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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013
#1. 상가 밀집 거리
금순 두렵고 당황스런 현실에 잔뜩 긴장해 걸어온다.
금순 두리번 두리번 살핀다. 그러다 아 반가운..
금순 호르륵 다가가 선다. 평범한 한식당 앞이다. 문 앞에 붙여놓은 “아줌마 구함 - 숙식제공” 찌라시 붙어있다.
금순 숙식제공이라는 말에 손가락으로 밑줄 그어가며 반가운.
금순 안을 살펴 보면, 두세명의 체격 좋은 아줌마들 큰 쟁반에 음식을 나르고 있다.
#2. 식당 안
금순 문을 밀고 들어온다. 주인 카운터에서 돌아본다.
금순 꾸벅 목례하고 다가가 선다.
금순 : 안녕하세요. 밖에 붙여논거 보구 들어왔는데요. 일하구 싶어서요.
주인 : (위아래로 훑어보다) 에이 학생은 이 일 못해.
금순 : 아녜요 저 잘할 수 있어요.
주인 : 못한다니까. 그런 손목 갖구는 기운 없어서 어림두 없어.
금순 : 저 기운 캡 쎈데요 저 진짜 잘 할 수 있어요. 편의점 알바할 때두 무거운 맥주박스 혼자서 번쩍번쩍 다 들었어요.
주인 : 안돼. 봐 다 튼튼한 아줌마들이지...(일어나 가버리는)....
금순 : (그 뒤에 대고) 저 정말 잘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주인 대꾸 않고 가버린다.
금순 그 모습 보다 포기하고 돌아서다 보면, 손님이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 눈에 들어온다.
금순 : (저절로 꿀꺽...부러운, 배고픈)......(돌아서 문으로).....
#3. 상가 밀집 거리
금순 문 닫고 나온다. 금순 다시 걷는다.
금순 지나는 상가마다 찌라시 붙어있나 확인하며 걷는다.
그러다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에 찌라시 붙어있는 것 발견한다. 반가운.. 호르륵 다가간다.
금순 가까이 다가가 보면, “알바구함(남)” 써 있다. 금순 실망스럽다. 다시 돌아서서 걷는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분다. 금순 웅크리다 아예 돌아서서 바람을 피한다...
잠시 바람이 지나면 금순 있는데로 옷을 여미고 웅크리고 다시 잔뜩 긴장해서 둘러보고 살피며 걷는다.
#4. 주방
시완 가스렌지 앞에서 찌개의 간을 보고 있다. 시완 갸웃하며 자신 없다.
시완 : (옆에서 밥 푸는 태완에게) 간 좀 볼래?
태완 : (다가와 달라고)....(시완 후 불어 넣어준다)....괜찮은거 같은데.
시완 : 됐다 그럼...(불 끄고) 내가 풀테니까 나 주구 가서 아버지 엄마 모시고 나와.
태완 : 알았어.
#5. 안방
엄마 이불 펴고 누워있고, 아버지 양말 신는 중이다.
태완 문 열고 들어온다.
태완 : 아버지 엄마 식사하세요. 형이 밥했어요.
아버지 : 시완이가?....여보....일어나 아침 먹어야지.
태완 : 엄마 일어나 형이 김치찌개 끓였는데 맛이 환상이야.
엄마 : (외면하고 누워)...생각없어 아버지 모시구 나가서 니들끼리나 먹어.
태완 : 아이 엄마가 이러구 있는데 우리끼리 어떻게 먹냐 의리가 있지...(다가가 일으키며) 엄마 일어나세요...(하는데)
엄마 : 놔 이거 생각 없다니까...(억지로 일으켜져서 와락 짜증스럽다) 노라니까.. 왜 이래 건방지게. 놔!
태완 : .....
엄마 : 다들 꼴두 보기 싫어 나가...나가라는 말 안들려...(도로 확 이불 쓰고 누우려면)....
태완 : 엄마한테 정완이만 자식이야? 난 자식두 아냐?
엄마 : 뭐...(누우려다 보다)...(그냥 다시 눕는다) 그래...너구 누구구 다 귀찮구 징그러 나가.
