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신동 내가 살던 지역이 재개발된다고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으러 실무자가
해운대까지 달려왔다. 나는 이곳 해운대로 이사오기 전에 동대신동에서 19년을 살았다.
마산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내려와서 십여 차례 이사를 다녔지만 동대신동에서 제일 오래 살았다.
본래 그 터에는 옛날 기왓집이 두채가 있었는데 동생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아파트를 팔아서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해서 샀던 것인데 집이 오래되어 여름만 되면 비가 샌다고 세 든 사람이
고쳐달라고 전화를 부랴부랴 해대니까 귀찮아 죽을 지경이어서 할 수 없이 집을 부수고 새로
건물을 올린 것이다. 건축할 때도 주변 이웃에서 만원을 제기하여 애를 먹었다. 내가 살던 안락동집을
팔아서 동생한테 주고 대신 우리가 그 집으로 들어갔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적엔 마당에 꽃이라도 가꾸며 소일하시라고 단독에 있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단독주택에 살 필요가 없어서 딸 아이들이 설쳐서 해운대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동대신동 집을 새로 지을 때 측량을 해보니 먼저 기와집이 있을 때 이웃집을 약간 침범했는데 새로 이웃집을
구입한 인창요양병원측에서 그 땅을 내어놓으라고 담장을 허물고 새로 측량하여 담을 새로 쌓았던 것이다.
그 집을 팔려고 내어 놓았더니 부동산에 물어보니 인창에서 사겠다고 해서 기분 나빠서 안팔겠다고 했더니
우리집만 빼고 설계를 해서 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버렸다. 우리집만 덩그렇게 남게 된 것이다.
'홧김에 서방질 한다'고 내가 화를 조금만 참았으면 동대신동에서 발을 뺄 수 있었는데....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짓이었다. 한번 엎지른 물은 도로 쓸어담을 수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요즘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아 다시 부동산에다 내 놓을 수도 없는 처지인데 갑자기 동대신동 재건축조합을 설립한다고
연락이 왔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라더니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는 모양이구나. 내가 팔려고 신경 쓰지 않아도
조합에서수용을 하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나한테는 크게 불리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문자 그대로 '변방 늙은이의 말'이란 고사로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로서 출전은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이다.
옛날에 중국 북쪽 변방에 사는 노인이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 낙심하였는데, 얼마 뒤에 그 말이 한 필의
준마를 데리고 와서 노인이 좋아하였다. 이후 그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말에서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어
다시 낙담하지만, 그 일 때문에 아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고 목숨을 구하게 되어 노인이 다시 기뻐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이다. 살아가면서 닥치는 크고 작은 일에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