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소설발전에서 또 하나의 갈래를 이루는 것은 완고한 봉건적 인습을 위반하면서 무수한 우여곡절을 거쳐 이루어지는 청춘남녀들이 연애 담을 기본내용으로 하는 애정윤리주제의 작품들이다
남존여비사상과 <남녀칠세부동석> 의 엄혹한 봉건윤리에 의하여 여성들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남녀간의 자연스러운 교재가 언급되어 결혼이라는 인륜대사를 오직 가문과 권세 재물에 의하여 좌우되고 있던 당시 이조봉건사회에서 청춘남녀간의 참다운 사랑에 대한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의의를 가지였으며 이 주제의 소설작품들은 많은 경우 반봉건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멀리는 10세기 수이전체 소설작품 <쌍녀분-두더지의 무덤>으로부터 15세기 김시습의 단편소설 <이생규장전>.<만복사저포기>등이 이러한 사정을 잘 말해주며 특히 17세기 창작된<연영전>.<운영전> 등에 이르러 이러한 특성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그것은 이 시기?! ? 이르러 자주성을 옹호하기 위한 줄기찬 투쟁 속에서 인민들이 더욱 각성되고 그들의 사상의식이 보다 놓아진 것과 관련 된다.
소설<운영전>은 일명 <수성궁몽유록> 이라고도 하며 그 작자와 창작년대에 대해서는 지난날 문예사가 들에 의하여 논의가 적지 않았으나 청파사인 류영에 의하여 17세기초에 창작된 것으로 보는것이 옳다.
종래에 청파사인 류영은 이 소설에 직접 등장하고 있는 인물인 것으로 하여 작자로 보기에는 난점이 있다는 견해가 있었으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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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구성조직에서 류영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가 작자라는 것을 말해주는 충문한 근거가 제시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먼저 죽은 안평대군의 옛자택 수성궁일대의 절승경개를 간단히 소개하고 이곳의 경치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류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만력 신축년(1601-인용자) 봄 3월16일에 류영이 막걸리 한 병을 들고 호로 궁문을 들어가니 보는 사람마다 모두 서로 돌아보며 손가락질을 하면서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류영은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뒷동산에 올라 새로 겪은 병화<임진전쟁>로 불타고 무너진 궁궐옛터의 스? 鉞? 풍경을 바라보고 다시 서쪽 동산 산수 깊은 곳으로 들어가 홀로 술을 내여 마시고 취해 누웠다가 술이 깨였을 때 바람결에 들려오는 한 가닥 속삭임소리로 하여 감진사와 운 영이를 만나 안평대군의 한창시절의 일과 진사의 상심한 까닭이 담긴 이야기를 담게 된다.
이렇게 유영이 청하니 진사는 운영을 돌아보면 해가 여러번 바뀌어 세월이 오랜데 그 때의 일을 그대는 기억하고 있는가?
“심중에 쌓인 원한을 어느 날에 잊겠습니까. 제가 먼저 이야기 하지요 랑군은 곁에서 빠진 이야기를 보충해주시면서 붓을 들어 기록해 주십시오.”
하고 운영은 다음과 같은 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대목은 소설의 구성조직에서 환경전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청파사인 류영은 <작중인물>의 한사람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그는 다음 장면에서 운영과 감진사의 이야기를 통하여 그러진 소설의 기본사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사건의 권외에 서서 듣고 있는 제 3자일뿐이다.
