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정기출조에 참가하지 못해 허무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무작성 집을 나섰는데...
파고가 그리 심하게 보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현지에서 보는 해상상황은 이곳과 많이 틀린가보다.
격포 갈매기는 나간다던데...
그럼 일말의 희망은 있는 것 아니던가?
무작정 짐을 챙겨 떠나 볼까?
그래... 가는거야...
이렇게 길을 나선다.
여러 사정으로 오랫동안 그 좋아하는 낚시를 걸렀으니 애가 탈만도 하다.
아파트 문 밖을 나서는 얼굴에 칼바람이 불어온다.
으.... 춥다...
오늘따라 시동도 잘 안 걸린다.
길을 나서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가?
아님 대박의 오늘 출조를 하늘이 시샘하는건가?
늦은 시간 고속도로는 정말 한적하다.
살짝 살짝 보이는 운무도 운치있고...
멀고 먼 길 한달음에 달려온 포구의 선착장!
많은 배들이 일찌감치 출조가 취소되어서인가 한적하다.
예약도 없이 무작정 달려온 포구...
다행히 불 밝히고 짐을 꾸리는 배가 한 척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예약하고 배에 오른다.
왠지 모를 낯설음...
조금은 센 바람에 어깨를 움츠리고 영롱한 별을 바라보며
오늘의 출조에 사용할 3단채비를 정성을 실어 묶어본다.
이윽고... 출항...
선실에 널브러져 있는 내 모습에 헛웃음만 나온다.
낚시가 뭐길래...
오랜 시간을 달렷나 보다.
밖은 이미 환하고...
그 흔한 섬 조차 보이지 않는다.
햇살은 강렬하지만 아직은 매서운 바닷바람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파도의 거센 저항에 뱃전이 꿈틀거리지만
이 맛이 바로 겨울철 침선낚시의 맛이 아니던가?
수온은 아직 찬 것 같고
물색은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 삼킬 듯 시커멓다.
수심이 많이 깊은가 보네...
이윽고 환율 오르기 전 짜릿하게 구입한 초울트라캡숑급 다이와 타나콤 Fe전동릴에 전원을 넣으며
오늘만큼은 짜릿한 손맛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첫 포인트...
어딘지는 모르지만 수심 80미터를 내려간다.
침선 7미터...
늘 그렇듯 첫포인트, 첫 입수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기대감...
또 헛웃음이 나온다.
일단 바닥을 공략해 봐야지...
여태까지의 경험에는 겨울철이라도 2-3미터 띄워 6짜 대물을 낚아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대물은 바닥이라는 공식이 내 머릿속을 점령했다.
바닥 찍고, 원줄의 팽팽함을 잡아보고
다시 바닥을 확인하려고 살짝 내려보는데
허걱... 이게 뭔가?
아직 침선에 다다른 선장의 멘트도 나오지 않았는데....
강력하고 기운찬 입질은 아니지만
미약하다 싶기는 하지만 입질 같은게 있었고... 분명 무겁다!
슥... 낚시대를 하늘로 세워 보는데...
허걱... 이 놈이 앙탈하나? 작은 바늘털이가 느껴진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주체를 못하겠고...
침선이 다가올 까 두려워 릴을 몇바퀴 감아보는데...
다시 투두둑...
이 놈이 빨리 올리라고 성화다!
헉... 선미에서는 침선에 박히는 지 로드가 활처럼 휘고 바늘 띁어내기 바쁘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되겠네...
전동릴 파워 온!!! 저속 릴링... 우~~~~웅~~~~
끄륵... 끄르륵...
이 전동릴 심상치 않다.
잠시 올라오는 듯 싶더니 겉돈다.
일단 파워를 내리고 수동모드로 전환... 릴링을 지속해본다.
아! 무겁다. 로드를 감아쥔 왼손에 땀이 배는 것 같다.
쿡... 쿡.... 쿠~~~욱~~~
이 놈의 앙탈이 경망스럽지도 않고 묵직한가 왠지 느낌이 좋다.
거기다 쿡쿡 쳐박는게 일정한 패턴이 있는 가하면
때론 약간의 다름도 있다.
기분 좋은 느낌이 손끝에 전해진다.
애고고... 힘들어... 80미터가 깊기는 깊은가보다.
다시 전동릴 파워를 가동하니 힘겨워 하면서도 제대로 작동한다.
25미터...
15미터...
5미터.... 다 왔다...
수면에 괴물이 쑤욱 올라온다.
