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서에 대한 접근권은 개발도상국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해적판 서적으로 공부를 했던 나의 경험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는 부자 나라 출판사들이 개발도상국 내에서 학술서의 저렴한 재생산을 허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이 출판사들이 출판한 책들은 너무나 비싸서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은 어차피 구입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해서 이 출판사들이 크게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개발도상국의 도서관들과 학자들, 학생들의 학술서 구입을 보조하는 특별한 국제기금을 만들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개발도상국의 짝퉁 제품에 대한 부자 나라들의 공포감을 조명해 볼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개발도상국에서 짝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들까지 포함해서) 진품을 살 여유가 없다. 따라서 그 짝퉁들이 부자나라로 몰래 반입되어 진품으로 팔리지 않는 한 -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 짝퉁으로 인해 진품 제조업자의 수입이 줄어드는 경우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은 사실상 진품 제조업자들을 대신해서 무료 선전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특히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지금 짝퉁을 사서 쓰는 소비자들이 나중에는 진품을 사서 쓰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많은 한국인들이 1970년대에는 짝퉁을 샀지만 지금은 진품을 사서 쓰고 있다. ~~~~~~~~~~~~~~~~~ 장하준 지음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나쁜 사마리아인들 / Bad Samaritans】 - P. 22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