운영과 감진사의 이사랑 이야기가 다끝난 다음에야 류영은 다시 나타나서 이들 주인공과의 몇 마디 문답을 통하여 이 사건의 기록을 남기게 된 경위! 를 밝히고 있다 이 대목은 소설에서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류영은 다시 <작중인물>로서 그려져있다. -------------- 214 끝 ------------
이야기가 끝나고 기록하기를 다하자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슬피 울면서 스스로 그치지를 못하였다 류영은 서로 마주 보고 슬피 울면서 스스로 그치지를 못하였다 류영이 그들을 위로하여 두 사람이 다시 만났으니 소원이 성취된 셈인데 무순일로 슬퍼하기를 그치지 않는가. 다시금 인간 세상에 살아나오지 못하는 것을 한탄 하는 것인가 고 물으니 김생은 저네들 두 사람이 본디 하늘의 선인으로서 오랫동안 옥황상제 앞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는데 자기가 반도경실(천상세계에 있다고 하는 전설에서의 과실이름)을 따서 몰래 운영에게 준 것이 죄가 되어 인간 세상에 귀양 와서 인간의 괴로움을 겪었던 것이며 이제는 옥황상제의 용서를 받아 다시금 시중을 들고 있다가 오늘 인간세상의 옛날에 놀던곳을 찾아왔던 것이라고 하면서 류영의 손을 잡고 간곡히 부탁하는것이였다
<바다가 마르고 돌이 무지러질지라도 우리의 이 정은 다하지 않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땅이 늙?! 沮鄕侈捉? 이 마음은 녹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밤 당신과 서로 만나서 진심을 풀어 제치니 지난세상의 연분이 아니라면 어찌 바랄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당신은 이초고를 가지고 없어지지 말도록 전해주십시오. 그러나 함부로 경박한 사람들에게 전하여 희롱거리로 되게만 하지 말아 주신다면 천만 다행한 일이올시다.>
이렇게 말을 마치고 김진사는 술이 취하여 운영의 몸에 기대여 철구 한수를 읊었으며 운영이도 이에 화답하여 절구 한수를 읊었다
소설은 다음과 같이 끝나고 있다
<류영이 또한 술이 취하여 잠간 잠이 들었다가 한마디 산닭소리j에 깨어나 보니 구름과 연기가 땅에 자욱 깔리고 새벽빛이 창망하였다 사방을 살펴보니 사람은 간곳없고 다만 김생이 글을 적은 칙만 남아있었다. 유영이 안타까이 할 바를 모르다가 책을 소매에 넣고 돌아가서 상자 속에 감추어두고 때로 혹 상자를 열어 책을 보고는 망연히 정신을 잃고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 . 그리하여 두루 이름난 산을 돌아다녔는데 그 종말은 알수 없다고 한다.>
소설의 앞머리와 마감부분에서의 유영과 김진사의 대화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소설<운영전>의 구성조직은 이시기 다른 소설들의 구성 -- 215 끝 ---! -----
조직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찾아보게 된다. <홍길동>.<전우치전>.<박씨부인전>.등 17서ㅔ기 전반기에 창작된 국문소설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작가의 말로 될 주인공의 인물소개로부터 시작되고 기본사건의 해결과 주인공의 운명에 대한 작가의 설명으로 끝나고 있다 그런대 소설<운영전>은 먼저 기본사건의 주인공적인 관계자가 아닌 제3자의 인물류영을 등장시키고 그가 어떻게 남녀주인공을 마난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듣게 되는가 하는 과정을 생활적 화폭으로 그려 보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기본사건에는 작가의 말이 없이 운영의 회고담형식으로 모든 장면들이 펼쳐지며 운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그 사건의 종말이 지어진 다음 김진사의 그 운명에 대하여 그 자신의 말로 보충하고 있으며 다시 이들의 이야기를 적은 책이 어떻게 류영의 손에 들어가 전해지게 되는가의 과정이 작품의 결속장면으로 그려져있다
이렇게 볼때 류영은 소설의 시작과 마감장면에서 등장인물로서 그려져 있으나 작품의 기본사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 주제해명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없으며 다만 그 이야! 기를 들어서 전하는 사람 작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 廈돛? 김진사에게서 운영과의 사랑이야기를 적은 원고를 없어지지 말도록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며 그 책을 소매에 넣고 돌아가서 상자에 감추어 두고서 때로 상자를 열어 그것을 보고서는 망연히 정신을 잃고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고 한데서 바로 류영이야말로 이소설의 작자라는 것을 알수있다.
임제의 <원생몽유록>,윤계선의 <몽유달천록> 등에서도 각각 <해월거사림재>.<파담자(윤계선의 호)>등의 이름으로 작자 자신이 직접 등장하여 기본사건이 벌어지게 되는 정황을 소개할 뿐 아니라 기본사건의 참가자로 되여있는 사실에 비추어보아서도 <운영전>의 작자를 류영으로 추정할수있다.