태완 : (보다)....엄마 내가 죽었어두 이랬을까?...
아버지 : (본다).....
엄마 : (역시 확 돌아본다).....
태완 : 아냐 엄마 분명 이러지 않았을꺼야. 아니지 차라리 죽을꺼면 둘째 저게 죽지 그러구 있는지두(하는데)
아버지 :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세게 때린다)...입 못 닥쳐...이노무 자식이 지금 어디서..
태완 : (아버지 힉 봤다가)...제가 틀린소리 했어요? 정완이한테 훨씬 애지중지 애면글면였던거 사실이잖아요.
엄마는 아예 정완이라면 인사불성에 혼수상태였구. 언제 저한테 그거 반에 반에 반...아니지 너무 썼다.
다 관두구 제 이름이 노태완인건 알구 계세요?
아버지 : (다시 확 때리려다 멈춘다)...이자식이 환장을 했구만.
태완 : 이해는 해요. 인생에 아무런 보탬이 안되는 저같은 놈보다
착하고 말 잘듣고 공부두 잘하고 정완이가 이쁘기야 백배 더 이뻤겠지.
엄마 : 너 죽구 싶어 입 못다물어.
태완 : (버럭) 그래두 너무하잖아 나 오늘 입대하는 날이란 말야.
아버지 : .....
엄마 : .....
태완 : 그래두 형은 나 입대한다구 아침부터 밥이랑 찌개랑두 끓였다구.
그럼 최소한 엄만 일어나 밥 한끼는 같이 먹워줘야 할꺼 아냐?...못생겼어두 나두 자식이라구...
(가슴 손으로 치며) 엄마 둘째 아들? 나 보이지?....그러니까 빨리 일어나 나랑 밥 먹어!...일어나라니까 빨리이..
(다가와 일으킨다. 공연히 화난척 하지만 마음으로 정완의 죽음이 아프다. 슬몃 눈물 얼른 닦아낸다.)
엄마 : (느껴서. 결국 따라 일어나는)......
아버지 : .....
#6. 마당
태완 시완 나와 서있고, 아버지 엄마 서있다.
태완 : (거수 경례 상태로) 잘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태완 손 내리면, 엄마 다가와 태완을 안는다. 태완도 얼른 엄마를 꼬옥 안는다.
태완 : 엄마 나 잘 갔다 올테니까...이제 엄마 배신하고 떠난 그 바보같은 자식 생각 그만 좀 하고...
밥 잘 드시구 잘 주무시구...잘 싸구? 알았지?
엄마 : 그래....엄마가 미안해....첫 휴가 나오면 그땐 진짜 잘해줄께....(본다) 몸 조심하구.
태완 : 그럼. 자갈밭에 던져놔두 끄떡 없는게 바루 이 노태완, 엄마 둘째 아들이야.
정완E : 나 엄마 아들이야 죽어두 엄마 아들.
엄마 : (울컥해 눈물나 손으로 얼굴 가린다).....정완아.
태완 : (확 떨어져 선다)....아 진짜 끝까지 정완이밖에 없지. 나 갈래.
태완 대문으로 먼저 가서 쾅 대문 닫고 나가버린다.
아버지 : 저자식이...
시완 : 훈련소까지 태워다 주고 올께요.
아버지 : (보는)...훈련소가 어딘데 거기까지 가. 그럴꺼 없어 누구 안가는 군대 저 혼자 가?
#7. 차안 (달리는)
시완 운전하고 태완 옆자리에 앉아 있다.
태완 짐짓 더 쾌활한척 지나가는 아가씨들 보면서.
태완 : 물 좋아타..형 천천히 좀 가봐 천천히...아쉬워서 그런가 오늘따라 물이 더 좋아 보이네...
(고개 빼고 옥외대형 광고판 본다. 유명남자모델 광고중)...야...쟤 광고 또 찍었네...눈물난다 증말.
저 인물에 저 정돈데 여기 이 아까운 인물이 그냥 썪어가고 있으니....
