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점프볼
1년의 공백을 깨고 여자프로농구가 12월 28일 기지개를 편다. 아테네 올림픽 출전 관계로 여름리그를 치르지 않아 지난 2004년 겨울리그 이후 1년만의 리그이다. 때문에 선수와 각 구단, 팬들은 어느 때 보다 개막을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 28일 개막하는 KB스타배 2005 겨울리그에서 주목해야 할 다섯 가지 이슈를 살펴보았다. 리그의 재미를 더해줄 키워드를 찾아보자.
# 1. 판도 - 2강 4중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판도를 점쳐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표면적인 전력으로만 미리 점수를 매겨본다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2강. 그 뒤를 삼성생명, 금호생명, 신세계, 신한은행이 중위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비 시즌에 김영옥, 김계령을 영입한 우리은행은 WNBA 인디애나 피버에서 활약한 가드 켈리밀러를 확보해 강력한 백코트 진을 형성했다. 거기에 김계령-이종애-홍현희로 이어지는 포스트진은 높이와 노련미에서 타 팀을 압도한다. 퓨처스 리그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김은혜, 김지현도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어 화려한 선수구성을 자랑한다.
우리은행 김계령
국민은행
국내 최고의 플레이어 정선민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도 빼놓을 수 없는 우승후보이다. 시즌 직전 금호생명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곽주영마저 영입하며 정선민-곽주영-신정자 빅 포워드 3인방을 보유하게 돼 화력 면에서는 최강을 뽐낸다. 미국 여자프로농구 어시스트와 3점슛 성공률 부문 1위에 빛나는 니키티즐리도 국민은행 호에 탑승하며 막강 베스트 5를 구축하게 되었다.
삼성생명
김계령의 빈자리가 커 보이지만, 여전히 국내최고인 이미선-변연하-박정은 라인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아킬레스건인 벤치 멤버 부족은 이번 리그에도 약점으로 작용할 듯싶다. 김계령의 자리를 메워줄 신인급 박연주-김아름-나에스더의 활약에 따라 성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생명
이언주의 부상이 예상외로 심각해짐에 따라 곽주영을 내주는 초강수를 두면서 김경희와 홍정애를 영입했다. 탑 가드 김지윤이 건재하고 신인왕 정미란이 뒤를 바치고 있지만, 이적해 온 선수들과의 조직력 문제와 교체된 용병 이니스의 몸 상태가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다.
신세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듀크대 출신의 앨래나 비어드를 지목했다. 비어드와 콤비를 이룰 센터는 6년만에 국내무대에 복귀하는 정진경.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를 지낸 실력파 임에는 틀림없지만, 국내리그에서 얼마만큼의 활약을 보여줄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신한은행
에이스 김영옥의 부재가 아쉽다. 김영옥을 내주는 대신 3명의 젊은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확실한 득점을 해줄 에이스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3시즌 째 WKBL리그에서 뛰게 되는 성실한 용병 겐트가 꾸준한 활약을 해주고 국내 선수들이 제몫만 해준다면 리그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 2. 이적생 활약
2005 겨울리그를 앞두고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대형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전 현대의 간판이었던 김영옥이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고, 금호생명의 미래라고 불리던 곽주영이 국민은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또한 김계령이 자유계약을 통해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특급선수들의 연쇄이동으로 팬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게 되었고, 각 팀은 새로 영입한 선수들로 우승의 청사진을 그리게 되었다. 이적생들이 팀에 얼마나 적응하고 정착하게 되느냐가 리그의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 3. 신인 돌풍 이어질까
2004 겨울리그에서는 신인왕 정미란을 비롯. 얼짱 신혜인, 차세대 가드 최윤아 등 신인돌풍이 거셌다. 2005 겨울리그에서는 1순위로 신세계에 입단한 박세미가 신인 돌풍을 이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체구는 작지만 시야가 넓고 볼 배급에 능해 즉시 전력 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정옥과 함께 신세계 백코트 진을 책임지며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해도 좋을 것 같다. 또한 2순위로 신한은행에 입단한 김연주. 삼성생명 함예슬. 국민은행 김수연 등도 기존 선배들과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다면 WKBL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4. 최고 외국인 선수는?
우리은행을 2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던 특급 용병 타미카 캐칭이 몰고 온 파장은 폭발적이었다. 그에 비해 눈에 띄는 슈퍼스타는 없지만, 실력을 갖춘 알짜배기 선수들이 눈에 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예년과는 달리 가드 용병들이 많이 들어와 이전과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순위로 지명된 앨래나 비어드는 미국여자프로농구 워싱턴 미스틱스에서 활약한 특급 루키. 올해 듀크대를 졸업한 신예지만 외곽 슛과 돌파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해 최하위였던 신세계의 성적을 얼마만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또한 우리은행 켈리밀러는 인디애나 피버에서 활약하던 가드이다. 작은 체구이지만, 3점슛이 일품이고, 국민은행의 니키티즐리
또한 어시스트와 3점슛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로 이 세선수의 가드 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지난 시즌에 꾸준한 활약을 보였던 신한은행의 트라베사 겐트, 삼성생명의 윌리엄스. 금호생명의 샬론다 이니스도 리그 개막만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 5. 돌아온 선수들
몇 시즌 동안 WKBL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이 코트로 돌아온다. 대표주자는 역시 신세계의 정진경. 한국국적을 포기하며 대만으로 귀화했던 정진경은 신세계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여 팬들 앞에 서게 되었다. 국가대표를 지녔던 뛰어난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 정진경과 함께 컴백 돌풍을 이끌 선수는 리그 신인왕을 거머쥐며 차세대 센터 계보를 이을 것이라 촉망 받았던 강윤미. 오랜 방황 끝에 금호생명에 연습생으로 입단하며 제2의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몸 상태가 100% 올라오진 않았지만, 출장 시간을 늘려가며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외에도 삼성생명의 나 에스더도 팀의 부름을 받고 일본에서의 생활을 잠시 접고 팀에 합류한 상태이다.
이들 선수들이 화려하게 재기의 날개를 펼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은 집중되어 있다.
위에 열거된 다섯 가지 외에도 2005 겨울리그의 재미를 더해줄 요인들은 많다. 평일 낮 경기로 관중들의 외면을 당하며 흥행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WKBL이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