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님의 카톡 메일.
【2023년 08월 20일 [Sun.] good morning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3천360킬로미터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삶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란 게 이런 걸지 모른다.
직장을 잡고 아이들을 낳고 살다 보면 6개월이라는 시간을
자신을 위해서 온전히 쓸 여유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번다한 인간관계에 매이기 전에 신과 대자연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느껴보자.
자신의 체력과 지구력, 인내심, 담대함 그리고 연약함과 무력감, 겁을 시험해 보자.
또, 백년가약을 맺기 전에 좋은 반려자가 될 수 있는지 서로를 실험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체험이 있을 수 없다. 그들의 통찰력이 부러웠다.
젊은 나이에 그들은 벌써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인생의 행로를 꿰뚫어 보고 있지 않은가.
돌이켜 보면 우리네 삶은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을
休止없이 해오고 있는 과정에 불과하다.
성공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고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군대를 다녀오고, 제대를 해서는 시험을 준비해 회사에 들어가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조직의 쓴맛'을 보지 않기 위해 주야장천 일에만 몰입한다.
항상 지금은 다음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나쁘게 보면 근근이 빚을 가려나가는 빚진 죄인 같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소외되고 있다.
빚을 다 갚았을 때 - 아이들이 다 자라고 직장에서 놓여날 나이 -에는
이미 자신에게 시험해 볼 만한 것들은 남아 있지 않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수렴되어 잠시 산길을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꿈을 꾸길 바란다. 사람과의 관계로 규정되는 자신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의 신체적인 자신 그리고 자연과 신의 중간에 끼인
실존적인 존재로서의 자신을 만끽할 기회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왜, 한 사람이 꿈을 꾸면 몽상이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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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나를 부르는 숲】
- P. 419 ~ 421 중에서
옮긴 이 : S.I.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