그래 삼년만 기다려라. 빼앗긴 들에두 결국 봄은 오구 닭의 목을 비틀어두 새벽은 온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폭풍 전야가 젤 조용한 법..삼년 뒤의 빅뱅을 위해서 나는야 간다 일단은.
시완 : (힐끔 보다 어이없이 픽)....그 많던 친구들 다 어쩌구 혼자 간다는거야?
태완 : 따라붙겠다는 여자들이 한둘이어야지. 혹시라두 재수없어 훈련소 앞에서 딱들 맞딱뜨려봐.
입대두 하기 전에 장렬히 전사하라고... 그래서 그냥 한번 홀연히 사라져 보려구. 재밌잖아.
시완 : 사라지는 것보다 타오르는게 낫단다. 한번 장렬히 전사해 보지?
태완 : 야..형 그말 죽인다...사라지는 것보다 타오르는게 낫다....
(하다 짐짓 무심히)...형 그럼 우리 정완인 사라진거야? 타오른거야?
시완 : .....타올랐지....그 나이에 우리 아무두 못해본 사랑두 하고...결혼두 하고....이세두 만들어놓구...
제수씨 어떡하구 있나 모르겠다.
태완 : 왜 재수없게 걔 얘기는 해..그날 그 기집애 때문에 정완이 서울오다 그렇게 된거 아냐?
시완 힐끔 태완을 보다 앞차 멈춰있자, 브레이크를 밟아 세우고 태완 본다.
시완 : ....그게 어떻게 재수씨 탓이야?
태완 : 왜 아냐? 정완이 걔랑 결혼만 안했어도 그렇게 안됐어.
시완 : 야 엄마는 엄마니까 그러신다 혀두 어뜩게 젊은 너까지 그런 소릴해.
태완 : 아 몰라몰라..듣기 싫어. 민간인으로 얼마남지 않은 이 피같은 시간 그런 애 얘기루 보내기 싶지 않으니까 그만해.
시완 : 재수씨 그 애 낳을까?
태완 : 아 하지 말자니까 진짜....안낳지 약먹었냐 낳게 이런 상황에서?
#8. 편의점
금순 : 밤 11시부터 아침7시까지요? 할 수 있어요. 오늘부터 당장 할 수 있어요.
주인2 : (마땅찮다) 글쎄...혼자 근무하는거라....낮이면 몰라두.
금순 : 저는 상관 없는데요. 저 정말루 열심히 할께요.
주인2 : (고개 흔든다) 안되겠어. 밤이라 남자가 낫겠어. 미안해.
금순 : 정말 열심히 할께요. 저 작년에 야간 알바두 했었는데 아무 문제 없었어요.
주인 손 흔들고 더 이상 대꾸 안한다. 금순 그 모습 보다 더 이상 말 못하는....
#9. 편의점 밖 거리
금순 나온다. 기운이 더 빠진다.
금순 다시 걷는다. 춥고 배고프고. 온몸이 저절로 잔뜩 웅크러 든다. 걷다보면, 은행이 눈에 들어온다.
#10. 은행 내부
금순 생수대 앞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한잔 또 한잔...허기진 배를 물로 채운다. /
금순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청원 경찰 다가와 금순을 흔들어 깨운다. 금순 자다 깨어 청원경찰 보다 둘러보면 은행에 아무도 없다. 영업 끝났다.
금순 얼른 일어나 목례하고 문으로.
#11. 고급 레스토랑
장박, 영옥, 은주, 은진, 요리사가 즉석에서 해주는 철판 스테이크 식사중이다.
은진 요리사가 술을 붓고 철판에 불이 일어나자 무척 즐거운 듯 웃는다.
요리사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잘라 써빙을 해준다. 은진 먹어보고 음 맛있다고 즐거워한다.
장박 영옥 그런 은진 모습에 빙그레..즐겁다. /
후식 먹는 가족들. 은진 아이스크림 한입 떠먹다가.
은진 : 런던에?....언제? 가면 얼마나 있다 오는데?
은주 : 출발은 이달 말이구 예정은 이년쯤 돼. 제때 졸업하면.
