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화면 속의
호리낭창한 아가씨가 오늘은 밉게 보인다.
기상특보를 알려주면서
물폭탄 산사태 사고소식만 연거푸 알려 주고
지금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이곳 지역에
호우경보 해제되었다는 방송을 해 주지 않으니
옷 잘 입기로 소문난 호리낭창한 아가씨가 얄밉기만 하다.
하기사
호리낭창한 아가씨도 장맛비에 재난방송 하면서
집에도 못 가고 방송국에서 밤샘 근무를 하느라고
나처럼 투덜대면서
지금쯤 사무실 한편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있겠지?
새우잠 자던 호리낭창한 아가씨가
새우잠에서 깨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호우경보 해제 되었다고 난리법석 떨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오후가 되어야 호우경보 해제 소식을 들려줄 것 같다.
장맛철이나 태풍이 올 때면
젊었을 때에는 막내라는 이유로 밤샘 비상근무 도맡아 하고
나이 들어서는 꼰대소리 듣기 싫어 비상근무 자청을 하고 있으니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찌 보면 58 개띠들은 지지리도 복이 없는 따라지 인생인 것 같다.
교육 병역 복지 등등
국가의 정책들이 58년생 기준으로 왔드리 갔드리 하다 보니
앞 선배들이 누렸던 삶의 방식이 진즉 58들에겐 사라져 버리고
모든 걸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혼란 속에 득보다는 실이 많은 인생
그래서
나는 동갑내기들을 만나면 "우리는 따라지 인생"임을 강조한다.
그동안
따라지 인생으로 살아온 것에 아쉬움이 많지만
이젠 머리에 하얀 이슬이 내린 초로의 노인이다 보니
눈도 침침하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근무 능력이 뒤쳐지다 보니
함께 근무하는 젊은이들에게 밉상이 되지 않으려고 온갖 아양을 뜬다.
젊은 직원들과 커피점에 가면 젊은이들이
커피값을 더치페이하자고 이구동성이지만
나는 노인의 신조 제1장을 들먹거리면서
"노인이 되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며 계산을 하는데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려면
커피값뿐만 아니라 몸으로 때우는 일도 솔선수범해야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컴으로 하는 어려운 서류 작성을
젊은이들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초로의 할배가 직장에서 살아가는 방법론이
추접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어제와 오늘
장맛비로 인한 호우경보가 발령된 휴일
초로의 노인이라고 해서 할 일이 없겠느냐마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젊은이들이 가장 하기 싫은 비상근무를
초로의 노인 혼자서 이틀 동안 근무를 하다 보면
젊은이들에게 꼰대 소리 듣질 않고 "할배 따봉"이라 해 주겠지.
호우경보 해제될 시간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영양가 없고 쓸데없는 없는 글로
비 오는 휴일 수필방에 흔적을 남겨 봅니다.
첫댓글
직장에 나갈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데이트 하실 여성 분이 떠나셨습니까.
비상근무를 도맡아 하시니까요.
자선을 베푸시면 복이 옵니다.
누가 알겠어요.
사람 좋다고 어느 분이 소개팅을 주선 할지요.
호우 주의보는 빨리 끝나야 겠습니다.
붕 뜬 세대라 칭할만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일하시고 움직이며 소득도 있으니
호의 주의보 해제처럼 앞길도 환히 열려있으니
힘내시고 건강 유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