운영의 창작년대에 대하여 소설의 기본사건이 벌어지는 만력신축년 1601년 이후 그리고 이 작품이 수록되여있는 화몽집이 편찬된 천계6년 1626년 이전시기 즉 1601·~1626년 기간에 창작되였다고 볼수 있다
운영전은 궁녀인 운영과 선비 김진사 사이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통하여 참된 사랑과 개성의 자유로운 ------- 216 끝 -------
발전을 갈망하는 중세기 남녀들의 랑만적 지향을 진실한 생활화폭으로 그려 보여주?! ? 있으며 모든 새롭고 참되고 아름다운 것을 유린 말살하는 봉건적사회제도와 륜리도덕의 반인민성 그 위선성과 비인간적 본질을 적발. 폭로하고 있다. 특히 당시 궁정 내에서 호화방탕한 유흥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공공연히 유린하고 있던 범죄행위를 높은 예술적 형상으로 폭로단죄하고 있는 점에서 이채를 띠고 있다.
소설 <운영전>은 류영이 꿈에 남녀 주인공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몽유록>형식의 작품이지만 그들 운영과 김진사의 사랑이야기 즉 이작품의 기본사건의 전개과정은 이 시기의 다른 소설작품들에서 흔히 보게 되는 환상적요소가 전혀 없는 현실그대로의 구체성을 가진 사실주의적 화폭으로 그려져 있다 남녀주인공의 순결하고도 열렬한 사랑과 포악한 권세에 대한 죽음으로써의 항거는 인물형상의 생동한 개성화와 섬세하고도 진실한 묘사에 의한 정서 깊은 생활적 화폭으로 하여 사람들의 예술적 감흥을 자아내고 있다
소설<운영> 으로 하여금17세기 소설문학의 력사에서 빛나는 자리의 하나를 차지하게 한 이렇듯 높은 사실주의적 일반화는 우선 반봉건적 성격의 애정륜리 주제를 형상적으로 특색 있게 풀어나간 ! 구성조직의 새로운 탐구에 의하여 답보되고 있다. 이것은 이 소설이 력사의 시련을 이겨내면서 예술적 생명력을 견지하게 한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다.
<주제를 형상적으로 풀어나가는데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성격발전 이야기 줄거리의 기본선을 따라 생활을 자연스러우면서도 점차 폭넓고 깊이 있게 그려나가는 것이다 생활의 흐름과 함께 발전하고 투쟁의 우여곡절을 거쳐 심화되며 극의 해결로써 완전하게 밝혀지는 주제야 말로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소설<운영전> 은 시작과 마감이 특색이 있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설정. 이야기 줄거리의 조직 등 구성이 주제사상을 형상으로 깊이 있게 밝힐 수 있도록 빈틈없이 짜여 있으면서 그것이 이 시기의 다른 대표적인 소설작품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 217 끝 ----------
소설에서 서로 사랑하는 운영과 김진사를 한편으로 하고 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봉건왕건과 그 륜리의 대변자인 안평대군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인물관계의 골격이 이루어지고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란 소옥을 비롯한 9명의 궁녀들, 김진사의 종 특이와 동문밖에 살고 있는 무당, 안평대군의 사궁에 모여들던 ?! 본折?을 비롯한 당시의 문장 명필 등 적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인물들은 작품의 주제사상을 해명하는데서 각기 형상과제가 뚜렷하며 그것은 주인공 운영의 인물선을 돋구는데 복종되여있다.
