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총동기회 참석차 부곡을 향했다.
처서를 지났는데 무더위의 기세는 꺽일줄 모르고 꼬라제비 넣어 밀 뽁아먹던 가마솥 열기 못지않게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시간이 맞지 않아 개인적으로 출발하는 동기들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예년 만큼 참석인원이 눈에 띄게 적어 보인다.
차량 두대에 분승한 일행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함께 드라이브의 야릇한 맛에 고무된듯 약간 상기된 즐거운 표정들이다.
시내를 벗어나니 산과 들, 하늘로 이어지는 녹색물결이 동기들의 정담과 함께 더위를 식혀준다.
로얄호텔에 도착하자 먼저 온 동기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 가운데 몇해 보이지 않든 심정희가 더 반갑게 맞이해 주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참 잘왔다고 답례해야 할것은
어째 왔느냐고 답례하여 결례를 저지러고 말았다.
정희에게 사과는 하였지만 미안한 마음이 이틀 내내 옥에 티로 남아 마음이 무거웠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먼곳에서 가까운곳에 이르기까지 멋진 모습으로 예쁜 얼굴을 속속 드러낸다.
서울 동기들은 하루 먼저 내려와서 남지서 일박하며 총동기회를 알차게 보내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왔다고 한다.
경남 부산은 당일치기는 물론 반나절도 가능한데 서울 대전 공주같이 먼곳 동기들은 오고 가는것만도 예사 일이 아니다.
동기들의 동기회 사랑과 정성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 없다.
배총무가 식사후 공식 행사를 거행한다는 안내로 부페로 식사겸 술자리를 열어 오고가는 술잔속에 우정을 나누고
잠시나마 그간의 소식을 나누며 연회장 분위기를 돋꿔 본다.
어느정도 취기가 돌고 연회장 분위기가 익어갈 즈음, 배총무의 회의장 정리 요청과 공식 회의가 주는 약간의 긴장과
딱딱한 분위기를 반전 시키기 위해 오프닝 맨트가 이어진다.
이야기 曰- 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눕혀두고 자식들이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더 살게하려고 동생에게 약을 사려 보냈는데
약 사려 간 동생이 감감 무소식이라 누어있는 아버지 앞에 대고 무심결에 동생의 늦음을 탓하면서 죽었나, 살았나 를
중얼거리자 누워있는 아버지 입장에서 빨리 죽지않고 뭣 하는냐는 소리로 들려 아버지가 오해 아닌 오해로
더 일찍 눈을 감았다는 대목에 이르러 좌중은 요절복통으로 그의 초주검에 이르렀다.
때에따라 때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란 행동강령이 함축된 명언으로
긴장의 끈을 풀고 우리가 하나 되는데는 이 보다 더 좋은 오프닝 맨트는 없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 매끄럽고 유머있는 맨트다, 잘 타는 거문고에 잘 익은 술 한잔을 겹들이는 그런 풍류가 흐르는 한 마당이다.
이제는 본격적인 공식행사다.
손원기회장의 개회선언과 연이어 터진 팡파르에 식장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어 연혁소개와 역대회장 소개와 손원기회장 체제 집행부의 소개가 이어졌다.
한해동안 총동기회는 물론 산악회 해외 여행등 여러 모임이 모두 무고무탈로 유종의 미를 거고
동기회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킨 공로에 대하여 우리 모두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공식행사가 물 흐르듯 진행되는 가운데 어물전 망신은 꼴두기가 시킨다드니 무위도식한 본인이 공로상 수상자 틈에 끼여
수상자들의 공로에 흠을 낸데 대하여 깊히 반성하며 사과를 드립니다.
금번 총동기회 회장은 김 정대회장이 선임 되었다.
전임 수석 부회장과 산악회 회장으로써 손원기 회장을 잘 보필하여 그 리더쉽이 검정된 만큼
동기회를 한단계 더 발전 시키고 동기들을 화합하는데 집행부와 함께 역량을 십분 발휘하리란 믿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 또한 신임 회장단에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것이다.
김정대회장의 수락 연설을 끝으로 공식행사는 막을 내리고 연회가 베풀어졌다.
그 첫 테이프는 임소식 동기 지인의 수준 높은 색소폰 연주로 막이 올랐다.
그분을 모신 연유는 잘 모르지만 흔쾌히 수락하여 혼을 실은 연주로 우리의 가슴을 흔들고 자리를 빛내주신
그 분에게 우리 모두 감사를 드리며 소식 동기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다음 뒷풀이로는 장영식과 두리 풍물단의 풍물 놀이다.
