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2020. 7. 금계
우리 집 옥상 화분에서 자라는 고추, 상추, 블루베리.
봄에 화분 흙을 갈아주고 약간의 밑거름을 한 뒤 모종을 사다 심고 물을 주면 저 알아서 쑥쑥 자란다. 날마다 이것저것 따다가 입가심할 정도는 되니 그야말로 띵호아다.
방울토마토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자란다. 가지는 반듯하게 자랐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 올해도 무화과는 제법 몇 개 따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동네 [우리 집]
우리 집 2층에서는 우리 부부가 살고, 1층에는 꽃게 간장 게장과 편백나무 공방이 세 들어 살고 있다. 1층에는 주차장이 있고, 옥상에는 작은 온실과 비닐하우스 탁구장이 있다. 요즘 우리 부부는 새벽에 한 시간쯤 탁구를 친다.
우리 동네 [우리 집 옆 골목]
우리 동네 [광주교육대학교 목포 부설 초등학교]
봄철 내내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적막강산이더니 이제는 개학해서 학생들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반갑기 짝이 없다.
우리 동네 [웰빙 공원 산책로 – 인도, 자전거 도로]
옛날 기차가 다니던 철로를 뜯고 조성한 웰빙공원 산책로는 부설 초등학교를 지나간다. 웰빙공원은 목포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공간이다.
우리 동네 [카레 전문점]
부설초등학교 산책로 바로 밑에 개업한 지 서너 달 되는 카레 전문점. 카레라이스와 돈까스를 판다. 장사가 될까 싶었지만 의외로 손님이 쏠쏠한 눈치다. 젊은이들한테 인기가 많다.
우리 동네 [문구점]
카레 가게 길 맞은편에 문구점. 초등학생들이 학교 언저리에서 군것질을 할 곳이라곤 여기 한 군데뿐.
이웃사촌이더라고 우리 마님이 날마다 마실 다닐 곳도 여기뿐. 두 부인이 자매처럼 가까이 지낸다. 우리 집은 여러모로 문구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 동네 [문구점 아래 텃밭]
원래 집 두 채가 있던 곳인데 도로 확장으로 뜯기고, 자투리땅을 문구점에서 샀다. 올봄 내내 코로나로 학교가 쉬자 문구점 여주인은 날마다 이 텃밭에서 따가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흙을 콩고물처럼 몽글게 매만졌다. 덕분에 우리 집은 마늘, 호박, 고추 따위를 푸짐하게 얻어먹었다.
우리 동네 [편백나무 공방]
우리 집 바로 옆에 편백 공방. 늙으니까 너무 조용한 것도 싫다. 이따금 이 공방에서 왜앵, 전기톱으로 나무 가르는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그 소리에서 나는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편백나무 톱밥의 눅눅하고도 상큼한 냄새를 상기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우리 동네 [복사 가게]
우리 집 아래 사거리의 복사 가게 [목대사].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복사집 운영. 내가 알기로는 목포에서 여기만큼 정확하고 깔끔하게 복사하고 제본하는 곳이 드물다.
우리 동네 [한약 건재 고려당] [용당동 성당 예수상]
복사집에서 조금 내려가면 고려당. 나는 일 년에 한두 차례 감기에 걸리는데 고려당 약을 이틀분 다섯 봉지를 가져다 서너 봉지를 먹으면 감쪽같이 낫는다.
용당 성당은 꽤 연조가 깊은데 교세가 해마다 불어나는지 얼마 전에는 넓은 주차장을 사들이고 높다란 예수상을 세웠다.
우리 동네 [목대사 옆 사거리]
이 사거리는 아주 위태로운 곳이어서 아침마다 부설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망을 본다.
우리 동네 [어린이 놀이터]
십여 년 전에 나는 두세 해 동안 어린 손자를 전담해서 키우며 이 놀이터에서도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네에서, 미끄럼틀에서 금방이라도 손자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다가 금방 쓸쓸하고 허전해진다. 그 손자가 훌쩍 커서 벌써 일곡에서 중학교 2학년이다.
우리 동네 [농협 로칼 푸드 가게]
옛날 농협 창고를 허물고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코로나 이후까지도 여전히 이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우리 집에서 갓바위 매점까지는 3킬로쯤 될까. 나는 요즘 새벽마다 아내와 탁구 한 시간쯤 친 후에 자전거를 타고 매점까지 다녀온다. 거기도 한 시간쯤 걸린다.
나는 갈 때마다 그 매점 자판기에서 블랙으로 500원짜리 냉커피를 한 잔 뽑아 마시면서 한가로움을 만끽한다.
왼쪽이 매점 주인, 오른쪽이 자원봉사자. 처음에 나는 그 고객이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길래 매점 주인인 줄 알고, “어째 자판기가 이상한 것 같아요.” 그랬더니 그 사람 왈, “주인 오면 전해드릴게요.”
얼마나 무안했는지 모른다. 그도 나와 똑같은 고객인데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