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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혜암아동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김현숙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동시 수상작>
정 형 일
메르치젓
자 메르치젓 담으이소 메르치젓
시잉싱한 메르치 담으이소 메르치젓
자 메르치젓 담으이소 메르치
시잉싱한 메르치젓 담으이소 메르치
메르치젓 담으이소 메르치젓
시잉싱한 메르치젓 마이 담아 드립니더
트럭 한 대가 골목 귓구멍마다
갯내음 흠뻑 쏟아 놓고 갔다.
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click="if(this.width>750){/*/*window.open*/*/(this.src)};">
낙서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
깁스한 다리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몰려와 쓴 낙서들이
다리에서 킬킬대고 있다.
그 중에 유독 빛나는 말,
엊그제 말다툼한 짝꿍이
내가 깜박 졸던 사이
몰래 끼어든 한마디,
‘미안해!’
부러진 다리에서 우정이 다시 붙었다.
힘센 십 원
장롱을 받치던 이삿짐 아저씨가
엄마에게 장판 조각 있냐고 한다
엄마는 없다고 한다
아저씨는 동생이 들고 있는
빵 저금통을 보시더니
동전 몇 개 달라지만
동생은 아프리카에 보낼 거라고
등 뒤로 숨긴다
엄마가 달래서 얻은 동전 몇 개
장롱의 발밑에 들어간다
십 원은
장롱도 받치고 지구도 받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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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녀야
손님이 온다고 하면
순식간에 깨끗해지는 집,
청소기를 탄 마녀,
엄마의 마술이지.
이불 똑바로 개지 않는다고
책상 서랍 정리 안 했다고
도끼눈 뜨고 잔소리하는 엄마,
사실은 내가 닮은 것을 모르신다.
두고 보자
손님 왔을 때 내가
장롱 문을 확 열어젖히면
모든 비밀이 탄로 날 거야.
그러면 비로소 아실 테지
내가 마녀의 딸이라는 걸.
굴렁쇠
드르르르륵
밤늦게 돌아오시는
아빠 굴렁쇠
휴일에도 일하시는
엄마 굴렁쇠
빙그르르르
학교에서 독서실로
언니 굴렁쇠
미적미적 학원 가는
나도 굴렁쇠
스르르르릉
넘어질 듯 넘어질 듯
굴러가는 굴렁쇠
구르지 않으면
넘어지는 굴렁쇠
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click="if(this.width>750){/*/*window.open*/*/(this.src)};">
시소
쿵!
아이고 아야
곰 같은 아빠가
엉덩방아 찧으면
슈
우
웅
이히
나는 하늘로 올라간다.
내가 얼마나 컸는지
일요일마다 재는
즐거운 저울법.
내가 커서
쿵!
엉덩방아 찧으면
슈
우
웅
아빠도 날아가시겠지?
그런데
우리 가족 운동 시간
아빠 팔에는 타조알이,
내 팔엔 오리알이,
동생 팔엔 메추리알이,
그런데
엄마 팔엔 알이 없다.
어디로 갔을까?
처음부터 없었을까?
그런데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지도 그린 이불을 널고
온 가족 빨래를 처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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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우리 집 알통이다.
방귀쟁이
풍선 똥꼬에 입을 대고
양 볼 터지토록 분다
동생 볼때기보다 더
엄마 쭈쭈보다 더
아빠 엉덩이보다 더
동생 얼굴보다 더
더더더더더더
애드벌룬만 해지고
기구풍선만 해지면
동생을 달고 날아가지 않을까
조마조마조마 마음 졸일 때
푸르르르르르
방귀를 뀌며 날아가는 풍선.
할머니의 파리채 손
밥상 위를 휘휘
잠든 동생 얼굴 위를 휘휘
만날 손을 젓던 할머니가
안과에 다녀오셨어
의사가 날파리증이라고 했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날파리들이
할머니 눈 속에서만 날아다니는 거래
잠에서 깬 동생이 책장 밑을 뒤지고
방 안을 온통 뒤지더니
구슬 굴러들어간 장롱 밑에서
파리채를 꺼내어
할머니 손에 쥐어 주는 거야
그래도 할머니는 손으로만 휘휘 저으셔.
향기로운 동네
라일락꽃 향기
등나무꽃 향기
모란꽃 향기
동네에 가득하다
꽃이 피면 재채기하는 엄마
향기도 맡지 못하면서
사람 향기 나는 이 동네가 좋다고 한다
엄마는 무엇으로 향기를 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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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골목
소복히
눈 쌓인
골목
모퉁이로
사라진
발자국
발자국이
발자국을
따라가는.
