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만 해도 부산은 주말 이틀 집중호우로 물폭탄이 쏟아져 바깥 활동이 여의치 않았다. 일요일 <김해아름누리길마라톤대회>도 해반천 주로가 침수되어 천재지변으로 대회가 취소되어 회원들 5명이 아시아드 메인스타디움 처마밑에서 난폭한 비를 피하며 훈련을 했다. 주춤하던 비가 주중에 한 차례 더 퍼붓더니 물러갔다. 목요일부터는 아침과 저녁 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져 반팔 상의로 집을 나서기가 꺼려졌다. 바야흐로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찾아온 토요일은 일주일 전의 토요일과는 영 딴판이다. 구름과 비 대신에 선선한 바람과 가을 햇살이 생기를 갖게 한다. 더없이 해맑고 얌전해진 토요일에는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제12회 부산 초중학생 육상 챌린지대회>가 열렸다. 연산초 선수 29명을 데리고 나가 남초부와 여초부에서 동반우승을 자신했으나 아쉽게도 여초부 우승, 남초부 준우승(71점으로 공동 1위지만 상위 입상자 다수 우선 조항에서 밀림)을 하였다. 남녀 종합 점수에서는 2위와 62점 격차를 벌이면서 종합우승을 하였다. 여초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경기가 술술 풀렸는데 남초부 경기는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 다 잡은 대어를 놓치고 말았다. 야구에서 9회초까지 20점차 이상으로 이기고 있다가 9회말에 대역전패를 당한 꼴이 되었다. 남자팀이 졸지에 부산대표팀이 되지 못하면서 전국대회 출전권도 꽉 움켜쥐었던 손아귀에서 휙 날아가 버렸다. 땅을 치고 싶을 정도로 아쉽고 아쉽다. 모든 책임은 지도교사인 나의 부주의와 전략 실수 탓이다.
육상 지도교사로서의 나의 지도 스타일은 연중 매일 아침 영교시와 방과 후 시간에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아이들과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만 연습을 하는 것이다. 지도교사는 긴 시간을 내야 하지만 아이들 개개인은 10-30분 정도만 자기 종목 연습을 하고 원하는 시간에 가는 형태다. 이러다 보니 선수 발굴도 용이하고 아이들도 육상부 학교의 전문선수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
육상 챌린지대회는 대한육상연맹에 등록되지 않은 비등록선수들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지는데 이전에 여러 차례 우승을 하였다. 작년에도 정년퇴직을 하고 토현초에서 1년간 기간제교사로 체육전담을 하면서 육상부를 지도해 남녀 동반우승을 하였다. 올해는 우승 학교에 11월 대구에서 이틀간 열리는 전국스포츠클럽대회에 부산대표학교로 참가하는 특전도 주어진다. 지난 3월부터 7개월 동안 여름방학 때도 쉬지 않고 함께 즐겁게 육상 활동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안겨준 것 같아 뿌듯하다.
개인적으로 경사스러운 일을 함께 마라톤 활동을 하는 가야지 회원님들에게도 소식으로 전할 수 있어 기쁘다. 가야지는 지난 10여년간 교직 후반기에 내가 체육전담교사를 할 때 큰 힘이 되어 주고 육상지도에 활력과 자신감을 갖게 해준 고마운 동호회다. 이번 대회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 사아 한 달 후에 열리는 교육감배육상대회에서도 전문선수들과 진검 승부를 벌려 소기의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아이들과 가야지 덕분에 올 가을도 하루하루 육상 활동으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蓮山之日
育上大會開社稷
大軍引率諸頂上
信隨先生樂運動
每日流汗不空幸
破竹之勢金字塔
蓮山之日今日名
我走産室伽倻地
素朴食酒獻感謝
연산의 날
육상대회가
사직벌에서 열려
대군을 이끌고 나가
남녀 동반정상에 올랐다.
선생님을 믿고 따르며
운동을 즐기더니
매일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아 다행이다.
거침없이 상대를 물리쳐
금자탑을 쌓았으니
연산의 날이라고
오늘의 이름을 짓고
내 달리기의 산실인
가야지에도
소박한 음식과 술로
감사를 드린다.
첫댓글 축하 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쏟아 부으시는 선생님의 열정을 존경합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달하니 샘, 잘 지내시죠?
시애틀에서 맞는 추석 느낌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제 귀국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잘 지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먄납시다.
@길손 이경환 시차가 있어 이곳은 내일이 추석입니다. 그냥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을 그리워하며 아쉬운 마음에 송편 사다 먹으려고 합니다. 길손행님도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