 수백 년 삶 처음으로 오로지 내게만 관심을 가진 것.
그 관심은... 관심이라 표현하기엔 너무나 무겁고 예측할 수 없는 깊이의 그것은... 그에게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는 이에 대한 경고를, 그 첫날, 첫 만남, 그리고 나를 놓고 사라지는 때... 제 마음의 일부를 내게 전이시키는 것으로써, 확실히 내게 새겼다.
절대로 헷갈리지도, 모를 수도 없도록.
모른 척하지 못하도록.
절대로, 감히. 도망 따위는 생각도 하지 못하도록...
그 막막할 정도로, 그래서 끝내 체념했을 끝 없는 텅 빔. 그 모든 것을 너무나 당연한 듯, 나를 만난 그 순간, 곧바로 나만으로 채워진 자신을... 그는 내게 경고했다...
이제부터, 그리고 영원토록 제 세상은 오직 나뿐이라고.
나는 제 것이며 절대 그 어디로든 도망갈 수 없다고.
때문에 내겐, 그리고 저에게도... 서로 외의 삶은 없을 것이며... 이제... 그렇게 영원히...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 그중에서도 별종으로 꼽히는 자.
그런 자가 내게 일방적인 영원을 강요하며 나를 제 것이라 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가 대체 나에 대해 처음부터 무얼 알고, 뭣 때문에 내게 미친 건진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나는 그 뜻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거였다.
날 구해준 것은 고마웠으나, 그것이 그 마음대로 정해버린 끝나지 않을 계약에 동의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내게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그 잔혹할 만큼의 강렬함을 일부로 심어주었던 밤 다음부터, 그는 아무 때나 내게 나타났다.
아니, 나타난 것이 아니라 늘 내 주변에 머물렀다.
정확히는 감시일지, 그냥 관찰일까? 처음이자 유일한 제 것-이라 정해둔-에 대한 집착?
뭐가 됐든 이제는 놀라지도 않을 만큼 너무나 당연히 내 앞에 나타나서, 언제나 내 주변에 머물고, 내 모든 세계에 당연한 듯 침범해서...
나는 그런 그를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나를 구해준 은인에 대한 예의로 -정확히는 뱀파이어 놈들도 별종이라 피한다는 그가 회까닥 돌아버릴까 봐 봤던 눈치로- 참고 있던 인내가 바닥났달까.
이제는 내 뒤를 당연한 듯 바짝 붙어 걷는 그 걸음. 처음엔 소스라치게 놀랐던 오묘한(?) 기척에도 익숙해져 버린 모든 것.
때문에 솔직히... 사실은... 나조차도 이유 모를 정도로 그러한 그가 있는 삶이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더 정확히는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거슬리지도 않았고... 사실은 정말로... 좀 특별하고 재밌기도(?)했지만...
아무튼 이것은 내 동의를 얻은 것과 무관한 그의 행동이 아닌가?
그냥 느낌적으로다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뭔가 이 이상 멋대로 하지 못하도록 선을 긋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그래서 어느 날, 단호히 한마디 했다.
앞으로는 따라다니지 말라고. 집이고 일터고(!) 멋대로 따라오지 말고, 잘 때 관찰도 하지 말고(!!) 우리 가족한테도 멋대로 아는 척하지 말라고(!!!) 나! 좀!! 내버려 두라고. 안 그러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그랬더니...
...좋을 대로.
하이고. 저놈 말하는 꼴을 보라.
꿈쩍도 안 한다. 마치 나 따위가 하는 이러한 경고는 제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태도. 내가 뭐라 하든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따라다니겠다는, 저 타격 조금도 입지 않은 굳은 심지.
사람을 우습게 보는 건방진 뱀파이어, 딱 그 짝.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내 심정을 더 정확히 이해시키려면 보다 황당한 여러 상황과 그에 대한 내 의식변화를 설명해야 할 것인데, 이것 자체가 어이없다.