장박 : 이해가 안가. 화장하는거를 무슨 이년이나 배운다는건지....그런건 한 두시간 배우면 되는거 아냐?
은주 :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를 못느껴요. 구구단 밖에 모르는 사람한테 인수분해 백날 설명해야 알아 듣겠어요?
장박 : 참 말은....하다 싫증나면 언제라두 들어와. 공연히 자존심 때문에 버티지 말구.
은주 : 걱정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꺼 같으니까...(보다) 전부터 느꼈던 건데요. 아빠는 뭘 입어두 그렇게 촌스러워요?
장박 : ......
은주 : 그 셔츠에 그 커디건 코디는 좀 심하게 아니죠. (영옥에게) 좀 신경 좀 써드리세요.
영옥 : 나두 여기 와서 이옷 입으신거 봤어....당신 오늘 그 코디는 좀 심했다.
아니 그렇게 오래 코치해 줬으면 이제쯤은 알아서 골라 입으실 때두 되지 않았나? 적어두 비슷하게라두?
은주 : 원래 도라지 오래 둔다구 더덕 안되거든요. 더덕 오래 됐다구 인삼 안되거든요.
장박 : 뭐?
그말에 은주 영옥 풋 웃는다. 은진 시치미 떼고 먹는다.
#12. 주차장
주차된 차로 장박 영옥 은주 은진 다가와 올라타 안전벨트 하면서...
영옥 : 가는 길에 나랑 은주는 백화점에 세워줘요. 은주 준비할꺼 좀 사야되요.
#13. 거리
금순 기운이 하나도 없는 표정으로 걸어온다. 하루종일 헤맸더니 너무 힘들다...
그러다 멈춰선다. 쓰레기통 주위에 일회용컵 놓여있다.
금순 얼른 다가와 일회용컵을 집어든다. 주위에 몇 개 떨어져 있다. 좀 지저분하다.
그러나 금순 반갑게 컵들을 주워 모은다.. 저쪽 길 건너쪽에도 일회용품 보인다.
금순 다 주워들고 반갑게 일회용컵을 주우러 달려가는데, 그 순간에 장박차 달려온다.
장박 운전하다가 앞으로 갑자기 뛰어든 금순을 보며 놀라서 급 브레이크 밟는다. 금순도 놀라 멈춰선다.
차 금순과 거의 삼십 센티 간격쯤 남기고 다행히 섰다.
차안의 장박과 영옥 놀라서 앞으로 쏠렸다가 다시 뒤로 오는..그리고 앞을 보면,
놀란 표정의 금순 일회용컵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장박 : 괜찮아?..
영옥 : 괜찮아요. (뒤에 대고) 괜찮아?
은진 : (이마 앞등받이에 부딪힌 듯) 아후....
영옥 : 부딪혔구나 다친거 아냐?
은주 : 그 정돈 아녜요...(그말에 앞을 본다) 쟤 근데 왜 저러구 있어? 안비끼구?...꼴에 꼬장 부리나?
금순 : (놀란 듯 계속 차를 바라보고 있다).....
장박 : (차문 다 내려가면 고개 디밀고) 괜찮아 학생? 그렇게 갑자기 뛰어들면 어뜩해?
금순 : (꾸벅) 죄송합니다...(차안에 있는 일회용 재활용컵에 아쉽게 보지만 차마 달란말 못하고 간다)....
영옥 : .....
장박차 출발한다. 금순 쓰레기봉투 위에 놓인 지저분한 일회용컵 두 개를 무척 행복한 표정으로 집어든다.
영옥과 은진 지나며 창문으로 금순의 그 모습 지켜본다.
영옥 : 저걸 왜 줍지?
은진 : 저거 하나에 50원 줘.
영옥 : (끄떡이는) 아....(창밖으로 스쳐가는 금순 보다...앞을 본다)....
#14. 커피전문점
금순 일회용 컵을 카운터에 올린다. 직원 세어보고 300원 준다.
금순 반갑게 받는다.
#15. 편의점
금순 삼백원을 소중하게 들고 둘러본다.
컵라면 삼각김밥 핫바 등등.. 너무나 먹고싶은 것들. 그러나 다들 너무 비싸다.
