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김 모(73) 어르신은 부인과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슬하에 3남매를 둔 김 어르신 부부는 자녀가 모두 결혼해 분가했다. 막내 딸이 최근 아들을 낳아 손주가 모두 6명이다. 아들이 함께 살자는 말을 했지만, 부인이 내키지 않아 해 따로 산다. 가끔씩 자녀들이 집에 찾아오기도 하고 매주 한 번 정도 안부 전화를 한다. 김 어르신은 젊은 시절 피던 담배를 끊었고 음주는 가끔씩 반주를 하는 정도다. 아직 큰 병은 없지만 고혈압 약을 10년 이상 복용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퇴행성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TV를 즐겨 보는 편이며 낮에는 경로당에 가거나 운동을 겸해서 동네 공원을 자주 산책한다. 은행에 조금 저축해놓은 것을 곶감 빼먹듯 쓰고 있고 자녀들이 보내주는 생활비에다 나라에서 주는 기초연금을 보태 그럭저럭 살아간다. 젊은 시절과 달리 알뜰하게 쓰는데도 매달 들어가는 병원비와 경조사비가 부담스럽다. 67.5% ‘자식과 떨어져 살아’…경제적 불안감 높고 아플 때 힘들어 1인당 월소득 약 80만원…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가장 커 김 어르신의 생활상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적인 모습에 가깝다. 보건복지부가 3월 31일 발표한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상 인물을 그려본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해 지난해 3월~12월 전국 1만452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2008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시행됐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67.5%는 자녀들과 떨어진 채 노인부부끼리(44.5%) 살거나 또는 혼자(23.0%) 살고 있었다. 반면 자녀와 동거하고 있는 노인은 28.4%로, 2004년의 38.6%보다 10.2%p 줄었다.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에도 ‘당연히 같이 살아야한다’(15.6%)는 규범적인 이유보다 기혼자녀에게 경제적·신체적 보호를 받아야하거나(39.8%) 자녀에게 손주 양육 등의 도움을 주기 위해(27.8%) 동거한다는 실용적 이유를 든 응답자가 증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다 보니 단기간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급작스런 변화가 우려스럽지만 서구나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들은 ‘경제적인 불안감’(25.8%)이나 ‘아플 때 간호 문제’(25.6%), ‘심리적 불안감’(21.7%)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가 같이 살지 않는 노인의 37.7%는 1주일에 1회 이상 자녀와 왕래하고 있으며 72.9%는 1주일에 1회 이상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답했다.
◇노인의 28.9%가 경제활동 참여 노인들의 28.9%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직종은 농림어업이 38.3%, 경비‧청소직 19.3%, 운송‧건설 관련 종사자가 10.8%였다. 9.7%는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의 79.3%는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일한다고 답변했으며, ‘용돈마련을 위해서’라는 응답은 8.6%였다. 노인 1인당 월소득은 79만9400원이었다. 소득 가운데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가장 큰 부분(35%)을 차지했다. 직접 일을 해서 얻는 사업·근로 소득이 27.8%, 자녀로부터 받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이 23.8%였다.
노인가구의 월 평균 지출은 143만9000원으로 주거 관련비용과 보건의료비, 식비, 경조사비 순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월 평균 의료비는 7만1000원이었고, 문화여가비 4만4000원, 경조사비 3만2000원이었다.
◇운동하는 비율 두 배로 껑충 응답자 중 고혈압, 관절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은 89.2%였으며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65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은 23.3%로 2004년 조사 때의 33.6%보다 크게 하락했다. 음주율(48.0%)도 10년 전(52.9%)보다 낮아졌다. 운동실천율은 58.1%로 10년 전의 29.3%보다 갑절로 뛰었으며 건강검진율 역시 10년 전 51.0%에서 83.8%로 향상됐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노인 3명 중 1명은 우울증과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보였다. ‘노인우울’을 측정한 결과 33.1%에게서 우울증상이 발견됐으며 31.5%는 인지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경희 연구원은 “우울증과 인지기능 저하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일수록 많이 발생한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80세 이상 후기 노인이 많아지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흡연율‧운동실천율 등이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독거노인에 대한 지원과 노년 우울증 등에 대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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