대충 봐도 5짜 우럭이다.
그래 이 느낌...
처음 5짜 우럭을 봤을 때 괴물이 바다를 박차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머리가 띵하고 호흡조차 일정치 않다.
와우... 또 있다...
아랫단에 4짜급 우럭이 더 있다.
쌍걸이로세!!!!
크크크... 4짜 우럭은 애기우럭처럼 느껴진다.
와... 경사다... 맨 아랫단에 한 마리 더 있다.
수면에 떠 오르는데 맨 처음 것 보다 더 크다.
일순간 숨이 멈추어지고...
6짜를 훌쩍 넘길 것 같다.
도저히 손으로 끌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짓줄이 끊어질 까 무서워 사무장에서 부탁한다.
갸프!!!
대구 잡을 때, 대구 찍어내는 거...
푹!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우럭...
미리 올라온 건 차라리 애기들이다.
뱃전은 환호에 박수에 난리다.
쓰리걸이다!!!
사이즈 계측...
처음 올라온 거... 53cm, 두 번째 거... 45cm, 맨 마지막 거... 66cm
물칸이 이 3마리로 차고 넘친다.
이것들 정리하고 사진 찍고 하느라 한타임 쉰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 담배 한모금으로 진정하고...
다시 두 번째 입수...
역시 바닥층을 공략한다.
추가 바닥에 닿자마자 기운찬 입질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어진다.
처음과 같은 무게감은 아니지만 최소 쌍걸이다.
릴링...
전동릴의 모터소리가 경쾌하다.
4짜급 쓰리걸이...
계측... 41cm, 43cm, 37cm
입이 귀에 걸린다.
하늘의 뜻이었나 보다.
오늘 차에 실려있던 66리터 대장쿨러 가지고 나왔는데
그 큰 걸 우럭들로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급하게 배에 오르느라 얼음도 준비하질 못했는데...
이 여섯 마리 우럭을 담았을 뿐인데 이 큰 쿨러의 1/3이 찬 것 같다.
세 번째 입수...
역시 같은 패턴이다.
추가 바닥에 닿자마자 입질이 이어진다.
엄청난 무게감과 함께...
동시 다발로 입질이 들어오는 지라 쌍걸이고 뭐고 없다.
대충 올려도 쌍걸이 이상일 것 같은 느낌...
또 전동릴이 꺽꺽거리며 버거워한다.
다시 찾아온 왼손 근육의 떨림...
6짜 예감...
그렇지! 역시 이 느낌이야!
다시 한번 수심 80미터에서 찾아온 6짜 우럭!
그리고 30cm급 애기 우럭 두 마리...
푸하하하...
좋아... 좋아... 가는거야...
네 번째 입수...
이번엔 소식이 없네... 이상타...
수심층을 좀 올려볼까?
4미터 정도 감았을까....
쿡... 에궁... 이번엔 침선에 걸렸다.
네 번째 입수...
흠... 어디에 수심층을 맞추어야 하나? 고민하는데...
바닥에 추가 닿음과 동시에 입질이 쏟아진다.
아싸!!!!
릴링... 역시 4짜급 쌍걸이...
좋아!!!
근데... 모야??? 포인트 이동한단다...
너무 많이 우럭 파내면 다음 손님들 영업에 지장이 있을까 그러나?
선장은 낚시꾼들의 원성을 외면한 채 다른 포인트로 이동
이번엔 대구 포인트로 이동한단다.
그래... 우럭은 이만하면 됐지 뭐... 대구도 좋아...
오늘은 뭐든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참을 달려 공해상 대구포인트에 도착.
그리고 입수...
수심이 90미터를 육박한다.
오징어내장이 준비 안해와서
임시방편으로 우럭 때 쓰던 오징어채 중 다리부분을 길게 사용해 본다.
바닥 찍고...
살짝 들어보는데 미약한 입질... 쿡...
난 숙달된 조사답게.... 다시 초리대를 아래로 살짝 내려주니
정말 묵직하게 쿠~~~욱하고 초릿대가 바다로 고개숙인다.
왔어...
챔질... 휘리릭...
그리고 전동릴 파워 온! 저속으로 릴링...
우럭 때처럼 쿡쿡 쳐박는 느낌은 없지만 무게감이 우럭때와는 또 다르다.
수면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 그리고 대구...
갸프로 찍어내고 바로 계측...
와우... 93cm
좋아요... 아주 좋아요...
오늘 이 배에서 나만 신났나 보다.
