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숨은 진주, 수우도에 가기 위해 39명의 회원들이 길을 나섰다.
섬 전체가 거대한 암릉이기 때문에 돌아보기는 만만치 않았다.
고래바위, 해골바위, 신선봉, 백두봉...기암괴석의 전시관과 같은 섬이다
해골바위는 해독 불가한 상형문자를 새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수우도는 경남 통영시 사량면에 속한다.
그런데 거리상으로는 사천시, 정확히는 옛 삼천포가 더 가깝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약 2시간 반 만에 삼천포항에 닿았다.
봄을 맞은 삼천포항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경매가 한창 지행되고 있는 활어위판장은 시끌벅적하였다.
수우도를 오가는 배는 통영이 아닌 삼천포항에서 출발한다.
섬 주민들의 일상도 통영보다는 삼천포 쪽에 더 가까운 편이다.
우리는 10시 30분에 출항하는 일신호에 승선하였다.
수우도는 해안선 길이가 7㎞ 정도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통영시에 속하는 여러 섬들 가운데 가장 서쪽 해상에 위치한다.
일신호는 30여분 항해하여 수우도에 도착하였다.
소처럼 생긴 지형과 동백 등 나무가 많아 수우도(樹牛島)라 부른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사량도 그늘에 가려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선착장이 있는 마을이 수우도의 유일한 마을이다.
항구에서는 마을 이장이 단체 방문객을 맞이하였다.
해골바위는 위험지역이나까 절대 내려가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렇지만 금지선을 넘지 않는 않는 이들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등산로 입구에는 많은 산악회가 방문한 흔적이 있었다.
섬은 작은데, 돌아보기는 만만하지 않다.
이웃한 사량도처럼 섬 자체가 거대한 암릉이기 때문이다.
동백나무 터널과 된비알을 지나면 육중한 암반이 나온다.
봄기운을 머금은 여인들의 미소가 상큼하였다.
바다와 하늘을 관망하면 천하제일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안부에서 바라보는 매바위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날카로운 부리가 매바위라는 명칭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고래바위 정상은 비스듬히 경사를 이룬 고래등과 같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매바위가 고래 새끼처럼 생겼다.
바다 쪽으로 둥근 머리를 길게 내민 섬이 마치 거대한 고래와 같다고 한다.
지도에 그려진 고래바위라는 지명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런 지명은 유람선 선장들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섬사람들이 부르던 이름은 ‘도둑놈꼴창’이다.
과거 해적들이 배를 숨겨놓았던 곳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닐까?
동백과 소나무가 울창한 숲속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자리는 옹색했지만 저마다의 반찬을 펼치니 화려한 한정식이 되었다.
이장이 가지 말라고 한 해골바위 들머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뚝 솟은 소나무 사이에서 유독 누워서 자라는 소나무가 이정표다.
누운 소나무에서 몇 걸음만 올라서면 금강봉이다.
이곳이 해골바위 해안으로 내려가는 기점이다.
몽돌해변 쪽으로 내려서는 구간이 급경사여서 조심해야 한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구간을 지나서 밧줄을 타고 내려간다.
해골바위는 주민들이 ‘쇠등태’라 부르는 암봉 아래 있다.
쇠등태는 이름처럼 소의 등짝과 비슷한 모양새다.
이런 형태의 바위를 ‘타포니(Tafoni)’라고 부른다.
타포니는 암석의 측면에 벌집처럼 파인 구멍들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형태를 만든 건 소금기와 풍화작용이다.
화강암의 틈을 파고 들어간 염분이 바위를 부숴 이와 같은 기암벽을 만들었다.
두 명의 젊은이가 텐트를 설치해 놓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곳은 야영의 성지로 알려졌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하룻밤 지내면 어떤 기분일까?
해독 불가 상형문자를 새겨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해골바위의 형태는 해골을 닮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뼛속을 닮았다.
해골바위, 곰보바위, 벌집바위 등 부르는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해골바위에 못가면 또 어떠리.
바위도, 하늘도, 동백꽃도 모두 내 것이다. ㅎㅎ
해골바위에서 올라오면 백두봉이 잘 보인다.
백두봉은 위험 구간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기대했던 동백꽃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금년엔 늦추위가 있어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였다.
이향아 시인은 '늦게 피는 꽃이 가장 무서운 꽃'이라고 읊었다.
동백 군락지를 지나 숲 능선을 20분 정도 가면 은박산(196m)이다.
정상에는 돌무더기와 함께 표지석이 놓여 있다.
동백나무가 은박지처럼 반짝인다 하여 ‘은박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동백꽃잎을 난간 위에 올려놓았다.
모가지째 통채로 떨어진 꽃잎엔 사랑의 열기가 남아있었다.
봄이라고 너도나도 꽃피는 게 싫다
만장일치 박수를 치며
여름이라 덩달아서 깔깔대는 게 싫다
봄 여름 가을 꿈쩍도 않다가
수정 같은 하늘 아래 기다렸었다
마지막 숨겨놨던 한 마디 유언
성처녀의 월경처럼 순결한 저 피
헤프게 웃지 않는 흰 눈 속의 꽃
사람들은 비밀처럼 귓속말을 하며
늦게 피는 꽃이 무서운 꽃이라네....................................................이향아의 詩 <동백을 보며> 부분
홍합 가공공장을 지나면 몽돌해변이 나온다.
손대면 베일 것만 같은 시퍼런 물색이 아름답다.
앞쪽으로 삼천포화력발전소의 굴뚝이 보인다.
수우마을 동네 산책에 나섰다.
벽에는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벽화는 쓸쓸한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쓸쓸하지만 정겨운 집이다.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축담이 견고하다.
창호지 문을 열고 할머니가 걸어나올 것 같다.
동네에서는 사람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인기척을 듣고 나오신 할머니의 친구가 되어 드렸다.
이렇게 작은 섬에도 교회가 들어와 있다.
주민을 모두 합해도 30여명 남짓인데...신자 수는 얼마나 될까?
마을의 수호신 설운 장군의 사당인 ‘지영사’(至靈祠)는 학교 뒤편에 있다.
수백년 된 느티나무가 설운 장군 사당을 감싸 안고 있다.
반인반어(伴人半漁) 설운 장군은 남해안 일대의 왜구를 물리쳤다.
그러나 모함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폐교터엔 수우마을 복합휴양센터가 들어섰다.
제법 큰 규모였지만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세상의 온갖 색들이 모두 모였다.
빨강, 노랑, 초록, 검정에는 우주가 담겨 있다.
바닷가엔 해변카페가 만들어져 있었다.
멍게, 낙지, 해삼을 썰어놓고 소주와 막걸리를 마셨다.
이런 것이 섬 산행의 낭만이요 색다른 즐거움이다.
매상을 많이 올린 할머니께서 환한 미소를 지으신다.
우리 일행이 떠나버리면 적막한 섬이 될텐데...애잔하다.
수우도에서 오후 4시 30분에 출항하는 배에 올랐다.
부산에서 온 단체 팀이 함께 타니 배는 만원이 되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윤석열이 석방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