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학교가기싫어!!!의 이 게시판 저 게시판 눈팅만 하다가 이제서야 한 두자 끄적여봅니다.
동영상 파문(?) 이후에 회원수가 급등하면서 대부분의 게시판의 글도 상당히 늘어났는데요,
몇몇 게시판에서 눈에 띄는 이른바 '무술'관련 글..혹은 의견에 대해서 몇마디 적어보고자 합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네. 맞는 말씀입니다. 자기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하지요.
동급생들에게 맞아 사망하기 까지만 여중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더욱이 통감하는 말씀입니다.
무술이라는 것을 연마해서 자기 몸을 보호하는 쪽이 맞아서 죽는 쪽보단 훨씬 나은 것임에는 분명하고,
이른바 맞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방법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뿐이라는 겁니다. 정말 맞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 뿐이라는 겁니다.
다시말해서 왕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절대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느 누군가가 유도니, 검도니, 태권도니, 또 뭐더라...아! 무에타이니 뭐니 하는걸 모조리 다 배워서
종합 100단 정도 된다고 칩시다. 한때 유명했던 '존나세'만큼 되었다고 해봅시다.
(존나세를 모르시는 분은 검색창에서 '존나세'를 쳐보세요)
그렇다고해서 이 사람에게 친구가 정말 많을 거라고 장담 하실 수 있으십니까?
많다고 쳐도 그중에 정말 진정한 친구가 있을 거라고 장담 하실 수 있으십니까?
설마 남자끼리 시원하게 맞짱 한번 뜨고나서 모든걸 시원하게 푼다음 진놈이 이긴놈 밑에 들어가서 충성을
받친다는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나 통할 법한 논리를 펴놓치는 않으시겠죠?
(대부분 잘 아시겠지만)왕따라는 말은 크다(혹은 크게)라는 뜻의 '왕'과 따돌림의 준말인 '따'가 합쳐져서
생긴 말입니다.
한정된 공간, 조직체에서 따돌림당하며, 진.정.한.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뜻이죠.
대부분의 학생들이 폭행을 당해 육체적으로 겪게 되는 고통보다는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고들 합니다.
맞게될까봐 무서워서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진정한 친구 하나 없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것이 아닐까요?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하는 친구들이 그리 많을 것 같진 않습니다)
무관심이 더 고통스럽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우리카페가 그렇게 사랑받나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무술이라는 것을 통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왕따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신적인 부분도 분명 있지만 여기서는 핀트가 약간 안맞기에 잠깐 생략하겠습니다.
한가지 더. 이미 우리 카페에는 수많은 무술(복싱,검도,유도,무에타이 등등)이 소개되고 권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오로지 방어만을 목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장담하실 수 있으십니까?
힘은 힘으로 대응하고, 폭력은 폭력으로 대응한다는 논리. 어찌보면 정당방위니 하는 말 따위로 합리화 될 수도 있습니다.
조금 어긋나지만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몇년전쯤 학교에서 급우들에게 심하게 구타당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를두고 분통해하시던 피해학생의
부모님께서 이른바 심부름업체에서 사람들을 고용해 가해학생을 폭행시켜 가해학생들이 불구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폭행을 당하는 친구들이 무술을 배워 조폭이 되어 자신을 때렸던 친구에게 보복할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대한다는 논리는 잘못된, 더더욱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에게는 정말 틀린 논리라는 겁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각종 무술들은 양날의 칼과도 같습니다.
순수하게 자신만을 지키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것이라고 한다면 무술계(?)에 종사하고 계신분들을 모욕하는 것일까요?
혹은 폭력으로 견디다 못해 무술을 배우고 계신분들께 커다란 실례일까요? 그렇다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그러니까 10년 정도 전에. 그때도 괴롭힘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걱정을 하시던 많은 부모님들께서 저희들을 태권도장에 보내곤 하셨죠.
(80년대 초에 태어나셨던 분들치고 초등학교때 태권도장 한번 안가보셨던 분들 없으실 겁니다)
지금처럼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인하고 심각하진 않았기에 어느정도 먹히긴 했었지만,
태권도를 몇개월 다녔다고 해서 모든것이 속시원하게 해결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우리 운영자님처럼 스마일 작전이 훨씬 더 잘 먹혔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서서히 바꿔가면서 제 자신의 행동방식도 많이 바뀌었고, 저를 괴롭히던 친구들도 서서히 바뀌었던 거 같습니다. 문제는 분명 저한테도 있었습니다.
따돌림이나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친구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무술을 배우기 전에 자신을 한번만 제대로 바라봐 주시고,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사소하게 보여도 말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필요한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찾기가 힘들 때,
한번 더 우리 카페를 찾아오시고, 정모같은 오프모임에 나오시도록 노력하셨으면 합니다.
대충이긴 하지만 서로의 사정을 알고있으니까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하지 않겠습니까?
(전 이번 3.1 정모에 꼭 나갈겁니다! 좋은 친구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카페에 각종 무술을 추천해주시는 분들. 이제 그만하셔도 될 듯 싶습니다.
더욱이 관련 카페나 사이트 소개, 링크는 사절하고 싶습니다.
운영자 분들을 비롯한 이 카페의 많은 분들께서는 지난 몇년간 청소년*학교폭력,왕따,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같은 또래의 친구들은 즐겁게 놀 황금같은 시간에 노력해오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특별법도 제정이 된 것이죠.
이런분들 앞에서 '무술 배우면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쉽게 말씀하신다면 실례가 아닐까요?
정말로 필요하게 되고,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올바르게 사용할 자신이 생긴다면 스스로 찾게 될 것입니다.
(추천하고 싶으신 사이트. 검색 엔진에 등록은 되어있겠죠?)
한참동안 써보니 너무 긴 장문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이건 조금 아닌거 같은데..', '이러면 안될 듯 싶은데...'하는 걱정스런 생각에 줄줄이 써 보았습니다.
몇몇분들께서는 조금 기분 상하실 수도 있겠지만, 태클이라고 생각하시기 보다는,
조금은 다른 좋은 방법들을 더 찾아주십사하는 부탁의 글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야 제 생각을 이해해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님 말씀대로 무술수련의 선택 여부는 본인에게 맡기는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앞으로 학생들에게 무술수련을 권장하실 때는, 뒤따르는 위험성과 역효과를 함께 덧붙여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