다시 입수...
여지없이 이어지는 대구 입질...
또 챔질...
릴링... 그리고 허연 대구의 배가 수면에 보인다.
흠... 이번에 82cm...
해는 점점 높아만 가고
난 대구 쓸만한 사이즈로 두 마리 더 추가...
슬슬 배도 고파온다.
정신없이 고기가 쏟아지니 아무도 회한점 먹자고 안한다.
아쉽다...
그래... 이제야 뱃전을 돌아보니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이건 아닌데... 스르륵... 우리 횐님들이 그리워진다.
대구들 다 잡아내었는지 입질이 없다.
바로 이동 결정...
우럭매운탕도 아닌 김치찌개에 밥 한공기 먹고 잠시 쉬어본다.
여전히 하늘은 맑고 파도는 거의 잦아든 것 같다.
한시간여 잤을까...
섬이 드문드문 보이는 포인트에 도착...
이곳도 포인트 도착 후 입수하자마자 폭발적인 입질이 찾아오네요.
5단채비로 바꾸고 싶은 맘 억지로 참아가며
계속 쌍걸이, 쓰리걸이 해내고 있습니다.
대장쿨러가 이미 넘치네요.
제 몸도 지쳐가고요...
만면에 웃음 띈 선장님 조기철수를 권하네요.
지금 시각 오후 2시를 넘어가고 있네요.
회항... 흠... 4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각...
이런 기분이구나... 조기회항...
여러 조사님들 아쉬움이라도 남았는지 근처 횟집으로도 향하지만
전 먼 길 나선 혼자라는 이유로 서울로 발길을 돌립니다.
그득한 쿨러 언제 다 고기 손질하나 걱정하며...
그래도 웃음은 얼굴에서 지워지지 않네요.
이상 꿈 속에서라도 가져보고 싶었던 조행...
글이라도 써보며 아쉬움 달랩니다.
뻥! 뻥! 뻥!입니다요....
튀자... 잡히면 뒤진다....매니아 회원님 희롱죄.선동죄.괘씸죄..
정신적 공황죄....
벙말 죄송합니데이~~~~
전 놀토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몸이라서......
첫댓글 맛난글 재미나게 보았읍니다 오랜만에 형님글보내요^^ 암튼 좋아요~~!
반갑습니데이~~~ 고삐리 3학년 담임에 강제로 징집 당하는 바람에 출조할 시간적 여유가.... 그러나 놀토 출조 계획이 있으면 목짤릴 각오하고 회운님들 선상에서 알현 함 하죠.
작년 여수 생각 나게 하네요~~쓰리걸이에 6걸이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맴 이해하쥬?
ㅎㅎㅎ 진짜같은데요?
미안합니데이~~~~ 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의심은 했지만 그래도 대리만족은 100%입니다...아~ 누가 내기록 깨는줄 알았잖아요...아직 64입니다
장어 빼고요ㅡ.ㅡ
진짜인줄 알았네
죄송합니데이~~~ 그냥 잠간 돌았나봐유....
ㅋㅋㅋㅋ 완전히 진짠줄 알구 무신배인지 알아보려구 했지요~~~~~잘보구 갑니다
구라배라고 하는디요...정말정말 지송합니데이~~~~~
글로서나마 대리 만족울 마음껏 누렸네요 ㅋㅋㅋ ~~~ 현실이면 더 좋았을것을 !!! 이런 마음을 가지는것이 우리 낚시꾼들이 그리는 꿈 아닌가요 ㅋㅋㅋ 선생님이 이런글 쓰시면 무슨죄에 속하나요 ㅋㅋㅋ 칼도마님 재미난 글 쓰시느라 고생 했습니다
배신배신...ㅎㅎㅎ 정말 신나게 웃었습니다...저도 모르게 읽는중에는 등줄기로 소름도 돋았습니다...ㅎㅎ
난 언제쯤 저렇게 잡을까...ㅎㅎㅎ
ㅋㅋㅋ 한두번 속나 ? 그래서 자네글은 끝부분 먼저 보고 ㅎㅎㅎ 이제 안속지롱 ^*^
졸지에 늑대 소년이 되어비맀네요. 늑대다! 늑대! 아니 우러기다! 우러기~~~ 작년에 1번 올해 1번 이제 그만할게유..낚시못하고 대박 못쳐서 맛이 갔나봐요. 지송합니데이~~~
ㅎㅎㅎㅎ 아주좋았읍니다! 담엔 장르.바꾸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