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家雜興(전가잡흥)
이정직(李定稷:1841~1910)
본관은 신평(新平). 자는 형오(馨五), 호는 석정(石亭) ·석정산인(石亭山人)· 연석(燕石).
조선 말기에서 근대기에 활동한 학자이며 서화가이다.
문집으로는 『석정 이정직 유고』가 있다.
열 단을 묶은 황금 벼가 등 뒤에 산처럼 높은데
十束黃禾背上高 십속황화배상고
잇달아 논을 오고 가며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네
聯行度陌不辭勞 연행도맥불사로
볏단을 쌓아갈수록 힘이 생기는 것을 알기에
卸來知有還生力 사래지유환생력
한입에 연거푸 대폿잔을 기울이네
一口連傾大白醪 일구련경대백료
*
束(속): 묶다, 동여매다, 결박하다, 잡아매다.
背(배): 등배, 등, 뒤, 쪽.
聯(련):잇달다, 잇다, 연결하다, 연계, 혼인.
度(도): 법도, 제도, 기량, 국량.
陌(맥):두렁, 길, 거리, 경계.
辭(사): 말, 논술, 말하다, 하소연하다.
勞(로): 일하다, 노력하다, 힘쓰다, 근심하다.
卸(사): 풀다, 떨어지다, 낙하다.
傾(경): 기울다, 뒤집히다, 눕다.
醪(료): 막걸리, 술.
度陌(도맥): 논두렁을 지나가다.
卸來(사래): 짐을 부려놓다.
白醪(백료):막걸리. 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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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한 복판에 누런 벼를 짚으로 묶어서
볏단을 쌓아 올렸다.
밑에서 볏단을 위로 던지면 위에서 쌓아 갔다.
산처럼 쌓인 볏단을 보면 절로 힘이 생기고
일을 마치고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꿀맛 같았다.
논마다 볏짚가리가 쌓여
모처럼 오일장에 가서 고기 끊어오고
그 해 겨울도 무탈하게 보냈다.
이제 시골에 가면
풍경도 낯설고
사람도 낯설다.
옛사람은 따뜻한 양지에서
세상 문을 닫고
지나온 추억을 먹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