금순 낱개로 파는 초콜릿 가격확인하면 백원. 세개를 집어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카운터로.
#16. 지하도 내
금순 계단 위에 종이장판 놓고 앉는다.
금순 초콜릿을 하나 까서 입안에 넣는다. 천천히 음미하며 초콜릿을 빨아먹는 금순. 맛있다. 살 것 같다.
금순 다시 하나를 꺼내 까는데, 맞은편 계단참에 앉아있는 꼬마의 모습 눈에 들어온다.
아빠인 듯 보이는 남자와 앉아있는 꼬마 금순을 무척 부러운 듯 보고 있다.
금순 차마 초콜릿을 못 먹겠는.. 금순 망설이다, 일어나 다가가 꼬마에게 초콜릿 내민다.
꼬마 선뜻 손을 못내민다.
금순 : 괜찮아(웃는)....먹기 싫어? 누난 주구 싶은데.
꼬마 그제야 손 내밀면, 금순 꼬마에게 초콜릿 하나 놓고,
힐끔 옆의 남자보다 다시 주머니에서 하나를 더 꺼내 마져 내민다.
꼬마 인사하면, 금순 빙그레 웃어주고 돌아선다. 이런.. 금순 자리에 어느새 다른 노숙자와 와서 앉아 버렸다.
금순 보다가 포기하고 계단을 오른다.
#17. 마루
전화벨 울린다. 정심 안방에서 나온다.
정심 기운없이 다가와 수화기 든다.
정심 : 여보세요....여보세요.
#18. 숙모네 마루
할머니 수화기 들고 있다 화들짝 놀라 수화기 탁 내려놓는다.
숙모 옆에서 과일 깎으며 그 모습 힐끔 보고, 금아 역시 보고 있다.
할머니 : (정심 목소리에 영 기분이 안좋다).....
금아 : 그냥 끊으시면 어뜩해요. 금순이 바꿔달라구 해야죠?
할머니 : 시엄니여. 아덜덜이나 되믄 모르까 워쩌 바꿔달란 소리를 혀....
오미 워쩌 시엄니 목소리를 들은께 왜 이러구 심쟁이 벌렁거리냐...이상허네. 우리 금순이헌티 뭔 일 있는거 아녀?
숙모 : .....
할머니 : 금아야 너 금순이헌티 다시 전화 좀 혀봐.
금아 : 30분 전에두 했잖아요 핸드폰 아예 꺼졌다니까요.
할머니 : (그랬지)....오미 왜 이리 가심이 벌렁거려싸.....안되겄어 금아야 니가 전화혀봐. 전화혀서 금순이 좀 바꿔달라고 혀.
숙모 : 그냥 좀 기다려 보세요. 금아가 하면 뭐 달라요? 금아가 해두 금순이 바꿔 달라면 금방 알텐데.
할머니 : 그려두...(하다) 아니 뭐 우리가 못헐 전화 허냐? 우리 금순이가 뭔 죄인이여? 정완이 그렇키 된기 금순이 탓이여?
숙모 : 그러면 어머니 하세요?. 왜 금아를 시키세요?
할머니 : (미워 보면)....
금아 : 할머니 제가 전화 해봐요?
할머니 : ....되얐어...(끄응 일어나 가려다 다시 한번 숙모 미워 노려본다)
숙모 : (느끼지만 버티며).....
#19. 할머니방
할머니 들어서 문 탁 닫는다. 다시 한번 숙모가 미워...
할머니 : 저것이 작정을 혔어. 혹새라두 금순이 델구 살자헐까봐 아예 내놓고 막나가기루 작정을 혔어.....
(하다 다시 금순 생각에 안절부절).... 아녀 이러구 있을 일이 아녀....(옷장으로 다가가 옷장문 연다)....
#20.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
성란 카펫 샘플 펼쳐놓고 보는 중이다. 커피 마시며 흠흠 가벼운 허밍까지 섞어가면서...
성란 됐다고 탁 샘플 하나를 친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성란 : 사장님 논현동 매장 나갑니다...(가방 샘플 도면 챙기며)....
