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입학을 했다.
드디어 우리 삼현이가 모두 초등학생이 되었다.
1,3,5학년...
예전에 큰아이 친구네, 삼형제네처럼 그 미션이 내게도 시작된 것이다.
초등학교에 가면 학교에서 매년 <생활지도 기초자료> 라는 걸 써오라고 한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는 <환경조사서>라는 것에 부모님 학력과 직업뿐 아니라
집에 가재도구, 가전제품을 얼마나 갖추었는지 표시해서(때로는 거수로ㅜㅜ)
경제력까지 분석접수를 하는 낯뜨겁고 불편한(상처를 주는) 통과의례를 치뤘다.
요즘은 부모님 학력이나 직업란이 없어졌다.
또 바람직한 변화라면
기본적인 아이에 대한 정보(취미, 특기, 성격, 장래희망)에 덧붙여
아이의 기호와 습관, 티비시청 습관, 샘께 하고 싶은 말을 쓰게 한다.
나는 3월 초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 중 하나가
<생활지도 기초자료>를 성심껏 작성하는 것이다.
정성스럽게 쓰고 심지어 복사해 놓는다.
왜냐하면, 그 다음 해에 아이의 변화된 상황을 비교해 보고
적당한 표현은 다시 인용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내겐 매우 진지한 과제이고 의미까지 있는 시간인 것이다.
정헌이는 잘 해내리라 믿지만 좀 까불어서
아무 때나 친구들 웃기려고 애드립을 해서
샘께 폐를 끼치고 떠드는 아이로 찍힐 까봐
유치원 졸업식 이후 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우리 정헌이가 얼마나 사랑스런 아이인지
주책스럽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고
형들 때처럼 애써 보았다.
나의 취미 : 책읽기, 장난감 역할놀이, 종이접기, 만화그리기.
나의 특기 : 배려, 도와주기, 기도, 음악듣고 익히기, 친구들 웃기기.
나의 성격 : 밝고 명랑, 장난끼 많으면서 진지함.
장래 희망 : 태권도 선수 (도장출입 이틀째^^;)
좋은 습관 : 질서의식, 불공평한 것 조절, 손씻기
나쁜 습관 : 손가락 입에 넣기 (심심하거나 집중할 때)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
: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길 바랍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꿈을 발견하고 꿈이 자라길 바랍니다.
정헌이는 주변인들을 웃기는 걸 너무 좋아해서 애드립을 잘합니다.
수업시간에 폐를 끼치고 야단맞을 때 충격(?) 받을까 걱정입니다
(혼날 일에는 당연히 훈계를 받아야지요).
사실, 정헌이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서
누구나 자기를 좋아해 줄 거라 믿고 쉽게 사귀고... 정이 많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들 이름을 자주 불러 주시고, 많이 칭찬해 주시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사랑의 수고에 감사하며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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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길게 쓴 걸까?^^ (형들은 더 길다)
그런데, 내가 만난 샘들께서는 나의 이런 진지한 태도를
잘 받아 주시고 좋아해 주셨다.
아이가 특별대우를 받은 건 아닌 거 같고^^
암튼 상담을 할 때 샘들께서 아이를 관찰해 주시고
아주 깊은 대화를 해 주셔서 감사했다.
초등학교는 입학하고 첫 주에는
수업이 1시간 반을 채우지 않기 때문에
엄마들은 교실 복도나 운동장에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나름 유익한 수다를 떤다.^^
이제, 처음인 1학년 어머니들...
내가 좀 나이 들어 보이는지 ^^;
첫 아이 안 같은지 내게 질문을 한다.
자기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은 좀 하고 말도 많은 나는
준비된 멘트인 양 질문에 답 술술~ 덧붙이기도 길게~.