난데없이 나타난 똘기 다분한(!) 뱀파이어 계의 난놈한테 찍혔는데, 그래놓고 몇주동안 하는 짓이라곤 지겹도록 쫓아다니는 것이다.
그 살떨리게(?) 집요한 눈빛이 24시간 감시하듯 따라붙는 건 이제 뭐, 익숙해졌을 정도. 그런 주제에 말은 거의~~ 안 하는 데다가 포커페이스 장난 아니라서, 지금처럼 나 혼자 광분하며 떠들게 만드는 것은 덤.
뭐 저런 미친 뱀파이어가 다 있나?
평소 예의범절을 몸에 새기며 바른 말 고운 말을 지향했던??? 나 같은 한국인조차... 결국 입 밖으로,
'야 이, 미친놈아' 하고 뱉게 만드는-
정말이지 희대의 돌아이인 그...
그리고...
...내가 미친 건 너야.
이젠 지가 쳐 미친 것까지 내 탓을 한다.
정확히는 나 때문에 미쳤다가 아니라 나한테만 미쳤다는 뜻이긴 했는데, 내 입장에선 아무튼 미친놈인 건 마찬가지인 거니까(?) 하여튼 대화를 시도할수록 답이 없다 싶었다.
이미 설득이 불가하다는 걸 깨달은 단계는 진작에 지나갔으며, 반 포기 상태로, 차라리 말은 시키지 않은 채 놈을 그냥 달고 다니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걸 체감한 지도 오랜 일이 되었다.
그렇게 차라리... 그래. 사실은 뱀파이어인 그를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이미 진작에 체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나라는 그 삶의 이유를 강제로 느꼈으므로... 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의외로, 이 이상의 다른 행동들을 그는 하지 않았으므로.
그저 강제적인 몇 가지들을 빼면 큰 불편은 없었으므로...
예를 들어... 뜬금없이 내가 금전 사정과 맞지 않은 크고 좋은 집으로 옮겨진 일이라거나, 자꾸만 내게 비싸고 좋은 것들이 주어지며, 대충 편의점에서 한 끼 때울라치면 내 앞에 빠르게 차려진 값비싼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일이라던가...
또... 나를 괴롭힌 그남들의 뜬금없는 사죄(!)를 갑자기 받아야 하는 것까지.
정말... 이거 말고도 좀 더 있긴 한데... 하여튼 내가 부탁하지도 않은, 큼, 그의 독단적인 행동들로 인한 몇몇 것들을 뺀다면... 크게 뭐... 나머지들은 참을 만했으니까...
나는 결국 어쩔 수 없기도 했고, 솔직히 나름 이점도 있어서... 그리고 약간이지만 처음부터 말했듯 이 신기한 일상이 마냥 싫은 것은 아니라서...
그냥 대충~ 참아주기로 했다.
그렇게... 그가 쫓아다녀도 당분간은 넓은 마음으로 냅두자 싶었던 나.
그런데...
인간은 잠이 많군-
?
??
이건 무슨 상황???
겨우 이 황당하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저라는 미친자도 조금씩, 천천히 삶에 들여놓으려 준비했던 내 마음을 정녕 몰랐던 걸까?
간만에 편히 자고 눈을 뜬 아침. 내 눈에 비친 건 낯설고 화려하며 매우 큰 방. 그가 내게 강제로 살게 했던 좋은 집보다도 더욱 좋은 거대한 저택.
바로 그때,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내게 들려온 건 그의 목소리였다.
'인간은 잠이 많다'는 말은 내가 깨어나길, 아마도 날 여기로 납치(!)한 뒤부터 밤새 기다렸을 제 인내를 내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니, 허, 지금 지가 나한테 늦잠 잤다 타박할 상황인가? 무려 집에서 자고 있던 나를! 것도 지가 살라는 집에서 타협하고 자고 있던 나를!!! 마음대로 납치해서 쳐 데려온 납치범, 미친 사이코의 뻔뻔한 얼굴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여전히 빤히 보는 시선. 그 집요하고 뜨겁다 못해 사람 태워죽일 그 시선. 그리고 자다 일어난 추한 몰골의 나...
