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축하하며
기쁜 날입니다. 졸업은 새로운 창업이라고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셨지요. 우리 성범, 민주, 원서가 졸업을 하네요. 세월 참 빠르죠. 세 어린이 아니 이제 세 청소년이 길을 찾아 떠납니다. 민주와 원서는 의왕배움터길학교, 성범이는 남양주 산돌학교로 진학을 합니다.
2월 15일 개학하자마자 아이들과 4기 졸업생 현우 그림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졸업하는 때 먼저 졸업한 선배가 그린 작품을 보는 것은 뜻이 있다 생각한 것이지요. 먼저 졸업한 현우와 선배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마음껏 할 힘이 넘치는 우리 민주, 원서, 성범이 앞날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설레고 참 흐뭇했습니다
오늘 맑은샘학교에서 육 년의 삶을 자신의 역사로 담은 사랑하는 우리 원서, 성범, 민주가 졸업을 합니다.
선생은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사람이란 걸 해마다 깨닫곤 하는데, 해마다 비슷한 마음을 들지만 해마다 느낌이 다르고 아이들과 함께 한 추억이 새롭습니다.
언제나 불러도 사랑스러운 아들, 딸, 원서야! 성범아! 졸업을 축하한다. 와 너희들 진짜 졸업하는구나. 2011년 안골 터전, 2012년 양지마을 495번지, 갈현동 한때 터전을 거쳐 지금 사는 양지마을 3로 터전에서, 함께 시작한 동무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삼남매가 되어 맑은샘학교를 졸업하는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 용마골과 약수터, 과천 곳곳에 너희들 숨결과 손길이 묻어 있고 28차례 자연 속 학교를 다닌 온 나라에도 추억과 흔적이 가득하지. 되돌아보니 졸업하는 너희들과 이년 간 함께 살며 특별한 추억과 기억이 참 많았어. 움집, 숲속작은집, 평상, 스타돔, 고물상과 태양광발전기, 과학관, 박물관, 마을신문, 마을공원, 직조, 숟가락과 젓가락, 노래 작곡, 영화, 술빵과 누룩빵, 누룩과 막걸리, 메주, 톱질과 장작패기, 빗자루와 바구니, 군고구마장사, 효소 만들기, 피리와 합주, 긷대중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졸업여행비를 위한 장아찌 장터, 백두산과 졸업여행발표회, 지리산, 강릉바우길과 해파랑길, 경주, 날마다 하는 일과 놀이와 자연속학교 말고도 특별한 주제학습과 일놀이로 만들고 놀고 걷고 연주한 추억들이 주루룩 떠오른다. 기억나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파란 바다와 눈보라처럼 몰려오던 파도를 끼고 하루 23키로를 걸었던 동해안 해파랑길, 날마다 반나절 버스를 타고 압록강 이천 리 길을 따라 고구려와 발해의 땅을 밟으며 올랐던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의 웅장함을, 파란 하늘과 푸른 숲 속에서 사흘 밤 나흘 낮으로 걸으며 부모님과 진한 추억을 쌓은 지리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천년의 나라 신라에서 보낸 즐거운 추억을. 선생님은 아직도 너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애들아 고맙다. 삶의 주인으로 자연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며, 자연에서 일놀이와 글쓰기로 정직한 삶을 가꿔온 너희들이야말로 선생의 스승이란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너희들이 없겠지. 아직은 실감나지 않지만 곧 느낄 거야. 노래하고 춤 출 때마다 우리 성범이가 생각날 거고, 축구하고 씨름할 때마다 우리 원서가 떠오르겠지. 피리를 불고 작곡을 할 때나 손끝활동을 할 때면 우리 민주를 찾을지도 몰라.
그래도 선생님은 너희들 대신 우리 곁에 다가온 1학년 동생들과 씩씩하게 살 거야. 한동안 너희들이 보고 싶고 그리울 때는 너희들을 찾을지도 몰라. 물론 너희들은 남양주, 의왕에 있는 새로운 터전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 거야. 얘들아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들을 즐기며 많은 꿈을 꾸며 멋진 청소년이 되렴. 선생님은 벌써 청소년으로 살아갈 너희들 모습에 가슴이 설렌다.
그리고 우리 6학년 부모님들 그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아이들이야 훌쩍 떠나서 잘 살 터라 걱정이 없는데 선생들을 끔찍이도 챙겨주시던 분들이라 많이 허전하지 싶습니다. 부족한 선생들을 동지로 여겨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되돌아보니 선생들을 참 많이 울린 분들입니다. 누구 어머니라고 부르기보다 이름을 참 많이 불렀던 분들이기도 합니다. 김영인, 김선애, 강지현, 서상영, 장형근, 박종한. 선생들이 어려울 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지요. 학교를 오가며 가방에서 슬며시 꺼내 선생들 새참거리를 안겨주고 선생들 반찬까지 챙기던 분, 행여나 마음 아픈 선생이 눈에 보이면 꼭 만나서 어루만져주던 분, 첫 월급 탔다고 선생들 곱창 사주던 분, 선생들 복지 이야기만 나오면 큰 목소리로 선생들을 챙기던 분, 선생들도 모르게 선생들을 챙기던 분, 부족한 선생들 이해하고 안아주며 학교의 중심으로 세워주던 당신들이 참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든든했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나이 탓인지 자꾸 눈물이 나서 더 쓰지를 못하겠네요.
부모 삶을 가꾸러 부모가 다닌다는 그 어렵다는 대안학교 맑은샘학교를 세우고 학교가 자리를 잡도록 앞에서 뒤에서 온 힘을 다하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 삶을 가꾸는 교육의 중심을 잡아 주시며 달려오신 그 힘을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까만 학교 일이면 두 손 걷고 달려오시고, 늘 맑은샘 식구와 선생들을 먼저 챙겨 주시는 어머니 아버지 마음이 온 몸으로 맑은샘학교를 사랑하시고 삶으로 보여주신 그 기운임을 다시 새깁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졸업생 부모회에서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졸업하는 형들을 위해 정성들여 공연을 준비하고 편지글을 쓴 우리 맑은샘 어린이들과 함께 애쓴 선생님들, 또 우리 자랑스러운 아들들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께 고맙습니다.
2017년 2월 18일
전정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