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38
천자문155
동봉
0537문득 엄奄
0538집 택宅
0539굽을 곡曲
0540언덕 부阜
이옌자이취푸奄宅曲阜Yanzhaiqufu
-곡부에서 대저택에 살아온주공-
(그아니면 누가이를 경영했으랴)
0537문득 엄奄
회의문자라서 부수 큰 대大 자와
번개 전电, 펼 신申이 함께 뜻을 이룹니다
가릴 엄奄으로도 새기는데
느닷없이, 갑자기 닥친 사건이고 시간입니다
전광석화电光石火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번갯불电이 번쩍하고 빛光나는 것과
부싯돌石에서 불꽃火 튀는 시간은 짧습니다
이것이 '문득'이고 엄奄입니다
일설에는 이옌奄Yan나라라 합니다
샹商은 800여 개의 제후국을 두었는데
그 가운데 한 나라가 이옌奄이지요
번개 전电 자 위에 큰 대大 자를 얹었습니다
번개치는 게 분명 작은 일은 아닙니다
0538집 택宅
집 택宅 자 외에도
댁 댁宅, 터질 탁宅으로도 새깁니다
첫째, '댁'이라 할 때는
남의 아내를 지칭함이고
남의 가정을 높여 부를 때 씁니다
둘째, '택'이라 할 때는
집, 주거, 구덩이, 무덤, 묘지, 살다, 임용하다
벼슬살이 하다, 안정시키다, 자리잡다
정하다, 포괄하다, 망라하다 따위며
셋째, '탁'으로 새길 경우
터지다, 찢어지다 등일 때에 해당합니다
부수는 갓머리宀며
부탁할 탁/잎 탁乇자가 사랑을 찾아 왔다가
순식간에 사고를 저질러 들어앉은 격입니다
시나브로 고사성어 하나가 생각납니다
'삼계화택三界火宅'입니다
세계가 온통 다 불바다火宅입니다
"어서 그 불 타는 집에서 나오라"가 아니라
"불 타는 이 집에서 어서 나가야겠습니다"
0539굽을 곡曲
'누룩 곡曲'이라고도 새깁니다
가장 많이 새기는 자는 '노래 곡曲'입니다
부수는 가로 왈曰 자입니다
가로 왈曰 자에 스물 입卄 자입니다
입口에서 나오는 멜로디가 맞습니다
곡曲자에는 입 구口 자가 7개 들어있는데
윗줄에 3개, 아랫줄에 3개가 있고
나머지는 여섯 개를 담은 큰 입 구口입니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의 7음계에
반음계 '도'를 더 얹은 표시라고도 합니다
(그냥 나의 해석입니다)
불합리하다, 정직하지 않다, 공정하지 않다
그릇되게 하다, 자세하게 하다, 굽다, 굽히다
도리에 맞지 않다 따위가 먼저 있고
구석, 가락, 악곡, 굽이, 재미있는 재주
술을 빚는 데 쓰는 발효제 = 누룩
누에 치는 채반 = 잠박蠶箔 따위입니다
0540언덕 부阜
언덕 부阜 자체로 부수입니다
석등 모양을 본떴다고도 하고
산의 측면 단층 모양을 본떴다고도 합니다
부수로 좌부방阝(=陪)의 본자며
우부방 阝(=部)의 본자는 읍邑 자입니다
언덕, 산, 백성, 크다, 크게 하다, 높다
메뚜기=물건이 벗겨지지 않도록 꽂는 기구
성盛하다, 세차다, 많다, 풍성하다, 자라다
순박하다, 살찌다
같은 의미를 지닌 글자로
언덕 부阜의 열 십十 자 자리에
뫼 산山을 놓은 언덕 부峊 자가 있고
때로 좌부방阝자체를 쓰는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뜻 다른 글자로는
丘 : 언덕 구
厓 : 언덕 애/흘길 애
原 : 언덕 원/근원 원
坵 : 언덕 구
坡 : 언덕 파
堈 : 언덕 강
壟 : 밭두둑 롱/농
岸 : 언덕 안
峙 : 언덕 치
崗 : 언덕 강
崖 : 언덕 애
邱 : 언덕 구
阪 : 언덕 판
阿 : 언덕 아/호칭 옥
陵 : 언덕 릉/능
皐 : 언덕 고/못 고/부를 호
밤새 '기포의 새벽 편지' 글을 쓰다가
정작 새벽 녘에 이르러 다 지웠습니다
항다반사恒茶飯事로 늘 있는 일입니다만
오늘 새벽에는 글을 다 지우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화두는 들려고 해서 들어지는 게 아니고
어느 때 문득奄 들어지는 것입니다
200자 원고지 20~25매 분량을
매일같이 쓰고 있습니다
평균 5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지우고 보태고 고치는 시간까지 합하면
매일 예닐곱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컴퓨터가 아니라 나는 늘 모바일로 씁니다
휴대성Carrying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써 놓고
심지어는 교정하는 시간에도
졸음마睡魔를 견디지 못해 삭제키를 누릅니다
쓰는 시간은 예닐곱 시간인데
지워지는 시간은 전체가 1분 이내지요
졸 때의 1분은 그야말로 순식간입니다
눈깜빡일 순瞬, 쉴 식息, 사이 간間
눈 한 번 깜빡이는 짧은 시간이고
숨 한 번 들이내쉬는 짧은 시간입니다
다 지워지고나서 느끼는 마음
어떤 때는 그야말로 펑평 울기도 합니다
경허스님《참선곡》에 따르면
종일 화두 들고 씨름하다가
저녁이 되어서도 깨닫지 못하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다는 말씀이 실감나는 새벽입니다
졸음마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옵니다
귀한 사람과 차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톡Talk을 주고 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상황에서도
어즈버! 생명을 싣고 달리는
드라이빙 중에도 졸음 마구니는 찾아옵니다
시간의 반전反轉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시간의 진행이 역방향일지라도
같은 법칙이 지배한다는 원리입니다
Time Reversal입니다
글을 쓰는 시간이 시간의 순방향이라면
지워지는 순간은 시간의 역방향일지 모릅니다
글을 쓰는 시간과 더불어
쓴 글이 지워지는 시간이
시간의 거리상으로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둘의 흐름은 똑 같은 법칙이 적용됩니다
