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ㅠ
편집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하겠습니다!!
글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2013, 2014, 그리고 2002.
-나의 짧은 독서회 활동
조현 / 불교학부 3학년
12호 독후감에 이어 13호에서도 뭔가 쓰게 되었다. 이번에는 자유주제. 처음에는 쓸 기회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김호성 교수님께서 “너 뭐 쓸래?”고 물으시니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글을 쓰려고 기존 <공부방>들의 목차를 둘러보았는데, 일본어라고는 히라가나를 갓 뗀 수준인 내가 손 댈 수 있는 분야는 많지 않았다. 논문도 불가능하고, 남은 건 에세이, 독후감, 기행문 정도. 어딜 다녀온 적이 없으니 기행문은 무리고, 독후감은 이미 쓴 적이 있으니 결국 ‘에세이’에 정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될 거 그때도 에세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면 우선은 에세이. 이제는 어떤 에세이를 쓸 것인가가 두 번째 고민인데, 아무래도 ‘일본불교사독서회’인 만큼 내가 어떤 독서회활동을 해왔나에 대해서 적어보는 것이 가장 낫겠다 싶었다. 사실 나는 권진이었던 적도 없고, 이렇다 할 우수회원이었던 적도 없다. 독서회 두 개에 회원으로 몇 번 참여했던 것이 이력의 전부다. 그래서 일본불교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도 않고, 따로 글 쓸 것이 마땅히 없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경험도 나름대로 글로 적어볼만할 것 같았다. 독서회 전체를 헤아려보면 권진보다는 나 같은 일반 회원이 더 많을 테니까.
먼저 첫 시작인 2013부터 이야기해야겠다. 2013은 내가 처음 독서회에 참여했던 연도다. 재작년, 이제는 해가 넘어가서 벌써 재작년이 된 2013년 여름에 나는 처음으로 ‘갸냐독서회’에 참가하게 됐다. 참가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김호성 교수님의 격려로 시작하게 됐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갸냐독서회’는 먼저『나무아미타불』을 속성으로 떼고, 『인물로 보는 일본불교사』를 교재로 삼아 정식으로 시작을 했다. 회원은 보살님 한 분과 학부생 셋. 카페에 올린 후기에 ‘학부생이 3명이나 있어 가장 기대되는 어린 독서회’라는 댓글까지 달린 독서회지만, 칭찬이 무색하게도 결과는 대 참패. 4회 만에 중단 딱지를 달았다. 책은 채 절반도 다 읽지 못한 상태였다.
문제가 뭐였을까? 그때의 내게 왜 그렇게 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을 것 같다. 그 시간에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임의 성격이 애매한 것은 확실히 독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지만 독서토론 자체가 처음이었던 나에게 ‘일본불교에 대한 독서모임’은 몹시 낯선 것이었다.
또 교재가 어려웠던 것도 큰 난관이었다. 분명히 유익하고 훌륭한 책인 건 알겠는데, 도통 친근해지기가 어려웠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책에 대한 첫 인상은 <순수이성비판>이나 <국부론>의 느낌과 비슷했다. 막연한 거리감이나, 나는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대학생이 돼서 이런 책 하나 못 읽느냐고 비판받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쨌든 그 당시에 거리감이 생기고 손이 안 갔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주제인 ‘일본’에도 그다지 공감을 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한국에서 일본불교연구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고 공부할 필요성에도 동감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더라도 갑작스레 일본에 대해 없던 관심이 갑자기 솟아나는 것은 아니었다. 필요성은 깨달아도 여전히 거리감은 남아 있었다. 모임을 시작했어도 ‘일본불교’란 여전히 낯설고 재미가 붙지 않은 분야인데, 실제 독서회 모임에서 하는 일도 그저 텍스트를 읽고 모르는 단어를 고민하는 것 정도가 전부이다 보니 일본불교의 문턱은 계속 높기만 했다.
이런 문제점이 나만 느낀 거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독서회는 자연스레 중단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후로도 한참동안 『인물로 보는 일본불교사』는 내 책장에 꽂혀 있었는데, 볼 때마다 후회 섞인 곤란한 심정으로 기분이 착잡해지곤 했다.
