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식을 하는 시인이 마흔다섯 해를 함께 한 시점에 아내에 대한 시를 쓴 것이다. 손톱을 깎는 작은 일이지만 읽다가 보면 잔잔한 감동이 생긴다. 차가움이 느껴지는 맑고 조용한 겨울날 오후에 양지쪽에 앉아 손톱을 깎는데 슬며시 다가온 아내가 손을 슬며시 내밀고 있다. 손톱을 깎아 달라는 말은 없었으나 시인은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의미를 알았다.
그동안 시인은 본인의 손톱만 열심히 깎았고 아내의 손을 들여다 본 적이 없음을 알았다. ‘휴지로 닦아내고 내민 가녀린 손가락마다’ 손톱이 자라 있었고 손톱깎기가 내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손톱이 잘려 나갔다. 긴 세월 함께한 아내는 말 대신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으로 남편의 손길을 기다린 것이다.
‘함께 산 지 마흔다섯 해 처음으로 아내의 손을 잡고 손톱을 잘라’ 보는 남편의 손에 만져진 가녀린 손의 촉감은 어떠했을까, ‘파르르 떠는 여린 손가락’에서 가슴으로 전율이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을 알았다. 잘려 나가는 손톱은 ‘똑, 똑’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떠났고 각질의 세상은 그렇게 휴지통으로 가게 되었다. 불필요한 것 정리하는 과정에서 ‘씀벅씀벅 눈시울이 자꾸만 뜨거워’진다는 시인의 표현에 사랑과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잘 안 보이고 손이 떨리는 시기가 올 것인데 그때는 누가 손톱을 깎아 줄까 생각하다 보니 가슴이 떨린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