새들의 길
천수만을 덮고 있던
새들이 날아오른다.
하늘에는
차선도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는데
충돌 사고가 없다.
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click="if(this.width>750){/*/*window.open*/*/(this.src)};">
정형일
1966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으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동시「메르치젓」 외 11편으로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 소감>
정 형 일
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click="if(this.width>750){/*/*window.open*/*/(this.src)};">봄을 따라 온 수상 소식에 딱딱해진 내 가슴에도 연둣빛 이파리가 돋아날 것 같습니다. 제 딸 이름은 정서영입니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개똥이네 어린이집’을 거쳐 지금은 대안초등학교인 ‘무지개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7년 전 ‘개똥이네 어린이집’을 다닐 때 개똥이네 노래 작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만만한 생각으로 썼다가 큰코를 다쳤습니다. 고민하고 다듬는 데 몇 주, 곡과 맞춰 보고 다듬는 데 또 몇 주가 걸린 거죠. 어쨌든 그 과정이 동시를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가끔 들러 보는 ‘개똥이네 어린이집’에서 개똥이들이 그 노래를 합창할 때면 가슴이 풍선이 되어 날아갑니다. 이제 ‘개똥이들에게 동시를 써서 바치겠다’는 약속을 늦었지만,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함께 시 나누기 공부를 했던 지역아동센터 ‘모락산 아이들’, 알록달록 해맑은 ‘무지개학교’ 아이들이 내 시 쓰기의 스승이었다는 것을 다시 새깁니다.
수상 소감을 쓰는 오늘이 바로 아버지 생신이네요. 좋아하시는 막걸리를 기쁘게 따라 올릴 수 있겠습니다. 소중한 유년 시절을 안겨주신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시 공부한다는 핑계로 밤늦게 귀가한 나를 묵묵히 지원해 준 아내와 긴 겨울방학 기간 동안 가족끼리 여행 한 번 못한 딸 서영아 미안하구나. 사랑한다. 조카 자연이와 도흠이 힘내라.
펜을 놓고 싶을 정도로 지쳤을 때 내 의지에 풀무질해 준 ‘시와 공감’ 동인, ‘아모르파티’ 가족, 조수옥 시인, 오철수 시인, 조기조 시인, 손병걸 시인과 영광의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특히 이병승 시인, 안오일 시인, 이장근 시인과 더 자주 만날 수 있어 더욱 기쁩니다.
작품으로만 접했던 푸른문학의 식구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당분간 불면증에 시달릴지 모르겠습니다. 푸른책들과 심사위원 님께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감사의 말씀을 대신하겠습니다.
‘햇살을 구하듯 그늘을 사랑하는’ 무지개학교의 모토처럼 사랑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겠습니다.
●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동시 심사 소감
한 상 순
택배로 도착한 응모 작품 상자를 열면서 포구에서 갓 보내 온 생선 상자를 열 듯 가슴이 콩콩 뛰었다. 얼마나 신선하고 튼실한 동시가 이 상자 안에 들어 있을까? 이번 푸른문학상 수상작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정말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한눈에 반할 동시가 있기를 야심차게 욕심내 보는 것은 그만큼 평소에 푸른문학상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18명이 보내 온 응모작 380여 편은 전체적으로 수준이 고르고 안정적이었지만 눈에 확 띄는 작품이 없이 고만고만해서 한참을 고심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어시장에서 싱싱한 생선을 고르듯 이 작품 저 작품을 올려 보고 내려놓기를 몇 차례! 드디어 본심에 오른 5명의 작품을 놓고 최종 논의에 들어갔다.
박금숙의 동시 「아빠와 텔레비전」외 15편은 간결한 표현과 선명한 이미지가 돋보였다. 누구보다도 말을 아낄 줄 알고 시를 잘 다듬을 줄 아는 시인이다. 그러나 시상을 전개하고 확장시켜 나가는 힘이 약해 대체적으로 평이한 느낌에 머물고 마는 아쉬움이 있다. 시를 읽고 나면 잔잔한 그림이 그려지나 탁 치고 올라오는 맛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한 한계를 넘어선 작품으로 「바다에 갔다 온 지하철」, 「여름방학」, 「공평해」, 「반항아」 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공평해」는 극적인 정황을 포착한 재치가 돋보이며 군더더기 하나 없이 응축미를 잘 살린 작품이고, 「반항아」 역시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험성이 엿보여 반가웠다.