저놈은 단순히 날 쫓아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나에 대한 배려도 없어서 내 모든 꼴(!)을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듯이 이런 때에도 그저 나를 죽어라~ 쳐다보았다.
그 민망한 시선과 상황으로 다시금 분노 각성한 나는, 빠르게 그에게 다가가 소리친다.
이게 뭐냐고, 내가 왜 여기 있느냐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이윽고 따지는 내게 들려온, 여전히 동요 없는 표정의 그 대답은...
'여기서 살아.'
마치 너무나 당연한 듯, 처음부터 정해둔 것이며 본래의 순리라 그래야 한다는 듯, 언제나처럼 내게 다른 선택은 없는-
통보.
......
지금까지와 마찬가지였다. 나에 대한 영원, 그것을 정해둔 그를 내가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나도 달랐다.
그는 나 역시 인내하고 적당히 허용하던 것. 그 선을 넘어서 버렸다.
때문에 이제 나는 그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며칠간 틈을 보다 결국 탈출을 감행한다.
결국 쭉 가졌던 불길한 예감 그대로,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되어버린 그와 나.
...아픈 게 좋아? 의왼데.
쫓고 쫓기는... 관계? 정정. 프로 추노꾼과 그 허접한 사냥감.
고심한 며칠간의 탈출 계획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택을 뛰쳐나가자마자 바로 잡혀들어온 나...
그리고 곧바로 딱 지처럼 어딘가 음산하고 쓸데없이 크기만 한 이상한 방구석(?)에서 날 심문하는 그에게, 내 맘대로 나가지도 못하느냐고 소리치는데...
뭐지. 그의 시선은 쭉 여느 때처럼 내 얼굴, 내 몸 구석구석(?)이 아닌 한곳에 머문다.
어딘가 했더니 조금 전 탈출하려고 나대며 뛰다 까진 무릎.
그러고 보니 평소 동요 없던 본래와 다르게 묘하게 짜증스럽고, 묘하게 날 서 있는 것이 내 탈출 때문인가 했더니...
...하. 내가 다쳤기 때문이었다.
고작 이거 하나 다쳤다고.
길고 긴 수백 년을 참고 살아왔으면서, 무엇에도 관심 두지 않았으면서, 나에게선 단 1분도 떨어지기 싫을 만큼 인내력을 상실한다. 내 모든 것에 동요한다.
갑작스럽고도 믿기지 않으며, 강제적으로 주어진 이 모든 현실. 그러한 상황임에도 결국 그 마음을, 나로하여금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 만큼, 안타깝고 처절할 정도로 내가 전부인 그였다.
이렇게 조금 까진 것뿐인, 아무것도 아닐 내 몸의 변화 하나도 바로 알아채고, 고작 상처 하나조차 무엇보다 싫고 쓰린 그 마음 역시 내게 전이시키면서, 그러면서 왜-
내 마음은 살피지 않느냐고 나는 따지듯 물었다.
진지한 내 외침에 더욱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는 나를 바라본다.
이윽고 말한다.
살피었다고. 때문에 그 밤 후로 진작에 이럴 생각이었으나 바로 '너이기 때문에' 자신은 살필 수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네 현실, 모든 상황과 놀랄, 정말이지 너여서 가엾을 마음을 자신을 고려해서 시간을 주었다고 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신을 먼저 보였고 익숙해지도록 했다고.
...여전히 이상한 대답. 날 배려했다는 그 방법이라는 게 처음부터 아주 이상했다고, 정정해 주며 그를 이해시켜야 할 부분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내게 이어진 그 긴 대답은 내가 기대하고 바랐던 것 이상이었다.
애초 처음부터 나에 대한 모든 것을 그 순간 전부 내게 드러냈던 것은, 이러한 자신에 대한 책임과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적 체념을 동시에 심어주려는 그의 의도였다. 때문에 어찌 됐건 그래서 알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나뿐인지.
