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딱 짚은 한수
연아·상화·석희스타 미리 알아보는 법"세 가지만 보면 돼요"
KB금융 당시 광고담당자의 비결
1. 미친듯이 좋아서 한다
2006년 비보이에 눈길 "그저 좋아서 하는 게 인상적"
2. 착한 선수가 성공한다 팬들이 알아보고 모여들면 선수도 자극받는 '선순환'
3. 실력 유지하려 끝없이 노력
'연습밖에 안 한다'는 선수공부 많이하는 스타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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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초겨울 어느 새벽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 전날 시작된 KB국민은행 광고 촬영은 오전 3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광고 모델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오전 4시쯤 촬영이 끝나자 김연아는 조용히 스케이트를 벗었다. 얼음 위에서 쉼 없이 달리고 뛰어오르고 착지했던 발이 부어 있었다.
당시 KB금융(당시 국민은행) 광고 담당자였던 김진영(45·사진) 팀장은 "그때 김연아 선수는 촬영하는 16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스케이트를 벗지 않았다. 그 집요함에서 번득이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광고 모델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서 KB는 김연아와 메인스폰서 후원 계약을 맺었다.
요즘 스포츠 마케팅 업계가 가장 부러워하는 회사는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은 김연아 외에도 지난달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심석희(여자 쇼트트랙·3000m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 올림픽에 처음 나가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국가대표 여자 컬링팀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KB금융은 이 밖에도 '골프 여제' 박인비, 리듬체조 유망주 손연재와 누구보다 빨리 계약을 맺고 후원 중이다.
(위쪽부터)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딴 이상화,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모두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동계 스포츠 스타다. 13년 동안 이회사 광고 담당으로 일했던 김진영 팀장은“무언가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것이 최고의 재능이며 성공이란 한 번의 성취가 아니라 그 지점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유지력(維持力)이더라”고 말했다. |
KB금융에서 광고 업무를 담당하며 이 선수들을 발굴했던 김진영 팀장을 지난 2월 26일 만나 '저평가된 스포츠 가치주를 찾아내는 법'을 들었다. 그는 13년 동안 광고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난 1월부터 마포역지점 부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1. 비보이가 알려준 '좋아한다는 재능'
김 팀장은 춤꾼들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2006년 '나이 먹은 은행' 이미지가 강했던 국민은행은 젊고 역동적으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광고 모델을 찾았다. 그때 김 팀장이 고른 모델이 당시 젊은 층에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던 비보이(B-boy)였다. "애들이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저 정말 좋다면서 춤을 미친듯이 추더라고요. 약간 한심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는데… 당시 우리가 원했던 역동적 광고 콘셉트와 잘 맞아서 모델로 결정했죠. 그때 광고 카피가 이거였어요. '나는 보여줄 것이다. 대한민국 일등이 세계 일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델이었던 비보이 팀 '갬블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정말 우승을 했다. 광고도 큰 화제가 됐다. 김 팀장은 비보이의 성공을 경험하고 나서 이런 원칙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재능이다.'
2. '착한 선순환'의 힘을 믿어라
2012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KB금융컵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 대항전'. 프로 골퍼 박인비 선수가 갤러리(골프 관중)에 둘러싸여 있었다. LPGA(미 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아직 달성하기 전이었다. 누군가 박인비에게 앉으라며 작은 의자를 갖다줬다. 박인비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갤러리 분들도 서 있는데… 저 혼자 어떻게 앉아요."
김진영 팀장은 "선수가 못되고 이기적이어야 성공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라고 했다. 여러 선수의 성장사(史)를 지켜보니 마음이 착한 선수가 성공하더라는 것이다. 김 팀장이 정리한 '착한 선수의 성공 공식'은 이렇다. 팬들이 선수의 착한 마음을 알아보고 좋아한다. 팬층이 점점 두터워진다. 선수는 힘이 나는 동시에 부담을 느낀다. 성공했을 때의 쾌감도 커진다. 선수는 자신을 스스로 더 채찍질하고 성적이 좋아진다. 팬은 더 늘어난다. 이른바 '착함의 선순환'이다.
3. 성공이란 유지력(維持力)이더라
스포츠 마케팅의 지존이었던 나이키는 지난 몇 년 동안 후원 선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와 사이클 스타 랜스 암스트롱이 각각 성(性)추문과 약물 투여로 구설에 올랐다. 김진영 팀장은 "선수 후원은 확률 싸움이자 베팅이다. 부상, 스캔들, 성적 부진 같은 어쩔 수 없는 리스크도 따라붙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여러 선수를 지켜보면서 성공이란 어느 지점에 가 닿는 몇 번의 성취가 아니라 그 지점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유지력(維持力)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목표를 물었을 때 명확한 답이 바로 나오고 계속 발전하려고 끝없이 노력하는 선수가 유지력이 좋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요즘 선수 어때요'라고 무심하게 물었을 때 '어휴, 연습밖에 안 해요'라는 답이 즉각 나오는 것도 좋은 신호이지요."
그는 "글을 많이 읽고 공부하는 스타가 오래간다는 사실을 광고 전문가들은 거의 알고 있다"고 했다. "술 마시고 연예인들과 휩쓸려 노는 것 같은 소모적인 짓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거든요. 우리가 6년째 광고 모델로 쓰고 있는 가수 이승기만 해도 매일 신문 6개를 읽어요. 축구 선수 박지성,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박찬호처럼 외국어를 집요하게 열심히 배운 선수가 오래가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런 선수들이 진짜 '가치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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