김개미의 동시 「추운 날 할머니 전화」 외 14편은 발상과 어법이 신선하고 무척 낯설게 표현하려는 의도가 흥미로웠다. 그의 시를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자유분방한 상상의 날개를 달게 된다. 그러나 시적 형상화가 충분하지 않아 때때로 생경하고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고, 성인적 시각과 어투가 툭툭 튀어나와 매우 거슬리곤 했다. 오히려 「그 애가 전학 간 다음 날」이나 「나만 그런가」처럼 그동안 많이 다루어졌던 흔한 소재이더라도 아이들 마음이 잘 반영돼 있으면서도 새로운 어법을 획득한 시들이 폭넓은 공감을 얻을 만한 작품들이다.
강인석의 동시 「광릉요강꽃」 외 16편은 사물을 보는 시각이 새롭고 일상이든 관념이든 유연한 시적 형상화의 과정을 거쳐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힘이 있다. 「발냄새가 이겼다」처럼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맛깔스런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떨어진다」나 「삼각지역에서」처럼 낱말 하나의 뉘앙스만으로도 무를 쑥 잡아 뽑듯 어렵지 않게 시를 써 내는 재주를 지녔다. 다만 몇몇 작품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러한 특기를 잘못 써서 종종 설득력을 잃고 억지스러움에 그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언뜻 보기엔 실험적이고 참신한 느낌이 들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애써 만들어 낸 시처럼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박은영의 동시 「새의 눈높이」 외 14편은 시적 정황 묘사가 뛰어나고 삶의 구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종이비행기」, 「비듬눈」 등 몇몇 시들은 잘 녹아든 진정성이 진한 감동을 주나, 다른 여러 편의 시들은 정황 묘사에 치중하다 보니 시적 긴장감을 잃고 마는 게 흠이다. 옥탑방에서 내려다본 동네를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간결한 이미지로 처리한 「새의 눈높이」는 그러한 한계를 잘 극복하여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정형일은 「메르치젓」 외 19편을 보내 왔다. 그의 시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따스하며, 생기와 힘이 느껴지고, 신선함과 완성도를 두루 갖추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 툭 던져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구체화하여 시에 풍요로운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또한 그의 시는 호흡이 자연스럽고 이미지가 선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구체적 장면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장점을 지녔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메르치젓」 외 11편 중 표제작을 보면 눈에 먼저 들어오는 큰 글자를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 단순히 젓갈장수의 외침만 그려 놓았다면 얕은 재미에 그쳤을 텐데, 시인은 ‘골목 귓구멍마다’ 갯내음을 물씬 쏟아 놓는 재주까지 지녔다. 「방귀쟁이」는 ‘푸르르르르르/방귀를 뀌며 날아가는 풍선’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시가 주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한다. 또한, 시인은 하찮은 십 원짜리 동전에도 애정 어린 눈길을 주어 장롱도 받치고 지구도 받치게 하는 생명력을 부여하고(「힘센 십원」), 「굴렁쇠」,「시소」「할머니의 파리채 손」 등은 가족의 일상사를 따스한 시선으로 정감 있게 그리고 있으며, 「향기로운 동네」, 「다정한 골목」, 「새들의 길」 등 이웃과 자연을 향해 시선을 돌린 시들에서도 여전히 따스함과 진정성이 진하게 배어난다. 그의 시는 한눈에 번쩍 띄지는 않지만 옆에 두고 읽으면 읽을수록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울림이 있다. 이에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쓸 것이라는 믿음이 수상자로 결정하는 데 큰 보탬이 되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갓 돋아난 새순 같은 푸른문학상 응모 동시를 읽은 일은 큰 행운이었다. 어린이 세상에 새로운 시인을 맞이한다는 것,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또 우리 동시단에 시인 한 명이 첫 발자국을 쿡 찍게 하는 일은 또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먼 길 가는 데 외롭지 않게 늘 함께할 친구를 얻은 것 같은 반가운 마음으로 이번 푸른문학상 수상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아쉽게 이번에 선정되지 못한 여러 응모자들에게도 격려를 보내며 훗날 더욱 싱싱하고 튼실한 시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한상순(시인)
신형건(시인, 비평가, 웹진 <동화읽는가족>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