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광훈 교회’ 제외됐는지, 사진 보면 알 수 있다 [시선]
입력2023.04.21. 오후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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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모습. 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건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다. 교회 너머로 아파트를 짓는 곳이 장위4구역이다. ©시사IN 신선영
거대한 공터를 높이 5m가 넘는 차단벽이 둘러쌌다. 인근 언덕에 오르면 차단벽 너머로 공터 가운데에 있는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교회를 제외한 인근 땅은 황무지로 변해 있다.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장위10구역)’ 예정지 일대의 풍경이다.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공사가 한창이었을 터이다. 비슷한 시기에 정비사업을 진행한 길 건너 장위4구역(장위자이레디언트)은 최근 분양을 마치고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
종말을 맞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처럼 교회는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건물 외벽에는 지붕을 덧대 예배당을 확장했고, 그 옆에는 망루를 세웠다. 이곳의 이름은 사랑제일교회, 극우 인사인 전광훈 목사가 1995년 6월부터 자리 잡은 곳이다.
성북구 장위동 일대는 장위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부터 대규모 재개발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뉴타운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총 15구역 가운데 일부는 이미 아파트 단지로 변한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사업을 포기한 채 조합을 해산했다.
장위뉴타운 중심에 위치한 장위10구역은 이도 저도 아닌 상태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 예정지는 철거가 완료되었다. 교회만 땅을 넘기면, 이 일대는 번듯한 아파트 단지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쉬이 땅을 내어주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9월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은 사랑제일교회 측에 보상금 500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조합 측은 사랑제일교회 때문에 재개발사업이 늦어지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합과 교회가 ‘세부 사항’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결국 4월10일 전광훈 목사는 언론의 ‘알박기 보도’를 문제 삼으며 현 위치에서 옮겨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장위10구역 조합 측은 다음 날인 4월11일, 사업 대상지에서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재개발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만 제외하고 아파트 단지를 세우는 것은 사업성 측면에서 큰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다(교회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재개발 절차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이자비용 등 조합 측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4월17일 오전 사랑제일교회 외부 가건물에서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를 주장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신선영
4월17일 오전 사랑제일교회 외부 가건물에서 열린 전광훈 목사의 긴급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신도들과 취재진이 모였다. ©시사IN 신선영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제일교회를 바라보는 것은 장위10구역 조합원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북쪽에 위치한 장위8구역과 장위9구역은 최근 통합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사랑제일교회가 장위8구역에 있는 사우나 빌딩을 매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사랑제일교회 측이 장위10구역 재개발 시 이사할 곳을 찾던 중 장위8구역의 이 빌딩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주변에서 임시로 예배할 만한 곳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새로운 알박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성북구청이 이 빌딩에 대한 토지거래를 불허하면서 사랑제일교회 이전은 없던 일이 되었다. 전광훈 목사는 장위8구역 내 토지 매입 시도를 언론이 ‘알박기’라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은 장위10구역이라는 선례 때문에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4월17일 오전 사랑제일교회 가건물에서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를 주장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신선영
장위10구역과의 합의도 파기한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 적극적으로 과시하는 중이다. 4월17일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광훈 목사는 지지층에게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국민의힘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국민의힘의 대응을) 보고 신당 창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한 셈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광훈 목사와 거리를 두기 위해 “그 입을 다물라(김기현 대표)”며 강경 대응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전광훈 목사의 존재감만 키운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집권 여당을 쥐락펴락하는 어느 목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폐허에 우뚝 솟은 이 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모습. 현재 장위10구역은 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건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다. 공터 너머로 보이는 저층 주거지가 장위8구역과 장위9구역이다. ©시사IN 신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