나를 제 것 삼는 것과 동시에, 제 전부를 내게 주려는 그 모든 의도를 도저히 부정할 수 없었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이런 나조차도, 조금 전 대답에서 또 한번 그로서는 처음일, 나이기에 할 수밖에 없던 그 노력에 대해 들었다.
멋대로 같았으나 사실은 정말, 내가 원한다면, 내가 바란다면... 저를 희생하는 일조차도 마다 않고 그는 내 뜻을 따르고 이뤄줄 거라는 것을 알았다...
단지, 단 하나의 것만 빼면. 그 양보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나와 함께하는 것.
모든 것을 주며 따라줄 것이나 이것은 내가 영원히 자신과 함께 있는다는 조건이 붙는 것이었고, 이것은 그에게 절대적이었다.
이외의 경우는 있을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그는 나에게 질 수밖에 없는 제 본질 속에서도, 그러나 나를 따라다녔고, 나를 멋대로 제 곁에 있게 했다.
전과 다른 잔잔해진 마음으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싫다고. 원치 않는다고.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 말은... 내 뜻은... 너를 만나는 것, 너와 가까워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냥... 전처럼... 매일 찾아와도 좋고...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큼, 나는 괜찮다고. 단지...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고, 본래 내 일상을 찾고 싶다고...
잠은 집에서 자고 싶다고(!)...
......처음으로 지랄발광광분하지 않고 차분히 이어진 내 태도로 그는 알았던 걸까. 저 말은 진심이며 제 마음과 의도를 내가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어떤 과정이라는 것을. 이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는 것을.
굳어 차가워지는 표정. 순간 별종 뱀파이어가 이러니까 좀 무서웠다. 드물게 내게 거둬진 시선과 이어지는 정적 후... 내게 들려온 그의 대답.
'...좋아.'
좋다고 했다. 알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을, 내 뜻을 알았으므로, 내가 싫다고 했으며 또 그 말은 자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았으므로,
그는 정말 마지못했지만(!) 결국 그렇게 내 말대로 해주겠다 했다.
하이고... 드디어......
나는 어쩌면 설득의 신일까? 화술 만렙이었던 걸까? 아니, 뭐, 그가 정한 '절대적' 조건을 깬 건 아니므로 그냥 이번에도 그가 내게 '져준 것' 뿐이라는 건 알았다.
어찌됐든... 그러한 그의 대답에, 내가 바랐던 그 대답에! 진심으로 기뻐서 고마워!!!!! 하며 소리친 나.
그리고 순간 희번뜩(?) 너무나 좋아하는 내 꼴이 또 수상한지 바로 나를 집요히 쳐다보는 그 눈깔에 곧바로 큼큼, 잽싸게 방에 짐 싸러 가는 나...
...아까는 탈출하는 입장이라 미쳐 챙기지 못했는데... 사실 그 저택에 머무는 며칠 동안에도 그가 내게 안긴 여러 진귀한(!) 것들이 참 많았다...
이제는 뭐... 거부해봤자 어차피 같은 일 반복인 데다 버리면 아까우니까(?) 이왕 허락받고 당당히 내 발로 나가는 거 -이 말의 괴리를 느끼지 못한 상태의 나...- 집으로 가져가서 살림에 보탬이나 하자... 싶달까.
아무튼 나를 계속해서, 그러니까 진짜 집으로! 데려다주며! 집 앞에서 내가 돌아서는 순간까지도 주구장창~ 지속된 그 미친 듯 불타는 시선 속에 약간은 긴장했지만...
어찌 됐건 무사히 보금자리로 돌아오게 된 나였다......
물론 이 보금자리는, 한차례 그가 강제 이주시킨 곳이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 따질 여력이 없었다. 이것에 대한 건 나중으로 미룬다. 굳이 구차하고도 귀찮은 변명을 좀 하자면, 본래 내가 살던 곳은 집주인(한 씨/52세)의 횡포가 심했고 가끔 귀신 나온다는(!) 이웃집의 소란도 있어서 사실 돌아가긴 마뜩잖은 곳이긴 했다... 돈 좀 모으면 이사 가려고 했는데... 어쩌고저쩌고...-생략-
참... 뱀파이어, 것도 하필이면 별종, 미친, 난놈 뱀파이어 만나서 납치부터 정말 별꼴(?) 다 당하는 나.
