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를 모두 가리는 긴팔, 긴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기온 변화에 따라 몸이 본능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다. 예상대로 초읍고개에 주차를 하고 길 위에 나서니 선선한 가을바람이 온몸에 안겨 온다. 이제는 햇살보다 바람을 더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학생문화회관 입구에서 오궁샘을 만났다. 지난주에 비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돌아온 벌초를 위해 오늘 다시 고향에 가시느라 꼭두새벽부터 와서 수원지를 한 바퀴 달리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대단한 열정이다. 반팔과 반바지 차림인데도 운동복과 얼굴에 땀이 베어 있다. 추석을 앞둔 때라 회장님 형제도 조상님들 성묘를 위해 고향에 가신다고 오늘 훈련의 불참을 미리 알려주셨다. 서정호 샘과 곽태환 샘과 나 셋이서 수원지 코스를 1시간 가량 달렸다.
집결지로 가는 길, 풀섶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줄기차게 들리고 숲에서는 까치와 까마귀가 영역 다툼을 하는지 소리 싸움이 요란하다. 싸움을 하든지 말든지 어린이 물놀이장 화단에는 꽃무릇이 활짝 피어 손가락을 모두 펴고 인사를 한다. 지난주말과 주중에 쏟아진 기록적인 강우로 백양산은 계곡마다 선심쓰듯 물줄기를 양껏 흘려보낸다. 훈련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성질 급하게 떨어진 낙엽이 발에 밟히고 갈잎이 부서지며 나는가을 냄새가 콧속을 파고든다. 10월 태풍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덩달아 풍년이 들기를 바라면서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오늘 조상님들 벌초와 성묘를 위해 고향 선산을 찾아간 효성 깊은 가야지 회원님들 모두 조상님들의 음덕을 듬뿍 받아 가족들 두루 건강하고 형제친지간에 우애 깊고 가정에 화목과 행복이 함께하길 빈다. 조상님들이 계셔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 하지 않았는가? 살아 계신 부모님과 혈육도 중요하지만 세월 따라 고인이 되신 조상님들과 망인들도 그에 못지 않게 소중한 것이다. 生死不二, 생사가 둘이 아니다.
伽倻巡邏
溪谷水聲山鵲鳴
太平調走諸聽聽
山上浮雲湖閃波
散步徐走皆視視
會長兄弟盧先生
故鄕先山伐草行
伽倻三雄徐郭河
回水巡邏守訓長
가야지 순라꾼
계곡 물소리
산까치 소리
태평스럽게 달리며
모두 듣고 들었네.
산 위에 떠가는 구름
호수에 반짝이는 잔물결
산보하듯 천천히 달리며
다 보고 보았네.
회장 형제와
노선생은
고향 선산에
벌초하러 가고
가야지 세 남자
서선생 곽선생 하선생
순라꾼처럼 물가를 돌며
훈련장을 지켰네.
첫댓글 가을 아침 추어탕 맛있게 먹었습니다. 시끌벅적한 막달리자팀들이 전혀 부럽지않았습니다. 모두 10월부터 시작되는 대회 준비 잘하고 즐달하입시더.
따뜻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야지 회원들이 그런 에너지를 가졌답니다. 아침에 세분 보고 기운이 펄펄나서 깔끔하게 벌초하고 명절 지나고 부터는 산꼭대기에 있는 고조, 증조님들 만 찾아 뵈면 올해도 의무적 책임 완료합니다. 그띰들이 막달리자 였군요. 사실 난 부러워습니다.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동호회 같았습니다.
친구인 고무신샘과 70분을 함께 달렸습니다. 마지막 바퀴는 교육문화회관 입구에서 추자골까지 오르막을 달렸는데 힘들었지만 기분 좋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따뜻한 추어탕 맛나게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