#21. 공원
공원 벤치에 금순 다가와 앉는다. 춥다. 가방을 감싸 안고 잔뜩 웅크리고 앉는다. /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던 금순 꼬박꼬박 졸기 시작한다.
금순 한순간 스르르 옆으로 그대로 넘어가 벤치에 기절한 듯 모로누워 잠든다.
#22. 고속버스 안 (달리는)
할머니 창가 자리에 앉아 있다. 어딘가 계속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23.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하차장
버스 하차장에 들어선다. 버스 다가와선다. 버스문 열린다.
앞에서 두 번째 앉아있던 할머니 얼른 일어나 입구로.. 할머니 버스에서 내리며 서울을 본다.
#24. 대문앞 골목 (밤)
할머니 다가온다. 할머니 다가와 서서 대문의 동정을 살핀다.....그러나 안에서는 아무 기척이 없다.
할머니 답답하여 기웃대다...벨을 보는...할머니 망설이다 벨을 누른다.
잠시후 안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 할머니 얼른 이동하여 몸을 숨긴다(옆집 대문쯤으로)....
잠시후 대문이 열린다. 그리고 노소장 대문을 열고 나온다.
할머니 당황스러운..더욱 납작하게 몸을 밀착해 숨긴다.
노소장 누구지?....아무도 없는 모습에 잠시 갸웃한.
노소장 : (둘러보며) 누구세요?....
할머니 : (가슴이 쿵쿵 뛴다 들킬까봐).....
노소장 반응도 없고 아무도 없자 들어가려다가 멈치 선다. 거리로 이어지는 골목을 바라본다.
<인써트 - 정완이 떠나던 날 밤. 손을 흔들며 웃던 모습. 등 돌리고 걷던 뒷모습>
노소장 : (아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져...잠시).....
할머니 움직이지도 못하고 벌 서며 불안하고 초조하다.
노소장 고개돌려 외면하고 대문으로 돌아선다.
할머니 그제야 나와서며 휴...십년감수한 모습이다.. 보다가 더 답답하고 애가 탄다.
할머니 : 어쩌 우리 금순이가 안나오고 저 냥반이 나온겨....당연지사 벨을 누르믄 우리 금순이가 나올중 알았드만...
워쩌야 써. 인자 벨두 못 누르고 내 새끼 잘 있는가만 보구 갈 생각이었는디....
할머니 애가 타서 어쩌지두 못하고 대문만 보는데, 시완 다가오다 그 모습 본다. 갸웃 보다.
시완 : 저....
할머니 : (돌아보고 움찔 놀란다)....
시완 : (맞구나)...안녕하세요 사돈어른?
할머니 : (워쩌야 써 얼른 얼굴 표정 바꿔 고개까지 숙여 인사한다) 아이고 사돈총각이시구만유....그간 별거 없으셨지유?..
(해놓고 후회된다 왜 별일이 없나?)
시완 : 예....어르신께서도 안녕 하셨어요?
할머니 : (계속 고개 숙이며 저자세다) 그람유 그람유. 지들이야 뭔 일이 있겄어유...
시완 : (보다)....그런데 여긴 어떻게.....
할머니 : 아 그러니께....지가 오늘 서울서 일이 있었구먼유. 지 일가쪽 혼사가 있어서 거 참석혔다가 내려가는 길에...
걍 우리 금순이는 잘 있겄지 싶어서 걍 함 와봤시유.
시완 : (내심 당황스럽다).....
할머니 : 우리 금순이가 폴세 잘 지내구 있쥬? 어른들 공경 잘 허구유?
시완 : (당황스러운...잠시 망설이다 이내)....예. 제수씨 잘 있습니다.
할머니 : (내심 계속 살피다가 그말에 그래도 안심된다)...야아....그렇겄지유. 양 어제두 잠깐 통화혔을 때
시어른들께서 워찌나 잘해주는지 모르겄다구 입이 부르트게 자랑을 혔쌌드라구유.
시완 : .....
할머니 : 그람 저기...(눈치보며 망설이다)...우리 금순이 좀 잠깐.....