작품의 기본갈등은 운영 및 김진사와 안평대군과의 모순 재립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갈등선을 타고 사건이 발생발전하고 있지만 여기서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운영이다 김진사나 안평대군까지도 결국은 운영의 운명발전과의 관계에서만 형상적 의의를 가지며 운영은 이소설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을 련결시키고 끌고 나 가는데서 언제나 중심에 서있다
소설은 세종의 정실 몸에서 난 여덟 아들 중에서 그중 똑똑하다고 하던 안평대군의 수성 궁 안에서의 사생활에 대한 소개로부터 시작되여있지만 그것도 운영의 운명을 펼쳐보여주기 위한 환경으로 제되여있을뿐이다 소설에서 그 모든 등장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그들의 형상과제가 운영의 시점에서 그의 직접적인 생활체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 될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소설의 주인공 운영은 당시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17세기 소설문학의 새로운 형상이며 우리나라 ! 고전소설의 오랜 역사를 놓고 보아도 특이한 존재의 인물이다 그는 조롱안? ? 새와도 같이 궁 안의 깊은 골방에 갇히어 인간사회와의 접촉과 교제의 길이 막혀있는 궁녀로서 인간의 가장 초보적인 요구초차 억제당하고 있는 가련한 처지에 놓여있지만 그처럼 가혹한 봉건적 압제에 항거하여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주견 있게 행동하는 개성에 눈뜬 여성이다
서설에서는 운영이가 안평대군의 초청으로 수성 궁에 들어온 김진사를 한번보고 그의 사람됨을 알게 되면서 싹터난 사랑의 감정을 자기의 처지로 하여 스스로 억제하고 단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궁 안의 그 엄혹한 환경에서도 목숨 걸고 먼저 편지를 보내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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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도 하면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하며 거기서 인간다운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운영의 형상창조에서 소설이 거둔 예술적성과는 그의 사랑의 열정과 실현을 위한 어는 정도 무모하다고 할 만큼 대담하고 용감한 행동이 한갓 향락적인 충동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고상한 정신세계의 발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품위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내면세계를 펼쳐 보여주는 언행과 특히 그가 창작한 서정시 김진사?! “? 보낸 편지의 사연에 의하여 답보되고 있다.
안평대군이 열사람의 궁녀가 한방에 있으니 공부에 전심할 수 없을게라고 하면서 다섯 사람을 서궁으로 옮겨가도록 하였을 때 옥녀는 그곳이 <정말로 글을 읽을 서당이라 할만하다>고 감탄해마지않았지만 운영은 <사인(왕곁에서 시중들던 사람)도아니요 여승도 아닌데 이 같은 깊은 궁중에 가구니 정말 한나라 태후가 살던 장신궁이야>하고 불만을 표시하여 겉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게 한 것이라든가 가을날 비단 씻는 행사의 기회를 타서 동문 밖의 무당에 집에 들려 김진사에게 전한 편지의 사연은 그의 외유내강한 성격적 특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김진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운영자신의 가정형편과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 성격적 특성이 잘 그려져있다.
그의 편지에 의하면 운영의 고향은 남도이며 부모가 여러 자녀들 중에서도 그를 각별히 사랑하여 나가서 장난질하며 노는 것도 저 하는 대로 맡겨두어<동산의 수풀과 물가의 매화 대나무, 귤 유자나무 그늘과 피리 부는 초동목동들이 아침저녁 눈에 들었으며>부모 곁에서 삼강행실과 7언당시를 배우고 열세 살에 안평대군의 궁으로 들어왔다 그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정을 금할 수 없어 머리도 빗지 않고 얼굴도 씻지 않? ? 입성을 람루하게 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누추하다고 여기도록 뜰에 엎드려 울었으나>궁녀들은 <한 떨기 배꽃이절로 뜰 가운데 났구나> 라고 하면서 귀여워하였고 대군의 부인이 자기 몸에서 난 것이나 다름없이 사랑해주고 대군도 심상한 시녀로는 보지 않았다 더욱이 한번 학문에 힘쓰게 된 후로 의리를 알게 되고 능히 음률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를 존경해 주었다 그러나<젊은 박명의 몸으로 한번 깊은 궁중에 갇히자 마침내 시들어 떨어지고 말> 자신의 기막힌 처지를 깨닫게 되면서 ------------ 219 끝-------------