그러나 어쩌겠나. 애초 모든 것이 평범할 수 없는데. 목숨이 구해진 그날부터 내게 주어진 대가인데.
포기와 체념이 아니라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살피려 한 그 노력을 알았기 때문에, 이제는 기쁨이 동반된 어떤 기대로... 그와 지낼 나날을 나는 떠올려 본다.
친구로서, 어쩌면 더욱 짙은 인연으로 천천히 많은 시간을 함께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겠지.
나는 그렇게 그를 위해 나도 노력하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진심으로...
진심......
...그... 랬는데......
+
???에게서의 피난일지
1
?
????
으억?!
허. 순간 헛것 봤나 싶었다. 말 그대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뭔데? 왜 저러고 있는 건데?????
잠이 안 와 뒤척이다 문가를 보니 서 있는 건 그.
자고 있는 날 그 특유의 집요한 눈빛으로 빤히~ 보고 있는 대미친놈인 그 모습.
벌떡 일어나 언제 들어왔냐고, 왜 보고 있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하는 말은 '약속'
내 입으로 했다는 약속... 그러니까 지난번 나와의 대화를 왜곡한, 정말이지 지 좋을 대로 해석하고 규정한 '관계의 진전'
증말... 이래서 미친자에게는 틈을 줘서는 안 됐던 것을... 쯧쯔. 나는 방심했던 스스로를 탓하며 혀를 끌끌 찬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로 돌아가 잠든다. !!!!
어차피... 가라고 해봐야 다음 날 또 올 것이므로... 저런 놈에게 매번 신경 쓰기엔 내 수면 시간이 아깝달까.
그렇게 어느새... 그가 내 모든 삶에 더 바짝 다가옴에도 그저 익숙해졌단 핑계로... 나도 모르게 허용해 버리고 있던 나.
정말 무서운 놈(?)이다...
2
드디어 제대로 먹고 살길 열리는구나, 나에게도 대박의 기회가 오는구나- 싶었던 연락.
연락 준 갑의 회사에 달려가 안내받은 곳으로 굽신거리며(!) 들어가 보니...
마주한 건... 그?!
허?! 놀라 자빠지는 나와 달리, 특유의 혼자만 동요 없고 혼자만 여유로운! 표정의 그가 내게 건넨 건...
거의 놀고먹는 수준으로 돈만 타가는 꿈의 계약서. 수많은 노동꾼을 위해 현실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미친 계약서.
뭣보다... 마치 그에 대한 종신 계약 같달까.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어서 그 자리에서 북북 찢고 나왔다.
쯧쯔... 사람의 순수한 일과 신분 상승의 욕구를 저리 이용하다니... 날 동정하다니...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화났었던 나였다...
3
요즘 들어 더욱 심각하다.
내 집이 지 집(?)인 줄 안다.
이제는 조금의 눈치도 안 보는지 -원래 안 봄- 내 의자에도 멋대로 앉고 내 침대에도 멋대로 눕는다. 물론 내가 자고 있을 때... 조차도...
황당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그 행태에 다시금 날 잡아 화를 냈다.
이래선 전의 이야기가 소용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그 전의 이야기를 그는 나와 달리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말귀를 못 알아먹었으므로... 따져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밤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법칙.
이제 맘 편히 잘 수 있으려나.
솔직히 말해서 잠 자체보다, 내추럴하다 칭찬이 자자한 내 자는 몰골 빤히 보고 있을 것이 미친 듯이 민망하다. 제발 좀 갔으면...
+
사실 말귀 못 알아먹은 거 저얼대- 아닌 그.