(두번째 만난 엄마에겐 '등대지기학교'를 권한다^^)
1학년 아그들이 부디 학교에서
행복한 첫 해를 살아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새내기 엄마들도
건강한 친구를(새로운 학부모친구) 사귀어야 하는데
부모도 자신을 위한 생활분석(지도^^:) 기초자료를 쓰며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나도 써야지...;;
좋은 친구를 만나길 기대할 뿐 아니라
“좋은”의 개념을 진실하게 해서
세상의 대세에 휩쓸리지 말고 줏대있는 부모로서
앞으로 계속 아이와 함께 꾸준히 성장하길 소망하며
이 첫해를 서두르지 말고 한걸음 마다 작은 경험들을 격려하고
사랑과 지혜로 보듬어 가길 바란다.
나도 새로운 마음으로 그렇게
내 인생에 다시 안 올 1학년 엄마를 누리고 싶다.
첫댓글 좋은 학부모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학부모가 진지하게 나오면 선생님들도 어쩔 수 없죠. 상호신뢰라는 것이 그렇게 쌓이는 것이 좋은 것이고... 그 학교는 생활지도 기초자료가 좀 더 구체적이네요. 상담도 잘하시고 ...우리 늦둥이 학교는 그저 나에 대해 또 자녀에 대해 쓰는 난만 있거든요. 저 역시나 성의있게 쓰지만 별 기대는 안해요. 늦둥이 2학년때와 3학년때 선생님은 개별상담자체를 안하실 뿐만아니라 독불장군이더라구요. 전 그냥 아이가 이런 저런 선생님들을 겪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요. 그것 또한 아이가 살면서 겪어야하는 사회의 한 단면이라 생각하면서...
악동님^^ 칭찬 감사해요. 귀한 늦둥이가 지혜롭고 행동파이신 어머니를 보고 씩씩하고 슬기롭게 자라겠구나~ 쓰신 글 보며 감동하곤 합니다.
저는 대충대충 쓰는 편인데 진지하고 꼼꼼하게 쓰시네요 역쉬 라일락님이셔!!!
제가 좀 소심하잖아요^^
저희는 쓰는 칸이 참 작은데, 라일락님네는 칸이 넓은가봐요. 글고 울 학교는 장래희망 칸 옆에, 부모가 원하는 장래희망이라는 난이 있어요. 저는 이 난이 참 난감해요. 아이 스스로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거지 부모가 특별히 뭘 원해야 되나 안쓰면 안되냐니까 칸 비우면 선생님께 야단 맞는다고 해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써 넣었어요. /우리 클 때처럼 집에 TV있는 사람, 냉장고 있는 사람, 아빠 직업이 뭐 이런거 안 물어봐서 참 좋아요. 이런거 보면 세상은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저희도 A4 1장에 칸도 좁아요. 글씨 조절해서 뺴곡히 썼어요. 형들은 더 길게 썼구요^^;언젠가 한번 부모가 바라는 장래희망 쓴 적 있어요. ㅋㅋ 아이의 특성에 맞는 걸 쓰고 그 이유를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어요. 요즘은 그 항목이 없네요. '행복한 사람' 탁월한 희망이에요^^
어린이집 처음 보낼 때 아이에 대해 이것저것 적어보낼 때의 그 마음이 떠오르네요. 첫번째 어린이집에서는 그나마 알림장이 있어 매일 소소한 얘기들을 적어 나누곤 했는데 이사온 후 새로 간 어린이집은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늘 아쉽습니다. 원아 기초자료를 정성껏 쓰기는 했지만 따로 복사를 해둘 생각은 미처 못했네요. 라일락님께 제대로 배웠습니다. 감사^^
소소한 기록의 알림장 그거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형들 덕에 4살 떄 어린이집에 1년 다닌 우리 셋째에게 3권의 수첩이 있는데 전 거의 샘과 연애했네요^^아주 귀한 추억의 선물이 되었어요. 근데 떄때로 그런 기록에 능하지 않은 샘께는 일과중 아이를 잘 돌보는 에너지를 과하게 그 일에 소모하면 안 되니까 당당히 원에 요구하기가 어렵더군요. 암튼 엄마보다 더 많은 걸 관찰할수 있는 시간을 함꼐 하시는 유아들 샘들에게 기록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맨발각시님~ 그래서,일괄적으로 안하시는 샘께는(유치원때) 제가 아이에 대한 관찰 질문을 담은 편지를(쪽지를 가장한^^:) 가끔 보냈는데 정성스런 답변을 해 주셨어요
휴 저도 우진이 꼼꼼히 잘 챙겨주려고 맘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흑흑흑
잘 하시면서^^; 앞으로 마라톤이니까 기대합니당. 튼튼 씩씩맘 힘내세용^^
슨생님,,,전 제아이 똥누고 내리는 물에 떠내려가는 그 똥도 아까버요 했더니
슨생님께서 막 웃으시더니 나중에 그러시대요. 준수엄마같은 엄마가 요새 없다고
애들 단점 지적해주어야 선생님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그 마음이 이쁘다고 칭찬받고 돌아온 기억이 납니다.
