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준비로 따가운 여론의 비판을 받아오던 52시간 근무제가 전격 시행됐다. 울산상의와 지역 업계가 작업 공정의 특수성 때문에 예외규정을 두어야한다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원안대로 시행에 들어갔다. 다행이 울산 산업현장에서는 시행 첫날 큰 혼란은 없었다. 울산지역 대부분의 공장들이 이미 한 달 전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일부 공장은 시차 출퇴근제를 실시하는 가하면, 다른 공장에서는 주 4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일 근무시간과 주당 근무 일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중공업 같은 곳은 퇴근 시간이 지나면 아예 직원들의 PC 전원을 강제 종료키로 했다. 울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 300인 이상 울산의 제조업체는 석유화학 15곳, 자동차 11곳, 금속 7곳 등 53곳에 달한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당초 상공회의소는 석유화학 등 공정의 특수성을 가진 업체들에게도 다른 업종과 똑같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할 경우 생산현장 관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업종별 보완이 필요하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한 1년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건의 한 바 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시설유지를 위해 정기적으로 생사라인을 멈추고 보수공사를 실시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보수작업을 마무리해야 일의 특성 상 주 52시간을 지키기가 어렵다. 일정한 보수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작업자가 작업을 해야 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에게 유연근무제나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면 되겠지만 앞선 보수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에 유연근무제나 탄력근무제를 적용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석유화학업계가 정기보수 작업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당은 52시간 근무제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자는 입장이고 야당은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3개월 이상은 제도취지가 무색해지는 만큼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시행에 앞서 산업 현장별 전수조사와 충분한 논의 끝에 시행했으면 좋았을 것을 서두른 면이 없지 않다. 지금이라도 산업현장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시급히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