시완 : 아 제수씨요....예....잠깐만요...(들어가는척 하다 다시 돌아보는)....아까 어머니랑 어디 가는거 같았는데.
할머니 : (보는).....
시완 : (표정에)....왔나 모르겠네요. 들어가 확인해볼께요....
#25. 마당 (밤)
시완 대문 적당히 닫아놓고 돌아서 들어온다. 어쩌지 가슴이 다 뛴다. 현관으로.
#26. 마루 (밤)
시완 들어서 그대로 서있다. 가슴이 뛰는...어떻게 하나 생각하는...
시완 다시 현관문 열고 나간다.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아버지 내다본다. 갸웃 시완이 온 것 같은데...
#27. 대문 앞 (밤)
할머니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시완 문 열고 나온다.
할머니 반가워 살피면.
시완 : 어뜩하죠 아직 안왔네요.
할머니 : 안왔슈?....(실망스러워)....
시완 : 어뜩하죠 이렇게 오셨는데...
할머니 : 아뉴 아뉴.. 걍 서울 온 짐에 와본거유...지가 딴기 걱정이 아니라 워낙 천방지축 어린것이라
시어른들 공양을 못할까미...우리 금순이...(표정이 간절하다) 잘허구..잘 있쥬우?
시완 : (참 시선 처리 안되는).....예....잘 하구 있어요....
할머니 : 야 그럼 됐슈...저기 그람 으른들헌틴 저 왔다갔단 소리 안혔시면 좋겄는디.
시완 : 예...그렇게 할께요.
할머니 : 고맙구먼유...그람 인자 가보께유...아뉴아뉴 따라나설꺼 없구. (다시 한번 애절하다) 우리 금순이 참맬루 잘 있는거쥬?
시완 : 예.....
#28. 안방 (밤)
시완 문 열고 들여다 본다. 정심 누워있다 일어나고, 아버지 신문 보다 고개 든다.
정심 : 왔어? 태완인 잘 들어갔구?
시완 : 예...의연한척 하드니 머리 깎을 때는 별 수 없이 눈물 좀 보이든데요.
정심 : 그래?
아버지 : 지까짓게 까불어야 별 수 있어?...그녀석은 군댈 가서 안죽을만큼만 죽을 고생을 해봐야 철이 들텐데
요즘 군댄 별 고생두 안한다니 사람이나 될라나.
정심 : 수고했다 씻구 쉬어.
시완 : 예...(정심 눕는거 보고 아버지 보며 표정과 입모양으로 부른다)
노소장 : (신문 집어들다 본다).....
#29. 주방 (밤)
아버지 : (시완 본다).....그럼 어딜 갔단 얘기야?
시완 : 그러니까요...마음이 캥겨서 죽겠드라구요. 저희가 거의 쫓아내다시피 보낸건데 집으로도 안갔다니...
아버지 : .....
시완 : 차마 여기 없다는 얘기는 못하겠어서 일단 둘러는 댔는데...걱정되요 아버지.
아버지 : (역시 마음이 안좋다) .....
#30. 공원 (밤)
금순 여전히 계속 잠들어있다. /
한두명 지나가며 금순을 보지만 그대로 가버린다.
혼절한 듯 깨어날 줄을 모르는 금순. 얼굴에 핏기 하나없다. /
한 남자 다가와 금순을 톡톡 치다가 가방을 빼내어 쓱 들고 가버린다.
그래도 자는 금순. 점점 핏기가 사라져가는 금순의 얼굴. /
.....바람이 세게 불어온다....그러다 금순 한순간 불에 데인 듯 놀라 벌떡 일어나 앉는다.
마치 뺨이라도 맞은듯 손으로 얼굴을 만지며 주위를 둘러보며.
금순 : ....오빠.....오빠...
두리번 둘러보지만, 어디에도 정완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얼얼한 느낌.
생생하게 남아있는 뺨을 한손으로 어루만지며 둘러본다. 정말 정완이 다녀갔던 것만 같은 기분에...
그러다 그순간 금순 아! 묘한 느낌에 다른 한손을 배에 가져다 대며 배를 내려다본다. 아 이건?...뭐지?..