그날... 거의 부탁하는 태도로 자신을 달래는 척(!)하면서까지 내가 했던 말이기 때문에... 뭐,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단다... 그리고 역시나, 나를 돌려보내자마자 후회했다나.
어쨌든 이제는 내가 자신에게 떨어져 있는 상황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그였으므로...
그럼에도... 그날 내가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함께하자'라고 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믿고 내 뜻대로 잠시(!) 놔준 것이었다고 했다.
허나 그 약속(???)을 내가 지키지 않았기에, 그는 조금의 제 방식대로 나와 더 같이 있어도 되는 이유를 만들었다고.
대체 그가 기대한 다른 방식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음... 그 나름으로는 나를 위해 일단은 계속 최소한으로 참고 있다는 뜻 같아서... 그냥 더 이상 따져 묻진 않았다.
그의 집에서 또 한번 탈출해야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차라리 그가 그냥 우리 집에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지금이 차라리 나은 것... 같아서... 맞나?
++
밤에는 제발 너네 집 가라(!)는 내 말 나름 따른답시고 사라져서는 뻔뻔히 우리 집 주변, 우리 동네 순찰도는 중. 그 한 컷.
+++
단지 내 허락 없이 집에 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일까?
보통이면 당연할 밤의 시간을 내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내게 항의하는 걸까?
전보다 더욱 나에 대한 집착과 우연을 가장한 만남과 대놓고 행해지는(!) 추노의 레벨이 상승한 듯한 그. -이미 한계 돌파-
아니 대체... 지가 왜 우리 가족 모임(!!!)에 끼는 것인가? 이미 집안 사위 대하는 저 만족한 어른들 얼굴은 뭔가???
가까운 가족들끼리 함께 모여 모임 장소로 이동 하려는 때, 대기하고 있던 낯선 고급 차. 나만 빼고 이미 모두 그 차주를 아는 듯 반가운 얼굴로 시간 맞춰 왔다며 호들갑인데.
누구지 하고 고개 빼고 들여다보는 내 눈에 비친 건... 차에서 내리는 건... 그...
우아하고도 정중한 -그래 수백 년 살아왔으니 이 정도는 껌이겠지- 태도로 가족들에게 인사한 그는... 이미 나만 몰랐던 이 집안의 사위였다...
이날, 그를 어디 대단한 집안의~ 성공한 엘리트 사업가쯤으로 아는 가족들에게, 사실은 저놈 뱀파이어라고, 인간 아니라고! 까발리려다 말았다... 멀쩡한 놈 없는 집구석에(!) 드디어 멀쩡한 놈 들어온다고 좋아하신 엄마고모등등등의 산통을 깰 수 없어서...
++++
...그래
나한테 연락 없이 아무 때나 오지 말고, 우리 가족 일가친척 등등등에게도 친한 척하지 말아라, 멋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제가 나에 대해 하고 있는 간섭, 그거 싹 다 하지 말라는 소린데... 너무나 의외로 순수히 '그래'라고 답한 그.
얼마 전 가족 모임 사건(?) 일을 곰곰이 생각하던 어느 날, 이제는 나 때문에 '일'을 하고 있을 그를 찾아가 다짜고짜 엄포를 놓았다.
분명 이날의 이 시간은 본래 제 일을 하기로 약속받고-이제 좀 뱀파이어답게(?) 살게 하기 위한 나의 노력- 그를 찾아오지 못하게 한 것은 나였다.
-의외로 이러한 약속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그저 본래 일하는 너를 보고 싶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한 기대 못한 내가, 그러니까 나를 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시간에 제게 나타난 것이... 그에게는... 정말... 처음으로 내게 드디어 그 웃는 얼굴 보여줄 만큼 기뻤던 일인 건지...
그는... 절대로 그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따뜻한 빛마저 감돈 순수히 나온 미소로 나를 보며 대답해 주었다.
다짜고짜 나타나 소리치며 '나타나지 말라'는 그가 가장 듣지 않을 말을 한 것인데, 그는 그런 나를 처음 보는 동요한 눈동자로, 그러면서도 평소보다 더욱 뜨겁고 집요하게 가만히 보다, 그러다... 나를 향해 웃었다. 그리고 알겠다고 했다.
