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이전(吏典) 제3조 용인(用人)
7. 풍헌(風憲)ㆍ약정(約正)은 모두 향승(鄕丞)이 추천하는데, 올바르지 못한 사람을 추천한 향승은 그 차첩(差帖)을 회수해야 한다.
대저 향청(鄕廳)의 차임(差任)하는 일은 오직 뇌물로써만 한다. 뇌물을 바치고 차임되기를 도모하는 자는 필시 간사한 백성이다. 농사를 폐기하고 술먹기를 업으로 삼으며, 성부(城府)에 출입하면서 다년간 농간질 하여 백성의 좀이 된 자이다.
매양 풍헌과 약정을 차임할 때는 향승에게, “성심을 다해서 사람을 택해라. 추천된 사람이 올바른 자가 아닐 경우에는 본관은 마땅히 차첩을 회수하리라.” 하고 단단히 타이른다. 이처럼 타일렀는데도 오히려 올바르지 못한 사람을 추천한 향승이 있으면 약속대로 처리해야 한다.
시골의 천민들은 흔히 풍헌을 화려한 직책인 양 여긴다. 새로 차임된 자가 파면을 당했다 하더라도 만일 그 차첩을 회수하지 않으면 뇌물을 토해 내지 않는다. 수령의 명령이 아무리 엄하더라도 끝내 옳은 사람을 택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차첩을 회수하는 것이 옳은 사람을 택하는 묘법인 것이다.
풍헌은 혹 존위(尊位)라고도 칭한다. 읍례(邑例)가 여러 가지로 달라서 군보(軍保)의 첨정(簽丁)을 풍헌이 하기도 하고, 혹은 약정이 하기도 한다. 대체로 첨정하는 권한을 가진 자는 마을로 두루 돌아다니면서 실컷 토색질을 한다. 어린애가 태어나기 바쁘게 그의 이름을 벌써 군적(軍籍)에 기록하고, 꼽추가 새로 와서 살면 먼저 그 파기(疤記)를 작성한다. 마땅히 별도로 염탐하여 그 실상을 잡아내어 법대로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또 이들은 군전(軍錢)과 부전(賦錢)으로 모두 제 사복을 채우고, 포흠진 것이 이미 무거우면 재차 민간에서 징수하는데, 그 액수는 1년에 수만 전이 못 되지 않는다. 이것은 모두 간악한 향임과 교활한 아전이 함께 농간질 하여 그 장물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풍헌과 약정을 차출하는 날, 좌수와 군리를 불러서 약속하기를, “이 사람이 포흠을 지면 좌수에게는 잘못 천거한 허물이 있고, 군리에게는 숨겨준 죄가 있으므로, 두 사람이 당연히 그 포흠을 보충하게 할 것이다. 나는 식언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로 백성에게 재차 징수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한다. 거듭 되풀이한 뒤에 비위사실이 발각되면 약속대로 시행해야 한다.
남쪽 지방에는 또 이른바 연분별유사(年分別有司)라는 것이 있어 전결(田結)을 관장하고, 수단별유사(收單別有司)라는 것이 있어 호적(戶籍)을 관장하며 황해도ㆍ평안도에는 향장(鄕長)과 방유사(坊有司)라는 것이 있고, 또 남쪽 지방에는 집강(執綱)과 계유사(契有司)라는 것이 있는데, 세세한 그 명목을 다 기록할 수가 없다. 여하간 한 명목만 가지면 모두가 잔약한 백성을 침학하고 마을에 해를 끼치게 되니, 없앨 만한 것은 없애고 그대로 둘 만한 것은 올바른 인재를 골라서 맡기고 그 공과 죄를 따져야 한다.
대체로 정치의 도리는 올바른 인재를 얻는 데에 있다. 비록 동리에서 일을 보는 말단 소임일지라도 반드시 현명한 사람을 뽑아 쓰기를 노력해서 맑고 정돈되어 당우 삼대(唐虞三代)의 기상이 있게 해야 어진 수령인 것이다. 이 방법으로 확대해 나아가면 천하와 국가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주-D001] 차첩(差帖) : 하리(下吏)를 임명하는 사령서(辭令書)이다.
[주-D002] 차임(差任) : 하리를 임명하는 일이다.
[주-D003] 파기(疤記) : 몸을 검사하여 그 특징을 적은 기록이다.
[주-D004] 당우 삼대(唐虞三代) : 당요(唐堯)ㆍ우순(虞舜)ㆍ하우(夏禹)ㆍ은탕(殷湯)ㆍ주 무왕(周武王)이 다스리던 시대를 가리킨다.
風憲約正。皆鄕丞薦之。薦非其人者。還收差帖。
凡鄕廳差任。唯視賂物。其納賂圖差者。必是奸民。廢農業酒。出入城府。多年作奸。以爲民蠹者也。每差風約申飭。鄕丞盡心擇人。苟非其人。官當還收差帖。申飭如此。而猶非其人者。便當如約。
〇鄕曲賤流。多以風憲。視爲華職。新差者。雖逢汰出。若其差帖不收。則賂物不吐。故官令雖嚴。終不擇人。故收帖。爲擇人之妙法也。
〇風憲或稱尊位。邑例萬殊。軍保簽丁。或風憲爲之。或約正爲之。凡執簽丁之權者。周行閭里。討索無厭。呱聲一發。已錄其名。痀者新寓。先記其疤。宜別岐廉探。執其實跡。重治如法。
〇又凡此輩。凡軍錢賦錢。皆充其嗉。逋負旣重。再徵民間。歲不下數萬。是皆奸鄕猾吏。與之朋奸。分食其贓者也。風約差出之日。召座首軍吏。約曰。此人負欠。則座首有誤薦之咎。軍吏有掩匿之罪。當令二人。補充其欠。余不食言。決不再徵於民戶。三令五申。其事旣發。便當如約。
南方又有所謂年分。別有司以掌田結收單。別有司以掌戶籍。西路有鄕長坊有司。南方有執綱契有司。猥瑣名目。不可殫述。一有名目。皆能侵虐小民。貽害村里。其可罷者罷之。其可存者。擇人以授之。考其功罪。大凡治道在於得人。雖閭里小胥。必以擧賢能爲心。使四境之內。淸肅整齊。有唐虞三代之象。斯良牧也。推是以往。可以爲天下國家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