금순 : (처음 느낀 태동의 이상하고 신기한 느낌에)....
금순 어쩐지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다...다시 배를 내려다본다.
얼굴의 손도 배에 소중하게 가져다 대고 두손으로 조금 전 태동의 느낌을 느낀다.....
#31. 대문 앞 골목 (밤)
금순 다가와 선다.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서서 대문을 바라보다,
꿀꺽 마른침까지 삼키고 벨에 손을 대지만, 금순 차마 벨을 누르지 못한다.
금순 손을 떼고 또 그대로 대문을 바라보다, 후...심호흡 하고 결심한 후 다시 벨에 손을 가져가 꾹 누른다.
금순 : .....
현관문 열리는 소리.
금순 긴장되고 초조하다..대문 열리고 시완 나오다 금순을 본다.
시완 : 제수씨....어떻게 된거에요? 집에두 안가구 어딨었어요?
금순 : 어?..어떻게 아셨어요 저 안내려간지...(애써 좀 웃으며) 칠칠맞게 지갑을 잃어버려서요.
시완 : 그럼...이틀 동안 어딨었어요? 어디서 잤어요?
하는데 아버지 대문 열고 나온다.
금순 긴장하여 꾸벅 목례한다.
금순 : ....아버님 안녕하셨어요?
노소장 : (한없이 초췌해진 모습 보다가).....어떻게 된거야? 왜 유성에 안내려갔어?
금순 : .....
시완 : 지갑을 잃어버렸대요....
노소장 : (보다)....그럼 차비가 없어서 왔냐?....시완이 들어가서 돈 좀 갖구 나와라. 넉넉하게 들구 나와.
금순 : 아니요 아버님 아니에요...그래서 아니라...아버님...저 그냥 여기서 살게 해주시면 안되요?...
아버님 어머님 곁에서 애기 낳구 모시구 살면 안되요?
노소장 : (보다)...그 얘기는 이미 끝난 얘기다....왜 여기서 살어? 이제 정완이두 없는데.
금순 : 그래두(하는데)...
노소장 : 니 할머니 걱정되서 다녀가셨다. 일단 너 여깄는지 알구 내려가셨으니까 더 걱정 끼치지 말구 얼른 집으로 가.
금순 : 아버님 저 여기서 살게 해주세요. 저 이 애기 낳을꺼에요 아버님.
노소장 : .....
금순 : 한번두 생각 안해 본 일인데 오빠가 없다구 해서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해요. 더구나 오빠가 남긴 아긴데요....
노소장 : .....
금순 : ....아버님 그럼...당분간만이라두요?....애기 낳을 때까지만이라두요?...저 사실은 갈 데두 없어요 아버님.
여기서 당분간만 살게 해주시면 애기 낳구 일자리 구해서 그때 나갈께요. 예 아버님?
노소장 : (그 간절한 모습 보는)...
시완 : (역시 보다가...아버지 슬쩍 본다).....
노소장 : (보다가).....들어와...일단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금순 : (아!)....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아버님.
노소장 : ...어머니가 몸이 안좋으시니까 오늘 밤은 조용히 니방에서 자라.... 나머지 얘긴 내일 하도록 하자.
금순 : ....예...
노소장 들어간다. 시완 아버지 들어가는거 보고 얼른 반갑게.
시완 : 들어와요.
금순 : (보다가 아버지 대문으로)....
#32. 금순방 (밤)
금순 방문 열고 들어온다. 아!....금순 반가운 방안 풍경에...
그러다 그제야 긴장이 풀어지며 스르르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33. 안방 (밤)
노소장 문 닫고 들어선다. 정심 이불 펴고 누워있다 일어나 앉는다.
정심 : 누가 온거에요?
노소장 : 어?....열 있는거 같다드니 떨어졌어?
정심 : 미열은 좀 있는데 괜찮을꺼 같에요....누구냐니까요?
노소장 : (보다 다가와 앉는다. 마음 굳힌 듯) 금순이!
정심 : (표정 차갑게 굳는다)...누구요?
- 13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