마치, 그 요구가 본래 저로서는 좀 싫을 거라도, 그러나 내가 원하니까 오늘만큼은 뭐든 다 들어주겠다고, 뭐든 말하라는... 그 태도.
그러니까... 내가 스스로 제게 나타난 것이 그저 좋아서, 기뻐서, 내가 뭘 하든 그냥 좋아 죽어서(!) 일하라고 해놓고는... 사실은 전화하기도 뻘쭘하고 궁금해서 찾아온... 내 진짜 마음을 마치 다 알았다는 듯이, 그게 저로서는 정말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그런 처음 보는 표정의 태도.
이날, 그의 웃음과 대답과 나를 대한 그 '내게 녹은' 모습은 나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거였어서... 사실 더 생각한 말들이 있었음에도 그냥 며, 명심하라고(!) 흠, 한번 더 용맹하게 외친 뒤 당당히 집으로 도망쳤다.-역시나 이 말의 괴리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의 나-
언제 물지 모를(?) 동요 없는 포커페이스도 짜증났지만... 날 다 안다는 듯이, 자상하거나 다정하거나... 하여튼 꼴에 그런 표정 짓는 놈도 가짢아서 참나,
이날 내가 진짜... 속 좀 이상해진 건지 배가 간질거리는 거... 정말 간신히 참았다...
4
난 제 것이란다.
자신 역시 오직 내 것이란다.
그렇게 영원히 함께해야만 한단다.
바로 그 영원. 이것은 희미해질 정도로 바래버린 존재의 의미를 더욱 고통으로 만들던 것이었으나, 나와 함께라면 그것이 이제는 축복이 될 만큼, 나 때문에,
나로 인해 살아간단다...
......
물론 그가 말한 축복이란... 인간인 나로서는...
이것이... 내게도 해당될 방법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그토록 절대적인 모든 것 속에 그가 자신을 위한 그 '욕심'을, 간절한 바람을 끝내 내게 보이지 않는 건... 역시나 나를 위해서겠지.
잠깐 생각해 본 것뿐인데도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낀다. 하룻밤의 짧은 시간도 그는 참기 힘든 그리움으로 고통받는데, 나중에, 영원처럼 길 시간은... 대체...
그러나 나중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기로 한다. 나중엔... 신이 창조한 그의 존재처럼, 또 내가 그를 만나게 된 것처럼, 그가 나 없이 살 수 없게 된 모든 것에 대한 신의 뜻처럼... 그 바람을 이루어 주실 그와 나를 위한 계획이 있으실 거라고 난 생각한다.
그렇게 오늘도 그를 위해 기도한다.
......
...
그리고 덧붙여서 나를 위한 기도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더 진지한 내 고민은 그가 나를 진짜 물을까(!)에 대한 것 따위는 아니다. 그냥 이건 뭐, 나 아프게 하기 싫은 그가 절대로 안 할 거라 확신한다. 나중에야... 말했듯 신의 사랑으로 결국엔, 최종적으로는! 그 바람대로 어디서든 함께 할 거라 믿는다. 어쨌든 나아중~ 일이니까 당장의 아직 한참 남은 내 인생 속에서 잘 지내보자 싶달까....
...내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요즘 들어 더욱이 내게 미쳐가는 그 자체. 이미 최종단계라 여겼거늘. 여기서 더 진화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역시 만만히 보면 안 되는 놈이었다. 이미 내 머리 꼭대기에서, 내 모든 것 꿰뚫어 본다는 걸 지난번 일로 다시 한번 체감했다. 분명히 따라붙을 것이 뻔해서 중요한 일이 있다 현란한 말솜씨로 속인 뒤 혼자 놀러갔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나보다 먼저 그 장소에 도착해 있는 그의 모습에 내가 얼마나 놀랐던지. 게다가 자신을 속이려 한 것에 대한 보복일까? 그 뒤로의 일주일은 말하기도 싫다. 얼마나 나를 따라다니며 들들 볶으며, 어? 사람을 못살게 구는지. 이건 뭐, 직접적으로 터지만 안 했을 뿐이지 내 얼굴, 내 표정, 내 온몸 곳곳 모두 뚫어보는 그 시선으로 24시간 또 집요하게, 아주 사람 잠도 못자게... -너무 길어 생략-
아무튼...