회한이 마음속에 맺히고 원망이 가슴을 막아 수를 놓다말고 등불에 불사르고 비단을 짜다말고 북을 던지며 베틀을 내리고 말며 비단휘장을 찢으며 옥비녀를 분질러버리다가도 잠시 주흥을 얻으면 맨발로 걸어 다니며 섬돌에 난 풀을 밟아 뭉개고 손으로 뜰에 핀 꽃을 꺾으며 백치와 같이 미치광이와 같이 되어 마음을 스스로 억누르지 못하였다
여기서 보는바와 같이 평범한 농민가정에서 부모의 극진한 사랑 속에 아무런 구속도 받음이 없이 곧게 자란 그였기에 화려한 궁정에 와서도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으로 능청스런 꾀도 부리고 글과 음률을 익혀 비록 궁정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어 서도 궁 안에 갇힌 신세를 한탄하며 자유를 갈망하여 몸부림치는 것 이였다
편지에는 진사를 사랑하게 된 계기와 그 사랑의 뜨거움과 영원함에 대하여 천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으며 처녀의 순결성이 느껴지게 절절한 필치로 씌여져있다 .운영자신이 이 편지를 두고 <이글은 한편으로는 가을을 슬퍼하는 노래요 한편으로는 사랑의 시>라고 이야기한 것이 우연하지 않다
소설의 다른 장면에서 금련의 입을 통하여 이야기된바와 같이 대군이 그를 두고 마음을 기울인지가 오래지마는 운영이가 죽음으로써 항거하여 감히 가까이 하지 못할 만큼 그는 도고하고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여자였으므로 김진사에 대한 그의 사랑은 속물적인 욕망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것이다 바로 그런 까닭에 그와 가까운 자란이를 비롯하여 아홉 명의 궁녀들이 한결같이 그 사랑을 열매 맺게 하려고 고이 감싸주며 무서운 시련이 닥쳐왔을 때 죽음도 두려움 없이 목숨으로 옹호해 나서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이들의 운영에 대한 태도, 그들 궁녀들 사이의 관계가 그 어떤 시?! 秀? 질투심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한 우정과 의리의 발현으로서 아름답? ? 감명 깊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아름다운 우정은 처지와 지향의 공통성, 인간관계에서 의를 존중하는 도덕관념에 뿌리박고 있다는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자란이가 운영의 사랑관계를 먼저 알게 된 후로ㅡ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으며 생명까지도 바쳐야 할 이채롭기 그지없는 일리라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글 일을 성사시켜 주려고 무진 애를 쓰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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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운영과 김진사와의 련계를 지어주려고 비단씻기행사를 소격동에 가서 하는데 다른 궁녀들의 동의를 얻기 위하여 꾀를 써서 하는 말과 그 말을 듣고 처음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그것이 운영이의 인간문제를 풀기 위한 신의와 관련되는 문제임을 알자 선뜻 찬성해나서 후에 김진사사 운영에게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안평대군의 엄한 추궁을 받게 되었을 때 그들 모두가 한결같이 책임을 스스로 지는 립장에서 어엿하게 처신하는데서 잘 나타나있다
그때 운영과 같이 서궁에서 살고 있던 은섬, 비취, 옥녀, 자란이 써올린<자백문>은 자기의 <자ㅚ>에 대한 고백이라기보다 오히려 인간의 본성격요구를 횡포한 권?! 섭? 짓뭉겨 버리려는 폭군에 대한 불같은 항변으로 되어있다. 언제나 조용하고 남의 눈앞에 크게 나타나지 않던 은섬이 먼저 남녀의 애정이란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사람마다 다 같이 가진바인데 <이제 범한 죄도 없이 죽을 자리에 앉게 되오니 저희들이 황천에 가서도 눈을 감지 못하겠다.>라고 하였으며, 비취는 오직 글과 글씨와 거문고와 노래를 일삼았을 따름인데 이제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뜻밖에 서궁에다 미치게 하여 살아도 죽는 것만 같지 못하오니 <오직 원컨대 죽을 자리에 나아가 고저 한다.>고 하였으며 옥녀는 서궁의 영화도 제가 관여했거든 서궁의 재액을 저 혼자 면하겠는가. . 불이 산을 달굴 적에 옥과 돌이 함께 타는지라 오늘의 죽음이 죽을 자리를 얻었노라고 혼연히 대답하였다 특히 자란의 자백문은 뜨거운 우정으로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는 립장에서 목숨 걸고 벗을 옹호하는 사리당당한 항변으로 하여 대군의 폐부를 찌르는 준렬한 론고장으로 되었다.