천종욱 동기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빠졌다곤 하나 두리 풍물단은 우리 동기회의 자랑이자
그 수준과 예술성은 나날이 발전하여 바깥에 드러내 놓아도 하나 손색없는 우리의 보물이다.
이렇듯 다재다능한 우리 동기들이 있기에 우리 총 동기회는 풍성하다. 그리고 맛깔나고 멋이 풍긴다.
장하고 고맙다는 말로 영식이를 비롯한 두리 풍물단에게 인사를 전한다.
우리가 여기서 막을 내리면 남지중 22회 동기들이 아니지...
잠시 숨을 돌리고 오리지날 뒷풀이를 위해 나이트를 향한다.
휘황찬란한 네온 불빛아래 탈권위와 탈 가식으로 스스로 망가져 태초의 하얀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곳도 평안이 아니고는 볼수없는 무위의 세계다.
높고 낮고 귀하고 천하고 많고 적음이 정지된 곳이다.
그냥 호들갑 떨듯히 춤을 추는곳이 아니다. 자신이 한번 망가지는 학습과 체험으로 몸을 낯추고 마음을 낯추고
교만 아만 자만을 내려놓고 겸양을 얻는곳이기도 하다.
이런곳을 부정한 곳이라고. 아니다. 부정하다고 생각하면 그 마음이 부정하다.
얼마나 흔들었을까 음악이 멈추고 네온불빛도 꺼진다. 하나 둘씩 헤어진다.
신명이 덜 풀린 몇은 날밤을 지샌다.
동이 텄다. 피곤이 밀려와야 할텐데 멀쩡하다. 나도 믿기지 않는 이현상을 두고 달리 설명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거린다.
아마 뇌에서 앤돌핀과 아드레나린과 같은 마약성분이 과다 분출되어 멀쩡한 모양이다.
신기도하지 동기회가 마약 같다니,,,
이번도 마지막 날은 우포늪으로 갔다.
내리자 마자 소나기가 퍼붓는다. 그러다가 하늘이 게인다.
우포늪 리뷰는 체색과 질감이 떨어져 자전거 탐방은 포기했다.
남은 동기들과 정자에서 머무르며 맛깔나는 이야기로 동기들을 기다렸다.
올해도 옥자가 땅콩을 삶아오고 희계가 갖가지 콩을 버무린 찰떡을 보내와 친구들이 맛있게 나눠 먹었다.
어쩌면 우리 친구들은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씨도 고운지 참으로 우린 우린 복 받은 동기들이다.
화왕산에 걸려있던 해가 고향쪽으로 기울고 있다.
고향맛이 묻어나는 추어탕으로 점심을 먹어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본다.
어찌 빨리 해는 기우는지, 추어탕을 먹지 않으면 헤어지지도 않을텐데,,
헤어지는 아쉬움에 손도 잡아보고 안아도 보지만 무엇으로도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리길 없다.
하늘도 헤어지는 우리의 시린 마음을 아는지 소낙비를 내려 돌아서는 발길을 더디게 하는구나...
첫댓글 좋은글 올려주셔서 기억이 더욱 새롭습니다. 정광수님이 상을받은 이유는 지난한해의 수고로움에 있었으니 결코 흠을 낸다든지 사과를 해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남씨의 섹스폰은 동기회를 축하하기위한 임소식친구와 몇분의 건의에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섹스폰이 아니고----->색소폰임( 어감이 무지 틀림)
고기도 먹은 본넘이 글도 쓰본넘이 잘 쓰는기라 ..잘 보고 갑니다.
광수짱님의 가슴으로 쓴 글 잘 보고 갑니다.광수짱님같은 동기생이 많아서 우리 동기회가 잘 되나 보니다.수시로 좋은글 자주 접할수있기를 바랍니다
내년에 건강하게 만날날을 기다려봅니다.
또 한해의 추억이 한장 넘어 가는군요...친구들의 건강한 모습 보니 너무 너무 반가웠습니다...멀리 서울에서 와준 친구들 내년에는 더 많은 친구들이 참석 해 주시면 고맙겠고 대전 친구님들도 보고 싶어니 다들 좀 같이 오세요...
광수짱님의 우리동기회를 사랑하는 마음 가슴으로 느끼고 갑니다
우포늪에서 친구님들의 우정을 확인하는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는데 광수짱님의 글을 통해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즐거웠던 시간을 글로 남겨주신 광수짱님께 감사드립니다~~~
짱님 혹 직업을 전환할 생각은 없는지~~ㅎㅎ 생생한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