미친자, 집착광공, 뱀파이어 계의 난놈에게서의 피난일지 끝.
출처 : 여성시대 민공셩수
첫댓글 빌 내 방으로
와씨 전부다 좋은데!?? 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개꿀잼이얔ㅋㅋㅋㅋㅋㅋ 첨에 지침서보면서 아 빡세다 ㅠㅠㅠ하다가 럭키걸 개이득..!
진짜 개저아 ㅠㅠㅠㅠㅠㅠ 장난아냐
무쳣다 ㅋㅋㅋㅋ ㅠㅠㅠㅠㅠ
맛있다 맛있어..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7.09 17:1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7.09 17:12
오늘만큼 내가 홍콩방 죽순이인게 행복한날이 없다...저는 마지막 또라이요
망상방으로 모십니다
아니..나랑 이상형이 같네...2번까지보고는...
여시는 한때 수키였고 한때는 슈내덕후였나...
나는 2222 딘 올인
와 개맛있다 모범음식점 ㅇㅈ합니다
3제발요진자요재가이럿캐빌게요저진자죽어요몃년쩨저남자만보고잇서요
와 미쳤다 모범맛집이 아닐 수가 없네.. 최고라죠..😜😜 개존맛
어덕개곯라요 ㅠㅠㅠ
아개마싯는데미친죽인다진짜
다 맛있다 그래서 일단 뱀파이어 성으로 들어가면 된다고요?
와 대박... 홍콩방이 이렇게 맛있다니
제가 지금 망상방에 있었나요??
와 대박 집중해서 읽었어 진짜 쩐다 글빨 분위기
아니 개맛있네 념념
아니.. 홍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노벨평화상 드려..길거리보고 빡치는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 희대의 명작
이게 홍콩이여 망상방이여☺️
ㅅㅂ 어케 탈출해요?????? ㅇㅈㄹ하면서 보다가 함박웃음 개재밋더
삭제된 댓글 입니다.
@Cfyhnffgn https://cafe.daum.net/subdued20club/Lp0T/89734626
여시 전편 목록에 이 글과 같은 나폴리탄 시리즈로 올린 다른 편 있어유 심심할 때 보세유
전글/ 이글/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올려서 총 세편 올리면 끝
노벨문학상 안드리고 뭐해!!!!!!!!!!!!
와진짜재밌다 .....................................................
진짜 최고...... 하..
이게 뭐야.. 홍콩내용이 심하려나 하고 초반에 쫄면서 보는데 세상에 이가 다 녹네... 와 필력 진짜 좋다.
너무 달달해서 이거 여기서 봐도 되나..? 무료로 봐도 되나?
아니.. 더 써줘 더줘 ㅠㅠㅠㅠㅠ
내가 더 멋진 글솜씨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데 하.. 허접한 글솜씨지만 재밌게 잘봤어 !
재밋다
홍콩글 보러 들어왔다가 맛있는 망상하다 갑니다...^^ㅎ
필력 뭐야 ... 너무 재밌잖아
재밌다..,잼나게봤어요...
ㅎㅏ씨,,,,,,, 도라이내,,,,, 3번 내방으로,,,,,,,,,,,
개존잼이다 계속 써주세여,,,!!!!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삼편까지 갠카썼는데 조만간 올릴게유
감사합니다… 개존잼입니다…
재밌다 여샤..! 브금도 어쩜이리ㅜ찰떡인지.. 잘읽었어요!!!@
아니 장르 전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력 굳!!!
최고다 진짜..
정병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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