가령 시속 60km로 자동차를 몰아
앞으로 10km를 달려갔다고 한다면
10분이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동차를 시속 6km로
100m를 후진했다면 1분이 소요되겠지요
앞으로 10km를 달리든
뒤로 100m를 후진하든
시간의 길이는 길고 짧고
거리는 멀고 가까움이 있겠지만
시간의 지배력이란 언제나 동일합니다
예로 든 나의 윗 글을 보고
시간을 계산하고
거리를 계산하고
앞 뒤 운동의 방향을 계산할 것입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시간의 동일 지배력에서 보면
시간 흐름의 법칙은 늘 같기 때문입니다
밤새 쓴 글이 다 삭제되고 나서
다시 쓰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릅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이란 애초에 없습니다
시간이 아니라
시각이라는 눈금에 의해
시간의 흐름을 느낄 뿐
시간은 인식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시공간은 나의 객체가 아니고
시공간이 나의 일부며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불변량이고 불변식입니다
Invariant
시간 반전의 불변성입니다
Time Reversal Invariance
시간의 반전에 대해
한 젊은이가 내게 물어왔습니다
"큰스님. 질문이 있는데요?"
"어, 그래. 어서 물어 봐! 뭔데?"
젊은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불교에 관한 것이 아닌데요?"
"그래도 좋아! 모르면 모른다고 할께."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입을 뗐습니다
"큰스님. 시간의 반전이 무엇입니까?"
"그렇군. 그건 물리학 교수에게 물을 내용인데?"
"네, 큰스님. 교수님께 여쭤보았으나 아직은요."
"아직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네. 제가 아직 이해가 안 가서요."
나는 젊은이의 고충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그 예를 다시 얘기합니다
어떤 사람이 서울역에서 열차를 탔습니다
부산으로 가는 KTX 고속열차입니다
그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그리운 마음에 열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은 같은 KTX를 탔는데
서울에 출장왔다가
다시 부산 본사로 들어가는데
추진한 일이 잘 안 되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사장님의 질책이 걱정됩니다
그는 한 발자국이라도 늦게 가려고
열차 뒷편으로 뒷걸음질을 쳐봅니다
이 두 사람은 같은 KTX에 타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음속으로 나는 점보여객기 내에서
앞으로 달려가든 뒷걸음질을 치든
같은 여객기에 타고 있다면
시간의 지배는 동일하게 받습니다
태양계 시스템 내에서 살아간다면
태양계의 시간을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간다 하더라도
우리는 태양계 시스템 안에 있습니다
시간 반전의 불변성은 그대로 법칙입니다
태양계를 떠나 우주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 자체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주 공간의 팽창과 함께
우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간 인식이 다를 뿐입니다
우리는 지구 시간으로 살아갑니다
지구 위에서 살아간다면
시간의 순방향이든 역방향이든
같은 불변성의 시간 반전이 적용됩니다
저우꽁周公이 취푸曲阜에서 오래 살아온
고참古參Long timer이라 하더라도
그리하여 지성 콩즈孔子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하더라도
저우꽁은 그저 저우꽁일 뿐입니다
저우꽁의 삶을 지배한 시간을 비롯하여
콩즈선생의 삶을 지배한 시간과
밤새 쓴 글이 지워졌노라며
펑펑 울다가 다시 쓰는 나의 시간이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오늘은 한 해 가운데
낮 길이가 가장 길고
밤 길이가 가장 짧은 '한여름夏至'입니다
밤 길이가 가장 길고
낮 길이가 가장 짧은 한겨울冬至에 견주어
하루의 총체적 길이까지 달라졌을까요?
the tropic[Tropic] of Cancer
한여름줄, 하지선夏至線
북위 23도 27분
일명 북회귀선北回歸線에 서서
태양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갈 것입니다
한겨울줄, 동지선冬至線
남위 23도 27분
the Tropic of Capricorn
남회귀선南回歸線까지 쉬지 않고 쭈욱~
06/21/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스님!
스님은 졸음마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졸음마는 奄하게 찾아와서
奄하게 사라지는 친구입니다!
특히 요사이 점심 후는.....
행복한 하루 되세요!
기포스님~!!
천자명 감사합니다
귀한 글 ㅡ
많은 노력과 수고로
밤새 쓰셔서 매일 저희들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반전ㅡ
시간반전의 불변성법칙
감사합니다
오늘 낮 길이가 가장 긴
하지라 그런지 한여름 무더위 입니다
건강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