<저희들은 여염집 천한 계집들로 아비는 순임금이 아니요, 어미는 두 왕비가 아니거든 남녀의 애정이 어찌 홀로 다르겠습니까...대군께서는 어찌하여 운영이로 하! 여금 홀로 남녀의 정을 누리지 못하게 하십니까? 김생은 영특한 사람이올시 다. 내당에 끌어들인 것도 대군께서 하신일이로요, 운영이로 하여금 벼루를 받들게 한것도 또한 대군의 명령 이었습니다. 운영이 깊은 궁중의 남편 없는 여자로 한 미남자를 보자 정신을 잃고 병이 골수에 들어 비록 장생하는 약과 월나라 명의의 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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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지라도 효험을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만약 하루저녁에 아침이슬과 같이 죽게 된다면 대군께서 비록 마음에 측은히 생각하시나 무슨 보람이 있습니까. 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대군께서 한번 김생으로 하여금 운영을 보게 하여 두 사람의 원한을 풀어주신다면 대군의 적선하심이 이보다 큰 것이 없겠습니다. 정말 운영이가 절조를 잃은 것이 그 죄가 저에게 있지 운영이게는 없습니다. 저의 한마디 말은 우로는 대군을 속이지 않고 아래로는 동배를 저버리지 않는것올시다. 오늘의 죽음은 죽어도 영광이올시다. 엎드려 원하건대 대군께서는 저의 몸으로 운영이의 목숨을 대신케 해주소서.>
노기등등하던 안평대군도 자기가 세 가지 큰 죄를 졌으니 만일에 죽음을 좀 늦추어주면 마땅히 자결하계다고 한 운영이의 것까지 다섯 궁녀들의 자백! 문을 다 보고나서 자란의 자백 문을 다시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고 스스로의 죄책을 조금이나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에 심문의 대상으로 지목되지도 않은 남궁의 소옥이가 꿇어앉아 울면서 전날 비단을 씻을 때 성 밖으로 가지 못하게 한 것이 자기의 술책 이였으며 자기가 자란이의 청을 듣고 그 말에 동전하여 여려 사람들의 론의를 충동해서 따르게 했다고 하면서 <운영의 잘못은 그 죄가 제게 있지 운영에게는 없습니다. 운영이는 죄가 없습니다. 엎드려 원컨대 대군께서는 저의 몸으로 운영이의 목숨을 대신케 해주소서.> 하고 간청하여 대군의 노여움이 또 조금 풀리게 된다. 이 역시 이들 비천한 시녀들의 고결하고 의로운 자기희생적인 행동 앞에 포악한 권세의 힘이 머리를 숙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리하여 운영이만 별당에 가두고 그 나머진 사람들은 다 놓아주게 되었다, 이날 밤에 운 영이는 제 손으로 비단수건에 목을 매여 죽었으며 사건은 결말이 난다.
주인공의 운명의 이와 같은 비극적인 종말은 생활과 성격발전의 필연적인 귀결이며 이것이 또한 소설 <운영전>의 사실주의적 성격을 특징짓는 중요한 징표의 하?! し? 된다.
17세기 대표적인 소설작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중? 선? 소설문학발전의 전력사적 과정을 놓고 보아도 많은 작품들은 -------------- 222 끝---------
당대 봉건 사회현실에서는 주인공의 지향이 좀처럼 실현될 수 없을 것도 낭만주의 적수법에 의하여<고진감래식>의 행복한 종말로 결속짓고있다 그것이 당대 인민들의 지향을 옳게 구현하기 위한 작자의 진진한 예술적 탐구로써 성공한 작품들도 있지만 작자의 주관적 욕망에 의하여 도식적으로 쉽게 처리함으로써 사상예술성에 손상을 준것도 적지 않다.
소설<운영전>은 이러한 작품들과는 달리 주제사상적과제와 그려진 생활과 성격의 론리에 따라 주인공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생활반영의 진실성을 강화하고 당대 봉건사회제도의 반인민성과 비인간적 본질을 폭로 비판하는데 효과적으로 이바지 하게 하였다.
