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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성 : 백색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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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 - 여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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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월은 사랑에 빠진 게 틀림없다
사랑하지 않고서 이리 뜨거울 수가 없다
2
여름은 여러모로 당신과 닮았습니다.
어느덧 도둑처럼 찾아든다든가
아니면 나를 덥게 만든다든가.
3
여름 끝자락에 내린 소낙비는
너도
나도 젖게 만들었다
너는 옷이 젖고
나는 마음이 젖었다
4
열일곱의 첫사랑은
여름을 닮은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아이를 떠올릴 때면 나는 항상 더웠다.
5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6
너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고,
교실 창밖에서 불어오던 꽃가루를 사랑했고,
너의 웃음, 너의 눈매, 너의 콧날과 목선을 사랑했어.
7
이 여름은 네가 아니면 안 된다.
이 더위는 너여서 되는 것이다.
네가 아니면 사랑하지 못하고 너라서 이해할 수 있는.
8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9
낭떠러지의 여름이다.
여름마다 여름을 뒤돌아보는 것이 피곤했지.
추락하는 여름이다.
네가 흔든 것을 내가 흔들렸던 것으로 비교하는
멍청한 짓을 하며 너를 잊고 있다.
10
사랑해.
난 네 앞에서 가장 순수했고,
자주 뜨거웠고,
너무 들떴고,
많이 무너졌어.
11
그 해 여름, 내 사랑은
짙은 안갯속처럼 참 난감해서 더 절절했다
절절 속 끓이며
안으로만 우는 안개처럼 남 몰래 많이 울기도 했다
이제야 하는 얘기다.
12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13
안녕,
나의 계절에 있었던
사람아.
/
8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모쪼록 뜨거웠던 여름을 잘 갈무리하시고 따뜻한 가을, 겨울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늘 평안하세요.
1.8월, 이훤(수지) / 2.여름 증후군, 서덕준(김연아) / 3.소낙비, 유진(아이유) / 4.초련, 하현(수지) / 5.첫사랑, 여름, 유지원(디오) / 6.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서덕준(장동윤) / 7.당신이 빛이라면, 백가희(이종석) / 8.칠월, 허연(정채연) / 9.여름, 조연호(이영애) / 10.당신이 빛이라면, 백가희(한소희) / 11. 난감한 사랑, 오인태(박주현) / 12.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최백규(윤아) / 13.하루 감성, 곰지(김태리)
첫댓글 이 글 보고 여름이 더 좋아졌어…
여름의 사랑 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