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말 그대로 세계의 패권국가입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힘이 가장 세고 가장 부유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미국의 달러가 세계의 돈 역할을 한지도 한참됐습니다. 미국을 천조국이라고 부릅니다. 국방비에만 일년 예산 가운데 천조원이 배정된다는 것이죠. 한국과 일본의 일년 예산보다 많은 것을 국방비에 쏟아넣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해야 뒷탈이 없고 감히 타국이 넘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일테지요. 미국은 세계 경찰국가이기도 합니다. 지구촌 어디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달려갑니다. 우리가 112 범죄신고를 하면 인근 경찰이 출동하듯 말입니다. 그만큼 미국은 강력하고 강성하고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도 고민이 참 많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는 식이죠. 한때는 인종문제 정도였지요. 아마 미국이 없어지기 전까지 이 인종문제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미국은 탄생때부터 이른바 원죄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지금같은 초강대국이 생길 때까지 흑인 노예들의 피맺힌 고난과 도움없이 아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미국은 이 인종문제뿐 아니라 더욱 심한 고민거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바로 마약관련입니다. 싸고 어디서나 살 수 있는 펜타닐이라는 강력한 마약이 등장해 특히 젊은층들에게 엄청난 폐해를 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한 갈등거리가 생겼다지요. 바로 올해 11월 5일에 벌어지는 미국 대선입니다.
하긴 미국은 4년마다 꼬박꼬박 대통령 선거를 치릅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너무나 대단한 나라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니만큼 그 열기와 강도는 실로 엄청납니다. 거의 1년전부터 미국은 대선후보자들이 벌이는 선거유세전으로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미국은 명실공히 양당제이지요. 군소정당이란 것이 힘을 전혀 쓰지 못합니다. 그냥 공화 민주, 민주 공화 양당체제입니다. 그러다보니 4년 내지 8년주기로 권력이 양쪽 당으로 옮겨갑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베트남 일본 등지에서는 상상도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올해 치뤄지는 미국 대선은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예전 선거에서는 치열하게 양당 후보들이 싸우다가도 선거가 끝나고 개표가 마감되면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하는 페어플레이가 존재했습니다.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과 함께 위대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표시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문화가 별안간 사라져버렸습니다. 바로 지난 2020년 대선때부터입니다. 패자인 트럼프 후보는 승자인 바이든 후보에게 축하인사를 결코 건네지 않았습니다. 선거 내지 개표 불복종 운동을 앞서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트럼프 후보 아니였습니까. 그 당시도 공화당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에 난입해 난동을 피웠습니다. 이런 상황을 배후조종했다는 혐의로 트럼프는 지금 기소상태입니다.
이번 선거도 2020년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든과 트럼프가 맞대결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82살의 바이든과 78살의 트럼프의 대결이지요. 트럼프는 자신이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너무 나이가 많고 간혹 터져나오는 말실수때문에 싫어하는 층도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트럼프에게 반감을 가지는 층도 만만치 않지요. 두 후보간 누가 덜 부정적이냐로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처리에 더욱 강한 언급을 일삼고 있습니다. 불법 이민자 처리에서 상대적으로 온순한 바이든 후보를 겨냥한 것이지요.불법 이민자 문제가 이번 대선에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등지에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가 미국입장에서는 정말 반가울 리 없습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 불법 이민자를 대하는 방법에서 트럼프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취하는 반면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비교적 유연한 조치를 취하는 형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국경에 엄청난 장벽을 세운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닙니까. 불법 이민자들이 결국 민주당 지지세력으로 변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공화당의 주된 생각입니다. 그러니 민주당 표를 의식한 공화당이 사생결단으로 불법 이민자를 막는 것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불법 이민자들이 싼 임금과 오랜 근무시간을 무기로 미국 백인들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위기감도 상당히 존재합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텍사스 주지사의 행보에 언론과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텍사스는 미국 공화당의 텃밭이자 공화당의 상징과 같은 곳입니다. 텍사스 주지사는 트럼프의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주 군인병력을 동원해 불법이민자를 막을 뿐 아니라 이미 들어와 있는 불법 이민자들도 다른 주로 강제 이주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방정부 다시말해 바이든 정부와 큰 마찰을 겪고 있습니다. 텍사스 주지사는 연방정부에서 계속해 자신들의 결정을 방해하면 연방에서 탈퇴하는 최강공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표현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방정부에서 텍사스주가 떨어져 나가 독립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공화당 주지사가 존재하는 상당한 주에서는 비슷한 의견과 행동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말발이 대단히 먹힌다는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을 더욱 공고히 묶을 수 있는 핵심 요소로 바로 이 불법 이민자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정말 만일 텍사스주가 독립을 이루고 다른 공화당 주지사가 존재하는 주가 텍사스에 동조를 한다면 제 2의 미국 남북전쟁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민주 공화, 공화 민주 양당 지지세력들의 반목과 질시는 이미 선을 넘은지 오래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력한 지지 세력들은 서로 결혼도 꺼린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같은 나라에 살고 있고 국적은 같지만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인식도 강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중립적 지식인들은 미국의 이런 양상이 자칫 나라의 정신적인 분열은 물론 현실적으로 국토의 양분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노심초사 또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갈등을 치유하고 그 골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국민들의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파서 그속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생각밖에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2024년 1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