소설의 사실주의적 성격은 또한 주인공 운영은 말할 것도 없고 김진사 안평대군 등 기타 인물현상들과 성격의 그 어는 한 면만을 일면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현실그대로의 구체성을 가지고 생동한 개성으로 그려 보여준 데서 나타나고 있다.
김진사는 소설의 첫머리에서 류영과 만나 통성하면서 스스로 간단히 경력을! 소개하고는 안평대군의 초청으로 수성 궁에 들어왔을 때로부터 운영의 시점에서 그와 인연을 맺고 기구한 운명의 동반자로서 짧은 생애를 마치는 재능 있는 선비로서 그려져있다.
그는 나이 열 살에 시와 글짓기에 능하여 서당에서 이름이 있었으며 열네 살에 과거 제2과에 급제하여 세상에서 김진사로 불리웠다. 젊은 나이에 협기가 있고 마음이 호탕하여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데서 운영을 만나 봉건유교도덕을 배반한<죄인>, 량반사회의 <이단자>로 되었다. 이것은 그자신이 소개한 김진사의 간단한 경력 이였다.
소설에서는 국화꽃이 처음으로 피어나고 단풍이 새로 물들어 떨어지는 가을철의 어느 날 대군이 서당에 홀로 앉아 시녀들 에게 먹을 갈리고 폭넓은 흰 비단을 펼쳐놓고 사운시 열수를 베끼고 있을 때 나타난 김진사를 운영의 시점에서 <그 사람이 베옷에 띠를 띠고 섬돌을 올라오는 것이 꼭 새가 날개를 편 것 같고 자리에 와 절을 하고 앉으니 그 얼굴과 거동이 신선과 같고> 대군의 거듭되는 청으로 곧 붓을 잡아 써놓은 오언사운시 한수로써 거만한 안평대군으로 하여금<정말로 천하기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게 한 특출한 재능 ----------------------- 223 끝-------------
을 가진 ? 군廚? 그려 보여주고 있다. 옛 시인들 중에서 누가 으뜸이냐는 대군의 물음에 천하시인을 평하여 거침없이 대답하는 그의 해박한 지식과 높은 교양은 대군을 감동시키고 운영이를 매혹시켰다.
<진사는 지금 세상의 재사가 아니요 내능력으로는 그 수준을 론할바 아니요, 또 한갓 문필에만 능할 뿐 아니라 글씨도 또한 신묘하오, 하늘이 그대를 우리나라에 낳게 한 것이 반드시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요.>
이것이 김진사가 두 번째로 지은 사운시를 보고 대군이 자리에서 앞으로 나와 진사의 손을 잡으며 한 찬사이다, 김진사는 이렇듯 뛰어난 재능으로 사람들은 놀래웠으나 더 놓은 과거를 보아 벼슬길에 나가기 위하여 공명의 도를 닦는데 전심하는것이 아니라 수성궁에서 시를 적을 때 벼루를 받들어준 궁녀 운영이를 잊지 못하여 당시의 량반도덕에서 허용되지 않는 길로 나가며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원한을 품고 짧은 생애를 마치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운영이에 대한 그의 사랑의 순결성과 열정을 그 자신의 몇 마디 고백이나 작가의 간단한 설명으로 대치한 것이 아니라 편지를 전해보려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련사흘 젊은 무당을 찾아가면서도 그 ! 녀자의 유혹을 물리치며 종인 특이가 만들어준 집개사다리를 타고 밤마다 수성 궁의 담을 넘어가 만나는 모험도 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생활묘사로써 생동한 형상적 화폭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가 량반집에서 태어나 글공부만 하던 선비로서 그런 실천행동을 제스스로는 생각해내지 못하고 종인 특이의 도움을 받으며 후에 가서는 물욕에 사로잡힌 특이의 흉계에 넘어가 몸을 망치게 되는 것으로 그린데서도 그의 개성적 특성이 뚜렷이 부각되여있다
소설에서는 운영 김진사와 대립관계에 있는 안평대군의 형상도 현실적인 구체성을 가진 생동한 개성으로 그려져 있다 전제적군주제도하의 한 왕자로서 글공부에 전심하며 시짓기에 능하고 글씨도 잘 써서 성삼문 등 집현전 학사들을 비롯한 당대의 이름난 문장 명필들과 사귀면 사굴에서 궁녀들에게 글공부를 시키고 음률을 익히게 하여 생활의 흥취를 돋구게 하는 안평대군의 형상에는 리조5백년 력사에서 봉건문화발전의 절정을 이루었던 세종대의 현실이 반영 되여 있다 소설에서 그는 한 개인으로 볼 때 지식과 문화적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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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잦춘 점잖고 재능 있는 젊은이지만 인민들에 대한 무제한한 착취와 ? 橘悶? 기초하고 있는 전제적인 봉건왕건의 대변자로서 시녀들이 만약 궁문을 나가기만 하면 그 죄가 마땅히 죽어야 한다. 고 엄포를 놓고 모든 궁녀들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아 버리며 남녀 주인공의 생명까지 빼앗는 범죄의 원흉으로서 형상 되여있다 바로 여기에 글의 성격의 본질적 특성이 있으며 형상화에서 사실주의적 일반화를 빛나게 실현한 소설<운영전>의 또 하나의 예술적성과가 있다