매년....숙제 내주지 마세요 하고 쓰는데 올해가 마지막이네요. 마음이 이상합니다.
준수어머님의 애틋한 사랑~~ 찡히네요.^^ 준수어머님도 좋은 샘 많이 만나셨나봐요^^
저도 연초에 비슷한 문건을 보내는데, 단답형으로 끝내는 분이 많습니다만, 가끔 종이 한장을 덧붙여 자세히 보내주시는 어머님도 계십니다. 아이에 대한 정보도 정보지만, 그에 담긴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아이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교사, 학부모 조금씩만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그만큼씩 우리 학교가 좋아지리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반짝반짝님. 컴으로 문서해서 저도 한 장 덧붙이려다 서툴러서 말았어요. ^^;
훌륭한 샘들도 많으신데 왜곡된 관계의 간접선경험들이(학교경험 선배랍시고 이상한 분통터지는 전수를 합니다) 학교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학교문화를 오염시키고 속썩으신 샘들과 학부형을 괴롭히는 것 같아요. 등대지기학교를 마치고 보니 1학년 학부형들이 더욱 안쓰럽고 안타까은게 참 많아요.
여긴 촌이라 그런가 아직도 부모 학력과 직업란이 그대로 있네요. 조사란에 "가정에서 생활태도"란이 있어 딸 생각을 물었더니 "성질쟁이""장난꾸러기" 이렇게 적어 달라고 하네요. ㅎㅎ부모들이 걱정하는 것 보다는 우리딸은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학교가 좋다고 하길래 왜 좋냐고 물었더니 양치하는데가 넓어서 뱉으려고 안 기다려도 되니깐 좋다네요.ㅋㅋ
학교에는 부모학력, 직업란 없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아이들 상관된 곳에서 신상조사하면 그런 거 많이 나오대요, 학원에서도 그리 상관할 일 아닌데 그런 양식이 생각없이 계속 통용되는 거 같아요. / 장난꾸러기 따님이 참 사랑스럽네요^^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전 학교에 애들 데려다줄때 교실까지는 학부모님들이 안들어갔으면 해요. 교문앞까지만 데려다주고 교실까지는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공적인 모임을 제외하고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모의 자식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도 있거든요.
나쁜뜻은 아니고 그냥 제 의견이에요. 1학년이라도 교문에서 교실찾아가는건 충분히 할 수있다고 보거든요..
맞아요. ㅎㅎ 제가 첫째 때는 가방도 안 들어 주고 건물 밖에서 빠이하다가 차차 교문 밖에서 빠이 했는데 셋째는 ㅋㅋ 조절이 잘 안되네요. 아주 살짝 따라가서 자리에 앉은거 문틈으로보곤 했는데 몇번 들켰지요.^^; 박탈감의 표정 가끔 봅니다. 서로 배려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