그렇게 2013년의 활동은 4회 중단 딱지가 붙은 갸냐독서회와 함께 끊겨버리고, 2014년 여름에 새 독서회와 함께 다시 독서회 활동에 도전하게 됐다. 이번 독서회는 동국대 중앙도서관에서 관리하는 ‘멘토와 함께하는 독서토론클럽 2002’. 책도 지원해주고 멘토도 계시고, 모인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니 순조로울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독서회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책 한 권을 읽고 의견을 나눈다. 주로 읽는 책은 문학이나 문화, 사회나 정치 같은 일본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으로 첫 모임 때 각자 한 권씩 추천했다. 회원들이 대체로 점잖은 편이어서 모임은 보통 본인의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가끔씩 의견 대립이 생기면 가벼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 재미가 또 쏠쏠하다.
2002는 일정 조율을 위한 첫 모임(OT)을 빼면 여태까지 세 번을 모였다. 모일 때마다 한 번에 한 권씩, 총 세 권을 읽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설국』, 『국화와 칼』) 모임 하나에서 몇 개월 동안 읽은 양치고는 괜찮은 것 아닐까? 심지어 책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도서관 홈페이지에 독후감을 올려야 할 의무가 있는데, 역시 무어라도 기록이 돼야 의미부여가 되는 모양인지 써놓은 글을 보면 우리가 몹시 알찬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써놓은 북리뷰 덕분인지 2014년의 활동은 대체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된 느낌이다. 이제 2002에는 마지막 모임 『인물로 보는 일본불교사』만 남았다. 2013년에 실패했던 바로 그 책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읽기를 앞둔 기분이 조금 다른데, 이번에는 별로 무리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여전히 쉽게 읽히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예전처럼 마냥 어렵기만 할까봐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아마 여기에는 그동안 일본에 대한 책을 세 권 먼저 읽어서 ‘일본’이 친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해설해줄 ‘멘토’가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토론에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덕분이지 않나 싶다.
되짚어보면 2013년의 모임에서는 어려운 ‘책’이 중심이었지 그것을 놓고 공부하는 ‘사람’이 중심이지는 않았다. 물론 이해는 된다.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토론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책을 읽고 이해해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당시 내 수준에는 교재로 삼은 책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리고 한 권을 읽으면서도 자기가 인상적이었던 부분 위주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2014년과는 달리, 2013년에는 적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꼼꼼히 이해해야만 했다. 적당한 비유가 생각나지 않는데, 굳이 빗대자면 고등학교와 대학수업의 차이 같은 느낌이랄까? 해당 부분에 대해서 잘 알고 넘어가야만 진도를 나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독 그 책에 더 고전했던 것은 아닌지. 이제는 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내가 인상 깊은 하나, 혹은 둘’ 정도로 명확하게 좁혀졌으니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책을 읽더라도 그 내용을 다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나에게 의미 있는 하나’를 건지기로 한다면 훨씬 부담이 적어진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듯이 할 수 있어서 2014년의 독서회 활동이 훨씬 더 즐거운 시간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일본불교사공부방 13호가 출판되고 이 글을 인쇄된 상태로 읽을 쯤이 되면, 아마 2002도 이미 끝을 맺었을 것이다.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다. 섭섭한가? 하면 (대체로 이 멤버들과 함께) ‘중국’을 키워드로 삼아서 또 새로운 독서토론클럽을 만들기로 했으니 크게 섭섭하지는 않다. 어쨌든 끝나는 거긴 하지만, 일본에서 만나서 중국, 그 다음 학기에는 또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면 이건 발전일 테니까. 하지만 2002의 긍정적인 정체성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다. 크게 무리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독서모임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담아 글 제목을 ‘2013, 2014, 그리고 2015’ 대신 2013, 2014, 그리고 2002로 지었다. 글에 비해 커다란 이름이지만 뜻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2013 2014 그리고 2002.hwp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제목도 2013, 2014, 그리고 2015라고 했으면 맛이 없지요. 2013, 2014, 그리고 2002라고 했기에 더 맛이 있습니다. 수고했어요. 그 빚갚는 '인물로 보는 일본불교사"도 이제는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도 ---. 미리 '중국'에서 읽을 책도 생각해 봐요. 나무아미타불
함께 2002 독서토론을 했던 사람으로서, 조현법우님의 글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ㅎㅎ 마지막 인물로보는일본불교사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