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설 연휴가 지나갔다.
설이라고 찾아왔던 가족및 친지들도 다 떠나고 나니 부산했던 집안 분위기도
다시 적막속으로 빠져 들었다. 설 제사음식과 식구들의 먹거리 장만에 몸붙일 새가
없었던 마누라는 허리가 아프다고 들어 누워버렸다.
어제는 친구들과 인근의 황령산으로 등산을 나갔다.
예전에 망미동 살 때는 예비군 훈련 받으러 다녔던 곳으로 수영에서 금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젊을 때는 뛰어다녔던 길이건만 나이들어 다시 오르려니 숨이 차고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날씨는 맑고 포근했다. 입춘을 지난지도 일주일이 넘었으니 땅에서는 벌써 봄기운이 솟는지
메마른 오리목 가지에도 새순이 올라오는듯 볼록볼록 부풀어 올랐다.
지그재그로 난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니 어디서 '타타타타탁'하는 에아햄머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쳐다보니 딱따구리 한마리가 나무둥치에 부리로 구멍을 파고 있는 중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구리선생이 한마디 읊었다.
'산에 사는 딱따구리는 생나무에도 구멍을 잘도 뚫는데, 우리집 영감탱이는 있는 구멍도 못찾는다'고.
정선 아리랑의 한구절이라나?
연휴 마지막날이라서 그런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금련산 정상 송신탑 아래 양지 바른 곳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는데 까마귀와 산새가 날아와
먹을 것을 좀 남겨 놓고 가라고 '까악까악' 소리를 질러댔다.
바람도 없이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니 벌써 봄이 온 것 같았다.
발아래로 펼쳐진 광안리 일대와 멀리 해운대, 영도까지 한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