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과 현장 감독들이 현행 무승부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승부가 패로 간주되면 승리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보상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12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통과된 승률제도에 대해 김인식 위원장(63) 그리고 SK 현장 김성근(68) 감독 등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반론을 제기했다. 그것도 아주 거세게.
현행 승률제도의 핵심인 '무승부=패' 제도에 대한 반발이 현장에서 엄청나게 거세다는 것이다. 모든 선수들은 당연히 무승부가 아닌 승리하기 위해 경기를 한다. 이 제도로 인해 선수들의 승리 욕구를 자극한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장 감독들의 생각이다. 현장에서는 시즌 내내 제도의 불합리함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마저 무시됐다는 것이 현장 감독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KIA가 81승48패4무의 승률0.609로 1위, SK가 80승47패6무의 승률 0.602로 2위를 차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무승부를 전체 경기수에서 제외한 종전(2007시즌까지)의 승률계산 방식에 따르면 SK가 승률 0.630으로 KIA(0.628)를 제치고 우승팀이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KBO의 탁상행정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든 셈이다. 특히 감독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이처럼 지난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경기의 박진감 도모'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앞세워 자존심 때문에 현행 제도의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1년 만에 제도를 바꾸면 체면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야구는 야구대로 (수준이) 떨어지고 선수는 선수대로 허탈해진다"며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우승팀 KIA 조범현 감독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 한대화 감독 역시 "그런 제도가 말이 되는가. 답이 다 나와 있는데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이사회 결정을 번복할 수만 있다면 번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는 12일 "시행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현행대로 하기로 했다"며 문제점은 인식하지만 제도를 1년 만에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KBO가 뭔가 명확한 원칙을 정해놓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즉흥적인 모습이 있다. 이사회 결정사항을 뒤집는다고 해서 그들이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는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현장의 의견을 물어 재검토해야 한다"며 충고했다.
그렇다면 현장 감독들이 말하는 최선은 무엇일까? 김성근 감독은 "무승부를 0.5승으로 계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LG 박종훈 감독과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 역시 "예전처럼 0.5승을 주거나 그렇지않다면 무제한 승부를 다시 도입하는게 차라리 낫다"는 반응이다. 12회까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현행 무승부제를 반대하는 감독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삼성 선동열 감독은 "우리한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8개 구단에 똑같은 조건 아닌가. 논의가 그렇게 결정났다면 어쩌겠나 따라야지. 특별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며 유일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대세는 지금의 결정이 잘못 됐다는 것이다.
이상주기자 divayu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