소설<운영전>에서 작가의 진지한 창조적 탐구는 이야기줄거리 조직의 단순성, 사건진행과정의 평면적인 라열을 극복한데서도 잘 나타나있다 주요한 인물들인 운영 김진사 안평대군의 경력에 대해서도 천편일률 식으로 작가의 말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호 관계에 의해여 이루어지는 사건의 발전을 타고 나가면서 그들 자신의 입으로 소개되여있다
이미 앞에서 보아온바와 같이 김진사의 경력은 작품의 첫머리에서 류영과 통성을 하는데서 자신의 입으로 밝혀지며 운영의 내력은 그자신이 김진사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에서 안평대군의 내력은 운영이가 자기들 두사람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야기의 배경으로서 설명하고 있다.
소설에서 서?! ㅍ첼? 편지들의 삽입은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개방하며 개성적 특성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되였다 운영과 김진사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의 사연만 놓고 보아도 털끝만한 격식이 없이 자기들의 순정 그대로를 절절한 필치로 적어나가고 있으며 이로 하여 사람들의 가슴을 후덥게 해주고 있다
작가가 얼마만큼 예술적 형상화에 창조적 탐구를 기울였는가 하는 것은 김진사가 안평대군의 청으로 시를 지어 종이에다 쓸 때 붓에 직은 먹물 한 방울이 벼루를 받쳐 들고 있는 운영의 손가락에 떨어진 세부의 묘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운영이는 그것을 오히려 영광으로 알고 씻지를 않았으며 겉에 있던 궁녀들이 모두 돌아보고 방글 웃는데 마치 룡문에 오른 것처럼 기쁨을 느꼈으며 이 기쁨은 곧 사랑의 열정이 타오르게 한 불씨로 되였던 것이다
소설에 그려진 이들의 사랑은 순결하고 열정적이며 반봉건적 성격을 띠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를 위한 투쟁과 결부되여있지 못하며 일부 미신적계기로 사건을 전개시켜 나가는 것과 같은 제 ----------------------- 225 ------------
한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운영전> 은 그 주제로 ! 부터 인물형상과 구성조직 생활묘사 이르기 까지 작가의 독창적인 탐구로 ? 惠ぐ? 있으며 중편소설양식의 품격을 훌륭히 갖춘17세기 사실주의소설의 대표작의 하나로서 그 후 시기의 소설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였다.
조선고전 문학사 문일환 한국문화사1997
조선소설사에서 보기 드문 궁준소설 특히 궁중비련소설이라는 데서 주목된다 그리고 보기드문 비장미의 허구성도 잘 그려내며 인간의 원초적인 남녀간의 사랑의 발현과 그것이 어떻게 현실적인 장애요인으로 인해 좌절을 당하였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소설은 안평대군과 그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은 수양대군의 구데타사건과 관련되는 청치적배경이 념두에 있다는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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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혹시 아직도 과제물 완성 못하신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늦었지만 올립니다.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학우님들 모두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바라며... ^^
감사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