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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다운 사람들끼리 원문보기 글쓴이: 삿갓
"4700조 과장이 아니다"... 대통령 해외순방이 연출하는 기이한 ‘연금술'?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부유럽지역장]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글로벌 산업 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숨 가쁘게 돌아간다. 치열한 AI 패권 전쟁과 반도체 수율 전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초미세 공정의 수율을 0.1%라도 올리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글로벌 빅테크의 까다로운 조건에 맞추기 위해 해외 영토를 누비는 것은 순전히 민간 기업과 엔지니어, 영업맨들의 피땀 어린 노고다.
하지만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만 되면 어김없이 기이한 ‘연금술’이 펼쳐진다. 기업들이 수개월, 수년에 걸쳐 자체 기술력과 기업가 정신으로 일궈낸 B2B 공급망 협상과 장기 투자 계획들이, 청와대 참모진의 손을 거치는 순간 마치 대통령의 외교적 결단과 세일즈 성과로 둔갑한다.
최근 순방 결과로 발표된 ‘9,500억 달러(약 1,375조 원) 규모의 반도체·AI 인프라 협력’ 소동이 그 결정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권력을 비판하고 검증해야 할 언론의 태도다.
한겨레신문은 해당 순방 성과에 대해 대통령의 빅테크 수장 면담과 기업 간 대규모 협력 발표를 하나의 순방 성과로 연결해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면담이나 전력·인허가 지원 약속 때문에 이미 진행 중이던 기업 간 계약의 성사 시점이 실제로 앞당겨졌다는 객관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것이 과연 언론이 전해야 할 냉철한 현실인가. 시장경제의 기본 상식조차 무시한 채 진실을 호도하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아닐 수 없다.
시가총액 수천조 원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타국 정상과의 면담 자리에서 나온 "규제 완화" 말 한마디를 믿고 수백조 원 단위의 공급·투자 결단을 전격적으로 내렸단 말인가? 엔비디아나 브로드컴이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선택한 유일한 이유는 우리 기업들이 목숨 걸고 확보한 기술력과 수율,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기업이 실력으로 따낸 성과를 "대통령과의 면담과 약속 덕분"으로 포장하는 것은, 현장 엔지니어들과 주주들의 피땀 어린 노고를 정권의 정치적 치적으로 헌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기업이 정당한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전력 공급과 인허가 지원은 국가가 평소에 마땅히 행했어야 할 기본 행정 의무다. 상시적으로 해결했어야 할 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 의무는 방치해 두었다가, 순방 일정에 맞춰 기업들의 실적을 긁어모아 마치 정권이 시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포장하는 행태에 시장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국정 참모진의 행태 역시 가관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은 순방 전후로 “4,700조 원이 과장이 아니다”라며 숫자를 튀겨 홍보에 열을 올리더니, 정작 본인이 주도했던 정책 수단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개미 투자자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하나 탓은 아니다”라며 화살을 시장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렸다. 국정 실패의 상처에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하면서, 민간의 공(功)에는 뻔뻔하게 숟가락을 얹는 관료적 해바라기 행태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정권의 기분 맞추기를 위해 민간의 성과를 착복하는 참모는 '직언하는 참모'가 아니라 '간신'이며, 권력의 비이성적 궤변을 검증 없이 받아써주는 언론 역시 파수꾼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기업의 성과는 목숨 걸고 시장에서 뛰어든 기업과 노동자들의 몫이다. 정권이 민간의 피땀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착복하려는 조급함을 버리지 못하고, 관변 언론의 맹종 뒤에 숨는 한, 국정 신뢰의 추락과 시장의 냉소는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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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다운 사람들끼리 원문보기 글쓴이: 삿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